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통찰로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스핑클’ 모형을 토대로 기업인들의 통찰력을 높이는 실전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데카르트는 수학, 물리학, 의학, 철학에서 세계사적 업적을 이룬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수학적, 논리적 사고가 문명발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신으로 회귀하던 중세의 지성을 인간에게로 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간 사고에 대한 통찰을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데카르트가 만든 업적은 너무 많아, 이루 다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이중에는 흔히 수학사에 빛나는 성과물로도 꼽히는 ‘음수’를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데카르트 이전에는 서양 수학에서 음수가 사용된 바 없다. 음수는 단지 상상속의 숫자에 불과했다. 데카르트는 어떻게 음수를 발견했고, 이를 현실에 활용했을까?
잠깐 숫자에 대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어떻게 해서 숫자가 탄생하게 됐을까? 학자들은 최초의 숫자는 사냥감과 관련됐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맘모스 한 마리, 양 두 마리, 토끼 세 마리처럼, 자신들이 포획한 사냥감의 개수를 세기 위해 숫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고대 인류가 사용한 숫자는 모두 양수였다. 왜 양수였을까? 자연에 존재하는 숫자를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맘모스 -1마리, 양 -2마리, 토끼 -3마리는 실재하지 않는 숫자이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숫자다. 그래서 표현할 수 없었다.
물론 고대의 수학자들은 음수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수이므로, 이를 불경스럽게 생각해 표현하지 않았다. 따라서 데카르트 이전에는 음수가 명시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인류 문명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음수가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을까? 이는 전적으로 데카르트의 공헌이다. 데카르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음수를 현실 속의 숫자로 바꿔 놓았는지 살펴보자. 포병 장교로 전쟁터에 출전했던 데카르트는 포격 대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막사 천장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문득 파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던 데카르트는 천장의 가로, 세로줄을 기준으로 바둑판 모양의 그림을 그리면 파리 위치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데카르트는 비로소 좌표의 개념을 생각해냈다.
그런데 문제는 0 이하의 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것이었다. 직선상에 0, 1, 2, 3, 4, 5와 같은 자연수를 표현할 수는 있었지만, 그 반대의 공간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것을 고민하던 데카르트는 드디어 음수의 사용을 생각하게 된다. 0 이상이 있다면, 0 이하도 존재한다. 이것을 직선상에 표현하면, 매우 많은 정보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0의 오른쪽에만 숫자가 있었고 왼쪽에는 숫자가 없었던 직선에 문명 최초로 음수를 적게 된다.
그는 0 왼쪽에 -1, -2, -3, -4, -5를 표현했다. 이것을 수직·수평선으로 교차하게 되면,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X축과 Y축으로 이뤄진 좌표가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그리스인이 만든 좌표법이 있기는 했지만 음수가 도입된 좌표는 역사상 처음이었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이로써 점과 수식을 같은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게 됐고 기하와 대수가 통합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함수의 개념이 표현되기 시작했고 미분, 적분을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직선뿐만 아니라 원, 타원, 쌍곡선과 같은 기하학적 도형도 모두 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실로 놀라운 수학사적 발전이 이 간단한 순간에 탄생된 것이다. 데카르트가 만든 이 놀라운 통찰에 후대의 학자들은 경의를 표했다. 이 직각 좌표의 평면을 데카르트의 라틴어 이름인 ‘카르테시우스(Cartesius)’를 따서 ‘카르테지안 평면’이라고 부른다.
기존지식의 반대를 통찰하라
음수의 발견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을까? 데카르트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직선상에 양수를 표현하고 나니, 그 반대의 것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반대의 것에 마이너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게 계기가 됐다. 수천 년간 오직 양수만 존재했지만, 데카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함으로써 실로 놀라운 발견을 이루게 된다. 양수의 반대를 살피니 이전에 없던 음수가 자연스럽게 도출됐고, 그 결과 양수의 개념이 재정립됐다.
너무 간단하지만 훌륭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펴보면, 이전에 깨닫지 못하던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반대를 살펴봄으로써 발전을 이룬 사례는 너무나 많다. 단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스티브 잡스의 반대 사고
데카르트와 영역은 다르지만 지난 100년간 소비자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중 한 명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다. 그는 무엇에 집중했기에 이토록 놀라운 결과물을 연이어 만들어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기존 지식의 반대를 탐색하는 전문가였다.
그가 세상에 던진 최초의 충격, 애플컴퓨터를 생각해보자. 그는 1977년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낸다. 아무도 생각해본 적 없는 개인이 쓰는 소형 컴퓨터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것은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IBM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은 “이 세상은 5대의 컴퓨터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70년대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강자였던 디지털이큅먼트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케네스 올센 역시 “개인들이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개인용 PC 시장을 완전히 무시한 바 있다. 이처럼 개인용 소형 컴퓨터에 대한 관점 자체가 전혀 없던 시절, 스티브 잡스는 어떤 절차를 거쳐 소형컴퓨터를 구체화시킬 수 있었을까? 바로 기존 지식의 반대를 살핌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