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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을 위한 RevOps(매출운영팀)

매출은 마케팅과 세일즈의 ‘이어달리기’

이혜환 | 393호 (202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매출운영팀(Revenue Operations, RevOps)’은 전통적인 조직에서 매출 창출을 위해 분리한 기능을 하나의 그룹으로 합쳐 최대의 매출을 만들기 위한 시너지를 도모한다. 마케팅, 영업, CS가 핵심이며 재무, 데이터 분석 등의 기능이 더해지기도 한다. RevOps를 구축하기 위해선 부서별로 상이한 KPI 목표를 통일하고 협업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각 부서에 분산돼 있거나 중복됐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툴을 연계해 원활한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플레이북으로 정리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장기적으로 활용가능한 전략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나오겠지만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듯하다.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면 기후변화, 공급망 위기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사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다름 아닌 ‘매출’이다. 경제가 요동치는 지금 수도 없이 많은 기업이 폐업, 파산, 인원 감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벤처 생태계에선 투자 유치와 성장에 가려져 빛바랬던 매출의 중요성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결국 기업의 기초 체력이 되는 것은 매출이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출을 위해 전사적인 구조를 변경하고 필요한 인력을 한데 모아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 내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이름부터 직관적이다. 바로 ‘매출운영팀(Revenue Operations, RevOps)’이다. 매출을 위해 필요한 과업들을 여러 팀에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 팀에 모아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고 궁극적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팀의 수장인 ‘CRO(Chief Revenue Officer)’는 매출에 필요한 모든 일을 책임진다.

가트너는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기업의 75%가 RevOps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RevOps를 통해 분산된 팀의 정보와 의사결정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매출을 위한 선순환 동력, RevOps

매출을 위해 매출을 이름으로 딴 팀을 새로 구성하다니 극도로 살벌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RevOps는 과연 어떤 조직일까. RevOps에 속한 핵심 업무는 마케팅과 영업, CS(Customer Service)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잠재고객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과 그 잠재고객을 실제 매출로 견인해가는 영업,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고 서비스를 더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CS팀이 서로 긴밀히 협력해 고객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여기에 가격 결정을 돕는 재무나 데이터 분석 등의 기능이 함께 붙기도 한다.

RevOps는 매출이 가장 최우선 목표인 만큼 무엇보다도 고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그들을 만족시킬 건지를 기반으로 결국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고객 중심 접근을 통해 ‘최대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고객을 중심으로 성장과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부분에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들어낸 플라이휠(Flywheel) 모델과 일맥상통한다. (그림 1) ‘최저가 제공-고객 경험 향상-트래픽 증가-판매자 유치-상품 구성 확대-비용 구조 최적화’의 선순환을 통해 성장을 이루는 구조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 고객의 충성도를 기반으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마케팅, 이 모든 고객 경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CS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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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ps로 날개 단 실리콘밸리 유니콘

어떤 회사가 RevOps를 구성하고 어떤 효과를 봤을까.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허브스폿(Hubspot)에서 고객사 800곳 이상을 조사한 결과, RevOps를 사용하는 회사의 성장률이 일반적인 회사의 성장률 18.9%보다 23.1%로 약 4%p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영업 생산성이 10~20% 증가하고 영업 기회당 소요 시간 4시간 단축, GTM(Go-To-Market) 비용을 30% 절감하고 수익성을 최대 15%까지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는 자료도 있다. 상장 기업 기준으로는 주식 성과가 71% 더 높다고 하니 가히 현재 가장 핫하고 주목받는 구조가 아닐 수 없다.


1. 재피어(Zapier)

재피어는 웹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해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23년 연간 수익 2억5000만 달러, 기업가치 50억 달러로 평가되는 실리콘밸리 대표 유니콘 스타트업 중 하나이다.

