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 in History

적벽대전에 트리즈가 적용됐다면?

61호 (2010년 7월 Issue 2)

 
중국 양자강 일대 붉은 절벽이 늘어선 적벽. 삼국시대 통일을 목표로 계속 영토확장을 하는 조조의 100만 대군과 양자강 일대 동오(東吳)의 왕인 손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조조는 이 한판의 전투로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심을 품었다. 손권은 풍요로운 광물의 보고(寶庫)인 고향 땅 양자강 남쪽을 목숨 걸고 사수하기 위해 강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손권은 유비와 동맹을 맺었다. 유비의 신하이자 ‘지혜의 신’으로 불리는 제갈공명은 조조의 100만 대군의 뱃머리를 쇠사슬로 묶었다. 도망가는 조조의 군사들은 육지에서 유비의 군사가 공격하자 상당수 목숨을 잃었다.
 
조조의 군선들이 불에 타 없어지고 전세가 기울었다. 조조도 전쟁터를 벗어나려 했다. 유비와 제갈공명은 흡족한 마음으로 패잔병을 쫓아가 이들을 섬멸할 작전을 세웠다. 공명은 장군들에게 자신이 지시한 장소에 숨어있다가 조조를 기습하라고 명했다. 그런데 ‘천하의 명장’ 관우에게만은 유독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관우는 발끈했다.
 
“군사, 왜 나에게는 명령을 주지 않는 것이오?”(관우)
 
“관우, 그대는 예전에 조조에게 몸을 의탁했었소. 그 때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당신은 결코 조조를 처리할 수 없을 것이오.”(제갈공명)
 
“군사, 나는 이미 조조에게 은혜를 갚았소. 이미 10여 차례 전투에서 조조를 위해 적장의 목을 베어주었소. 나를 쉽게 판단하지 마시오.”(관우)
 
관우는 즉시 붓을 들었다. 자신이 조조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목숨을 내어놓겠다는 군령장을 써내려 갔다. 그런데 제갈공명이 더 강하게 나온다.
 
“좋소, 장군, 화용도에 가서 도망가는 조조를 기다리시오. 만일 그 곳에서 조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나도 나의 목숨을 내어놓겠소. 나도 군령장으로 관우 장군에게 드리리라. 단, 화용도에서 기다릴 때 반드시 모닥불을 피워놓으시오.”(제갈공명)
 
기습작전이라면 숨어있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으라니? 하지만 관우는 명령을 따르기로 하고 천하의 명마인 적토마(赤兎馬)와 수많은 기병들을 이끌고 화용도로 나아갔다.
 
같은 시간 조조는 소수의 기병들을 이끌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있었다. 이때 화용도 방향의 먼 발치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조는 이를 보고 제갈공명을 크게 비웃었다. 모닥불을 일부러 화용도 방향에 피워놓고 강 포구 방향에서 매복하게 하는 계략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조조는 화용도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관우를 맞닥뜨렸다. 조조는 풀썩 주저 앉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관우가 누구인가? 당대의 무공으로 따지면 맞설 자가 없다. 이제 죽은 목숨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조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조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뒤 급히 말에서 내려 관우의 말을 더듬었다.
 
“적토마야 잘 있었느냐!”(조조)
 
이게 무슨 뜻인가? 예전에 관우가 조조에게 몸을 의탁할 때 조조는 어떻게든 관우를 설득해 부하로 만들려고 했다. 온갖 재물과 관직을 주어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아 조조는 결국 천하의 명마 적토마를 과감하게 관우에게 준 것이다.
 
이후, 관우는 전장에서 조조를 도와 적장의 목을 가져왔고, 결국 유비의 거처를 알아 떠날 때는 온갖 보물과 재물은 남겨놓고 오직 적토마만 갖고 떠났다.
 
 
조조는 적토마를 쓰다듬으며 관우에게 ‘예전에 관우가 은혜를 받았으니 이제 관우가 조조에게 은혜를 베풀라’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전하는 것이다. 조조의 부탁에 결국 남아의 기개와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관우는 조조를 살려줬다. 조조는 혼신의 힘을 다해 달아났다. 관우가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는 이미 조조가 멀리 달아난 후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진영에 돌아온 관우. 공명은 관우를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관우 앞에 유비와 장비가 나서서 극구 말렸다. 관우와 의형제인 유비와 장비의 간곡한 부탁에 공명은 마지 못해 관우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 날 저녁,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와 불편한 심기를 조심스레 전했다.
 
