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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위험 대처 방안

재무위험은 관리된다, 원칙만 지키면…

이한득 | 19호 (2008년 10월 Issue 2)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위험관리에 얼마나 취약한지 명확히 드러났다. 원화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기업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일부 기업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기까지 했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KIKO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기업들은 여러 종류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당분간 상대적으로 재무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가장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위기에 따라 기업을 둘러싼 금융환경 변화가 상당히 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기업이 직면하는 금리나 환율 변동 위험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대외의존도가 높고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낮다. 따라서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사업구조와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무위험 관리 역량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국내 기업 재무 건전성 취약
국내 기업들에 재무위험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재무건전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음에도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은 취약해졌다. 특히 올해 들어 경기가 둔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영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투자활동에 지출되는 현금흐름에 미치지 못하면 현금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국내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 비중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아직도 30% 정도는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 세계 40개국 상장기업의 2007 회계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비율은 98.1%로 전 세계 평균 103.4%에 비해 소폭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67.4%로 다섯 번째로 높았다. 국내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차입금 구조는 일시적인 자금상환 압력에 취약하다는 말이다. 이자보상배율 역시 4.2배를 기록해 전 세계 기업 평균인 6.3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수익성에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분석 대상 40개국 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수익성이 낮아 부채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취약하고,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이나 이자 지급 능력 역시 낮다.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된다면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 둔화와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영업위험은 기업이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금리나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위험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업이 일정 수준까지 관리할 수 있다. 당분간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금융위험도 확대될 것이다. 이런 외부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재무위험을 관리해 회사의 전반적인 위험을 낮춰야 한다.
 
재무위험 관리 절차
기업의 재무위험 관리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무위험 관리 절차는 일반적 위험관리 절차와 다르지 않다. 먼저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재무위험의 종류를 파악하고(재무위험의 식별), 재무위험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의 정도를 측정한다(재무위험의 평가). 또 재무위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재무위험을 결정한다(관리 대상 재무위험의 선정). 이어 기업의 위험 흡수 능력을 평가해 부담할 수 있는 재무위험의 수준을 결정한다(위험 허용 수준의 결정). 이후 재무위험 관리를 위한 기업 내부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 절차를 수립한다(위험관리 체계 수립). 마지막으로 수립된 위험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사업 내부에 정착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한다(위험관리 모니터링).
 
재무위험 관리 과정은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기업 내부에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 또 위험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재무위험을 추적하고 평가해야 한다.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무위험이라고 판단되면 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험관리가 전사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위험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기업 내부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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