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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중국보다 큰 시장, 여성 고객!

마이클 실버스테인 | 42호 (2009년 10월 Issue 1)
여성 고객 시장은 중국과 인도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그런데 왜 기업은 여성 고객에게 주목하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연간 소비 지출의 약 20조 달러가 여성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향후 5년간 이 수치는 최대 28조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13조 달러인 여성의 연간 소득은 5년 후에는 18조 달러로 늘어날 것이다. 이 수치를 종합하면 여성 소비자 시장은 중국과 인도 시장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크다. 이러니 여성 소비자를 간과하거나 평가절하하는 태도는 매우 어리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고객에게 무관심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여성 고객에 대해서라면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는 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시 후 얼마 못 가 사라진 델의 여성용 노트북을 보자. 델은 올해 5월 여성용 노트북 출시와 함께 ‘델라(Della)’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골자는 전통적 여성상이라는 해묵은 통념에 기초했다. 델은 ‘여성을 위한 아주 특별한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는 노트북 색상, 칼로리 계산법, 여러 가지 요리법 찾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델의 야심 찬 계획에 여성 소비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선은 끌지만 당혹스럽고 여성을 비하한다는 원성도 쇄도했다.
 
블로거들이 먼저 반격에 나섰다. 온라인 테크놀러지 매거진 <레지스터>의 오스틴 모딘은 반어법을 사용해 신랄하게 반박했다. “컴퓨터 구매가 여성적 행위라고요? 왜 난 미처 몰랐을까요.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들도 이 의견에 동의할 거예요.” 뉴욕타임스는 델이 마케팅 심화 과정에 등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결국 몇 주 만에 델은 웹사이트의 타이틀과 주요 내용을 수정한 후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델의 즉각적인 궤도 수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왜 출시 전에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많은 기업들이 여성 고객 마케팅에 대해 잘 모른다. 2008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여성이 자신의 일, 생활, 소비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제로 연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지역, 소득 수준, 계층별로 40여 개 집단 1만2000여 명이었다. 응답자들은 36개 제품 및 서비스군에 대한 자신의 구매 행태, 소비 행태, 교육, 금융, 부동산, 재산, 직업, 이력, 취미 활동, 대인관계, 자신이 바라는 것과 두려운 것 등 총 120개 문항에 답했다. 우리는 수백 회에 걸친 인터뷰와 13개 직군 50개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했다(설문 항목 및 조사 결과에 관한 추가 정보는 www.womenspeakworldwide.com 참조).
 
조사 결과는 간단히 ‘여성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00년간 시장 구매력 및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높아졌음에도 시장에서 여성의 가치는 여전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일터에서도 다르지 않다. 여성은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고, 일과 가정과 가족 사이에서 가파른 곡예를 벌인다. 그러나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 가운데 시간에 쫓기는 여성들의 요구를 만족시킨 곳은 거의 없다.
 
고객으로 대접받는 맛도 없이 어떻게 가족들의 옷을 챙기고, 유기농 식단을 짜고, 재테크를 하고,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겠는가. 소비재 제품들 대다수는 여성이 구매를 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마치 여성은 아무런 의사결정권도 없다는 듯 제품을 판매해왔다. 줄곧 별 아이디어도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전형적인 여성상을 재탕하는 케케묵은 마케팅 전략으로 일관해왔다. 자동차 업계만 해도 그렇다. 그간 자동차 설계의 핵심은 여성들의 주 관심사가 아닌 오로지 ‘속도’였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운전하는 엄마들을 위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없다. 바운티 화장지가 최근 선보인 광고는 이런 현실을 패러디했다. 방이 물바다가 됐는데도 상냥한 미소를 띤 아내가 그 난리통을 다 수습할 때까지 남편과 아들은 그저 멀뚱히 서 있기만 한다.
 
세계 시장에 미치는 여성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여성 근로자의 수가 남성 근로자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최근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 4명 가운데 3명이 남성이었다. 물론 평균적으로 보면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도 적고, 정규직이 아니라 시간제 근로자일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여성이 전 세계를 덮친 경제 위기에서 안전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섬에 따라 여성 고객은 시장 최대의 블루칩으로 떠오를 거라는 사실이다. 여성 고객은 기업에 불황을 타개하고 번영의 새 장을 열어줄 수 있다.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응답자 개개인의 특성이 다르지만 조사 결과 여성 고객들을 다음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소득 수준, 연령, 계층을 기본 변수로 했을 때, 응답자들은 ‘주도형’ ‘시간 압박형’ ‘관계 지향형’ ‘독립형’ ‘노부부형’ ‘절약형’의 6가지 형태로 나뉘었다. 응답자 가운데 이 중 하나의 유형에만 속하는 여성은 별로 없었다. 즉 자녀를 둔 기혼 여성으로 주도형에 속하는 응답자가 어떤 항목에서는 시간 압박형에 속하기도 했다(HBR TIP ‘여성 소비자의 6가지 유형’ 참조). 나름의 한계는 있겠지만 이러한 유형 구분은 기업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다. 대상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이 여성이 시장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안다면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특히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는 6대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4대 산업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소비 비중이 더 높은 식품, 몸매 관리, 미용, 의류다. 나머지 2대 산업은 여성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는 결과가 나온 금융, 보건의료 서비스다.
 

