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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업의 고객 관리

똑똑한 기업의 생존 지침은 고객

강신길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최근 불황과 맞물려 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P&G와 코카콜라 등 미국의 소비재 기업들은 최근 앞다퉈 CRM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의 관심도 크다. 지난해 말 SERI CEO가 진행한 설문에서 ‘영업 및 마케팅력의 획기적 증대’는 응답자들이 2009년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 중점 경영 전략이었다.
 
이는 CRM이 불경기에 매우 중요한 생존 도구이기 때문이다. 불황에는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이 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찾아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과학적 분석, 즉 CRM이 꼭 필요하다.
 
불황기의 고객 행동 패턴 변화
CRM은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먼저 2009년 현재 소비자들이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소비 시장의 화두는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소비 다양화라는 트렌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고객들은 과거 불황기와 달리 무조건 값싼 제품을 선호하는 등의 천편일률적 소비 행태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는 불황기에도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말이다. 즉 소비 여건 악화로 인해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기존의 높아진 소비 수준을 앞으로도 일정 기간 유지할 전망이다. 이것이 바로 불황에도 소비 지출이 한꺼번에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한편 2009년에는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에 대한 반작용도 상당수 일어날 전망이다. 소비를 통해 ‘보복적 쾌락’을 추구하는 심리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경제적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불황일수록 오히려 일부 소비가 유발되는 역설적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값비싼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신데렐라 같은 지위 상승 기분을 추구하는 경향이 꽤 있다.
 
CRM은 기업이 이런 트렌드를 통해 발생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시에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은 고객을 단순한 집단(mass)으로 인식하지 말고 전보다 더 세분화해 다뤄야 한다.
 
스마트 기업의 고객 관리
최근 들어 IBM은 ‘스마트 기업(smart com-pany)’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 기업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똑똑한 회사를 말한다.
 
스마트 기업 관점에서의 고객 관리는 불황기의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operating leanly) △고객의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시켜 △실질적인 회사의 성장과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되는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활동으로는 가치 집중, 기회 활용, 신속한 행동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이 3가지 행동을 CRM에 접목하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① 가치 집중 불황기 CRM 활동에서의 가치 집중은 고객의 행동을 철저히 분석해 가치 있는 그룹을 선별하고 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IBM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전체 고객의 50%를 차지하는 옹호자(advocator)와 이동자(shiter)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옹호자는 기존 상품이나 점포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면서 다른 고객을 데려오는 사람이며, 이동자는 가격이나 서비스 등에 따라 쉽게 이용 상품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옹호자는 불황기에 상대적으로 이동자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 고객들이다. 충성도가 높은 이들은 값이 싼 PB 상품보다는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며, 기존의 고객 세분화 및 고객 가치 분석 결과에 따른 소비 행태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불황기에는 옹호자들의 비중이 호황기 때보다 더 높아진다. 불황기의 고객들은 전체적인 소비를 줄이지만, 품질이 높거나 브랜드가 확실한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이를 상쇄한다.(그림1)

불황기의 기업은 옹호자 고객들이 다른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word of mouth) 등을 발 빠르게 가치로 환산해 즉시 의미 있는 고객만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고객관계관리 프로세스가 선별된 고객만을 대상으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콜센터에서 프로모션 이벤트 고객 리스트를 선정할 때 자동으로 가치 있는 고객만을 선별하는 절차를 넣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동자 고객은 충성도는 떨어지지만 항상 관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그룹이다. 이들은 다른 고객들보다 소비 성향이 높아 많은 수익과 지출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동자 고객은 특히 불황 이후를 대비해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은 이동자 고객을 충성도가 높은 옹호자 고객군으로 만들기 위해 세심한 접근 방법을 사용하고,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품질, 가격, 매장 경험, 편의, 제품 구색 등)을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요소별 중요성은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② 기회 활용 가치 있는 대상을 찾았으면 대상 고객이 어떤 방식의 접촉 채널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어떤 채널이 효과적인지를 찾아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품·서비스 속성을 알아봐야 한다.
 
