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X세대의 지갑을 여는 마케팅 전략

1990년대의 열정에 어깨 토닥토닥
나이 잊게 하고 당위성 부여해야

347호 (2022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X세대는 한창 자녀를 양육하는 와중에도 자기표현과 취향을 위한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학습에 꾸준히 투자하는 현대인이자 친구 같은 부모로 살기 위한 소비에 열정적이며, 자녀인 Z세대의 소비도 적극 돕는다. 이제는 40대가 된 X세대의 지갑을 열려면 ‘중년’은 잊어야 한다. 지금도 청바지를 즐겨 입는 이들의 나이를 잊게 만들되 이들이 청소년기 및 대학 시절을 보낸 IMF 외환위기 이전의 1990년대를 긍정해야 한다. X세대의 가치관과 자기표현에 부합하는 스토리로 X세대를 설득한다면 이들은 아주 오래도록 브랜드의 우군으로 남아줄 것이다.



큰손 소비자가 된 개인주의 세대

40대는 일생 중 지출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0대 가구는 월평균 309만 원을 지출했다.1 30대 가구(237만 원), 50대 가구(278만 원)보다 월등히 많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2014년 한국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40대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인 2003년에도, 또 10년 전인 2013년에도 돈을 가장 많이 쓴 연령대였다. 실질처분가능소득(지출할 수 있는 소득)이나 실질소비지출(실제 지출) 또한 가장 많았다.

현재의 40대는 인구 규모도 가장 크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40대는 7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50대(16.7%)보다는 적지만 30대(13.7%), 20대(13.1%)보다는 훨씬 많다.

구매력도 높고 인구력도 막강한 오늘날의 40대. 그러니까 X세대는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큰손’ 소비자 집단이다. 그런데 이 세대의 소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이들이 숫자가 많고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은 아니다. X세대는 소비 트렌드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들이 중년이 되면서 달라진 소비 성향에 주목해야 가장 막강한 소비자 집단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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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은 MZ세대를 주목한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철없는 젊은이들의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됐던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관심 집중의 대상이 된 배경에는 ‘큰손 소비자’ X세대가 있다. X세대가 MZ세대의 트렌드를 메가트렌드로 확대, 발전시키는 배후 집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X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격변기를 겪어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러 변화와 변곡점을 거쳐왔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과 이와 맞물린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X세대의 운명과도 같았다. 그래서 이들은 MZ세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소비문화에 관심을 갖는다. 또 X세대는 새롭고 합리적인 것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낯설더라도 내게 필요한 것, 내 삶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90년대 한국 문화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주인공다운 높은 안목도 갖췄다.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숱한 유행 속에서 어떤 것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메가트렌드가 될 것인지는 X세대의 선택에 달렸다. ‘새로운 어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MZ세대의 최신 트렌드가 더해져 X세대 고유의 소비 트렌드가 생산된다. 그리고 이것이 메가트렌드로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집단으로서 X세대는 어떤 특성을 가질까? 이를 ① 개인형 소비 성향 ② 친구 같은 부모 ③ 집을 통한 취향 추구 ④ 특별한 경험 선호 등 4가지 특성으로 나눠 살펴본다.

소비자 X의 특성

1. 개인형 소비 성향

홈트 하고 바버숍 가는 40대 남성들

과거에도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집단은 40대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수동적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전통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40대는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를 양육하며 저축과 내 집 마련, 자녀 교육에 매진했다. 한마디로 과거의 40대는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었다.

X세대가 40대로 올라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X세대는 ‘나’를 중심에 둔 소비를 한다. 가족 차원에선 나와 가족을 위해 ‘참는 소비’에서 나와 가족을 위해 ‘쓰는 소비’로 바뀌었다. 개인 차원에서는 ‘가족을 위한 소비’ 중심에서 ‘나를 위한 소비’로 달라졌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해 X세대 특유의 ‘개인형 소비 성향’이 등장했다. 가족을 위해서는 ‘워라밸을 유지하는 소비’, 자신을 위해서는 ‘나에게 투자하는 소비’가 늘었다.

