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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증류식 소주 시장 트렌드 바꾼 ‘원소주’

‘박재범 셀럽 효과’ 넘어선 진정성
즐기는 음주 문화 스토리텔링 통했다

조지윤,장재웅 | 357호 (2022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가수 박재범이 직접 만든 ‘원소주’는 진정성을 앞세운 셀럽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인지도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오랜 기간 기획과 제품 제작에 공을 들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 원소주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원소주는 제품의 맛 외에도 네이밍, 디자인 등에서 기존 소주와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 Z세대 소비자들에게 ‘소주도 힙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또한 국산 쌀을 원재료로 쓰며 전통주 면허를 취득해 론칭 초기부터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었다. 온라인 판매는 제품을 설명해 줄 콘텐츠를 같이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초기, 원소주를 제대로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원소주 제조 방식으로 옹기 숙성을 선택한 것은 향후 글로벌 시장 론칭을 대비해 원소주에 한국 전통의 색깔과 스토리를 입히기 위함이다.



‘어른들의 포켓몬빵.’

올해 2월 출시돼 현재까지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원소주(WONSOJU)’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수 박재범이 설립한 주류 스타트업 원스피리츠가 출시한 ‘원소주’는 박재범이라는 셀럽의 영향력에 홈술과 가심비 선호라는 트렌드가 합쳐지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소주는 출시 이후 하루 판매 수량인 2000병을 온라인 자사 몰에서 판매했는데 연일 1분 만에 완판시키며 증류식 소주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원소주 외에 후속작인 ‘원소주 스피릿’과 ‘원소주 클래식’을 연달아 출시하며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원소주 론칭 초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원소주의 성공을 일시적인 ‘셀럽 마케팅’ 효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박재범이라는 가수가 가진 힙한 이미지에 소비자들이 잠시 반응했을 뿐 인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소주는 국내 소주 시장의 절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희석식 소주가 아닌 낯선 증류식 소주고 가격 역시 1만4900원(용량 375㎖, 알코올 도수 22도)으로 초록색 병에 담긴 기존 소주(대형마트 기준)보다 10배는 비쌌기 때문이다. 또 하루 판매량 제한을 두고 있어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원소주는 이런 예상을 깨고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성수, 부산 등 네 차례의 오프라인 팝업에서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하는 등 완판 행진을 이어간 데 이어 2022년 7월에는 편의점 GS25와 손잡고 GS25에 단독 판매하는 오프라인 전용 상품 ‘원소주 스피릿’을 내놓으며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성공했다. 9월에는 기존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28도)를 높이고 소비자 가격(2만1900원)도 올린 ‘원소주 클래식’을 출시했다. 특히 GS25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원소주 스피릿 출시는 원소주의 인기에 불을 붙였다. ‘원소주 스피릿’은 가격을 2000원 낮추면서 숙성 과정을 줄여 원소주 오리지널보다 생산량을 늘렸다. 하지만 GS25에 들어오는 물량이 하루 두세 병밖에 안 되다 보니 편의점 주 소비층인 2030세대는 GS25를 찾아다니며 원소주 득템(특정 아이템 구매 성공)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원소주 스피릿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렇게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겨우 제품을 손에 넣는 모습을 보고 어린이들이 포켓몬빵을 구하러 온갖 매장을 찾아다니는 것에 빗대 ‘어른들의 포켓몬빵’이라는 별명도 붙게 됐다.

원소주 시리즈의 인기 속에 원스피리츠는 9월, 출고가 기준 전체 매출액이 200억 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소주뿐 아니라 굿즈가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병까지 중고 거래될 정도로 원소주에 대한 Z세대 소비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특히 원소주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증류식 소주를 대세 반열에 올려놓으며 주류 시장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 박 대표와 함께 원소주를 초기부터 기획•제작한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를 만나 흥행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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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이 제작한 국내 최초 주류 브랜드

It’s the end of the day
all my bills paid so
we bout to get lit off the soju.

가수이자 원스피리츠의 대표이기도 한 박재범이 2018년 미국에서 발매한 싱글 ‘SOJU’ 가사의 일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소주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하며 시간이 갈수록 소주의 매력에 빠졌다. 하루의 끝자락에 소주 한잔 털어 넣으며 오늘을 잊고 내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술이자, 주연은 아니지만 항상 친구 같은 소박함이 있다는 게 박 대표가 소주로부터 느낀 매력이었다. 실제 박 대표는 소주에 대한 애정을 담아 곡을 발매하기도 하고, 이 곡을 홍보하면서 해외 라디오 호스트나 기자들에게 병이 녹색인 시판 소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이 선물을 받은 외국인들이 박 대표에게 “이 소주 브랜드를 직접 만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때부터 박 대표는 직접 소주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이후 박 대표는 꾸준히 소주 브랜드 론칭을 고민한다. 하지만 실제 꿈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주류 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없고 실제 술을 만들 기술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소주 브랜드 개발을 위해 함께 일할 적임자를 찾던 박 대표에게 2020년, 지인이 김희준 CCO (Chief Contents Officer)를 소개해 준다. 김 CCO는 홈쇼핑 쇼호스트, 브랜드 매니저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직접 프랜차이즈 창업도 한 이력이 있었다. 박 대표를 만날 당시에는 ‘술플루언서(술+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주류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는 동시에 증류주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특히 언젠가는 자신만의 술을 만들고픈 꿈이 있다는 점이 박 대표와 잘 맞았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던 둘은 쉽게 의기투합했고 이후 둘은 박 대표가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면 프로젝트의 전권을 받은 김 CCO가 PM이 돼 일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일을 시작했다.

