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뉴 트렌드

미래의 돈과 재미, 그린-스마트-3D에 달렸다

김종 | 54호 (2010년 4월 Issue 1)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의 구분은 이미 허물어졌다. 기업들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국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는 기업이 치열한 경쟁 상황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해준다. 브랜드 가치가 중시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제품을 프로모션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스포츠 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스포츠는 만국 공통어로 언어, 문화, 국가를 초월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도전 정신, 열정, 감동 등 스포츠가 가진 긍정적 가치는 기업 이미지와 동일시된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을 고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의 최적 도구인 스포츠 마케팅의 최근 사례와 새로운 혁신을 위해 주목해야 할 3가지 트렌드를 소개한다.
 
글로벌 시장 공략의 최적 도구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유형은 대회, 구단, 선수를 통한 스폰서십 권리와 관련한 비즈니스다. 세계적인 구단이나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는 다른 어떤 마케팅 기법보다 크다. 지금도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비롯해 다양한 종목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통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기아자동차는 2002년부터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 오픈 대회 메인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2009년 호주 오픈 대회는 전 세계 150여 개국 4억 3000여 명이 시청했다. 기아차의 로고는 약 3000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 중계방송으로 노출됐으며, 광고 효과도 2008년 5억 3000만 달러보다 12%로 높아진 약 6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첼시구단과 5년간 1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후원 계약을 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의 선택은 적중했다. 삼성전자 매출은 2004년 135억 달러에서 2008년 247억 달러로 83% 성장했으며, 주력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TV는 2009년 시장점유율 23.7%로 1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 마케팅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영국이나 유럽 시장 공략만을 노린 것만은 아니다. 2008년 첼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함으로써 한 경기만으로 삼성은 1000억 원 이상 광고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전 세계 아디다스 매장에서는 삼성 로고가 부착된 첼시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렸다.
 
FIFA 공식 파트너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현대차는 또 2008년 이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북미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경기의 광고주로 참여했다. 현대차는 세계 180여 개국, 1억 명에게 생중계되는 슈퍼볼 경기의 30초짜리 광고비로 35억 원을 지급했는데, 홈페이지 방문객이 970% 증가하고 제네시스 미니홈피 방문객이 1241%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국내 기업들의 스포츠 선수 마케팅은 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동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면 구단이나 대회를 후원하는 것보다 원하는 세분 시장의 소비자 계층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연아 선수를 스포츠 마케팅으로 활용한 기업들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김연아 선수의 메인 스폰서인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나이키 등은 총 30억을 지불했는데 투자 금액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연아 햅틱’ 130만 대를 판매했으며, 국민은행은 김연아 관련 예금상품(피겨퀸 연아사랑 적금)으로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효과는 기업 매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 현대자동차는 김연아를 통해 700억 원의 광고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골프, 축구, 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기업의 후원도 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9년 LPGA 신지애 선수와 5년간 최대 75억의 후원 계약을 했다. 이는 박세리가 2002년 말 CJ와 맺은 5년간 최대 150억 원의 스폰서 계약 이후 최고 금액이다.
 