폴크스바겐은 2019년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을 출시하면서 주 타깃을 ‘영 포티(young forty)’로 잡았다. 폴크스바겐은 영 포티를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잘나가는 오빠’로 상정했다. 40대의 전문직 싱글 남성과 라이프스타일이 분명한 기혼 남성이 아테온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며 이러한 영 포티가 선택한 자동차라는 점을 주요 마케팅 메시지로 내세웠다. 잘나가는 40대가 타는 차라는 점이 다른 세대 고객들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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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에서 40대는 중요한 소비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21년 1∼8월 개인 명의로 사들인 억대의 고가 수입차 4만5000대 가운데 40∼49세가 구입한 차량이 5422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2 앞서 설명했듯 40대가 인구도 가장 많고 비싼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도 갖췄기 때문이다.

X세대는 브랜드를 따져가며 소비한 첫 세대다. 어떤 브랜드를 택했느냐를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한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자아를 표현한다. 나의 만족이 가장 중요한 가치 소비자다. 이러한 X세대의 소비 성향은 중년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를 위한 삶을 살며 나를 위해 소비한다.

나를 위해 쓰는 X세대의 또 다른 소비 성향은 나에 대한 투자다. 스피킷(Speakit)은 ‘1초 만에 해외연수’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 외국어 교육 서비스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해외 현지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은 현장감을 부여한다. 개발사 마블러스는 스피킷 론칭 당시 20대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40대 및 50대가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입국 심사’ ‘식당에서 주문하기’ 같은 실용적 학습을 선호했다. 이에 스피킷은 고객 타깃층을 재설정하고 실용적 학습 내용의 비중을 늘리는 등 서비스 전반의 방향을 수정했다. 이는 X세대가 학습에 꾸준하게 투자하면서도 가상현실 같은 최첨단 기술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멋진 몸매를 가꾸는 것도 자기 계발이 된 시대다. X세대는 운동에도 적극 투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헬스클럽에 가는 대신 ‘홈트(홈트레이닝)’를 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온라인 퍼스널트레이닝(PT) 서비스 이용 비중이 2019년 상반기 17%에서 2020년 상반기 21%로 상승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통상 여성에 비해 남성이 온라인으로 운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X세대 남성이 언택트로 변화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언택트 기술을 통해 자신을 가꾸는 데도 적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뿐더러 경제력까지 갖춘 X세대가 자신을 가꾸는 남성을 대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났다. 이에 남성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는 X세대를 주 타깃으로 삼기 시작했다. 남성 전문 바버숍(barber shop)3 헤아(HERR)는 중년 남성 중에서도 멋을 아는 상위 1% 남성을 타깃 고객으로 삼는다. 상위 1% 남성이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독창적 커리어를 쌓고, 동년배 남성이 선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다. 이러한 상위 1%의 남성이 단골이 된다면 일반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게 헤아의 생각이다. 실제 이 헤어숍의 단골 고객은 리퍼트 전 미국 대사, 소통 전문가 김창옥 교수 등이라고 한다.

2. 친구 같은 부모

팰리세이드 타고 캠핑장 가는 X세대 아빠

요즘 자동차 시장의 효자 상품은 누가 뭐래도 SUV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대형 SUV 판매량은 34만489대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시장 판매가 9.2% 감소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대형 SUV 부문만 판매가 늘었다.4

기존 캠핑족에 코로나19가 촉발한 차량을 이용한 캠핑, 이른바 ‘차박’ 유행이 더해지면서 대형 SUV 시장은 점점 성장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2018년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대수가 예상 수요(2만5000대)를 훌쩍 넘겨 5만5000대를 돌파했다. 팰리세이드 흥행 돌풍의 주역은 ‘X세대 아빠’다. 사전 계약한 고객 중 40대 후반이 가장 많은 17.8%, 40대 초반이 16.7%를 차지했다고 한다. ‘가족 여행과 캠핑을 즐기는 40대 남성’을 타킷한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캠핑 수요가 크게 늘었던 2020년 1∼4월에도 40대가 팰리세이드를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캠핑 문화의 특징은 가족 단위 캠퍼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2010년대부터 불어닥친 캠핑 열풍은 X세대 아빠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30대였던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됐다. 길어진 주말을 오롯이 가족과 보내려는 아빠들이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에선 아빠가 나서서 텐트를 치고, 요리하고, 설거지한다. 밤에는 ‘불멍’ 하며 가족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가족 관계에서 아빠는 더 이상 가부장적 가장이 아니다. X세대 아빠는 친구 같은 아빠다.