증류식 소주로 소주에 대한 상식에 도전하다

박 대표가 처음 소주 브랜드 론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8년경이다. 그러나 원소주는 2022년 2월에야 세상에 나왔다. 제품을 출시하는 데 거의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박 대표는 원소주의 종류나 콘셉트, 유통 방법 등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시기 역시 김 CCO를 만난 이후다. 두 사람이 만났을 당시 소주 사업에 대해 정해진 것은 이름 정도뿐이었다. ‘원(Won)’이라는 이름은 박 대표가 처음 소주 브랜드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정해놓았던 이름이었다. 원이라는 단어가 외국인이 발음하기 좋으면서, 하나라는 ‘원(ONE)’, 승리의 ‘원(WON)’, 소망의 ‘원(Want)’ 등 영어와 한국어 양쪽에서 여러 뜻을 중의적으로 나타내기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모습은 김 CCO가 그렸다. 김 CCO 역시 박 대표처럼 증류주에 관심이 많았기에 원소주도 자연스레 증류식 소주로 방향성이 정해졌다. 왜 증류주였을까? 김 CCO는 주류 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던 2019년, 페르노리카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 초청으로 영국 스코틀랜드 양조장과 증류소를 투어하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자신들의 위스키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오랜 기간 술에 얽힌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왜 한국에는 외국에 자랑할 만한 술이 없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이 생각이 초록색 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가 아닌 개성과 스토리가 담긴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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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증류식 소주가 과연 사업성이 있는지였다. 증류식 소주는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섬세한 양조 기술이 필요해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다. 장기간 숙성을 해야 해 생산 단가가 올라가다 보니 가격도 비쌌다. (DBR minibox Ⅰ ‘증류식 소주란’ 참고.) 또한 증류식 소주는 시장 자체도 작았다.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20년 440억 원, 지난해 650억 원 수준으로 전체 3조 원에 달하는 전체 소주 시장의 1%가 조금 넘었다. 당시 알코올 시장이 전체적으로 ‘저도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점도 증류식 소주를 목표로 하는 원소주에는 부담이었다. 증류식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는 고도주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주로 대기업들이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희석식 소주는 갈수록 도수가 낮아지는 추세였다. 그럼에도 둘은 외국에 내세울 수 있는 소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증류식 소주가 답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김 CCO는 “희석식 소주에는 감미료가 들어가는데 많은 국내 소비자가 이 맛에 익숙해져 도수가 높아지면 술이 ‘독하다’고 표현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도수가 올라갈수록 술 본연의 맛과 향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BR mini box I

증류식 소주란

증류식 소주는 한국의 전통 증류주이다. 쌀, 보리 등 곡물을 발효해 만든 밑술을 정제해 맑은 술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효모가 생성하는 향 성분이 살아 있어 원료의 풍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섬세한 양조 기술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고 대량 생산이 어렵다. 무색•무취•무미한 주정에 감미료를 더해 만드는 희석식 소주와는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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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 방식에 따라서 증류식 소주는 감압식과 상압식으로 나뉜다. 감압식은 술을 끓이는 증류기 압력을 대기압보다 낮게 하는 양조 방법이다. 알코올이 낮은 온도(30∼50도)에서 끓어오르는 만큼 이취(탄내, 화근내)가 덜 들어간다. 술에 누룩 향이 강하게 배지 않아 비교적 깔끔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술이 나온다.

상압식은 대기의 압력과 동일한 압력 상태에서 증류하는 것이다. 대부분 섭씨 80∼95도 이상에서 증류해 고비점 성분(높은 온도에서 생기는 미량 물질)의 함량이 높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향과 풍미가 깊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전통’을 입혀 스토리를 만들다

제품의 이름과 주종이 정해졌지만 이후로도 원소주가 탄생하기까지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맛을 낼지를 결정해야 했다. 원소주에 어울리는 맛을 찾기 위해 김 CCO는 전국을 돌며 전통주들을 시음하고 다녔다. 한 주류박람회에 가서는 1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200여 종이 넘는 전통주를 시음하느라 취해버리는 일도 있었다. 박 대표 역시 1년 반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김 CCO를 만나 회의를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술을 만들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했다. 김 CCO는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전통 소주를 만드는 ‘소주 장인’을 찾았다. 하지만 이름도 없는 신생 업체를 만나주는 양조장은 많지 않았다. 특히 김 CCO는 처음에는 가수 박재범이 대표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양조장을 돌아다녔다. 혹시나 박 대표의 유명세를 이용하려고 드는 업체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문전박대는 부지기수고 ‘절대 안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박 대표가 기획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김 CCO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한 곳들만 후보에 남았다. 충청북도 충주의 ‘고헌정’과 강원도 원주의 ‘모월’이었다.

