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클래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6호 (2009년 2월 Issue 1)

2008년 패션 트렌드의 키워드 - 클래시즘
원더걸스의 노래 ‘노바디’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 곡의 콘셉트는 1960년대 복고 패션과 복고 댄스를 관통하고 있다. 따라 하기 쉬운 노래 가사와 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촌스럽지 않다.
 
2008년 패션 트렌드를 살펴보면 클래시즘에 대한 강한 이끌림을 느낄 수 있다. 클래시즘 콘셉트에 대한 동경은 매년 패션과 뷰티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메이크업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의 뉴욕 맨해튼을 연상시킬 정도로 여성의 고혹적인 모습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영화 ‘모던보이’에 나온 김혜수의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이 대중에게 전달돼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 그 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 ‘벌킨 백’이라는 가방이 있다. 이 가방은 재클린 케네디와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등과 함께 1960년대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프랑스 가수 겸 영화배우 제인 벌킨을 위해 만든 것이다. 1984년 에르메스의 장 루이 뒤마 회장이 비행기 안에서 벌킨을 만나 그녀가 들고 다니는 밀짚으로 만든 시장가방을 보고 그녀를 위해 만들어준 가방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리뉴얼되는 세계적인 명품 아이템이 되었다.
 
또 지난해에 1970년대의 보헤미안 스타일이 다시 유행했듯이 해마다 새로운 스타일의 패션이 선보이지만 그 근본은 클래시즘에 있다. 클래식은 단지 옛 것이 아니다. 클래식은 이처럼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적 모티브로 작용한다. 디자인이 클래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클래식은 지속된다
클래식 예찬론은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올해 ‘브리티시 디자인 클래식(British Design Classics)’이라는 기념우표를 발행할 예정이다. 20세기 영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제품들을 우표에 담아 영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것이다. 이 우표에는 알렉 이시고니스의 ‘미니’, 메리 퀀트의 ‘미니스커트’, 해리 베크의 ‘런던 지하철 노선도’ 등 19301960년대에 등장한 영국의 디자인 아이콘 10가지가 담긴다. 그 가운데 미니는 아직까지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우표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프리미엄 미니 쿠페의 대명사인 미니가 처음 나왔을 때의 환희,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온 가족이 예정에도 없던 런던 여행을 한 추억, 미니스커트가 처음 나왔을 때 발산됐던 젊음의 열정 등이다.
 
국내에서 ‘무지T’는 아무런 프린트나 자수, 장식이 없는 티셔츠를 일컫는 대명사로 쓰인다. 무지T라는 단어는 초코파이나 대일밴드처럼 브랜드 이름에서 유래했다. 일본의 패션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에서 1980년대에 선보인 브랜드가 무지다. 무지 브랜드는 이제 패션을 넘어 각종 생활용품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3번째로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무지 어워드의 주제는 ‘무지의 발견’이다. 일상의 발견을 주제로 하는 무지의 디자인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다. 수상작들도 클래식에 대한 예찬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클래식은 인간 본성과 욕망의 보물창고
우리는 클래식한 것들에 대해 근원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려 하고 있다. 클래식으로의 회귀 또는 클래식에 대한 동경은 이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양각색이지만 크리에이티브의 기준이 되는 모티브 발상이 어디서부터 파생되는지 따져보면 그것은 이전부터 이어져온 ‘디자인 클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뿌리가 튼튼한 나무와 같다. 너무 익숙해진 물건들에서 얻을 수 있는 참신함은 기대 이상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클래식의 힘이다.
 
기업의 경영자가 디자인에 쉽게 접근하고 싶다면 클래식에 관한 통찰력을 키우면 된다. 이는 ‘디자인 DNA’를 공급 받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클래식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모두 담고 있는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가구에서 건축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계에서 ‘Re-edition’이나 ‘Re-design’의 사례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상을 봐왔다. 인간의 감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필자(본명 박창우)는 상해 코코마치 상무유한공사 대표이사와 HGM 디자인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디자인 관련 블로그 ‘코코마치-대륙 정벌을 꿈꾸는 디자인 한류’와 디자인 및 IT의 접목 노하우를 알려주는 전문 칼럼 블로그 ‘코코마치의 디자인 중벌론’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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