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빅3 법칙>이란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대부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난 후 3개의 ‘제너럴리스트(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고객층을 공략하는 기업)’와 다수의 ‘스페셜리스트(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가 남아 균형 상태가 만들어진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한때 500개가 넘는 업체가 사투를 벌였으나 결국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제너럴리스트로서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통상 제너럴리스트는 시장점유율이 10∼40%, 스페셜리스트는 5% 미만의 점유율을 가진 업체를 의미한다.
이 책의 주장대로 빅3의 법칙이 실제 통용되는지에 대한 엄밀한 실증 분석 결과가 최근 경영학계에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미국 채프먼대 연구팀은 150개가 넘는 산업 분야의 1000여 개 기업 재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세계 최고 마케팅 학술지인 <저널오브마케팅(Journal of Marketing)> 최신호(2010년 3월호)에 실었다.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제너럴리스트가 3개인 산업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제너럴리스트가 2개 이하이거나 4개 이상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주식시장에서의 수익률도 더 좋았다. 결국 빅3가 시장을 장악했을 때 산업 전체의 수익률이 극대화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빅3 구도가 수익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너럴리스트가 4개 이상이면 지나친 점유율 쟁탈전이 벌어져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반대로 한두 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문제다. 한 회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면 독점 규제가 강화된다. 또 독점 업체는혁신 노력을 게을리해 수익률이 악화된다. 두 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했을 때에는 경쟁 강도가 극도로 강해져 파괴적 가격 할인 현상 등이 자주 나타난다. 또 두 업체가 장악한 시장에서는 과감한 혁신 모델을 앞세운 신규 경쟁자가 등장해 결국 3강 체제로 굳어지는 사례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제너럴리스트도 스페셜리스트도 아닌 어정쩡한 기업(시장점유율 5∼10%)의 수익성이 다른 그룹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97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어정쩡한기업들의 ROA는 6.29%였으나 제너럴리스트는 10.57%, 스페셜리스트는 13.57%였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이 5∼10% 정도인 기업이라면 전문화할지, 아니면 모든 고객층을 상대로 영업할지 결정해 확실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제너럴리스트 가운데 점유율이 40% 이상인 기업,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점유율이 1% 미만인 기업은 다른 기업군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페셜리스트는 점유율이 1∼5%일 때 가장 수익성이 좋았고, 제너럴리스트는 점유율이 10∼40% 사이에 있을 때 성과가 가장 좋았다.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장점유율 증가가 때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스페셜리스트가 5% 이상으로 점유율을 높이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된다. 또 제너럴리스트도 40% 이상으로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렸을 때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는 경영자에게 이 연구 결과는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M&A 결과 업계가 빅3 형태로 재편되면 바람직한 균형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M&A로 인해 특정 산업에 한두 개의 제너럴리스트만 남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성과에 독이 될 수 있다.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