충청북도 충주의 ‘고헌정’은 감압 증류 방식으로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다. 고헌정과 손잡은 이유는 공장장의 양조 철학에서 여과에 대한 진정성을 느껴서다. 테네시 위스키가 버번위스키와 구분되는 까닭은 ‘링컨 카운티’라고 불리는 단풍나무 숯에 여과하는 작업이 추가돼서다. 여과 방식에 따라 술맛은 확연히 달라지는데 고헌정은 특유의 냉동 여과 방식을 채택해 보다 부드러운 맛을 구현한다. 모월의 경우 원소주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강원도 원주 쌀 생산지에 가깝고 한국식품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효모균주 8종 중 ‘No.5 효모’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No.5 효모’가 다른 효모들보다 발효 속도가 뛰어나 빠른 생산이 가능하고 원소주가 추구하는 맛과 향에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

원스피리츠는 이렇게 빚은 술을 충북 충주에 위치한 ‘담을 술공방’이 제작한 옹기에 담아 2주간 숙성시켰다. 옹기에 숙성하면 술에 부드러움과 약간의 단맛이 더해진다. 또한 옹기 숙성이라는 스토리는 향후 해외 진출 시 국내 소주의 특색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옹기 숙성을 거치게 되면서 문제도 생겼다. 한 달에 생산 가능한 옹기(20L 기준)가 100여 개도 채 안 되기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생산량이 한정돼 있다는 것은 오히려 원소주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원소주를 사기 위해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지어 대기하는 행위)’을 하거나 가격을 높여 리셀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김 CCO는 “오크 숙성을 하는 위스키처럼 원소주도 옹기 숙성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이자 콘텐츠로 작용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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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힙함의 조화에서 찾은
소주 같지 않은 소주의 길

술을 만들 곳이 정해지면서 원소주의 브랜딩도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원소주를 론칭하면서 원스피리츠가 생각했던 콘셉트는 “소주이면서 소주답지 않은 소주”였다. 이를 위해 제품 디자인, 라벨 재질, 금형, 뚜껑 스타일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획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원스피리츠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전통과 힙함의 조화’다.

실제 원소주는 소주임에도 소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초록색 병을 쓰지 않고 흰색 병을 사용한다. 재료도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에는 쌀과 물 이외에도 부재료를 사용한다. 단맛을 내기 위한 스테비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원소주는 쌀과 물로만 만든다. 특히 원소주는 강원도 원주산 쌀을 사용해 100% 전통 소주 제조 방식으로 술을 빚는다. 여기에 옹기 숙성 과정을 거친다. 전통 방식을 차용한 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국’을 내세우기 위한 포인트가 된다.

라벨 또한 기존 소주들이 종이 라벨을 사용하는 것과 다르게 천 재질을 사용한다. 이런 점이 원소주를 다른 소주들과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보이게 만든다. 특히 라벨 디자인은 얼핏 보기에는 하나의 ‘아트워크(Art work)’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안에 전통과 힙함이 교묘하게 잘 접목돼 있다. 라벨 가장 중심에는 물방울이 떨어지며 파장을 일으키고 원소주를 상징하는 W를 그 뒤에 배치했다. 이를 둘러싼 그래픽은 태극기의 건곤감리 문양이다. 건곤감리 주변에는 태극 문양, 화폐 단위 원, AOMG 로고에 들어가는 지구 모양, 알파벳 W가 둘러싸고 있다. 대부분의 소주는 한국인을 타깃으로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원소주는 과감하게 한국적인 디자인을 썼다. 김 CCO는 “원소주 라벨만의 촉감이 있고 뜯어서 스티커처럼 쉽게 다른 곳에 붙일 수 있다는 점이 천 라벨의 강점”이라며 “실제 소비자들이 원소주 라벨을 노트북 등 여기저기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전략이 적중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유행한 혼술과 가심비 소비 트렌드

원스피리츠는 2022년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며 본격적으로 원소주를 세상에 선보인다. 박 대표가 처음 소주 브랜드 론칭 의사를 밝힌 지 4년 만의 일이다. 오랜 기간 원소주를 기다린 소비자들은 오픈 전날 오후 10시부터 줄을 서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병당 1만4900원이라는 가격에도 매일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인파가 너무 몰려 1인당 12병이었던 구매 한도를 4병으로 줄일 정도였다. 미리 준비해둔 초기 생산 물량 2만 병이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온라인 몰에서도 연일 1일 2000병 한정 물량이 완판을 기록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판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지난 4월 홈페이지 시스템 오류로 구매 제한이 풀리면서 26분 동안 6만3915병이 결제된 것이다. 이에 원스피리츠는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한 달 동안 주문받은 물량을 순차적으로 생산해 배송했다. 특히 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약 4개월간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주문 시스템 자동화와 드로우 판매 방식(추첨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추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후 지난 9월, 온라인 판매를 재개했다.