HBR
TIP 여성 소비자의 6가지 유형
 
 
* 그림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①식품 이는 잠재성이 매우 큰 시장이다. 식료품을 구매하고 식탁을 차리는 역할은 대개 여성이 맡고 있다. 식품은 소비자들의 가장 중요한 가계 예산 중 하나다. 금액을 조정할 수는 있어도 소비를 아예 안 할 수 없는 항목이다. 응답 여성들은 가장 선호하는 식품 매장으로 홀푸드와 테스코를 꼽았다. 개별 응답자들의 유형은 서로 달랐으나 두 매장 모두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홀푸드는 요구 수준은 까다로우나 소득이 높고 고품질의 육류, 곡물, 서비스를 원하는 ‘주도형’ 응답자를 목표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덕분에 고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테스코는 서적, 가구,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시간에 쫓기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간 압박형’ 응답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②몸매 관리 이 또한 큰 시장이다. 미국 내 다이어트 식품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 세계 다이어트 식품 시장의 규모는 200억 달러다. 미국 헬스클럽 산업은 연간 14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조사 결과 응답자 3명 가운데 2명은 자신이 비만이라고 답했다. 실제 최근까지 미국 내 문제로 국한됐던 비만 문제는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문제는 많은 응답자들이 몸매 관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배우자, 자녀, 부모, 본인 가운데 누구의 몸매 관리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자신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꼽았다. 가족에게 신경 쓰느라 정작 본인의 몸매 관리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여성의 몸매 관리 시장에 대한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헬스클럽은 회비도 비싼 데다 남성 위주로 운영된다. 여기가 헬스클럽인지 나이트클럽인지 모를 만큼 우락부락한 몸짱 남성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여성의 관심사는 근육을 불리는 게 아니다. 여성은 살을 빼고,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고 싶어 한다. 즉 현재 헬스클럽의 밝은 조명, 전자 음악, 땀 냄새 나는 남성 고객, 복잡한 각종 장비는 여성들을 헬스클럽에서 멀어지게 한다.
 
헬스클럽 체인업체 커브스는 이러한 여성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커브스의 전략은 지극히 단순하다. 낮은 가격, 운동 시간 단축, 여성 전용을 위주로 하고, 특별히 살을 뺄 필요가 없는 중년 여성들을 위한 각종 레저 스포츠 시설은 일절 제외했다. 커브스 헬스장에서는 트레이너 대신 도우미가 손님을 맞고, 30분간 간편히 시설 내 운동 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③미용 미용 제품과 서비스는 여성들의 감성 행복 지수를 높인다. 전체 수입 중 화장품 지출액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생활에 대한 만족도, 체감 성공 지수, 생활의 활력이 더 크다고 느꼈다. 근로 시간이 긴 편인 응답자들조차도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더 많은 돈을 쓰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거나, 제품 라인 다양화에만 치중하는 화장품 업계의 판매 행태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무엇보다 화장품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게 문제였다. 이는 화장품 업계의 경영진을 남성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경영진으로 있는 한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간파하지 못한 채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악순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화장품 업계에서도 열정적으로 나름의 활약상을 보이는 여성들이 있다. 업계 종사자의 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여성은 낮은 직급에서만 일할 뿐 경영진이나 이사진까지 오르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이 화장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고위직 여성의 수를 늘리고, 여성이 직접 주요 사안에 대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고객이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 하고 싫어하는지를 고위직 여성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 중 젊어지고자 하는 여성의 욕구를 충족시킨 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스킨케어 제품 시장 규모는 200만 달러다. 기존 스킨케어 제품은 대부분 수분 공급에만 치중했다. 그러나 이제 자외선 차단, 피부 탄력 증진, 모공 수축 등의 각종 효과로 노화를 막거나 최소한 숨기겠다는 목적의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고가의 제품은 스위스제 화장품 라프레리의 노화 방지 수분크림인 셀룰러 크림 플레티넘 레어다. 50g이 채 안 되는 이 제품의 가격은 1000달러(약 120만 원)다. 이 제품에는 플레티넘이 함유돼 있다. 라프레리는 플레티넘 성분이 전기 자극을 통해 피부 균형을 회복하고 DNA를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2008년 출시 당시 소비자들은 이 초호화 화장품을 사기 위해 가게 앞에 줄을 섰다.
 