또한 X세대 소비에는 이들의 자녀 Z세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업들이 Z세대를 주목하는 것은 이 세대의 소비력보다는 이들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IBM 기업가치연구소(Institute for Business Value)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 ‘유일무이한 Z세대(Uniquely Gen Z)’에 따르면 Z세대는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부모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식음료(77%), 가구(76%), 생활용품(73%), 여행(66%), 외식(63%), 가전제품(61%) 순으로 가족의 소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중 특히 식음료, 가구, 생활용품, 여행 등 Z세대가 직접 자기 용돈을 쓰지 않는 품목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국내 MZ세대 마이크로 트렌드 뉴스레터 캐릿(careet)이 1020 자문단과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Z세대는 X세대 부모를 온라인 쇼핑에 입문시킨 경우가 많았다. 신선 식품과 가구 등 오프라인 구매 성향이 공고했던 품목을 마켓컬리, 오늘의집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하도록 추천한 것이다. 실제로 오늘의집 이용자 중 35∼44세 비중이 50%에 달한다(2020년 11월 기준). 또한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한때 유행한 에어프라이어나 와플메이커 같은 소형 가전제품도 자신의 추천으로 부모가 집에 들였다고 말한 Z세대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X세대가 주요 구매층인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도 Z세대를 고려해 브랜딩과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3. 집을 통한 취향의 추구

“내 집 마련하며 인테리어 공사하는 건 상식”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의 역할이 늘어난 만큼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똑같은 집을 소유하더라도 50대와 40대가 갖는 집에 대한 태도는 다르다. 베이비붐세대에게 집이 투자의 수단이라면 X세대에게 집은 휴식처다.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내 취향을 마음껏 즐기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

X세대는 한국의 부동산 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내 방’을 갖고 자랐다. ‘나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확실한 대한민국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내 집을 마련해 고치고 꾸미는 데는 제법 큰돈이 든다. X세대의 경제력이 가장 왕성한 현재 집에 주목하는 소비 트렌드가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땅콩주택, 협소주택의 유행을 만들어낸 이들이 바로 X세대다. 제값 받고 팔 수 있을지보다 나와 가족이 지금 살기에 알맞은 집인지를 고민한 결과다. 교외로 나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프롭테크 기업 밸류맵의 김범진 대표에 따르면 교외의 전원주택을 가장 많이 검색하는 연령대가 40대라고 한다.

X세대는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자기 취향에 맞는 수리를 고려한다. 그래서 집을 살 때 수리비까지 계산에 넣는다. 취향에 맞게 집을 고치느라 추가 비용을 들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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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멘터리는 이렇게 집을 고치려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는 인테리어 기업이다. 이 기업의 고객은 평균적으로 서울 및 경기권에 위치한 130㎡(38.5평) 넓이의 13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30∼40대다. 이들은 수천만 원을 들여 집을 고친다. 밀레니얼세대보다는 나이가 많고 중장년이라고 보기에는 젊은 이들을 아파트멘터리에서는 ‘미들 노트(middle note)’라고 부른다. 향수를 뿌린 후 30분에서 1시간이 지난 후 느껴지는 향인 미들 노트처럼 그 존재가 밖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파트멘터리가 발견한 미들 노트의 소비 성향은 밀레니얼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X세대와는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인테리어에 1000만 원 이상 투자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5% 이상이다. 그러나 제품의 질과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비싼 수입 브랜드는 꺼린다. 한샘의 부엌 싱크대는 고가 라인이 2000만 원대, 저가 라인이 300만 원대다. 아파트멘터리는 700만 원대 제품을 제안한다. 고가 라인에 눈높이가 맞춰진 미들 노트 소비자는 700만 원대를 품질 대비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멘터리는 2016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300여 채 집을 직영으로 시공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130억 원이다. 안목은 높지만 합리적 가격으로 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하는 X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 성장 비결이다.

