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물안개 속 빌딩… 예술·건축의 통합체

장윤규 | 29호 (2009년 3월 Issue 2)
건축가 그룹 딜러&스코피디오는 ‘블러 빌딩(Blur Building)’을 선보여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들은 건물 외부에 미세한 스모그와 같은 물방울을 만들어 마치 빌딩이 호수 위 물안개 속에 서 있는 것같은 환상을 만들어냈다.(그림1) 이 건축가 그룹은 건축과 미디어 설치, 시각예술, 행위예술,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예술과 건축의 새로운 소통을 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 건축은 구조와 공간, 재료, 스킨(skin), 주변 환경 등을 모두 통합해 새로운 틀을 구성하며 새로운 건축 모델을 발견하는 모색기에 와 있다. 현대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런 움직임에 가속도를 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통합 움직임은 다양한 분야들이 상호 작용하며 사회 문화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를 대변한다. 구조주의 예술가 라즐로 모홀리나기나 나움 가보가 이루어내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철학은 통섭(通涉)을 논하면서 모든 학문의 상보적 결합을 이야기하고, 예술도 그 분야를 뛰어넘는 새로운 결합을 탐색하고 있다. 특히 예술과 건축의 결합은 더 큰 변위와 변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는 도시 건축과 환경물을 포장하는 설치 미술로 유명한 부부 예술가다. 이들의 작업은 다분히 건축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현대 건축의 중요한 이슈인 스킨 문제를 제기하고, 구조와 스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그림2)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중앙 터빈 홀에서 선보인 아니쉬 카푸어의 작업도 건축적 공간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다. 그는 커다란 관처럼 생긴 터빈 홀에 거대한 튜브를 설치해 분리된 공간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공간적 통합을 이뤄냈다.(그림3)

이러한 통합적 시도의 최전선에는 올라퍼 엘리아슨이 있다. 엘리아슨은 2003년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빈 홀에 인공 태양을 만드는 ‘더 웨더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를 완성했다.(그림4)

그의 작품은 건축과 설치, 조각, 사진을 넘나들며 빛과 색상, 온도, 파장 등을 연구함으로써 예술과 건축 그리고 기술이 결합하는 새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엘리아슨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그의 작업 방식 때문이다. 그
는 혼자서 이러한 예술적 탐구를 하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를 만들어 다양한 아티스트와 건축가 및 기술자들을 모아놓고 이들과 협력한다. 마치 실험실과 같은 통합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철학, 미학에 대한 토론은 물론 기술적 부분까지 모든 이슈를 공유한다.

2007
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는 전시와 공간의 개념을 파괴한 ‘당신의 변덕스러운 기대(Your Mobile Expectation)’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엘리아슨은 미술관에 또 다른 공간인 ‘냉장고’를 만들어 그 속에 ‘아이스 카(ice car)’로 변화시킨 BMW 자동차를 설치했다.(그림5)
  
프로젝트의 목적은 자동차를 오브제로서 고찰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의해 생성되는 건축 복합물의 부분으로서 고찰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건축가, 과학자, 디자이너, 이론가들과 배경 지식을 얻기 위한 일련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자동차의 구조가 관찰자들의 움직임과 관점에 따라 변화하는 패턴을 도출했고, 얼음을 이용해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아이스 카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접합 강철 막대기와 거울로 이뤄진 두 겹의 표피로 자동차 스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2000L의 물을 뿌렸다. 물이 얼어붙으면서 고드름이 두 겹의 표피 사이로 자라났고, 그 사이로 방출된 단파 빛을 통해 빛이 밝혀졌다. 이 프로젝트는 냉장고라는 공간적 설정에 온도와 물성(物性)에 대한 이해가 결합하면서 상상력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엘리아슨의 통합적 작업은 런던의 켄싱턴 파크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진행된 파빌리온 프로젝트(Serpentine Gallery Pavillion)에서도 이어진다. 노르웨이 건축가 키엘티 토르센이 공동 디자인한 이 건물은 140m 길이의 나선형 경사로(램프)가 잔디에서부터 꼭대기까지 건물 외벽을 타고 이어지는 역동적인 외관을 하고 있다.(그림6) 꼬여있는 가느다란 밧줄이 나선형 경사로를 둘러싸고 있으며, 방문객이 걸을 때마다 형태가 변하는 기하학적 구조로 설계됐다. 방문객이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수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서펜타인 갤러리의 수평적 공간의 움직임을 보충하는 것이다. 방문객의 움직임과 상호 작용이 파빌리온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는 셈이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