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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사이트 경영인가

‘변덕쟁이’ 고객을 이해하라 미래수익이 확실해진다

김영찬 | 3호 (2008년 2월 Issue 2)
Case1
한때 닌텐도 광풍이 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닌텐도 게임기 ‘위(Wii)’는 미국 전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이베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조차 자취를 감췄다. MDB캐피털 그룹의 제임스 린 연구원은 “공급 부족으로 ‘위’가 벌어들이지 못한 돈이 13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는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닌텐도는 다음 기회에 위를 구매할 수 있도록 번호표를 나눠주며 고객들을 달래야 했다.
 
닌텐도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재미’와 ‘건전함’이란 차별적인 가치를 줬기 때문이다. ‘위’가 출현하기 전까지 게임업체들은 ‘더 화려한 그래픽과 더 우수한 성능’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위’는 조작이 단순하고 싼 게임기를 내놓아 경쟁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을 잠식했다. 닌텐도는 마니아들이나 쓰는 고성능 기구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장난감’으로 ‘위’를 포지셔닝했다. 이런 포지셔닝이 가능했던 것은 닌텐도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욕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하는 고객의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 인사이트 중심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Case2
아르헨티나 기업인 카를로스는 미국의 대중적인 소비재를 아르헨티나에 시장에 판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브랜드는 이미 미국 및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판매되지 않는 나라의 소비자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카를로스는 당연히 아르헨티나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제품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새 브랜드가 시장에서 기반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내수 브랜드에도 뒤처지고 만 것이다. 돌이켜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다. 미국 브랜드는 탁월한 가치를 지녔지만 자국 브랜드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브랜드 가치가 아닌 고객 가치를 제대로 주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패했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경영활동의 중심을 고객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가치(customer value) 혹은 고객 인사이트(customer insight)가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고객의 심리에 내재돼 있는 경제적이고 감성적인 ‘가치(value)’들을 토대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가치는 기업가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고객 가치가 기업 전체의 가치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이 보유한 고객들은 미래 수익을 보장해주는 가장 확실하고 믿을만한 원천인 것은 분명하다.
 
시장 환경의 새로운 변화
1990년대 이후 시장 상황은 기업에 대단히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제품선택 기준은 훨씬 까다로워진 데다 많은 업종의 성장률이 낮아졌다. 기업들은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긴축경영 (downsizing), 구조조정(restructuring) 등 내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이런 변화에 대처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한계를 느꼈다.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같은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어떻게 성장과 번영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미국 북동부에 있는 작지만 성공적인 전자매장 트위터(Tweeter)는 어떻게 서킷시티(Circuit City)가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췄을까. 왜 경쟁 업체들은 홈 인테리어의 선두주자 홈 디포(Home Depot)를 따라잡을 수 없었을까. 프록터 앤 갬블(Procter & Gamble)은 어떻게 수십 년 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을까.
 
이 기업들은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버치(Birch)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고객유지에 드는 비용보다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5배나 많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고객가치를 연구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마케팅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다.
 
고객가치 경영에 집중하라
모든 기업들은 ‘우리 표적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대로 파악해 전달해 주고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러 학자들이 고객가치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 핵심내용은 ‘고객이 지불한 금액이나 노력에 비해 얼마나 많은 혜택과 유용성을 얻을 수 있는가’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고객가치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게 되는 유무형의 만족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가치는 고객들이 인지하는 주관적인 것이지 객관적인 기준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고객들이 제품사용으로 얻게 되는 것들(품질, 편익, 효용 등)과 그 제품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하는 것들(가격, 희생 등)간의 교환(trade-off)을 통해 고객 가치가 형성된다.
 