저가 화장품의 대표 주자로는 P&G의 올레이가 있다. 약국을 통해 판매되던 이 저가 제품은 수분 공급 하나에만 초점을 맞췄다. 현재는 제품 가격대를 높여 다양한 라인을 선보임으로써 이 제품을 보유한 가구의 수가 미국 전체의 40%까지 상승했다. 현재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올레이 제품은 리제너레이팅 세럼이다. 회사 측은 성형수술 다음으로 가장 효과가 뛰어난 제품이라 광고하고 있다.
 
④의류 액세서리와 신발을 포함한 의류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470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치수 및 가격대가 다양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모든 여성이 4∼6사이즈(한국 사이즈로 55 내외)에 완벽히 들어맞는 건 아니다. 또 매번 옷을 살 때마다 이런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옷을 입어보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체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환기시킴으로써 큰 스트레스를 준다.
 
응답자들은 가장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로 바나나 리퍼블릭을 꼽았다. 이 회사는 치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특히 바지 제품이 독특하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다양한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한편, 브랜드 라인에 관계없이 치수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면, 일단 자신의 ‘피트 블록(fit block)’을 찾기만 하면 이후에는 옷을 입어볼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바지를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바나나 리퍼블릭은 갭이 보유한 여러 패션 브랜드 중 가장 수익성이 높다. 지난 5년 동안에도 갭 산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는 익스프레스다. 오직 스타일과 컬러에만 주력해 치수를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즉 어떤 고객이 익스프레스의 8사이즈 제품 네 벌을 입어봤을 때 어떤 제품은 6사이즈가 맞았고, 어떤 제품은 12사이즈가 맞을 정도로 들쑥날쑥했다. 익스프레스 매장의 매출은 급감했다. 결국 모기업인 리미티드 브랜즈는 2007년 익스프레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의류의 가격 또한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여성들은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새 옷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이는 응답자들이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한 H&M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H&M은 저가의 다양하고 트렌디한 제품을 시시각각 선보인다. 재고 회전율이 높아 매일 매장을 방문해도 새로운 상품을 만날 수 있다. H&M 근로자의 80%, 매장 매니저의 77%, 지역 매니저의 44%가 여성이라는 점도 이 회사의 성공 요인이다. 특히 이사진 11명 가운데 7명이 여성이다.
 
응답자 중 옷이 필요해 새 옷을 산다고 답한 대상자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기본 아이템을 다시 구매하는 차원에서 1년에 한두 차례 쇼핑을 하며,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이라면 가격을 더 주고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재질과 색상 품질을 높이는 기술 및 여성의 몸에 맞는 편안하면서도 맵시 있는 옷을 개발해낸다면 제조사나 판매업체가 의류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⑤금융 응답 중 만족도가 가장 낮은 업종이었다. 이는 고객에 대한 접근법에 변화를 준다면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지닌 산업이라는 뜻도 된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개인 자산 규모는 현재 140조 달러에서 2020년에는 220조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50%의 자금을 운용하는 주체가 바로 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의 상품 및 서비스 품질이 남성 고객 위주로만 짜여 있어 여성들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다. 금융회사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자, 응답자들의 반응은 주로 불만이었다. 여성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가 부족하며, 금융 자문의 수준도 낮고, 금융회사에서 내세우는 각종 방침이 서로 상충될 때도 많다고 불평했다. 게다가 업무 처리 절차도 복잡하고 오래 걸려 고객들의 진을 빼거나 지치게 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좀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자. “제 성별과 나이 때문에 여자들은 원래 이런 걸 잘 모른다는 식의 대접을 받는 게 정말 싫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혼자 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홀대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금융기관 담당자들은 기초적인 사항 외에는 말해봐야 이해를 못할 거라며 여자들을 깔볼 때가 많아요.”
 
더욱 흥미로운 응답도 있다. “제 연봉이 100만 달러입니다. 거기다 퇴직금으로 2000만 달러가 나올 테니 저 같은 사람은 푼돈 관리나 하는 브로커들이 상대할 사람이 아니죠. 그런데도 제대로 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2000만 달러를 투자할 여력이 있는 이 여성 응답자는 당연히 어느 회사에서건 VIP 고객 감이다. 여성 고객을 상대로 한 투자 서비스 및 생명보험 시장은 활짝 열려 있다는 뜻이다(잠재성이 가장 큰 3부문에 대해서는 HBR TIP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미개척 금융상품’ 참조).
 

