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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사로잡는 맞춤형 판매 전략

김광석,송장근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모든 마케팅 연구는 소비자들이 다 다르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마케팅 관리의 출발점 또한 이 다양한 소비자들을 구분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한국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고객 분류는 지역, 성별, 연령, 소득 수준으로 소비자를 구분한 인구 통계 변수에 불과하다. 이 구분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고, 이를 시행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고객별 맞춤 판매(Adaptive Selling)를 추천하고 싶다.
 
Adaptive Selling은 판매원으로 하여금 고객의 사회적 유형(Social Style)에 맞춰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산업심리학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기업 실무 현장에 본격 등장, 대리점 관리 전략을 수립하려는 B2B 기업들이 이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최근 판촉 경쟁으로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 비용이 날로 치솟고 있고, 기업들도 그간 간과했던 인적 판매(Personal Selling)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면서 Adaptive Sell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적 판매는 고객들과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판촉 수단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Adaptive Selling 전략의 핵심은 자사 핵심 고객을 어떻게 구분하고, 판매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 변수와 조절 변수로 각각 어떤 항목을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캔자스주립대 리처드 맥팔랜드 교수는 소비자 관점의 Adaptive Selling 모델을 발표하여 경영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영업 직원의 세일즈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는 Adaptive Selling의 기본 개념을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럼 자사의 핵심 고객 유형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과거 리더십 분야에 주로 쓰이던 고객 유형(Customer Orien-tations) 연구를 세일즈 분야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미국 에모리대의 잭디시 쉐스 교수다. 과거 리더십 연구에서는 상대방을 많이 배려하는 사람과 적게 배려하는 사람,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당면 과제 해결에만 몰입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3가지 기준을 토대로 성취형(task-oriented), 관계지향형(interaction-oriented), 자기중심형(self-oriented) 3가지로 사람들을 구분했다. 이후 많은 연구에서 이 방식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쉐스 교수는 이 3가지 분류와 세일즈 커뮤니케이션을 접목시켰다. 그는 세일즈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세일즈 현장에서 만난 영업 직원과 고객 쌍방 간의 성격 유형(characters), 대화 내용(contents), 대화 수단(code), 대화 방식(rules), 대화 스타일(styles)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의 연구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려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지피지기의 정신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쉐스 교수와 맥팔랜드 교수 등은 세일즈 상황에서의 고객 유형을 성취형, 관계지향형, 자기중심형으로 구분했다. 이렇게 고객 유형을 구분하는 이유는 영업 직원에게 개별 고객의 성격적 특성에 맞는 세일즈 전술을 구사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런 세일즈 전술들은 대부분 대인 커뮤니케이션 전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커뮤니케이션 전술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고객 분류 방식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맥팔랜드 교수는 고객 유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일즈 설득 전술(SITs·Seller Influence Tactics)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SITs는 2006년 맥팔랜드 교수가 창안한 신조어로 ‘고객으로 하여금 영업 직원이 원하는 바대로 구매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일체의 전략적, 전술적 수단’을 의미한다. 그의 연구는 영업 직원에 의한 세일즈 설득 전술이 고객의 성격적 유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모델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기존 Adaptive Selling 연구들은 영업 직원의 능력 및 태도, 세일즈 환경의 제반 요소들을 독립 변수로, 세일즈 성과를 종속 변수로 삼았다. 이는 B2B 세일즈 환경에서 쌍방 간의 거래 성사를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환경 요소들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소비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맥팔랜드 교수는 이 맹점을 파악하고 대인 관계를 전제로 한 세일즈 설득 전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창한 셈이다.
 
