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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MCN과 크리에이터 육성 트렌드

“소비자에게 얼마나 친밀한 방식인가”
MCN 경계 너머의 기회를 잡아라

박인영 | 346호 (2022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웹3.0 시대의 도래로 MCN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광고 수익과 협찬 광고 수익에 의존하던 MCN은 숏폼 같은 뉴포맷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버티컬 영역에서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친화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테크 기업이 늘어나면서 탈MCN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MCN도 메타버스 진출, NFT 프로젝트 등의 실험을 통해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크리에이터 육성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단기 거래보다는 콘텐츠와 팬들의 경험을 넓히는 데 집중돼야 한다.



국내에서 처음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이 시작된 것이 2013년으로, 어느새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MCN이라는 단어 자체가 미디어 업계는 물론 대다수에게 낯설었으나 이제는 디지털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지나가던 청소년들에게 ‘슈카월드’ ‘승우아빠’ 소속사가 어딘지 아냐고 물어보면 바로 답변이 나올 정도로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들에게 MCN 회사들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SM엔터테인먼트처럼 익숙한 팬덤의 근원지가 됐다.

2020년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유행과 뒷광고 논란은 국내 MCN에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코로나 상황에서 시장과 광고주들의 급격한 변화에 긴밀히 대응한 회사들은 사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 변화에 대응이 늦거나 오프라인과 협찬 연결 사업에 치중돼 있던 회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메타버스’가 MCN들에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다. 이에 제페토,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플랫폼들이 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으며 MCN은 이에 발맞춰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메타버스 공간으로의 진출을 돕기도 했다. 다른 한편, 2020년 말에 터진 ‘유튜버 뒷광고 사건’은 MCN에 크리에이터에 대한 매니지먼트 및 사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더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 이후에 MCN들은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법률 정보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2022년 이제는 엔데믹으로 사회가 전환됨에 따라 크리에이터들의 오프라인 및 라이선싱 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기미가 보인다. 더불어 시청자들이 점점 더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선호하면서 숏폼 콘텐츠에 집중하는 MCN들이 등장하는 등 콘텐츠 포맷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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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무엇보다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웹3.0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MCN 또한 이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웹3.0이란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중개인을 없애는 거래 방식)과 분산원장기술(거래 정보를 개별적 데이터 방식 블록으로 만들어 체인처럼 연결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탈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을 말한다. 이러한 웹3.0 시대에 중요한 것은 개인이 가지는 콘텐츠 IP(지적재산권)의 확보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MCN이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기회들이 대부분 적자 상태인 MCN에 새로운 수익원의 기회가 될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대두하면서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굳이 MCN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그 기능을 대체해 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생겨나며 MCN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2022년 현재 MCN 사업의 미래는 다양한 장밋빛 전망과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가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MCN이 MCN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때 생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MCN의 현재 트렌드와 더불어 미래의 방향을 조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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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 MCN의 역할

유튜브 고객센터는 MCN의 기본 정의를 ‘여러 YouTube 채널과 제휴하는 제3자 서비스 제공 업체로 시청자층 개발, 콘텐츠 편성, 크리에이터 협업, 디지털 권한 관리, 수익 창출 또는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MCN의 역할과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은 이보다 더 다양하지만 핵심 사업 모델은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제휴하며 성장을 지속적으로 돕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MCN은 어떻게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는가? MCN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소속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에서 잠재적 가능성이 보이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소속 파트너십 제휴를 맺는다. 둘째, 파트너십을 맺은 크리에이터의 채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MCN의 매니저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위해 채널의 방향성과 콘텐츠 기획을 함께하기도 하며, 이들이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 혹은 장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셋째, 크리에이터에게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해 이들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으로 언론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기도 하며 때로는 다른 유명 크리에이터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이들을 새로운 시청자에게 알린다. 넷째, 이들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협찬 광고 사업, 콘텐츠 유통 사업, 온•오프라인 행사 등 매출 상승을 위한 여러 영업 활동을 지원한다. 다섯째, 이들이 하나의 IP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바탕으로 라이선싱 및 커머스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캐릭터 개발 및 계약 관리 등을 지원한다. 여섯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늘어나며 겪는 여러 진통과 혼돈 속에서 이들의 멘탈 관리를 돕는다. 또한 각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곱 번째, 이들의 콘텐츠가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언어를 지원하고 해외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유통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전체적인 영역에서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여러 차원으로 지원한다. 이처럼 잠재력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영향력과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MCN 사업자에 필요한 기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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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의 크리에이터 육성 트렌드 변화

1. 불안정한 수익 구조의 한계

MCN의 크리에이터 육성 트렌드는 MCN 내부의 비즈니스적 변화와 외부 트렌드 변화의 양방향으로부터 자극받고 있다. MCN 사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급팽창과 함께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다. 특히 이 기간에 유튜브, 틱톡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사용 시간이 급증하고 Z세대 팬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크리에이터들이 더욱 각광을 받으며 MCN들은 이 기간에 빠르게 매출을 키워왔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동시에 적자가 더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MCN이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한 수익 구조 때문이다.