집을 고쳤다면 그다음은 집 안을 채울 차례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다음소프트의 생활변화관측소에 따르면 30∼40대와 50∼60대의 살림에 대한 관심사는 확연히 다르다. 50∼60대가 생활용품이나 주방용품에 관심이 많다면 30∼40대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최근 국내 인테리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X세대의 관심과 취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고가의 조명 회사인 덴마크 루이스폴센은 2020년 10월 서울 성수동에 단독 매장을 열었을 정도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됐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은 2020년 4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4. 특별한 경험 선호

미식가 X가 몰고 온 ‘오마카세’ 트렌드

X세대는 밥 한 끼를 먹더라도 내게 가장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식사를 선택한다. 어떻게든 내가 남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젊을 때는 파격적 패션과 반항적 태도로 나를 표현했다면 나이가 든 지금은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에서 우러나는 높은 취향과 안목으로 나를 드러낸다.

여행은 개인의 취향이 집약된 경험이다. 무엇을 타고 갈지, 어디서 묵을지,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을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성된다. 배낭여행 1세대인 X세대는 이제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여행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프랑스의 대표적 미식 브랜드 포숑(Fauchon)은 2018년 파리에 새로운 호텔 포숑 로텔 파리(Fauchon L'Ho^tel Paris)를 오픈했다. 이 호텔은 철저하게 최상의 미식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객실은 보통의 호텔보다 널찍하고 창밖 풍경이 펼쳐지는 위치에는 커다란 식사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그리고 룸서비스로 최상급 프렌치 코스 요리를 서빙해준다. 이러한 서비스를 구성한 이유는 X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삼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X세대는 개인적인 공간인 객실 안에서 호화로운 경험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그 때문에 객실 내에 푸아그라, 트뤼프, 마카롱, 샴페인 등을 갖춘 고메 바(Gourmet bar)도 마련해 두었다.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한 요즘 호텔들이 객실은 단순한 대신 공용 공간인 로비와 라운지를 화려하게 꾸민 것과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취향을 중시하는 X세대는 미식 트렌드도 몰고 왔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처의 거의 전부를 외식에 할애하는 ‘외식 집중형’ 사용자가 14.7%인데 이러한 외식 집중형 사용자 대부분은 40대 남성이다. 미식 분야 트렌드도 중년 남성이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5000만 방문자를 달성한 국민 미식 블로거 ‘비밀이야(배동렬)’, 수억 원의 사비를 들여 세계 유명 음식점들을 방문한 미식 블로거 ‘팻투바하(김범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

X세대가 만들어낸 미식 트렌드 중 대표적인 것이 오마카세(おまかせ)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요리사가 알아서 요리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어주는 식당 서비스를 일컫는다. 오마카세는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에 이르기까지 요리사의 수준이 핵심이다. 서비스도 특별하다. 손님이 먹는 속도에 따라 음식을 내는 속도가 조절된다. 남녀 손님에 따라 초밥 크기도 달라지고, 손님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더 내어주기도 한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서비스인 것이다. X세대는 오마카세를 통해 나만을 위한 특별한 미식 경험을 추구한다. 오마카세 열풍은 MZ세대에까지 퍼져나가 ‘나를 위한 특별한 한 끼’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X세대에게 취향에 대한 탐닉은 자아실현과도 같다. 그간 쌓아온 경험을 통해 완성된 취향은 나를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수십 년간 갈고 닦아 내공이 깊어진 이들의 취향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X세대는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않는다. 남의 취향을 존중하는 만큼 내 취향을 존중받고 싶어 한다. ‘취존’이라는 말이 있다. ‘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를 줄인 말이다. 지금은 상식이 된 MZ세대의 ‘취존’ 문화는 X세대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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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마케팅, 세대보다 ‘개인’에게 집중해야