채널을 설정했다면 그 전략이 현장에서 올바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조치(alignment)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에는 판매 채널에 대한 전략적 지원과 타깃 고객 리스트 및 캠페인 실행 가이드, 평가 방법 제공이 포함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노트북 대리점이 있다고 하자. 대부분의 노트북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실제로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본사 쪽의 정책 조율이 되지 않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의 대리점 마진이 적다면, 대리점주는 오프라인 고객을 소홀히 대하거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회사 전체적으로는 개별 판매 기회를 놓칠 뿐만 아니라, 매장을 찾을 만큼 관여도가 큰 고객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게 된다. 즉 자발적으로 광고해줄 옹호자를 놓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미칠 영향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는 게 좋다. 옹호자의 경우 해당 제품·서비스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다른 고객을 데려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고객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이 데려올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판매할 수 있는지(cross-selling) 가능성도 미리 검토하는 것이 좋다.
 
③ 신속한 행동 전략의 신속한 이행은 기업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평가 체계나 혁신을 수행하는 과정은 통상 3년 이상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기업에서 6개월 정도 혁신 활동을 진행하다가 포기하고 새로운 혁신 전략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것은 호황기와 불황기 모두 마찬가지다. 외환위기나 카드 대란 때의 일을 돌이켜보자. 이때는 위기가 갑자기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하는 기간도 무척 빨랐다. 즉 U자가 아니라 가파른 V자형 경기 흐름이 있었다. 당시 갑작스러운 경기 하강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물론,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잡지 못한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의 경제 위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CRM 전략을 신속하게 수립할 뿐만 아니라, 이를 빨리 실행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 그 결과를 측정하고 채널 통합 관점에서 고객 중심으로 KPI를 재설계하며 기업 전체의 평가와 프로세스 체계를 고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은 개별 시장을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CRM 전략을 개편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성숙한 시장에서의 투자를 최소화하고 동유럽, 아시아 등 신흥 시장 중심의 과감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고객을 관리하는 기법과 검증된 표준 프로세스를 신흥 시장에 빨리 전파할수록 시장 선점 및 고객 자산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빠른 실행에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변화 관리와 리스크 관리 그리고 투명한 프로세스의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 또 조직 구성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RM의 한계를 넘어서
IBM의 글로벌 CPG(Consumer Product Group) 리더인 빌 길모어는 “비즈니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을 잘못하는 데 있지 않다. 올바른 일이라도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발전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은 새로운 고객 관리를 추진하는 데 여러 가지 걸림돌을 갖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 경영자들이 CRM의 효용에 대해 의심하고 있으며, CRM 효과를 단기간에 ROI 형태로 보여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CRM, 더 나아가 고객에 대한 이해가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임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기업들과 경영자들이 고객 관계의 가치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제대로 된 고객 가치를 산출해 회사의 지속 성장에 연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DBR TIP] 스마트 기업 고객 관리 3단계의 주요 활동
 
가치 집중의 주요 활동
- 세분 고객군 중 옹호자를 분리해냄
- 분리한 옹호자의 지역별 소비자 가치(Customer Value 또는 Life Time Value·LTV) 값 확인
- 상위 20% 가치가 있는 옹호자 대상 리스트 추출(%는 마케팅 비용 규모에 따라 조정)
- 옹호자 중 금번 프로모션에 적합한 연령대, 성별 등 인구 통계학 정보를 적용한 대상 추출
- 옹호자가 영향을 끼쳤거나 끼칠 가망 있는 고객 선별 추출
- 캠페인 성공 여부 확인 위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설정
- 연속 또는 모자(母子) 캠페인 설계(성공 시 확장 또는 유사 모델 사용)
 
기회 활용의 주요 활동
- 고객의 선호와 제품 특성에 맞는 판매 채널 선택
- 전사 차원의 판매 전략 조율
- 고객이 영향을 미칠 다른 고객에 대한 교차 판매 가능성 검토
- 고객의 실제 구매 활동을 일으킬 이벤트 설계
- 각 채널에 타깃 고객 리스트 및 캠페인 실행 가이드, 평가 방법 송부
 
신속한 행동의 주요 활동
-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 측정
- 채널 통합 관점의 고객 중심 KPI 재설계
- 고객 중심 기업으로의 전사 평가, 프로세스 체계 재검토
 
필자는 LG CNS 엔트루 컨설팅에서 CRM과 솔루션 그룹장을 지냈으며, 현재 IBM GBS에서 시니어 매니징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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