“군사는 관우가 조조를 처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왜 관우를 보냈는가? 나의 형제를 그렇게 욕보이려고 했는가?”(유비)
 
“제가 어제 저녁 밤하늘 별자리를 보니 조조의 명이 다하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관우는 조조에게 은혜를 입은 바 있어 마음에 부담이 되고 있었을 터, 이번 기회에 관우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것입니다.”(제갈공명)
 
이 한 마디에 유비의 불편한 심기는 풀어졌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리더십과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같이 행동한 것이다. 실제로 유비와 장비는 손쉬운 상대지만, 관우는 그렇지 않았다. 관우는 선비의 기개와 무장의 묵직함을 지녀 공명은 관우에게 은근한 경쟁심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관우는 유비, 장비와 의형제를 맺었지만 그렇지 못한 객()의 입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공명. 이 기회에 제갈공명은 관우를 길들였다.
 
 
과연 당신이 관우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인 트리즈(TRIZ)를 이용해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보자.
 
우선 관우가 부딪힌 문제는 ‘딜레마의 상황’이다. 조조를 죽여야 하지만 죽이지 말아야 하는 문제다. 200만 건 이상의 전 세계 특허를 분석해서 창의성의 공통점을 분석해낸 트리즈는 이러한 상황을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 딜레마 문제)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물리적 모순에 부딪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역사 속의 현자들은 결코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트리즈는 물리적 모순의 문제 상황에서 ‘분리의 원리를 적용하라’고 권한다. 시간에 의한 분리, 공간에 의한 분리, 전체와 부분에 의한 분리다. 관우가 시간을 분리한다면 ‘지금 죽이지 않고 나중에 죽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관우가 조조를 죽여야 하는 이유와 죽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관우는 딜레마의 상황에 빠졌다. 이를 감안하면 관우가 조조를 죽여야 하는 이유와 죽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분리할 수 있다.
 
 
또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과 명령을 지켜야 한다는 게 충돌했는데, 이러한 상황을 기술적 모순 (Technical Contradiction, 상충문제)이라고 이야기 한다. 기술적 모순에 대하여 트리즈는 40가지 발명원리를 제안한다.
 
적벽대전에서 관우는 40가지 발명원리 중 ‘24번. 중간매개체를 이용하라’를 활용할 수 있다. 관우가 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선 조조를 죽이지 않고 명령을 지키는 방법이 있고, 조조를 죽이면서 은혜를 갚는 방법이 있다. 조조를 죽이지 않고 명령을 지키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만일 누군가 주말 저녁에 대형마트에서 계산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내 앞을 새치기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람에게 직접 항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 자칫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이 경우 직원에게 항의해야 한다.
 
관우가 직접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중간 매개체)이 죽이게 하면 어떨까? 조조를 밧줄로 묶고 끌고가서 공명에게 주면 되지 않을까? 결국 죽여야 한다와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물리적 모순은 시간에 의한 분리로 해결할 수 있다. 처음에 죽이지 않고 끌고간 후 나중에 제갈공명의 손으로 죽이게 하는 것이다. 중간매개체를 활용하면 결국 조조를 죽이지 않고 명령을 지키는 전략을 달성할 수 있다.
 
관우는 이러한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하나의 목적을 포기했다. 창의적 해결책을 찾지 못한 관우는 제갈공명의 리더십에 굴복 당하고 말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지면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인지상정의 마음을 간파하고 이러한 내용전개를 통해 독자들로부터 지난 1000년 동안 공감을 이끌어낸 <삼국지연의>의 저자 나관중의 예리함이 지금도 빛나고 있다.
 
편집자주 트리즈(TRIZ)는 200만 건 이상의 전 세계 특허를 분석해 공통점을 추출한 창의성 문제해결 방법론입니다(DBR 12호 스페셜리포트 참조). GE, 삼성 등 쟁쟁한 기업들이 도입했을 뿐 아니라 정치, 외교 등 분야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김효준 GEN3파트너스 코리아 소장이 역사 속의 사건에 트리즈를 적용해 보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합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