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로 유명인과의 일대일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는 UI를 통해 사적으로 소통한다는 느낌만을 제공할 뿐이다. 유명인이나 신, 성인 행세를 하는 AI 챗봇도 등장했다. 이는 사용자에게 감정적으로 교류한다는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거짓 정보를 남발하고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선망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롤모델이든 아이돌이든 좋다. 손흥민 선수는 자신에게 단 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호날두를 꼽았고, 윤여정 배우는 많은 영화인의 워너비 롤모델로 꼽힌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 식사 자리는 2022년 경매에서 역대 최고액인 246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는데 선망하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혜와 에너지를 얻는 것에 대한 대가이다. 나에게도 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글과 영상 등으로만 접했던 스티브 잡스나 돈 노먼 등에게 남모를 속 깊은 고민을 나누고 그들의 조언을 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연예인과 1대1로 소통하다
TV나 SNS 속 연예인들은 멀게만 느껴지는 대상이다. 팬레터나 DM을 보내도 답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에겐 수천, 수만 명의 팬이 보내는 성원과 메시지가 있을 테니 개인적인 소통은 꿈도 못 꾸는 것이다. 그런 연예인과 1대1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연예인과 채팅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곳은 실제 연예인과 대화할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인 만큼 팬 입장에서는 이 채팅 공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연예인은 팬의 이름을 불러주며 안부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공개되지 않은 일상의 영상이나 사진, 간단한 메시지 등을 건넨다.
연예인과 팬 간의 1대1 채팅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는 ‘버블(Bubble)’은 2023년 기준 23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고 매 분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예인 외에도 글로벌 유명인, 스포츠 스타, 유튜버, 가상 캐릭터까지 범위를 확장 중이어서 온라인 속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의아하지 않은가. 아니, 연예인이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수천, 수만 명이 될지 모르는 팬들과 1대1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원리는 간단하다. 실제로는 단체 채팅방이지만 팬들 각자에게는 개인 채팅방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연예인이 뭔가 말을 던지면 팬들은 그에 대한 반응을 남긴다. 그럼 연예인은 여러 팬에게 오는 반응을 보고, 그다음 이야기를 건네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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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ryun@hongik.ac.kr
홍익대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시각디자인 학사를, 카네기멜론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석사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UX 디자인 리서처로 근무했다. 주 연구 분야는 사용자 경험(UX), 인터랙션 디자인(HCI),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등이며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용자를 유인하고 현혹하는 UX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 트랩』 『디자인 딜레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