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

뇌를 알면 쇼핑 패턴이 보인다

21호 (2008년 11월 Issue 2)

한때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기계발서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소개돼 있다. 네 살짜리 어린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하나를 주면서 그것을 곧바로 먹지 않고 15분만 참으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다. 어린이 중에는 15분 동안 참았다가 하나를 더 받는 경우도 있었고,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곧바로 먹는 바람에 추가로 더 받지 못한 어린이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한 연구팀이 이 시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을 계속 추적해 본 결과 끝까지 먹지 않고 참았다가 마시멜로 두 개를 얻은 어린이들이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목표를 설정한 뒤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참고 견디는 사람만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커다란 기쁨 주는 ‘쾌락의 중추’
이 이야기를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 우리 뇌에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부위가 있다. 바로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포함돼 있는 ‘쾌락의 중추’다. 뇌 가운데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영역은 자극을 받으면 큰 기쁨을 느낀다. 아이들이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을 때, 어른들이 술이나 담배를 할 때, 마약이나 섹스를 할 때 자극받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 박사는 두 개의 레버가 달린 상자에 쥐를 집어넣는 실험을 했다. 이 상자에 있는 두 개의 레버 중 하나를 누르면 먹을 것(food pallet)이 조금씩 나오고, 다른 레버를 누르면 쾌락의 중추인 복측 선조체에 전류가 흘러 쥐가 쾌락을 느끼게 된다. 이 상자 안에 쥐를 넣어두면 쥐들은 쾌락의 중추를 자극하는 레버를 열심히 누르다가 굶어 죽는다고 스키너는 보고했다.(우리 연구실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쥐들은 영악해서 쾌락의 중추를 자극하는 레버를 열심히 누르다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가끔’ 먹을 것을 나오게 하는 레버를 눌러 아사 직전 상태에서 생존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서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도 바로 이 쾌락의 중추다. 주인공은 리모컨을 누르면 복측 선조체에 미약한 전류가 흘러 쾌락을 느끼게 하는 장치를 자신의 몸에 장착하고 쾌락에 탐닉해 산다. 그러나 쾌락은 늘 더 강한 자극을 부르는 법! 그는 자신의 뇌에 좀 더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하다가 결국 뇌에 큰 손상을 입는다.(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나중에 한 여성과 섹스를 나누는 도중 자신의 ‘쾌락의 중추’에 강한 전류를 흐르게 해 초강력 자극을 받다가 복상사한다)
 
이처럼 ‘쾌락의 중추’는 우리에게 목표와 동기를 갖고 행동하게 만든다. 특정 목표를 성취했을 때 얻는 기쁨은 온전히 이 영역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 영역을 자극받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신경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주장한다.
 
작은 쾌락을 찾는 인지기능
그러나 우리가 늘 쾌락에만 빠져 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은 기쁨을 참고 견디기도 하며, 행동에 앞서 ‘노력에 대비해 얻을 수 있는 쾌락의 정도’를 수학적으로 따지기도 한다. 이런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은 우리 뇌 가운데 이마 바로 뒤에 있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 수행한다. 이 영역은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하며,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역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고등한 의사결정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영역의 기능 가운데 중요한 것이 ‘쾌락의 중추를 억제하는 기능’이다. 우리가 시도 때도 없이 쾌락에 빠지지 않도록 복측 선조체와 측좌핵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전전두엽의 주요 역할이다.
 
이 상호작용을 프로이트식으로 해석하면(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이론’이나 ‘꿈에 대한 해석’은 신경과학자들이 전혀 인정하지 않지만, 뇌회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식적으로 표현하면) 쾌락의 중추가 우리의 ‘이드’(인간 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원시적·본능적 요소. 쾌락을 추구하는 쾌락 원칙에 지배되며,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한다면 전전두엽은 ‘슈퍼에고’(인격의 사회가치·양심·이상의 영역.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봤지만 사실은 의식의 한복판에 있다)에 해당한다. 이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자아(에고)를 형성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이 두 영역의 상호 견제가 균형을 잃었을 때 발생한다.
 
마시멜로이야기의 교훈
이를 바탕으로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마시멜로 이야기’를 해석하면 15분 동안 참았다가 마시멜로 하나를 더 받은 어린이는 쾌락의 중추를 잘 억제하는 전전두엽을 지닌 어린이다. 이 어린이는 마시멜로를 좋아하지만 더 많은 마시멜로를 얻기 위해서는 15분 동안 참아야 한다는 것을 전전두엽이 파악한 뒤 실제로 실천했다. 반면에 참지 못하고 곧바로 마시멜로를 먹은 어린이는 전전두엽이 쾌락의 중추를 억제하지 못하고 결국 쾌락의 중추가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이 이야기는 전전두엽이 발달해 ‘쾌락의 중추’를 잘 억제하는 어린이가 나중에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전전두엽은 수학적인 추론, 논리적인 사고, 깊이 있는 이해력과 비판력을 담당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가 쇼핑할 때 살까말까 고민하는 곳도 바로 이 두 곳이다. 근사한 명품 가방을 봤을 때 여성들의 머릿속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곳도, 멋진 스포츠카를 본 남성들의 뇌에서 요동치는 곳도 바로 쾌락의 중추다. 그러나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고, 자신의 형편과 상황을 고려해 쇼핑을 자제하고 참는 뇌 영역이 바로 전전두엽이다.

실제로 2004년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차종을 파악하기 위해 뇌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독일 울름대의 심리학과와 진단방사선학과 연구팀은 20, 30대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만든 벤츠 스포츠카, 세단, 소형차 사진을 보여 주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뇌 활동 사진을 촬영했다.
 
스포츠카를 본 남성의 뇌는 날뛴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남성들은 자동차를 봤을 때 평소보다 뇌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스포츠카를 봤을 때 사회적 지위나 보상과 관련 있는 뇌 영역이 가장 눈에 띄게 활발히 움직였다. 특히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일에 몰두하는 젊은 남성들이 스포츠카에 ‘미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적 연구가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관점에서 광고와 홍보를 해야 할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뉴로마케팅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브라이언 크너슨 교수는 좀 더 흥미로운 시험을 했다. 그는 젊은 남성 20명을 자신의 실험실에 불러 3만 원을 시험 참가비로 주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초콜릿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 뒤 fMRI 장치 안에 눕게 했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으로 고다이바 초콜릿 사진을 4초 동안 보여 주고, 다음 4초 동안 이 초콜릿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난 뒤 이 제품을 구매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동안 뇌영상 촬영을 한 것이다. 실험실에서 제시한 초콜릿 가격은 실제 가격에 비해 매우 싸게 제시된 금액이어서 시험 참가자들은 초콜릿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크너슨 박사는 초콜릿을 구입하겠다고 버튼을 누른 시험 참가자와 구입하지 않겠다고 버튼을 누른 시험 참가자의 뇌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이들의 뇌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 결과는 ‘사람들의 구매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였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다음 호에 계속)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