원스피리츠는 원소주 오리지널의 인기에 힘입어 라인업을 확대했다. 지난 7월 편의점 GS25에 단독 판매하는 오프라인 전용 상품 원소주 스피릿을 내놓았다. 옹기 숙성을 생략한 대신 도수를 2도 높이고 생산량을 늘렸다. 원소주로 인해 증류식 소주에 익숙해졌다고 보고 도수를 더 높여도 좋다고 판단한 것. 맵고 짠맛이 강한 한식과 더 어우러진다고도 분석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원소주 스피릿의 누적 판매량은 200만 병(10월11일 기준)을 돌파했다.

2달 뒤에는 앞선 두 제품과 달리 상압 증류 방식으로 제조한 ‘원소주 클래식’을 출시하고 NC소프트와 협업해 ‘리니지W 에디션’으로 첫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클래식은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온라인에서만 1일 1400병 선착순으로 판매된다. 알코올 도수는 28도로 도수가 가장 높은데 누룩향이 강해 기름진 고기 종류와 페어링이 좋다고 한다. 김 CCO에 따르면 일명 ‘술꾼’들 사이에서는 클래식이 가장 맛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클래식 역시 연일 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원소주의 인기에는 혼술 문화와 가심비 소비 트렌드의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적 모임이 제한되면서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여럿이 모여서 취하려고 마시는 음주 대신 혼자 집에서 즐기면서 마시는 음주가 각광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희석식 소주와 맥주의 소비가 줄고 대신 와인, 위스키 등 고급술의 인기가 높아졌다. 도수는 높지만 깔끔한 맛이 나고 음식과 잘 어울리는 증류식 소주 역시 이런 트렌드에 편승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1651㎘(킬로리터)였던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019년 1714㎘, 2020년에는 1929㎘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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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 열풍의 원인

초반 원소주의 인기를 반짝 열풍 정도로 인식하던 주류 업계는 최근 원소주 따라잡기에 한창이다. 특히 그동안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증류식 소주 시장을 등한시하던 국내 업체들은 앞다퉈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출시하며 원소주가 쏟아올린 증류식 소주 인기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소주 열풍이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까지 전통주 업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Z세대 소비자들이 원소주를 마셔보기 위해 줄을 서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점이다. 실제 GS25에 따르면 원소주 스피릿을 구매한 고객의 주요 연령대는 30대 37.4%, 20대 33.1% 등으로 2030 세대 비중이 70.5%를 차지한다.

1. 셀럽 마케팅과 진정성

원소주의 흥행을 놓고 창립자 박 대표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소주 사업을 결정한 지난 2018년 이래 꾸준히 관련 소식을 노출해 왔다. 2019년 월드투어를 돌 때도 소주 브랜드를 출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듬해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래퍼 릴보이와 함께한 곡 ‘ON AIR’에도 ‘원소주 내년 출시 예정 pour up’이라는 가사를 넣었다. 이외에도 각종 방송에서 소주 사업의 청사진과 함께 미리 정해놓은 ‘원소주’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언급하고는 했다. 출시 전부터 원소주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며 스토리텔링 마케팅 조건을 충족시켰다. 스토리에 열광하는 MZ세대를 겨냥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한 것이다.

박 대표가 소주 사업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지면서 기대감도 점차 고조됐다. 대중들은 힙합 아이콘인 ‘박재범’이 AOMG와 하이어뮤직 대표직을 내려놓고까지 시작한 소주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서 연예인이 주류 브랜드를 만든 것은 박 대표가 최초이기도 했다. 특히 박 대표의 팬덤은 화력(팬덤의 힘)이 좋기로 유명하다. 팬덤 내에서 그가 즐겨 입거나 사용하는 귤, 제습기, 때장갑 등 각종 물건을 공동 구매하는 바람에 생산 물량이 3차까지 이르고 이마저 완판시킬 정도이다. 박 대표가 한 방송에서 신고 나온 곰돌이 양말을 사기 위해 생산 공장에 전화해 단종된 모델을 재생산하기도 했다. 구매력이 높은 팬덤인 만큼 스타가 직접 만든 브랜드 제품에도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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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는 실제로 ‘박재범 소주’라고 불리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 대표가 쌓아온 힙한 이미지는 원소주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제품이 실제로 출시된 이후 사이먼 도미닉, 로꼬 등 유명 래퍼들이 팝업스토어에 참석해 원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 셀럽들의 높은 인지도가 곧 홍보 효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셀럽 마케팅만으로는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할리우드 스타 세라 제시카 파커가 지난 2007년 설립한 패션 브랜드 비튼(Bitten)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파산했다. 개그맨 신동엽이 2008년 론칭한 신발 브랜드 ‘아이젝스’도 3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호기심과 팬심으로 제품을 일회성으로 구매할 수는 있어도 브랜드가 유지되려면 재구매를 이끄는 다른 요인이 필요하다.

