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13억 명의 잠재 고객을 가진 나라’로 획일적으로 보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렇다 해도 거대한 중국 인구의 일부분이라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중국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패턴이 점점 세련되고 있는 중국의 중산층이야말로 그 어떤 국가의 어느 소비계층보다 풍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1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상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돈벌이가 좋은 직업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 것이다. 한때 가장 가난하던 이 근로자들은 꾸준히 소득 수준을 높여 새롭고 거대한 중산층을 형성했다. 이 계층이 누구이며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파악해 이를 충족시키는 기업은 거대한 보상을 얻을 것이다.
왜 중국 중산층인가
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 중산층의 성장에 지대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주시해 왔으며, 많은 사람이 전반적인 소비시장에서 중산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지를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95∼2005년에 중국 중산층 규모는 실질적으로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8700만 명으로 증가했다. 개략적으로 계산한다 해도 2015년에는 중산층 인구가 3억1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 역시 인구 증가와 함께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지난 2005년에 연간 소득이 6000∼2만5000달러인 도시 가구 수는 중국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3500만 명이었다. 2015년에는 이 수치가 지금의 3배나 되는 1억 명에 이를 것이다. 중국의 총 도시 가처분소득 가운데 중산층이 현재 27%를 차지하지만 2015년이면 40%를 능가할 전망이다. 인구와 구매력·성장곡선을 감안할 때 중국의 중산층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도저히 놓쳐서는 안 되는 마케팅 기회다.(그림1, 2, 3 참조)
중산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주요 계층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다음으로 중국에서 중산층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HSBC와 도이치방크는 중산층을 부유층 및 노동자층으로부터 구별 짓는 잣대로 소득 수준을 사용했다. 투자 관점에서는 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소득 수준만을 사용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마케팅 전문가 관점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적극적으로 중산층을 공략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은 소득 수준 이외에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즉 다른 계층과 대비해 중산층 소비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해야 한다.
세련된 마케팅 전문가라면 구매 과정에서 때론 소득 수준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가격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제품의 경우 소득 수준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초콜릿을 구매할 때 소비자의 소득 수준보다 구매 순간의 감정과 과거의 쇼핑 경험이 구매 의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모니터그룹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 소비자의 직업상 경력 단계, 구매 장소 등과 같이 소득과는 무관한 요소들이 특정 계층의 소비 특성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중국 내 소득에 관한 데이터는 손에 넣기 어렵거나 신뢰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구매 여력과 실질적인 구매 의향을 좌우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예측하기 위해 좀 더 유용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산층의 구매 여력 및 구매 방식
마케팅 담당자로서 중국 중산층 고유의 욕구와 이들의 구매 여력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산층의 구매력과 구매 행동은 부유층과 사뭇 다를 수 있다. 중산층의 구매 여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들이 더 나은 품질과 브랜드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중산층은 가격에 민감하다. 따라서 중산층의 구매 행동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야 말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열쇠가 된다.
스웨덴 조립식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1998년 중국에 진출할 당시 이케아의 전략은 프리미엄 가격에 멋진 가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중산층 고객들은 이케아의 신개념 상점을 방문하고 둘러보는 것에만 그쳤을 뿐 구매로 연결하지 않았다. 중국에 진출한 지 7년이 지난 2005년에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케아 매장은 3곳뿐이었으며, 연 매출은 글로벌 매출의 1%도 채 안 되는 12억 위안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이케아는 연간 소득 4만 위안 이상인 가정을 공략하는 브랜드로 위상을 재정립했다. 한편 상품 구입처의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2005년 이후 1000여 개의 카테고리에서 평균 54%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케아가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중산층 소비자가 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일부 부유층만이 지불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가격 제품이 아니라 양질의 중가제품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