특히 고객 가치는 환경에 따라 변한다. 실제 고객들이 느끼는 제품에 대한 가치는 구매 전이냐 사용 중이냐, 혹은 사용 후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객들은 보통 구매 전까지는 가격이나 특정 기능 등과 같은 속성을 매우 중시한다. 하지만 사용 중에는 구매 시 지불했던 가격은 잊어버린다. 대신 제품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소음이나 전기료 절감, 적합한 사이즈, 지속적인 서비스 여부 등)를 더 중시하게 된다. 올리버(Oliver) 교수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선호하는 제품속성 △속성들의 기대성과 △제품사용으로 발생하는 결과 등의 순서로 변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마다 차별적인 가치 기준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구매 전에 상상했던 제품에 대한 ‘기대가치(desired value)’와 제품의 사용결과로 발생하는 ‘수용가치(received value)’의 차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재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고객 인사이트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 분야는 제품 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고객들의 선호도에 대한 것이다. 기업들은 다양한 시장조사 기법을 활용해 고객들이 제품 구매 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품질, 배달시간 등과 같은) ‘중요 속성’을 파악하고 있다. 또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속성에 대한 평가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속성 위주로 접근할 경우 고객가치의 중요한 면을 간과할 수도 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제품들의 외형적 속성이 거의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들은 제품 구매 시 일반적으로 비교 가능한 속성에 대해 이전보다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다. 대신 제품사용으로 발생하는 결과가 고객가치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매 시 고객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고객 욕구를 관리해가며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고객 인사이트 경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품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이동
얼마 전 삼성전자가 일본 가전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성전자 제품은 ‘성능’ 면에서 일본 경쟁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판매가격도 일본 제품보다 대체로 싸다. 이런 경쟁우위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에서 실패한 원인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판매량을 늘려가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일본 시장에서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지 제품의 속성(product attribute)에 중점을 둔 상품 개발 전략에만 머물 경우 기업들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품질 개선만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고객 지향적’ 방향으로 경영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브랜드가치보다는 고객가치로, 상품보다는 서비스로, 일회성 거래보다는 지속적인 고객관계관리로 경영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또 이런 흐름은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표 1 참조).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을 기울여라
고객들이 중시하는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변한다. [그림 1]은 카노(Kano)교수가 제안한 ‘가치구성요소모델(value component model)’ 이다. 이 그림은 ‘고객만족’과 ‘품질’의 2차원으로 구성돼있다. 이 그림에는 3가지 그래프가 나타나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객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속성이 그래프의 ①번 선에서 ③번 선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을 보자. 시장초기에는 ‘통화품질’이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제품선택요인이었다. 이 시점에는 ‘통화품질’이 높아질수록 고객 만족도가 급격히 증가한다.(①)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업체들이 ‘통화품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개선노력을 한다. 이 경우 고객 만족도는 통화품질 증가 수준과 비례해 높아진다.(②)
하지만 더 시간이 흘러가면 통화품질은 거의 차이가 없어지는 단계에 도달한다. 모든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통화품질’은 더 이상의 차별화 요인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통화품질을 극한으로 높여도 고객들의 만족도는 일정수준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③)
물론 통화품질이 떨어질 경우에는 기본도 못하는 제품으로 여겨져 만족도가 급감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동통신 기업들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개발해 변화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는 고객만족을 달성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기업들은 고객만족도측정(customer satisfac-tion measurement·CSM)을 통해 ‘고객의 목소리(voice of customer·VOC)’를 품질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객자산(customer equity)을 강조하고 있는 우드로프(Woodruff)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마케팅 관리자가 귀 기울여야 하는 점을 두 가지로 강조하고 있다. 첫째, 변화하는 고객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시장과 표적고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둘째, 고객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이를 제품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마케팅 담당자가 생각하는 고객가치와 실제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치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 한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고객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한 기업은 성공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기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필자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네덜란드 그로닝겐대학에서 교수를 지냈다. 세계 최고 마케팅 학술지인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등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한국마케팅학회가 수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김영찬 김영찬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영찬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세대 글로벌교육원, 상남경영원, 미래교육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영대학에서 AMP와 EMBA 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연세대 상경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Biostatistics 석사와 계량마케팅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의 제품 선택모형을 개발하고 시장구조를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학회장, 한국마케팅학회장을 지냈고 한국광고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young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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