원소주는 그 해답을 소주에 대한 ‘진정성’에서 찾았다. 소주 애호가 박재범 대표가 오랜 기간 보여준 소주에 대한 진심이 자연스럽게 원소주의 서사가 됐다. 또한 원소주의 브랜딩 과정에서 다양한 전통적 요소가 제품에 입혀지면서 이러한 제작의 진정성 역시 하나의 서사가 됐기에 팬뿐만 아니라 대중도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자발적 공유 이끄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

경험 소비의 시대가 되면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뜻)’한가가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이 됐다. 원소주는 희소성이 있다는 점부터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까지 SNS에 공유하기 좋은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먼저, 원소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되는 만큼 생산성이 낮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모자라다. 오리지널과 클래식은 각각 1일 2000병, 1400병만 판매되고 온라인에서도 수초 컷에 매진될 정도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가 오픈 시간(11시)에 맞춰 모니터 앞에서 대기하는 진풍경도 빚어냈다. 옹기 숙성을 생략한 스피릿은 2022년 10월 기준 월 100만 병까지 생산 가능하지만 전국의 GS25에 매주 화•목•토요일 지점별로 4병씩만 입고된다. 스피릿을 찾아 편의점 투어를 다닌 이들도 있었다. 김 CCO는 희소성 마케팅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며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확장하는 중이라고 전한다. 의도와는 무관하게 구하기 어려운 ‘귀한 몸’이 된 원소주는 소장과 인증 욕구를 자극한다.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원소주 공병이 4000∼80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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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병이 만연한 소주 시장에 검은색과 흰색만으로 구성된 디자인도 한몫한다. 소주 제조업체들은 2009년, 360㎖짜리 녹색 유리병으로 용기를 통일해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재활용 활성화와 원가 절감을 위해서다. 그런데 2019년 하이트진로가 연하늘색 병의 ‘진로이즈백’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여타 소주와 차별화한 것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순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원소주 역시 세련된 디자인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보통 소주 라벨은 종이를 사용하고 제품명을 크게 강조한다. 오리지널은 천으로 라벨을 제작해 질감을 살려 전통적인 느낌을 낸다. 동시에 긁으면 스크래치가 자연스레 생겨서 전통술에 어울리는 빈티지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제품명보다 일러스트를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태극 문양, 화폐 단위 원 등 한국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오직 흑과 백만 사용한 디자인이 세련되게 보이면서도 해외에서는 충분히 전통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위스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지만 ‘캡’을 고수한 것도 특징이다. 김 CCO는 “코르크로 할까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소주는 돌려 따는 맛이지 않냐”면서 “원재료와 제조 방식에서 충분히 전통을 이어갔기에 디자인과 마케팅은 힙하게 접근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캡에도 사괘와 함께 원소주를 상징하는 W 그래픽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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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에 몰린 고객이 자발적으로 SNS에 올리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전개하기도 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연 첫 번째 매장에는 포토 부스를 설치했다. MZ세대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네컷 사진’을 자유롭게 찍고 공유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두 번째 매장은 신사동 나이스웨더에서 열었는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디제이 부스를 운영했다. 단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이미지를 매장에 방문한 이들이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데다가 오픈런을 할 만큼 매장 방문 자체가 힘들다 보니 인증샷을 찍을 유인이 높았다. 원소주는 가격대가 높은 만큼 당초 30대를 타깃으로 했는데 오히려 Z세대 고객이 몰린 까닭이다.