마케팅 방법론 중 최근 들어 필요성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인구통계학에 기반을 둔 마케팅이다. 소비자를 연령과 성별로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가 소화하는 정보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 그 덕분에 소비자는 과거에는 평생토록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연령이나 성별이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를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삶의 주체가 변화하면서 개인의 경험과 가치가 소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관심사와 취향을 정교하게 타기팅할수록 소비자는 ‘나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X세대 마케팅을 ‘40대를 타깃으로 한 중년 마케팅’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현재의 40대가 X세대로 통칭되더라도 개개인은 각자 고유한 맥락을 가진 개별 소비자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X세대를 주요 소비자 타깃으로 삼고자 할 때 유념해야 할 세 가지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첫째, 나이를 잊게 하라

이케아는 자신의 타깃을 ‘모든 연령대의 젊은 사람들(Young people of all ages)’로 정의한다. 고객을 생물학적 나이의 한계에 가두지 않는다. 나이가 몇 살이든, 돈이 많든 적든, 젊은 취향을 갖고 있다면 이케아의 고객이다. 합리적 가격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내 손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즐긴다면 나이가 몇 살이든 그는 젊은이다.

중년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러한 이케아의 철학처럼 나이를 잊게 하는 것이다. 중년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성패는 여기서 결정된다. 동시에 중년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의 어려움이 여기서 발생한다. 중년을 위한 제품이지만 중년이란 단어를 써선 안 된다. 중년이란 단어가 들어간 순간, 소비자는 자신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제 아줌마 다 됐어”라는 말에는 ‘나는 아직 아줌마는 아니지’라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홈쇼핑은 전형적으로 중년 여성의 구매 파워가 막강한 채널이다. 아이웨어(eyeware) 브랜드 서포트라이트는 눈 건강에 신경 쓰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3종 안경 세트를 CJ오쇼핑에 선보였는데, 대박을 내며 품절 사태를 낳았다. 서포트라이트는 노안(老顔)이라는 표현을 배제하고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앞세웠다. ‘눈 건강을 걱정하는 중년’을 타깃하면서 ‘눈 건강’이라는 기능에만 집중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배우 한예슬을 모델로 내세웠다. 중년을 위한 제품이란 문구와 이미지가 전혀 없는데도 눈 건강을 걱정하는 중년 여성들이 이 제품을 앞다퉈 구입했다.

둘째,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라

‘시간 브랜드(Zeitmarken)’라는 개념이 있다. 독일 카를스루에(Karlshochschule)대학의 마케팅 및 미디어ㆍ소비자 문화 교수인 뵈른 보넨캄프(Bjo¨rn Bohnenkamp)가 만든 표현으로, 어떤 브랜드는 특정한 시대를 다른 시대와 구별하는 표식이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특정 시기에 이 브랜드를 함께 경험한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를 통해 동질감과 소속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시간 브랜드는 보통 영화나 TV프로그램 같은 미디어 상품, 장난감,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상품인 경우가 많다.5

근래 성공한 레트로 마케팅::CN:6::/CN:: 사례 중 하나는 ‘진로이즈백’이다. 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내놓은 진로이즈백은 출시 1년 만에 3억 병이 팔렸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에는 옛 진로소주의 헤리티지(heritage)를 되살린 용기 디자인이 큰 몫을 했다. 녹색 소주병 일색인 진열 냉장고에서 스카이블루 컬러 병에 은색 트위스트 캡을 쓴 진로이즈백은 단연 돋보였다.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디자인으로, 옛 진로소주를 기억하는 40대 이상에게는 향수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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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마케팅 혹은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한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내가 살아낸 과거가 자랑스러웠다는 것을 현재로부터 인정받는 것과 같다. 그래서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개인에게 자기 긍정감을 높인다. 내가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금 X세대를 필두로 레트로 마케팅이 열풍인 것은 그래서다. 장기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닥쳤다. X세대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에 적응을 거듭하며 살아남았지만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거세지기만 한다. 확신은 옅어지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진다. 이럴 때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X세대가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 했을 만큼 풍요로웠던 때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X세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X세대는 일생 중 가장 행복했던 과거를 호출해 현재의 두려움을 불식시키고자 한다.

