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 붐이 온다

31호 (2009년 4월 Issue 2)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 5달러에 육박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각광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장착해 연료 효율성이 높은 차다. 도요타의 프리우스처럼 인기 하이브리드 차는 이미 물량이 달려 판매를 못할 정도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수십 개의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 차량이 주류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최근 급등하고 있는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판매가 다시 줄어들지는 않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자동차 시장의 혁신 및 역사 이론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심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이르면 2010년쯤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의 17%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은 이보다 훨씬 빨리 늘어날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의 시장점유율 증가를 추정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 가운데 하나가 S커브 모델이다. 이 모델은 처음에는 생물학에서 생명체의 성장률을 예측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후 경제학자들과 관리 이론가들이 혁신 제품의 성장 경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S커브는 말이 주도하던 운송 시장에서의 자동차, 석탄 시장에서의 석유처럼 다양한 혁신 제품의 기하급수적이고 점증적인 발전 속도를 정확히 예측해냈다. S커브 모델에서 혁신 제품은 상용화, 도입, 성숙이라는 3개의 성장 단계를 거친다.
 
연구 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장 보급률은 그래프로 그렸을 때 거의 완벽한 S커브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이브리드의 점유율 확대 과정들도 S커브 이론 단계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예를 들어 상용화 단계에서는 주로 얼리어답터나 마니아들만 제품을 샀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0.1%에서 1%로 서서히 올라간다. 도입 단계에서는 제품이 더 많이 알려지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빠른 속도로 대중의 인정을 받는다.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서 제조 비용도 낮아진다. 이 단계에서 시장점유율은 0.1%에서 1%로 올라간 상용화 단계와 같은 기간 동안 1%에서 10%로 늘어난다.
 
하이브리드의 상용화 단계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첫선을 보인 2001년부터 시장점유율이 1%를 넘어선 2005년까지로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빨리 늘어난 시기는 포드가 이스케이프 SUV를 출시한 2004년이다. 이를 계기로 하이브리드 기술은 완전히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약 4년 동안 상용화 단계를 끝냈다. S커브는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이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4월 처음으로 3%를 넘어섰고, 휘발유 가격 급등에 힘입어 여름 판매 실적도 엄청난 호조를 보였다. S커브는 2009년 말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약 10%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년 동안의 성장률과 시장점유율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하이브리드 시장점유율은 2009년에는 9%, 2010년 말에는 17%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실제 판매가 S커브의 예상치를 약간 밑돈다 해도 이는 고객이 외면해서가 아니라 공급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의 베스트셀러인 도요타 프리우스는 현재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6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일부에서는 최근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른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하이브리드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최근 연료 가격이 대대적인 급등락을 보였던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연비가 높은 소형차들의 판매가 줄던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주장은 2가지 이유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선 휘발유 가격 급등이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S커브를 긴밀히 따르고 있었다. 즉 새로운 기술 도입과 연료 가격 간의 상관성은 그리 높지 않다.
 
둘째, 과거 오일 쇼크 당시 소형차의 사례와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미니 쿠퍼와 같은 미니 컴팩트카들은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이던 1978년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휘발유 가격이 더욱 상승했음에도 이들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탔다. 폭스바겐의 비틀과 같이 이보다 약간 큰 서브 컴팩트카는 휘발유 가격이 올라갈 때만 점유율이 늘어났고, 1982년 이후부터는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드의 에스코트나 혼다의 씨빅과 같은 컴팩트카들은 지속적으로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1980년 이후부터는 거의 매년 모든 부문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했다. 결론적으로 미니 컴팩트카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기에는 너무 작았고, 서브 컴팩트카 역시 연료 가격이 상승할 때만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컴팩트카는 크기와 연비 모두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었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은 대부분 컴팩트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연비는 1970년대 미니 컴팩트카나 서브 컴팩트카만큼 혹은 그보다 더 좋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지닌 단점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과 다른 차량들보다 가격이 약간 높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S커브상 생산 단가가 내려갈 경우 가격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다.
 
자동차 역사를 돌아볼 때 차세대 하이브리드, 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훨씬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시제품이 광범위한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다. GM,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은 관련 기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시보레 볼트와 같은 일부 모델들은 2010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반 전기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 차에 쓰이는 니켈 수소 전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 이온 전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플러그인 자동차는 전기 모터를 1차 동력 기관으로, 소형 내연 엔진을 2차 동력 기관으로 사용한다. 현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리튬 이온 전지의 가격을 낮추는 일이다.
 
하지만 일단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 플러그인 기술은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닦아놓은 길을 그냥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널리 보급된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어떤 업종이나 제품에서든 소비자들은 맨 처음의 혁신보다는 처음 혁신에서 무언가 개선됐을 때 더 열광한다. 예를 들어 지난 1984년 시장에 처음 나온 미니밴은 다른 차량보다 뛰어난 외양과 기능 덕분에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1988년 중형 SUV가 나오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중형 SUV는 미니밴의 장점인 널찍한 공간과 가족 친화적 특성을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과 주행 성능은 훨씬 우수했다. 오늘날 중형 SUV는 시장점유율이 13.6%에 달하는 반면, 미니밴의 점유율은 5.1%에 그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장점들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뛰어난 연비를 제공한다. 미래의 중형 SUV로 자리매김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맞는 새로운 S커브가 생길 것이란 의미다. 자동차 제조 업체나 판매 업체들은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을 대비해야 한다. 물론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S커브 모델의 예측대로 향후 휘발유 가격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한 인기를 누릴 것이다.
 
번역 홍정민 drew97@naver.com
 
필자는 미국 터프츠대 재학생으로, 이 대학 국제관계 저널 헤미스피어의 편집국장이다. 그는 아버지 루이스 질리버티 부즈 앨런 해밀턴 전 부사장의 지도와 지원을 받아 이번 연구를 완성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이 펴내는 경영 전문 계간지 Strategy+Business 에 실린 크리스토퍼 질리버티의 글 ‘The Coming Boom in Hybrid Ca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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