단일 종목의 대회 또는 구단, 선수의 스폰서십 계약 하나로도 전 세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힘이며, 이는 기업이 글로벌 마케팅을 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혁신을 부르는 메디치 효과
21세기 기업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창조와 혁신 역량이다. 스포츠 마케팅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 스포츠는 그 자체보다 타(他)산업과의 연계성을 발휘할 때 더 큰 부가가치가 창출되며, 파급 효과도 커지는 특징이 있다. 서로 관련이 없는 이종 간의 결합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가 스포츠 마케팅에 접목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흰 개미의 집 짓는 방법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을 건축학에 응용해 아프리카에 에어컨이 없이도 살 수 있는 빌딩을 짓는 창조적인 혁신이 나올 수 있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주목해야 할 이종 산업 간의 융합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DBR TIP] 스포츠 선수의 ‘네이밍 라이선스’ 시장의 성장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스포츠 마케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글로벌 빅 이벤트, 스타 스포츠 후원 등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 선수를 통한 스폰서십이 광고 시장에만 국한돼 큰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
해외는 다르다. 1984년 미국 프로 농구(NBA) 시카고 불스 소속 마이클 조던의 브랜드 가치는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로 평가됐다. 나이키는 당시 ‘에어조던’이라는 스타 네이밍으로 신제품을 브랜드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다.
모토로라가 2007년에 새로 내놓은 ‘레이저 스퀘어드’ 휴대전화는 베컴의 네이밍을 브랜드에 이용했다. 그 결과 높은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거뒀다. 이는 선수가 스포츠 영역을 뛰어넘어 하나의 상품이자, 1인 기업으로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내에서도 스타 네이밍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아 선수는 국내 스포츠 스타 가운데 네이밍 라이선스를 통한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시도된 사례로 꼽힌다. 뚜레쥬르의 ‘연아빵’은 한 달간 61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으며, 제이에스티나의 김연아 티아라 팔찌와 귀걸이는 3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인기 연예인을 능가하는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와 개성을 이용해 기업 이미지 강화는 물론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광고 효과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네이밍 라이선스 등 선수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스포츠 마케팅의 그린화
세계적으로 농업 혁명, 산업 혁명, 정보 혁명에 이은 ‘녹색 혁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녹색 기술 육성과 환경 규제를 통해 자국 산업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프로 야구 구단 SK와이번스는 2009년 국내 최초로 ‘그린 스포츠’ 구현을 위해 총 70억 원을 들여 문학야구장의 온실가스 제로화를 추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녹색 구장 조성, 경기 시간 단축 및 경기 운영 활성화, 관람객과 함께하는 그린 스포츠 및 녹색 생활 실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포츠 마케팅에 환경을 접목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세계 최대 내부 개조 자동차 경주 대회인 내스카(NASCAR) 경기장에 코카콜라 모형의 재활용 수거함을 설치했고, 캠퍼스 주변 및 주차장에서 재활용 봉지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스포츠와 그린을 융합한 마케팅을 펼칠 때 조직 브랜드와 전략, 주력 사업 등이 마케팅을 통해 강조하는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 마케팅의 고객 접점에서만 환경을 강조한다면 ‘그린워싱(greenwashing·겉으로는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행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스포츠 용품 업체 아디다스는 세계 각국에 흩어진 공급 업체들에 대해 에너지 관리 기준 등을 명시한 환경 관리 시스템 도입을 장려했다. 아디다스는 이를 통해 지난 5년간 운동화 한 켤레당 생산 유통 과정에서 소비되는 탄소량을 13.5%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시설, 용품, 서비스 등 스포츠 산업 전반에 걸쳐 환경을 중시하고 환경과 함께하는 그린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려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의 녹색 성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스마트폰 혁명, 스포츠에는 혁신의 기회
정보기술(IT)의 성장과 상용화로 언제 어디서나 첨단 기술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면서 사회·문화적 트렌드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즘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자동차, 교육, 광고 등에 활용되면서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 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K리그 홈 개막전부터 SK텔레콤과 함께 스마트폰을 이용한 양방향 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선수와 직접 소통하는 응원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며 그날의 경기 평점과 오늘의 예상 선발 같은 다양한 콘텐츠도 공급된다.
 
스마트폰의 성장 전망을 고려하면 스포츠 분야에서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공간의 제한 없이 풍부한 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기법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즉석에서 선수의 용품 등을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3D가 불러온 스포츠 공간의 변화
영화 ‘아바타’가 극장가에서 일으킨 3D(3차원 입체 영상) 열풍이 스포츠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 LG 등 TV 생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3D 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상용 제품도 나왔기 때문에 안방에서 스포츠 경기를 3D TV로 즐기는 시대가 곧 열릴 전망이다.
 
실제로 2010년 1월 영국 스포츠 전문 방송사 스카이스포츠는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영국의 한 술집에서 3D로 중계했다.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은 최근 세계 최초로 3D 방송국을 열고 6월 남아공 월드컵의 일부 경기를 3D로 중계했다.
 
3D 기술은 경기장에 국한됐던 스포츠 관람 공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는 스포츠를 관람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 곳이면 바로 그곳이 경기장이 된다. 스포츠 경기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스포츠를 볼 수가 있다. 스크린 골프, 닌텐도 위(wii) 게임기가 등장해 스포츠 공간에 대한 개념이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필드(field)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3D 기술의 발전과 스포츠 공간의 변화는 참여나 관람 영역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용품, 시설 등 전체적인 스포츠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다양하고 까다로운 고객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간접적 홍보 활동까지 가능한 스포츠는 기업의 마케팅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스포츠의 경제적, 산업적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다. 기업,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스포츠 시설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의 고부가가치 융합 산업인 스포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