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블로그에 사람냄새 나게 하기

22호 (2008년 12월 Issue 1)

지난해만 하더라도 기업들이 블로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기업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수가 많이 늘었다. 기업들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눈을 뜨고 잠재고객들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블로그 운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블로그에 담을 콘텐츠다. 이미 홈페이지, 웹진, 포털의 카페까지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안다.
 
사실 그렇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블로그 구축 컨설팅을 제공하는 필자 입장에서 보면 기업 블로그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단연 콘텐츠다. 가장 블로그답게, 시의 적절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잠재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렇다면 기업 블로그 콘텐츠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블로그에는 공식적이고 딱딱한 서술체보다 경험을 담아 재미있는 내용으로 대화하듯 써내려간 ‘말랑말랑한’ 콘텐츠가 어울린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이 가진 핵심 가치와 제품, 서비스, 기업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메시지들을 블로그에 담아야 한다.
 
먼저 기업과 관련된 키워드(태그)를 나열해 보고, 콘텐츠 하나하나에 그 키워드들이 녹아들도록 작성하면 된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기업의 핵심 메시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검색 유입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독자층과 만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기업 블로그를 일찍 시작한 편인 ㈜한울의 ‘김치 블로그’에는 김치, 음식,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 등을 키워드로 삼은 콘텐츠가 담겨 있다. 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등의 콘텐츠는 물론 ‘김치물이 밴 플라스틱 통 닦는 법’ ‘치킨과 어울리는 백김치’ 등의 글들로 김치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 주고 있다.
 
블로그를 기획할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의 적절한 주제(seasonal issue)다. 냉면에 대한 관심은 여름에 가장 높고, 삼계탕에 대한 관심 또한 복날에 최고조를 이루는 것과 같다. 기업이 가진 콘텐츠와 특정 시점의 관심사를 연결하는 것은 블로그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가장 손쉽고 강력한 방법이다.
 
제일화재의 기업 블로그 ‘제일존’은 시의 적절한 주제를 기업 콘텐츠와 잘 연결한 사례다.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시점에 작성된 글 ‘오천원으로 밥 먹기 힘들어요’를 비롯해 촛불시위로 도심이 한창 분주할 때 촛불시위를 위험관리 및 보험과 연결한 글 ‘촛불시위, 그리고 위험관리’ 등은 조회 수가 높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여야 한다
콘텐츠의 진정성은 기업 블로그를 이야기할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블로그를 단순한 광고의 툴로 바라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끔 ‘광고’ 툴에서 가장 중요한 조회 수를 확보하는 게 지상 최대 목표로 설정되면서 기업들이 블로그 본연의 역할에 대해 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간혹 기업들이 블로그에 마치 일반 소비자가 쓴 것처럼 꾸며 내부 직원이 쓴 콘텐츠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또 하나의 블로그 운영 전략’인양 이야기할 때면 필자는 우리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싶어진다. 이미 미국에서는 페이크(fake)와 블로그(blog)를 결합한 단어인 소위 ‘플로그(flog)’가 이슈가 되어 기업들이 곤경에 빠진 일이 있다.
 
지속적인 콘텐츠 발행이 방문자 수 늘리는 지름길
인기 있는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수가 많다. 기업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기업 블로그 운영 컨설팅을 할 때 보면 콘텐츠를 올린 날은 방문자 수가 크게 늘고, 콘텐츠 작성을 하지 않은 날은 방문자 수가 대폭 줄어든다.
 
특히 방문자 수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 블로그는 홈페이지와 달리 갈수록 방문자가 늘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기업 홈페이지는 오픈하고 프로모션을 실시하면 방문자 수가 몰렸다가 시간이 지나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블로그는 초기에는 썰렁해도 꾸준히 콘텐츠를 쌓아 놓으면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안정적으로 블로그 방문자 수를 확보하려면 최소 1개월은 걸릴 것이다. 홈페이지 등 다른 온라인 툴과 비교해 블로그가 초기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기업들은 조바심이 날 수도 있지만, 바로 이것이 블로그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아무 콘텐츠나 모아 놓는 쓰레기통 전략은 금물
콘텐츠 발행 주기와 조회 수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이다 보니 간혹 어떤 기업들은 블로그에 하루 2, 3건, 일주일에 10건 이상의 콘텐츠를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기업의 사업과 관련 있는 콘텐츠는 적은 반면에 대개 기업과 전혀 상관없는 TV 드라마 이야기, 다이어트 팁, 옷 잘 입는 법, 여행 등 인터넷에 떠다니는 온간 콘텐츠를 모아 놓은 게 많다. 기업 블로그에서 연관성도 없는 콘텐츠가 뒤죽박죽 섞여 있으면 다른 콘텐츠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 또 명색이 기업 블로그라고 명시해 놓고 신문기사를 그대로 스크랩해 놓거나 저작권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연예인 사진을 버젓이 걸어 놓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기업 블로그 운영자가 옷 잘 입는 법을 쓰려면 적어도 그 회사의 ‘베스트드레서 직원에게 듣는 팁’ 같은 회사와의 연관성이 있어야 그 기업의 블로그 콘텐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에는 사람냄새가 난다
‘스토리텔링’은 블로고스피어에서 하나의 표준으로 통한다. 화자가 분명한 블로그에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의 주관적 생각과 경험이 중요하다. 예컨대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 가치중립적으로 쓰려면 기능과 가격 등이 중요하겠지만 블로그에서는 잃을 뻔한 카메라를 찾은 이야기, 카메라와 함께한 여행의 추억 등이 콘텐츠가 된다. 이런 콘텐츠는 읽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기업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정황과 스토리가 살아 있을수록, 좀 더 세밀하게 묘사될수록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고 오래 기억된다.
 
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로 관계 맺기
기업들은 참으로 많은 콘텐츠 자산을 갖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라면 인터넷에서 홈페이지 외에도 소비자와 함께 참여하기 위한 프로모션 사이트나 브랜드 사이트 등 많은 것을 이미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또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는가.
 
블로그가 다른 툴들과 가장 다른 점은 블로그는 ‘소통’이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툴이라는 것이다. 기업 블로그에 올라가는 콘텐츠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고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기업들은 글을 읽는 사람이 생각하게 만들고, 이것을 바탕으로 포스트를 써서 트랙백을 날리거나 댓글을 달도록 ‘대화할 수 있는’ 블로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본명 이지선)는 전자신문과 조선일보,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홍보대행사 드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프레인 사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미디어유 대표로 활동 중이다. 커뮤니케이션과 PR 2.0, 와인 등에 관한 블로그 ‘Your Sun’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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