3. 유통 채널 다각화

원스피리츠는 원소주 론칭을 준비하면서 지역 특산주 면허를 취득했다. 지역 특산주 면허가 있으면 전통주로 분류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술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크게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 명인이 제조한 ‘민속주’와 농업경영체•생산자단체가 그 일대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지역 특산주’로 분류된다. 원소주는 지역 특산주 기준에 부합한다. 당초 원스피리츠를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했고 강원도 원주에 양조장을 꾸리고 원주농협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쌀 브랜드 ‘토토미’만을 사용해 술을 빗기 때문이다. 원활한 수급을 위해 원스피리츠는 지난 4월 원주농협과 쌀 공급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로써 주세 감면 혜택을 받고 온라인 판매 경로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현행 주세법은 전통주로 분류된 술에 대해 세제 혜택과 함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영세한 국내 전통주 양조장들의 판로 개척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하지만 원소주 출시 이전까지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온라인에서 전통주를 구입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영세 전통주 양조장은 제품 자체를 알리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소주에 지역 특산주 면허 취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다른 전통주와 다르게 원소주는 박재범이라는 셀럽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원스피리츠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출시와 함께 ‘원 밀리언(탄산수, 레몬 조합)’ ‘원 토디(뜨거운 물, 애플 시럽, 시나몬 시럽 조합)’ 등 자체 칵테일 레서피를 공유하기도 했다. 고객들도 SNS에서 ‘원소주 맛있게 먹는 법’을 직접 제안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재생산됐다. 원소주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소비자들과 소통도 이어갔다. 다른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원소주를 태그하면 공식 계정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김 CCO는 여전히 ‘원소주’를 태그한 게시글은 일일이 들어가서 반응을 확인한다.

박 대표 본인이 셀럽이다 보니 다른 셀럽과의 에피소드도 화제성에 불을 붙였다. 박 대표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원소주 계정이 ‘아이유님 제발 와주세요’라는 댓글을 달자 가수 아이유가 ‘이런 도발적인 발언 삼가주세요’라고 답글을 남겼다. 아이유는 현재 소주 브랜드 ‘참이슬’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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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브랜드 SNS가 소비자 요구에 부합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이용자의 상호작용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때, 해당 브랜드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1 현재 원소주 공식 계정은 게시물 수 139개, 팔로워 수 12만1000여 명에 달한다.2

오프라인 판매처로는 편의점을 선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원스피리츠는 GS리테일과 손잡고 GS25와 GS더프레시에 원소주 스피릿을 독점 공급한다. GS리테일이 웹 드라마, 예능 등 유튜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작하고 매년 뮤직 페스티벌을 여는 등 문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편의점이 MZ세대에게 접근성이 높은 유통 채널인 만큼 증류식 소주 시장을 2030 세대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협업을 통한 팬덤 구축으로 글로벌 시장 넘본다

원소주가 어른들의 ‘포켓몬빵’으로 부상하며 인기몰이를 하자 각종 업계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원스피리츠는 첫 번째 협업으로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W’와 손잡고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W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리니지의 헤비유저들은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불리는 중년 남성들이 주를 이룬다. 김 CCO는 세계관을 재미있게 합칠 수 있고 타깃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9월 서울 성수동에서 NC소프트와 협업으로 연 팝업스토어 ‘혈맹원(血盟WON)’에는 3050 세대 직장인들이 와이셔츠를 입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추후 금융이나 자동차 등 이종 산업과의 협업도 계획 중이다. 예컨대, 아파트 브랜드와 협업 시에는 입주 선물로 원소주를 제공하는 식이다. 주류 업계에 몸담은 적이 없는 박 대표와 김 CCO이기에 오히려 업계의 관행과 틀을 깨는 색다른 브랜딩을 전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시한 지 채 1년이 안 된 신생 브랜드이지만 원스피리츠는 술이 아닌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내비친다. 그 일환으로 술을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윷놀이와 체스 등을 굿즈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김 CCO는 원소주가 2030 세대 사이에서 호응이 높은 이유는 증류식 소주라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솔직하게 터놓자면 술의 맛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증류식 소주 자체가 기존에 인기 있던 주종도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원소주가 그려가고 있는 ‘취하지 않고 즐기는’ 음주 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쌓인 덕택이라고 보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직장인이 퇴근했을 때, 하루를 위로하고 미래의 파이팅을 외칠 수 있는 술이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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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공장 증설과 신설에도 나선다. 현재 원소주 오리지널, 스피릿, 클래식의 월 최대 생산량은 각각 5만 병, 100만 병, 3만 병 수준이다. 원스피리츠는 강원도와 함께 원주 인근의 공장 부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증설이 이뤄지면 올해 연말까지 생산량은 270만 병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해 최근 원주 농협과 쌀 5200t 계약을 마쳤다. 마침 올해 쌀농사가 풍년이었는데 농민들의 판로 고민도 덜어낼 수 있었다.

40∼50도로 알코올 도수를 대폭 높인 네 번째 제품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위스키 등 해외 고도주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술이 너무 세서 마시기 어려운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칵테일과 하이볼 레서피를 개발 중에 있다. 국내 바(Bar) ‘참’과 ‘파인앤코’는 싱가포르에서 곧 열리는 게스트 바텐딩 행사에서 원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달부터는 엄선한 바를 중심으로 원소주 칵테일을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레서피인 ‘원 밀리언’은 공통적으로 판매하고 이외에도 각 바에서 개발한 레서피로 운영한다. 시장 반응을 살핀 후 대표적인 바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B2B 유통 채널도 확장하고자 한다.

