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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거절당한 세일즈 제안, 머신러닝 분석해보니

김진환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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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Analyzing sales proposal rejections via machine learning” (2022) by Nguyen, Peter, Scott B Friend, Kevin S Chase, and Jeff S Johnson, Journal of Personal Selling & Sales Management, 1-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존 거래처와의 공급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세일즈 담당자의 최대 이슈다. 그러나 더 낮은 단가와 더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거래처, 새롭게 진입하려는 경쟁자의 공세, 세일즈 담당자의 대처 실패 등으로 인해 공급 업체는 종종 교체된다. 고객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IT나 보험 등의 업종에서는 몇 차례의 영업 실패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주 산업이라 불리는 건설, 조선, 기계 등의 산업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큰 타격을 불러온다.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역시 한 번의 세일즈 제안 실패는 엄청난 매출 타격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세일즈맨을 키우는 것은 8할이 거절’이라는 말처럼 영업에서 실패 확률은 대단히 높다. 콜드 콜(Cold Call)을 통한 잠재 고객 미팅 가능성은 2% 내외이고, 콜드 메일(Cold Mail)의 경우 응답률이 0.03%에 그친다. 2016년 미국의 연구에서는 세일즈 제안이 거절될 확률을 평균 90%로 봤다. 고객이 먼저 연락을 해오는 인바운드의 경우에도 스펙 차이, 금액 차이, 기간 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거래는 무산된다.

지금까지 다수의 조직은 실패로 끝난 세일즈 제안을 다시 들추려 하지 않았다. 이미 끝난 사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고객이 왜 거절했는지 잘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서류 전형이나 면접 전형 탈락 사유를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계약 미연장, 입찰 실패, 구매 논의 무산 역시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CRM 시스템에도 정확한 정보는 올라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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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고객 관점에서 실패한 세일즈 제안의 원인을 분석하고자 했다. 즉, 세일즈 제안을 받은 기업 구매팀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총 113건의 거래에 대한 1500쪽 분량의 의견을 수록했다. 인터뷰는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됐으며 고객의 니즈와 계획, 공급자의 가치 제안, 고객과 공급사 간 커뮤니케이션, 경쟁 현황, 공급사 세일즈 담당자의 역량 등이 주요 논의 주제였다. 수집된 인터뷰는 토픽모델링(Topic Modeling) 기법을 이용해 분석이 이뤄졌다. 토픽모델링은 비정형 데이터인 텍스트 안의 주제를 확인하기 위한 머신러닝 기법 중의 하나로서 각각의 인터뷰들이 어떠한 주제를 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을 발견했나?

구매자 담당자들의 의견은 총 5개의 주제로 수렴됐다. 가장 높은 비율을 점유한 주제는 ‘계약 가격’(23.8%)이었다. “다른 조건은 비슷하기 때문에 나는 오로지 가격만 본다”라는 답변도 존재했다. 구직자들이 서류와 면접 과정에서 걸러지면서 최종 면접에서는 비슷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들이 남듯 구매 담당자 관점에서 마지막 단계에 올라온 공급사들의 능력은 대체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요즘, 조금이라도 가격이 높으면 제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프레젠테이션’(21.7%)이었다. 세일즈 피칭을 하는 자리에서 고객사의 반응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기업은 거부의 대상이 됐다. 키오스크나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자신들의 계획을 멋지게 펼쳐 보이는 도전적인 기업들과 달리 진부한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는 기존의 공급사들은 감점을 받았다. 세 번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안’(20.6%)이었다. 구매 담당자들은 누구나 구매 행위를 통해 자사의 혁신과 발전을 꾀한다. 원가 절감, 수율 상승, 품질 향상, 납기 단축 등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나 비전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B2B 구매자들로부터 확인한 40가지 가치 요소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객사의 비전과 가치에 걸맞은 혁신적인 제안이 없다면 거래를 트기도, 이어 나가기도 어렵다.

네 번째는 ‘기존의 관계’(18.2%)였다. 사실 B2B 비즈니스에서 기존 공급 업체의 존재는 매우 큰 장벽으로 느껴진다. 크게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핵심 공급 업체가 바뀌는 일은 흔치 않다. 구매팀 담당자 역시도 공급 업체의 변경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공급 업체가 불량품 납품, 납기 지연, 매너리즘 등을 방치했다면 오랜 협력 기간은 계약을 끊을 좋은 명분이 된다. 마지막은 ‘담당자 이슈’(15.8%)였다. 고객사와 공급사 담당자 간의 문제는 어느 곳에서든 존재한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 간 이견이 존재하는데 일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용어까지 상이한 두 기업의 담당자 간 불협화음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담당자 이슈가 심각하다면 공급사에서는 적절한 교체를 고려해야 하지만 공급사 임원들의 문제 불감증, 대체 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해진다. 그리고 그 이슈는 어느덧 계약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이어 회귀분석을 통해 구매자들이 기존 공급 업체와 신규 거래를 노리는 도전자 기업에 대해 어떠한 인식 차이를 가지는지 규명했다. 분석 결과, 구매자들은 간단한 이유로 도전자 기업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거절의 주요 이유는 가격 문제였다. 반면 기존 공급 업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해 거절을 할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다. 기존 업체에 대한 거절 사유는 기존의 관계와 담당자 이슈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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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5∼25배 크다. 본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지만 구매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신규 기업에는 다소 매정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새로운 기업이 제대로 된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에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산 불화수소 대신 국산 제품을 투입하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신규 기업이 택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간단명료하게 작성된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되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거래를 하고 있는 기존 공급 업체의 경우 관계 강화 및 담당자에 대한 고객 만족도 강화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확률적으로는 지금의 거래 관계가 양사 간 관계 및 담당자 간 유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오랜 친구에게 무례해지기 쉬운 것처럼 계속된 거래가 자칫 매너리즘, 관행에 의존하는 업무 방식, 태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랫말처럼 지금 거래하고 있을 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관계로 인한 문제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김진환 가천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verhoyansky@gachon.ac.kr
김진환 겸임교수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영업과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영업사원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세일즈 혁신과 스타트업 스케일업을 연구 중이다. 현재는 가천대 경영대학원에서 세일즈 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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