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좋은 펩시가 코카콜라 못 이긴 이유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제조공법은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코카콜라 본사가 아니라, 같은 도시에 있는 ‘선트러스트 은행의 금고 안’에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 금고를 여는 것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이 금고를 열려면 이사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고, 의결을 거친 후에도 금고를 열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2명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누가 그 두 사람인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것 역시 비밀일 테니까.
 
책에 인용된 콜라의 역사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1886년 약사인 존 펨버튼에 의해서 두통약으로 처음 등장했다. 펩시콜라 역시 1898년에 소화제로 첫선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그때만 해도 제조공법이 그렇게까지 비밀에 부쳐지진 않았다.
 
그러다 코카콜라 측이 뉴욕에 있는 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제조공법의 원본을 맡겨놨다가, 1925년 본사가 있는 애틀랜타의 은행으로 옮기면서 ‘문서 열람 규칙’이라는 걸 제정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 사이에 코카콜라 제조공법에 관한 신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제조공법은 명성에 어울리게 ‘7X’ 란 별명으로 불린다. 흔히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콜라나무 잎에서 얻은 추출물이 콜라의 주성분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콜라는 바닐라와 계피 향을 주원료로 하고 그 밖에 여러 성분이 추가된다. 나머지 성분인 7X가 콜라 맛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은 모양인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오늘날에는 성분 분석법을 통해 7X의 성분을 밝히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콜라 한 병을 사다가 분석해보면 되니까. 실제로 화학자들이 여러 차례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했지만 코카콜라 측에선 계속 부인만 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회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콜라 맛을 흉내 내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걸 보면 단순한 화학 성분 분석만으로 ‘콜라 맛의 비밀’을 밝힐 순 없는 모양이다.
 
코카콜라 제조공법의 비밀
요즘 코카콜라는 7X를 ‘제조공법의 비밀’이 아니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제조 과정이 비밀에 부쳐진 신비한 음료’라는 이미지가 ‘코카콜라 브랜드파워’라는 이야기다. ‘그 안엔 세상에 두 사람밖에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코카콜라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얼마 후면 다가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빨간색 코트와 삼각형 모자에 굵은 가죽 벨트를 두른 산타클로스다. 그런데 산타클로스는 왜 빨간색 코트를 입고 있을까?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1931년 코카콜라가 겨울철 콜라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홍보 전략으로 코카콜라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빨간 코트를 산타클로스에게 입혀 백화점 홍보에 나선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는 한겨울 크리스마스에도 사랑스러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보며 무의식중에 코카콜라를 떠올리고 코카콜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에 밀려 항상 2위였던 펩시콜라가 반격에 나섰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브랜드를 모르는 상태에서 맛만 보고 평가하는 테스트)’를 거리에서 시행한, 이른바 ‘펩시콜라 시음대회(Pepsy challenge)’가 바로 그것이다. 거리에 테이블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을 가린 채 콜라 2잔을 제공한다. 상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떤 콜라가 더 맛있는지를 판단한다. 결과는 펩시콜라의 승리! 많은 사람들은 좀 더 달고 탄산이 적어 톡 쏘는 맛이 덜한 펩시콜라를 선호했고, 이 시음대회는 TV 광고에까지 등장하면서 펩시콜라 인기몰이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코카콜라는 아직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흔들리지 않는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일까? 펩시콜라보다 맛이 떨어진다면, 코카콜라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 역시도 선트러스트 은행 금고 안에 들어 있을까?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베일러 의대 신경과학자 리드 몬태규는 67명의 피험자들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들어가게 한 후, 빨대를 통해 콜라를 넣어주고 그들의 대뇌 반응을 살펴보았다. 먼저 본인이 마신 콜라가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모두 동일한 뇌 영역, 즉 ‘측중격핵(달콤한 맛을 느끼는 부분)’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반면, 흥미롭게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라는 브랜드를 알려주면서 콜라를 빨대로 제공했을 때에는 결과가 크게 달랐다. 코카콜라를 음미할 때는 측중격핵 외에도 정서적 판단과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펩시를 마실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 영역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수적인 뇌영역 중 하나다.
 
이 결과는 소비자의 뇌에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정서와 기억이 펩시콜라 브랜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카콜라는 이러한 소비자의 뇌 반응 활성화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브랜드 파워의 상대적 우위를 지속시켜 나가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정서와 기억이 관건
글로벌 브랜드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가 매년 실시하는 브랜드 가치 평가 보고서에서 코카콜라는 최근 몇 년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몸에 나쁜 탄산음료를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견고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을까?
 
코카콜라의 매력에는 톡 쏘는 탄산과 시원한 느낌 등 맛이 주는 기쁨도 크지만, 수많은 이야기와 비밀스런 제조공법, 창의적인 기업 환경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 효과, 다양한 문화 활동과 예술 활동,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이 맛보다 훨씬 강력한 가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 전략들은 단시간에 큰 효과를 얻거나 측정하기 어렵고, 투자 대비 효과가 명확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런 지속적인 투자는 인종과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지구상에 사는 인간들의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을 긍정적으로 자극하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이클 셔머의 <진화 경제학>(2009)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1년 동안 노출되는 광고 수는 무려 4만 번. 생후 18개월이 되면 아이는 물건의 로고를 인식할 수 있고, 10세가 될 때까지 300, 400개의 상표를 기억한다. 코카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인간의 뇌에 가장 또렷이 남을 상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편집자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의식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정재승 교수가 인간의 뇌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 및 경제적 의미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간 심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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