재피어는 고객이 스스로 도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셀프 서브(Self Serve)’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영업을 위한 인력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팀에서는 잠재고객을 최대한 많이 포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영업팀은 마케팅팀이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타깃해 잠재고객을 선별했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

이러한 기능 간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재피어는 RevOps로 조직을 통일하고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업무 프로세스 역시 잠재고객들의 행동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나눠 CS팀이 바로 대응하며 고객의 구매를 이끌 수 있는 고객과 영업팀이 직접 미팅을 진행해야 하는 고객을 구분했다. 그 결과 구매 의사가 높은 잠재고객의 분류율이 3659% 증가했고, 연간반복수익(ARR)을 2000% 개선하는 등 눈이 번쩍 뜨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2. 세일즈포스(Salesforce)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기반 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 서비스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일즈포스는 RevOps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영업과 재무를 한데 묶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잠재고객이 유입된 이후에 견적을 받고 계약까지 마무리하는 전 과정에서 영업팀이 재무팀과 빠르게 협의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영업팀이 고객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가격 협상을 제안하고 특별한 조건 등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잠재고객이 유입됨과 동시에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까지의 기간도 줄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별 세부 조건을 문서화해 재무팀과 연계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전환될 수 있었다. 또한 RevOps 도입 이후 앞서 설명한 프로세스의 90%가 자동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회계 ERP 시스템에만 있던 데이터들을 실제 CRM과 연결시켜 고객을 관리하고 유지는 과정도 더욱 원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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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ps 구축 가이드


이처럼 RevOps에서는 마케팅, 영업, CS가 한 팀이 돼 움직인다. 마케팅을 통해 포착된 잠재고객을 영업에서 고객으로 전환한다. 이후 CS는 고객이 유지될 수 있게 하며 고객과의 소통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 기반으로 더 정교한 타깃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고객이 오래 사용하고, 어떤 고객들은 왜 빨리 이탈하는지 등의 정보를 가공해 마케팅과 영업에 전달해 더 나은 다음 사이클을 돌 수 있도록 돕는다. 앞선 과정을 반복하면 정제된 잠재고객이 유입되고 다시 한번 영업에서 이어받아 거래 성사율을 올리며 CS는 더욱 오랜 기간 고객을 제품과 서비스에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고객이 유입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하나로 합친 만큼 기존 조직에서 파편화됐던 프로세스와 툴을 통합해 공통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목표 통일

부서별로 나뉘어져 있는 KPI 목표를 공통의 목표로 통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팀들이 협력하고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공유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정의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팀은 가격을 중요하게 여기며 ‘더 저렴한 가격이란 키워드에 반응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영업에선 ‘좀 비싸더라도 업무 효율화가 잘되는 것을 바라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어떨까. 마케팅에서 전달한 잠재고객 리스트를 받은 영업 담당자는 돈 되는 고객이 없다며 한숨을 푹 쉴 것이다. 기능 간에 긴밀한 합의를 통해 공통된 고객을 정의해야 한다.

그에 따라 조직이 설정한 매출이라는 핵심 목표에 따라 KPI를 유기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목표가 매출 전년도 대비 30% 상승이라면 마케팅에선 ‘구매 의사가 높은 잠재고객 10명’, 영업에선 ‘딜 리드타임 30% 감소’, CS에선 ‘신규 고객 서비스 유지율 70%’와 같이 연결된 하나의 목표 아래 각자의 KPI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2. 협업 체계 확립

팀이 더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정된 목표에 따라 각 기능이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을 것인지를 정한다. 이를테면 마케팅에선 ‘더 많은 잠재고객 확보’보단 ‘더 정확한 잠재고객 확보’를 영업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하고 영업팀에선 ‘더 많은 미팅’이 아닌 ‘더 짧은 리드타임’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는 각 부서들이 지금까지 각자가 가지고 있던 목표와 지표를 ‘매출’과 ‘협업’이라는 기준 아래서 다시 한번 설정하면서 업무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케팅은 더 나은 영업 성과를 위해 일하고, 영업은 더 오랫동안 만족하며 유지하는 고객을 위해 일하고, CS는 고객을 더 오래 유지하고 분석하며 돕는 등 각 기능이 다른 기능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이다.