원스피리츠는 내년 2분기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한류 술’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박 대표가 미국과 영국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원소주를 아냐고 묻자 관객의 80%가 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한류 스타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참여한 K-POP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비율이다. 이미 수출을 문의한 국가도 70개국이 넘는다. 외국 소비자들은 스피릿(증류 원액)에 더 익숙한 만큼 입맛을 겨냥할 수 있다고 원소주 측은 자신한다. 김 CCO는 “대한민국에서 외화를 가장 잘 벌어오는 술이 되고 싶다”며 “박 대표가 금탑산업훈장을 받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조지윤 인터비즈 기자 george@donga.com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DBR mini box 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맛도 느낌도 힙하게” 새 술 만들어 새 부대에 담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격언이 있다. 새로운 일을 하려거든 새로운 방식으로 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이 문자 그대로 쓰인 사례가 나타났다. Z세대를 위한 소주, ‘원소주’ 이야기다. 원소주 사례는 옛것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술이나 커피, 담배와 같은 제품은 이미지의 상징성이 크게 작용하는 제품군이다. 배가 고파 배를 채우고자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술은 소비자들에게 기능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이 아니다. 재미(Fun)와 환상(Fantasy), 느낌(Feeling) 같은 3F가 술을 소비하는 이유다. 그래서 쾌락재(Hedonic product)라고도 부른다. 이런 제품일수록 1) 소비자들이 자신을 해당 브랜드와 동일시하는지, 2) 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는 이미지를 달성할 수 있는지와 같은 ‘자아와의 간격’이 주된 구매 동기가 된다.

원스피리츠는 취하지 않고 즐기는 음주 문화를 전하고 싶어 했다. 하루를 위로하고 미래의 파이팅을 외칠 수 있는 술, 그러나 이전의 세대들처럼 밖에 모여 서로 같이 취하고 왁자지껄하는 음주 문화가 아닌 집에서 혼자 혹은 조용히 고급술로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알아챌 수 있는 차이로 만들어라

소비자행동학에는 JND(Just Noticeable Difference)라는 개념이 있다. ‘두 자극 간에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차이’를 말한다. 이 JND존의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차이를 넘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애써 만든 차이를 모른다. 차이를 알아챌 수 있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원소주는 증류식 소주다. 강원도 원주에서 생산된 쌀과 물로 만들었다. 제조 방식도 전통 방식을 따랐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떤 원료로, 어떻게 달리 만들었는지, 그래서 우리 브랜드는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목적을 지향하는지를 드러내는 매개체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모른다. 차별적인 부분을 소비자가 눈치채기 쉽게 만드는 것이 소비자를 돕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소주는 증류 방식과 재료를 달리함과 동시에 숙성 방식과 유통 채널, 패키지, 라벨 등 모든 부분을 기존 소주와 차별적으로 만들었다. 증류 방식이나 원재료 등이 달라 소주의 맛과 향이 다른 것은 소비자들에 따라 JND존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진 술에 대한 전문성과 숙련도나 미각의 민감함에 따라 알아차리기 힘든 차이일 수 있다. 이런 차이들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패키지와 가격, 유통 채널 등을 통해서도 드러냈다.

먼저, 천편일률적인 소주병의 색인 녹색 병을 버렸다. 대신 흑과 백으로만 패키지를 꾸몄다. 또한 종이 라벨이 아닌 천 재질을 사용했다. 스티커처럼 떼어 노트북, 냉장고 등에 부칠 수 있도록 만들어 굿즈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판매 채널으로 온라인과 편의점을 활용한 것도 이색적이다. 프로모션은 더 현대 서울과 같이 힙한 공간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전개했다. 옹기에 담아 숙성시키고 이 때문에 하루 생산량 역시 제한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CEO인 박재범과 그의 래퍼 친구들을 통해 전달되고 증폭된다. 이 셀럽들이 가진 힙한 이미지 역시 그대로 원소주 브랜드에 전이됐다. 상징성이 중요한 제품군에서는 ‘누가 주로 쓰는가’와 같은 비제품적 속성 역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쿨함과 힙함을 추구하는 것이 장르의 목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힙합씬 셀럽의 전폭적인 지지는 원소주의 후광효과가 돼주었다.

디테일을 아는 소비자, 디테일을 주는 브랜드

최근의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추구한다. 자신이 연관 지을 수 있는 브랜드, 자신과 밀접하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자신과 동일시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군에 대해 공부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아는 만큼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슈머나 팬슈머의 출현과 같은 시대적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잘 알아 음미하고 비평한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스스로 제안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도 한다. 이렇다 보니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의도한 지식들을 잘 습득한다. 미처 의도치 않았던 지식 역시 팬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소비자들이 직접 공부하며 아는 경우도 많다.