레트로 마케팅은 한때의 유행이 아닌 큰 흐름이다. 단순히 과거를 소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과거를 새롭게 창조한다. 이렇게 재창조된 과거가 현재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는다. 사실 진로이즈백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MZ세대다. 귀여운 두꺼비 캐릭터를 앞세워 패션 브랜드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과 이후 출시된 다양한 두꺼비 굿즈는 MZ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두꺼비 굿즈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울 성수동의 두껍상회 팝업스토어는 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다. 진로이즈백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를 보며 X세대는 뿌듯함과 함께 이들 세대와 동질감을 형성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레트로 마케팅을 시도할 때 그저 과거를 소환하기만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구세대와 신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 시대의 의미 있는 마케팅으로 남을 수 있다.

셋째, 브랜드 스토리로 X세대 공감을 얻어라

X세대는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인다고 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2020년 9월 국내 패션 앱 사용자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4050의 이용률이 높은 앱일수록 사용 일수가 많고 사용 시간이 길었다. 사용 시간 1위의 하프클럽은 1인당 월평균 1.8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 지그재그와 비교하면 42분이나 길다. 또 LF몰(LFmall)은 1인당 월평균 사용 일수가 가장 많은 7.2일을 기록했다. 하프클럽과 LF몰은 40대 이용자 비율이 높고, 지그재그는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패션 앱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 이탈률이 높은 Z세대와 달리 X세대는 한 번 브랜드의 팬이 되면 여간해선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세대가 어려서 리바이스 청바지에 열광한 것은 “양복? 죽어도 안 입어. 난 나야”라고 말하던 리바이스의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리바이스는 곧 기성 질서에 대한 반항을 의미했다. 리바이스는 지금도 X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최근 1년간 네이버에서 40대 남성이 ‘남성 청바지’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를 보면 ‘리바이스 청바지’가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브랜드가 X세대 소비자에게 줘야 할 것은 당위성이다. 이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이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그것이 나와 남들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인지가 중요하다. 확고한 철학을 가진 브랜드가 ‘우리는 왜 만들어졌는지’를 X세대에게 어필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X세대 소비자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돼 줄 것이다.

메가트렌드 만드는 실세를 기억하자

X세대는 여전히 가장 빠르게, 가장 최신의 수단을 사용해서, 가장 트렌디한 상품을, 가장 왕성하게 구매하는 소비자다.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관찰하면 어김없이 X세대가 동참하고 있는 것이 목격된다. MZ세대만 반응하는 트렌드는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유행에 그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X세대까지 반응하는 트렌드가 될 때 메가트렌드가 돼 대한민국을 흔든다. 떠들썩하게 등장한 MZ세대에게 이목을 빼앗긴 사이, X세대 소비자는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판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X세대는 스스로를 ‘낀 세대’라고 자조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거대 소비자 집단이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소비자임에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최근 X세대 소비자가 자신들에 대한 재조명에 반색하는 것은 그래서다.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를 위해 쓰는 X세대 소비자는 자신을 향한 시장의 관심에 기꺼이 응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기억하자.


이선미 ㈜티비에이치글로벌 차장 bc_hy@naver.com
필자는 14년 차 마케터다. 패션 기업 TBH GLOBAL에서 마케터, MD, 마케팅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온라인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트렌드의 최전선 패션 업계에서 몇 년 전부터 불어온 MZ세대 열풍에 대해 조사하다 실제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세력은 X세대라는 결론에 이렀다. 중년이 된 X세대의 특징과 라이프스타일, 일하는 방식, 돈 쓰는 법을 탐구해 2021년 봄 『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를 출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