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서 한때는 잘나가던 제품이 사라지는 경우는 흔하게 발견된다. 재봉틀 시장 역시 축소 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 침체기에도 히트 상품을 내놓는 기업은 성장기에 히트 상품을 내놓는 기업보다 더 많은 전략적 시사점을 전한다. 일본의 재봉틀 회사인 ‘악스 야마자키’가 바로 그런 사례다. 이 회사의 수장은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으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해묵은 고정관념을 깨고, 제품을 사지 않는 각종 불만과 변명거리를 제거하고, 뾰족하게 타깃을 선정해 적중률을 높였다. 그리고 고객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제품, 굳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 제품을 사게 만들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는 잘나가던 제품이 사라지는 경우도 흔하다. 경제 성장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 일본에는 집마다 재봉틀이 한 대씩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봉틀이 있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재봉틀 만드는 회사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재봉틀 시장은 축소 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히트 상품을 연발하는 재봉틀 회사가 있다. 오사카에 위치한 재봉틀 제조사 ‘악스 야마자키(AXE YAMAZAKI)’다. 이 회사의 스토리를 보면 수요가 침체된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품 개발의 힌트를 엿볼 수 있다.
팔리지 않는 재봉틀
일본 국내 가정용 재봉틀의 생산량은 1995년부터 2019년까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현재 연간 약 50만 대에 그치고 있다. 악스 야마자키는 1946년 설립된 종업원 18명의 재봉틀 제조 업체다. 1990년대까지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매출을 늘려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OEM 주문 업체가 문을 닫는 등 재봉틀 시장 자체가 하향세를 보이자 악스 야마자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창업주의 아들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야마자키는 다른 기업에 취직해서 일하다가 아버지의 부탁으로 2005년 악스 야마자키에 합류했다. 야마자키 대표가 입사할 당시 회사가 ‘벼랑 끝에 서 있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경영 실적은 악화된 상황이었다.
정희선hsjung3000@gmail.com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