HBR
TIP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미개척 금융상품
 
앞으로 금융 서비스 산업의 자금 운용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수익 측면에서 금융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혼, 이혼, 출산, 이직 등 이른바 ‘전환기’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시기를 즈음해 투자를 결정짓는다.
 
 
⑥보건의료 주로 중년 여성 응답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항목이다. 특히 병원 및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가정의 및 전문의에 대한 의료 서비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현재 의사들의 의료 서비스가 ‘어느 정도’ 또는 ‘상당히’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31∼49세 여성의 71%는 일반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문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68%가 불만을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본인 또는 가족의 검사, 진료, 내원 일정 조정, 내원일 확정에 필요한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을 꼽았다. 더욱이 여성은 남성보다 의료보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는 보건의료 기업이 여성 고객을 확보할 여지가 많다는 뜻도 된다. 존슨앤존슨(J&J)은 보건의료 서비스 기업이 아니지만, 조사 대상자의 가구에는 경구 피임약, 유아용품, 밴드 등 이 회사 제품이 대부분 비치돼 있었다. 존슨앤존슨은 업계 평균의 2배인 매출액의 4%를 연구개발(R&D)비로 지출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보다 여성 고객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존슨앤존슨은 자사의 주 고객층인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을 이해하고자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아동 수면 전문가들과 협력해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아의 수면을 돕는 3단계, 즉 ‘목욕, 마사지, 숙면’에 맞춘 상품을 개발했다. 이후 각각의 단계에 맞는 개별 상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바쁘다 바빠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는 여성들이 자신을 위해 쓸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알았다.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보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꼈다. 조사 결과 배우자 혹은 동거인 3명 가운데 1명은 여성의 가사일을 돕지 않았다. 국가별로는 일본의 배우자 혹은 동거인이 가사 분담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분담률이 가장 높았던 인도 남편들은 71%가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했다.
 
여성들의 스트레스 정도는 생애 주기에 따라 달라졌다. 여성들의 행복 지수는 유년기와 노년기에 가장 높았다. 반면 40대 초중반 여성의 행복 지수는 가장 낮았다. 이 시기에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또 자녀를 키우고 노년의 부모를 돌보는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평등, 힘, 영향력의 변화
일단 이번 경제 위기가 가라앉으면 여성이 세계 경제 및 질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때 미국 경제는 어떤 모습을 띨까? 지난 50년간 우리가 겪어온 변화를 통해 여성 경제의 특성을 예측해보자. 우선 근로 여성의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도 일하는 여성의 수는 연간 2.2%씩 늘고 있다. 2013년경에는 노동 시장에 추가로 진입하는 여성 수만 9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주요 소비재 회사의 중간 직급은 대부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여성이 더 높은 직위로 올라가는 일은 이제 시간 문제다.
 

 
게다가 이미 미국 내 기업 오너의 40%가 여성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미국 전체 기업보다 2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여성 사업주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여성 오너의 사업체는 대부분 소규모이긴 하다. 어쨌든 일과 직장 사이의 균형, 서로 배치되는 각종 의무, 시간 부족 등의 문제는 앞으로도 여성들에게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여성 경제의 잠재력에 눈을 뜨기만 한다면 기업은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해 전혀 새로운 차원의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여성들은 지구 전체의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인간의 신체적·심리적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보존하며,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취약 계층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전파하며, 서로간의 소통을 지향하는 브랜드가 바로 그것이다. 여성은 중요한 소비자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요구를 외면하거나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 고객의 요구를 가볍게 여기거나 구체화시키지 못하는 기업에는 등을 돌린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여성상을 정형화하고, 나이나 소득 수준만으로 여성 고객을 분류하며, 여성 전체를 ‘하나’로 묶는 기업들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물론 가장 최악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태다.
 
세계 경제 위기는 곧 종착역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경기 침체 이후를 위해 성장의 발판을 다져야 한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여성 고객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성공 가능성 또한 크게 높아질 것이다. 여성의 요구를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일은 경제 회복에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 고객은 성장의 기폭제이자 충성 고객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열쇠다.
 
번역 |박연진 815jiny@hanmail.net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9월 호에 실린 마이클 실버스테인과 케이트 세이르의 글 ‘The Female Econom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마이클 실버스테인(silverstein.michael@bcg.com)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시카고 지사의 시니어 파트너이며 케이트 세이르(sayre.kate@bcg.com)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뉴욕 지사의 파트너다. 두 사람은 <여성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여성 시장을 사로잡는 방법(Women Want More : How to Capture Your Share of the World’s Largest, Fastest-Growing Market)>의 공동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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