원소주는 CEO 박재범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제품의 기획과 브랜드의 출시와 관련한 뉴스를 알렸다. 옹기 숙성을 하면 소주가 더 부드러워지고 약간의 단맛이 더해진다는 것과 같은 상세한 주류 전문 지식도 알렸다. 강원도 원주산 쌀만 100% 사용한다는 것과 전통 소주 제작 방식을 사용한다 등과 같이 제조의 과정 과정에 대한 디테일을 적극 알리고 홍보했다. 인터넷은 자세한 정보를 얼마든지 알릴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원소주를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 칵테일 레서피 같은 제품의 활용법이나 브랜드 에피소드 등도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마치 아이돌 가수를 기획하고 데뷔시킨 기획사가 팬 커뮤니티에 아이돌 가수와 관련한 지속적인 이야깃거리를 뿌려 흥미와 관심을 지속시키듯 원스피리츠는 원소주의 디테일을 소비자들에게 전했다.

브랜드의 신뢰 자산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브랜드의 신뢰 자산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탄생 배경과 창업자의 동기, 제작 과정, 광고 모델과 스토리,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브랜드에 열광한다. 세계적인 소비문화이론학자인 러셀 벨크 캐나다 토론토요크대 교수는 확장된 자신로서의 소유물을 이야기했다.i 즉, 소비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것들을 통해 자신을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끼고 다니는 결혼 반지나 몸에 새긴 타투, 몰고 다니는 자동차, 길게 입은 바지나 사무실에 전시해 둔 물건들이 모두 그 사람의 성격과 특징,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유물이 자신의 현재적 자아나 이상적 자아를 반영한다면 얼마나 나를 이해할까, 나를 잘 알아줄까, 공감할 수 있을까가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다. 그렇게 찾은 브랜드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둔다. 나를 드러내는 장치로 쓰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나, 지향하는 나를 나타내는 기호로도 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은 도구로 브랜드를 고르기도 한다. 따라서 브랜드 진정성(brand authenticity)은 그 브랜드를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소품으로 쓸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원소주의 진정성은 수년에 걸쳐 소주를 만들겠다 공약하고 AOMG와 하이어뮤직 대표 자리까지 사임하며 매달린 박재범에게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CCO를 맡은 김희준, 양조장으로 원소주 제조를 대행한 고헌정과 모월에서도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가수인 박재범이 기획하는 소주라는 것을 모르고서도 제안에 응하고 스스로의 양조 철학을 갖춘 곳들이 공급을 맡았다. 원소주를 만드는 가치사슬의 첫 단계부터 소비자와 만나는 마지막 접점까지 ‘진심으로 증류식 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나의 비전과 미션으로 뭉친 기업만큼 파괴력이 큰 집단은 없다. 이것을 브랜드 내재화라고 한다.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믿는 바를 몸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브랜드 진정성이 뛰어나다.

기획과 실행을 결합하라

흔히 생각하듯 성공하는 브랜딩은 아이디어가 전부가 아니다. 성공하는 브랜딩은 두 가지, 기획과 실행의 합으로 결정된다. 정확한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열망할 만한 브랜드를 창안하고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동시에 매일 내려야 하는 깨알 같은 자잘한 의사결정을 꼼꼼하고 촘촘히 자신의 브랜드 위상에 맞게 내리고 실제로 구현해가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원소주는 최고의 파트너들이 결합한 것이 지속가능한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기업의 CEO이자, 홍보 모델이자,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자, 브랜드 정체성의 상징인 박재범과 술을 잘 알고 소비자도 잘 아는 마케터 출신의 실행가가 만났다. 게다가 둘은 미션과 비전이 같다. 소주의 세계화. 힙한 소주도 가능하다는 증명. 개성과 스토리가 담긴 증류식 소주 만들기 말이다.

‘기존의 것을 비틀어 새로운 것’이 아닌 ‘몰라서 새롭다’는 도전

원소주는 처음부터 세계화를 위해 기획된 소주이다. 외국인들은 원소주를 어떻게 인식할까. 한국인들에게는 기존의 소주, 국민주를 비틀었다는 점이 신선하게 보일 수 있다. 소주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외국인들에게는 되레 술 중의 하나, 여러 대안과 옵션 중에 하나인 한국의 술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의 술이나 소주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사케나 와인, 위스키처럼 별도의 카테고리로 인식이 확립된 상태도 아니다.바닥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난점이 있다. 이 난점을 어떻게 넘어서느냐 하는 것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원소주의 과제이다. 특히 술은 맛만으로 구매력이 결정되지 않는 상품이다.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는 브랜드인가 하는 이야기에 외국인들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프리미엄한 가격과 높은 도수를 들고 시장에 나간 원소주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자리매김하려면 경쟁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더 강력한 속성을 갖춘 대안으로 보이거나 주류 시장에서 아무도 공략하지 않은 지점의 새 브랜드로 인식돼야 한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이자 소비행동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와 소비문화이론이며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최근에는 학계에서의 발견을 산업 현장과 나누기 위해 각종 기고 및 자문,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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