3. 데이터 통합

각 기능에서 수집하고 관리한 데이터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목표 관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따로 운영되던 업무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일원화해 모두가 같은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성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고객의 연락처나 가입 정보, 사용 기간, 유입 경로 등 각자가 따로 관리해 중복되거나 파편화돼 있는 정보들을 한데 모아 모두가 같은 정보와 같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함께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협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4. 프로세스 구축

보통 마케팅, 영업, CS는 각 기능에 최적화된 프로세스에 따라 필요한 툴을 사용하게 된다. RevOps에서는 이런 프로세스와 툴 간의 긴밀한 연결이 중요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한 구글 애드, CRM을 위한 세일즈포스, 원활한 고객 서비스를 돕는 젠데스크 등의 툴을 연계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화 및 효율화는 각각의 단계에 필요한 정보를 연계해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만 고민하면 된다. 예를 들면 구글 애널리틱스에서 확인한 고객 혹은 앰플리튜드(Amplitude)와 같이 고객의 웹사이트 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통해 특정된 고객이 세일즈포스와 같이 영업 담당자들이 사용하는 툴에 ‘영업 담당자와 미팅’을 신청했다면 이 사람이 어느 페이지를 봤고, 어느 광고를 보고 유입됐는지 등의 정보를 영업에 전달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더 자세히 고객을 이해한 영업 담당자는 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CS 담당자에게 턴을 넘긴다. 이 고객이 어떤 기능에 관심이 있고, 그 조직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정보를 파악하게 된다.

5. 플레이북 개발

앞서 설정한 목표부터 협업 체계, 프로세스를 공인화된 플레이북에 정리해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evOps를 통한 GTM 전략이 단발적인 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가 진행하더라도 반복적으로 활용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완벽한 플레이북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는 없다. 완성본을 만들어도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앞의 단계에서 설정하고 구축한 모든 것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며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플레이북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업무 흐름도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알게 되고 구매하고 사용하는 전체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업무로 이어져야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매출을 위한 이어달리기

RevOp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이다. 마케팅과 영업은 앙숙으로 자주 표현된다. 마케터들은 열심히 마케팅을 효율화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잠재고객을 발굴해도 매출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영업 팀의 무능력을 이야기한다. 영업 담당자들은 돈은 많이 쓰면서 구매 의사 정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잠재고객 머릿수만 늘리며 매출에 연관된 일을 하지 못하는 마케터들의 비효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RevOps에서는 이 둘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들에게 꼭 필요한 고객 만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CS까지 함께한다. 이 셋의 목표를 ‘매출’로 통합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이어달리기와 비슷하다.

마케팅에서는 이어 달릴 영업 담당자가 더 정확하게 목표까지 가져갈 수 있는, 우리 손에 딱 맞는 바통을 골라 손 위에 얹어주고, 영업 담당자는 마케팅에서 받은 바통을 꼭 쥐고 목표까지 달려가야 한다. CS는 우리 고객들이 어떤 기업인지,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지, 어떤 때에 이탈하는지 등의 자세한 고객 기반 정보를 가지고 마케팅과 영업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전략을 수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세 팀이 매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협력해야 목표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조직 구조일지는 몰라도 사실 그 개념이 새롭지는 않다. 이미 대부분의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기능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단순한 문제일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잘났고, 누가 더 필요하고, 누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 다투는 논쟁이 아니다. 서로 부족한 것은 채우고 필요한 것은 나누며 작게는 매출, 더 나아가 생존을 달성하는 것이다.
  • 이혜환 | 이혜환 메텔 COO

    필자는 5인 미만의 소규모 팀부터 350명에 달하는 대형 조직까지 다양한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에서 서비스 운영과 제품 PO를 맡아왔다. 서강대 MBA를 졸업하고 국내 유일의 글로벌 B2B 마케팅 컨설팅 기업인 메텔에서 운영총책임(COO) 및 국내 링크트인 커뮤니티 운영,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링크트인(www.linkedin.com/in/hyehwanlee)에서 다른 글을 확인할 수 있다.
    yvonne@maetel.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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