맥팔랜드 교수는 이에 따라 6가지 범주의 세일즈 설득 전술을 제안했다. 이성적 고객에 초점을 맞춘 정보 교환 전술(Information Exchange), 제안 전술(Recommendation), 약속 전술(Promises), 감성적 고객에 초점을 맞춘 협박 전술(Threats), 고객 환심 사기 전술(Ingratiation), 감성 호소 전술(Inspirational Appeal)이다. 각 전술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이중 고객 환심 사기 전술과 감성 호소 전술은 특히 일대일 세일즈 상황에서 세일즈맨에 대한 고객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주로 사용된다. 정보 교환 전술이 이성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감성 호소 전술은 ‘이왕이면 우리 제품을 선택해 주십시오’와 같이 고객의 감성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을 앞에서 제시한 3가지 고객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로 적합한 세일즈 설득 전술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은 최근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보험 가입 등에서 일정액 이상의 구매 경험이 있으며, 특히 구매 결정에서 영업 직원의 설득에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소비자 168명이었다. 이들은 1회 접촉으로 구매를 결정한 사람들이 아니라, 반복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구매를 결정한 자동차 및 보험 계약 구매자들만으로 선별된 집단이다. 이 두 제품은 충분히 훈련된 전문 판매인에 의해 소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표본 구성에 상당한 적합성을 띤다. 주요 이론에 근거해 설정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구조 방정식(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이용한 다변량 분석법(Multivariate Analysis)을 사용했다. 그 결과를 보자.
 
성취형 고객은 목적 지향적이기 때문에 뜻한 바를 꼭 이루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들은 형식이나 절차보다 실익과 내용을 중시하기에 시간낭비와 비효율을 싫어한다. 성취형 고객은 자신의 소속 조직에 충실하며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고객에게는 고객이 원하는 충분한 수준의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성취형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 직원들은 자신이 제공하는 제안, 지식, 정보가 고객이 속한 조직에 어떠한 의미와 이득을 가져다주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성취형 고객에게 수사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모든 표현을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그림1>은 정보 교환 전술이 어떻게 성취형 고객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다.
 

 
자기중심형 고객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가치 체계를 가진 사람이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자신의 복지와 편익에 맞춰 사고한다. 영업 직원을 만날 때도 철저한 목적 의식을 갖고 임한다. 이들은 영업 직원의 제안이 아무리 훌륭해도 개인적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보상과 제재에 민감한 자기중심형 고객에게는 고객 환심 사기 전술이나 위협 전술이 효과적이다. 자기중심형 고객은 상대편이 어떠한 조건을 제시해오면 이에 맞춰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영업 직원이 제안한 내용을 거절할 때 고객이 입을 손해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위협 전술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고객의 욕구 수준과 요구 조건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을 때는 이런 전략을 매우 조심스레 사용해야 한다. 자기중심형 고객은 자존심이 강하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자긍심을 자극하는 설득 전술을 구사하면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 칭찬이나 존경을 표시함으로써 고객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관계지향형 고객은 영업 직원들과 개인적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이들은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일단 상대편을 좋아하고 신뢰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관계지향형 고객에게는 환심 사기 전술과 고객을 감성적으로 고무시키는 전술이 적합하다. 관계지향형 고객들은 판매자가 감성 자극 전술로 접근했을 때, 해당 영업 직원의 설득력이 뛰어나다고 인식하고, 높은 구매 만족도를 느낀다. 이런 고객에게는 공통 관심사나 취미활동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상대방에 대한 칭찬과 존경심을 표시하는 접근이 적합하다. 이들은 영업 직원에 대한 느낌과 신뢰감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때로는 영업 직원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해당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까지 평가하려 드는 경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객 환심 사기 전술에 둔감하거나 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영업 직원들은 관계지향형 고객들을 공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관계지향형 고객은 제품 자체의 장단점이 아니라 자신이 상대하는 영업 직원의 인품 및 태도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고가 전자 제품처럼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해당 제품에 높은 관심을 갖고 여러 자료를 검색해 비교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고(高) 관여’ 상품 판매에서는 관계지향형 고객을 공략하는 영업 직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고객 지향 마케팅을 주창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기업들은 오로지 공급자 관점에서만 인적 판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성과 극대화를 위한 ‘밀어 부치기’ 세일즈 전술만을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 글에서 소개한 고객 유형 분류와 각각의 고객에게 알맞은 접근법을 사용해 세일즈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김광석 연구원은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호주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응용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소비자 행동 및 마케팅 전략 분야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고, 경영·경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후 경영 전략을 도출하는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상택 고문은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삼성생명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세일즈·마케팅 관련 컨설팅 회사 ㈜에스텍의 대표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근 연구원은 충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케팅 전략, 생산물류 관리, 공급사슬 관리 분야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고, 정보 공유를 통한 공급사슬 내 효율성 증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미래물류연구원 수석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충남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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