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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의 사생활 보호

루 매크리어리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로건 루츠는 가능한 한 정보망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 살면서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다. 기업의 보안 임원들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CSO지(誌) 기고문을 통해 그는 사생활을 “자기 자신을 선택적으로 드러낼 자유”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가 일상적으로 공개하는 사실들을 수집하는 체계를 적극 차단함으로써 사생활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루츠는 2003년 CSO에 “어떤 것을 살 때는 가능한 한 현금을 쓰고 가명을 사용한다. 심지어 마트 회원카드를 다른 사람들과 맞교환해서 사용한다. 내가 지금 몇 달째 사용하는 카드는 2년 전에 숨진 사람의 것이다. 카드를 다시 교환해야 한다는 생각에 슬프기까지 하다. 나는 소멸된 것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출발점은 대부분 개인(보통 살아있는 개인)이다. 우선 사생활은 스스로에 대한 소유권, 즉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부터 취향과 선호도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인생과 관련된 사실에 대한 소유의 한 형태다. 개인의 건강이나 재무 상태와 같은 사안들은 당연히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의 문제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고 통제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첫 번째 의미의 사생활에 해당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구글 검색, e메일 트래픽, 온라인 거래 및 위치 추적 등 기술 발달로 사이버상에서 끊임없이 노출되는 부분이 많아 사생활을 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상황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우리가 현재와 미래에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우리가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무엇을 감내할 것인지, 무엇을 사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시각을 정립할 수 있다.
 
오늘날의 효율적인 데이터 수집과 유포 체계를 보면서 안타까운 질문을 하나 더 제기해 보자. ‘과거에 사생활은 어떤 의미였나.’ 과거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적절한 방식으로 주의 깊게 다룰 것이고, 따라서 자신은 어떤 피해도 보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지녔을지 모른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속도 위반이나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 위반 여부를 온라인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정보 사생활 보호와 정보 이용 사이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법적 조치로는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고객들의 사생활 사이에 만족스럽거나 적절한 균형을 보장하기 어렵다. 기술 발달은 부주의한 적용과 활용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개인의 사생활을 위협할 것이다.
 
기업은 이 문제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사생활이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소평가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엄격한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기업과 고객이 직접 협상을 해 둘 사이의 분명한 경계선을 긋는 것이다.

개똥녀 사건’에 대한 유감
과거 정보는 통제 가능한 소수의 집단 안에서만 다소 비효율적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사생활 보호법 전문가이자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교수인 대니얼 J. 솔로베가 2007년에 발간한 저서 ‘명성의 미래: 소문, 루머, 인터넷상에서의 사생활’은 한국에서 발생한 ‘개똥녀 사건’으로 시작한다.
 
개똥녀 사건은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개가 지하철 안에서 용변을 봤음에도 이를 치우지 않고 모른 척하자 주변 승객들이 이 여성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이 확산되면서 이 여성의 신원이 드러났다. 그녀는 어디를 가나 ‘개똥녀’라는 꼬리표가 달려 비난을 받았다. 솔로베는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이 여성의 사진을 다른 사진과 합성해 우스꽝스러운 포스터를 만들었고, 개똥녀 사건은 순식간에 주류 언론으로 확산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면서 “대대적으로 망신을 당한 이 여성은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기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이 책은 이 사건으로 인해 제기된 법률, 공중예절, 기술적 능력 등의 문제를 시간대별로 나열하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한 행동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 받아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견해도 있다. 솔로베는 개똥녀와 같은 사람의 행동이 직접적인 목격자나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 수 만 명에게 알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생활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터넷은 정말 잔인한 역사가이다. 개똥녀라는 오명을 평생 짊어지고 살고자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생활은 개인의 사적인 삶과 공공장소 사이의 교차점에서 두 번째 의미를 갖는다. 즉 사생활은 모든 문화권에서 개개인의 존엄, 교양,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체적으로 약속된 사회적 계약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은 마을이나 관계가 긴밀한 조직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다른 사람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지만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모르는 척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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