플랫폼 광고 수익과 협찬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이었던 몇 년 전에 비해 MCN의 수익 구조는 점차 오리지널 IP, 커머스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플랫폼 광고 수익과 협찬 수익의 비중이 크고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국내 주요 MCN은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1년 매출 기준으로 국내 MCN 1위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13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전년도 적자 73억 원 대비 영업 손실액이 크게 증가하며 12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준비 중인 트레져헌터도 전년 대비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 규모 역시 48억 원에서 61억 원으로 증가했다. 주요 MCN 중에는 트레져헌터의 자회사인 뷰티 MCN, 레페리만 지난해 약 2억 원의 흑자를 냈다.

MCN의 구조적인 적자 확대는 현재의 사업 구조의 한계를 탈피해 과감히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내부적인 압력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MCN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바로 MCN의 매출에서 MCN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비즈니스의 기여도보다 크리에이터들의 플랫폼 광고 수입과 PPL이나 브랜디드 콘텐츠 등 크리에이터 광고 대행을 통해 나오는 수수료의 기여도가 높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서는 채널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MCN의 직접적인 도움이 없이도 유튜브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지속해서 MCN이 플랫폼 광고 수입을 일정 비율로 가져가는 데 불만을 품게 된다. 이런 불만을 줄이기 위해 MCN이 거액의 계약금을 크리에이터에게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 되면서 매출에 비해 수익성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광고 대행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MCN은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광고 상품 영업 및 콘텐츠 제작과 업로드를 조율하는 대가로 광고 수입을 일정 비율로 가져가게 되는데 역시 MCN의 수수료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MCN 중 크리에이터의 플랫폼 광고 수익을 가져가지 않거나 크리에이터에게 계약금을 주는 대신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회사들도 있다. 많은 MCN 기업이 커머스, IP 사업, 메타버스 진출 등 MCN이 기여한 수익을 창출해 크리에이터에게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MCN 기업도 크리에이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사업 역량과 커머스, 콘텐츠 유통 등 밸류체인을 갖고자 한다.

MCN이 받는 외부적인 압력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지원하는 대형 테크 기업, 웹3.0,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크리에이터들이 팬덤을 키우고 돈을 버는 방법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점이다. 즉, MCN의 경쟁 대상이 타 MCN 기업이 아닌 테크 기업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테크 기업은 크리에이터들의 커머스, 구독, 팬덤 후원, 콘텐츠 유통, NFT 발행 등 MCN의 하위 영역을 대체해 크리에이터들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한다. 팬들의 콘텐츠 소비도 숏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뉴스레터, 웹툰과 웹소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새로운 포맷과 장르의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고 협업해야 하는 MCN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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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미 해외의 거대 MCN들 중에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업을 접은 곳이 많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메이커스튜디오는 디즈니에 인수돼 디즈니 디지털 네트워크(Disney Digital Network)가 됐으나 지속적인 사업 부진으로 2019년 4월 결국 문을 닫았으며 대표적인 게임 MCN이었던 머시니마(Machinima) 또한 워너브라더스에 인수돼 이후 같은 절차를 밟았다. 한때 수천억 단위의 기업 가치로 평가받던 이들 또한 크리에이터에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 및 신규 사업 발굴 부진의 늪에 허덕이다 결국 사라진 점을 국내 MCN들 또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2. 뉴포맷: Z세대에서 기회를 찾는 숏폼 MCN 시장

MCN은 뉴플랫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쇼츠 콘텐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NS 시장 중 하나로 Z세대 마케팅 시장에서 MCN에 가장 현실적인 새로운 기회이다. 특히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들은 쇼츠와 크리에이터 커머스를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거나 고려 중이며 향후 짧은 동영상을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발행하는 등 미래 활용처도 모색 중이다. 쇼츠 콘텐츠가 마케팅과 커머스 분야로 확대되면서 MCN은 이 분야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며 실험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메이저 MCN인 다이아TV,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레져헌터는 기존 크리에이터들의 쇼츠 제작과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또 패션, 뷰티, 푸드, 여행 분야에서 쇼츠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고 육성해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 MCN들은 성숙해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중심의 MCN 시장에서 디지털 IP 장악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숏폼 MCN 시장이 열어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에서 운영되는 ‘틱톡 쇼핑’은 15초짜리 상품 소개 영상을 본 후 시청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커머스 콘텐츠이다. 국내에도 ‘틱톡 쇼핑’이 론칭될 예정이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틱톡에서 높은 수입을 올리는 틱톡커들이 커머스로 큰 수입을 이뤘다. 18세인 찰리 디아멜리오는 2019년부터 틱톡에서 춤추는 쇼츠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팔로워가 1억3300만 명에 이른다. 그는 자체 의류 브랜드 판매 사업과 타사 제품 홍보 콘텐츠로 2020년에 1750만 달러(약 210억 원)를 벌어들였다. 그의 언니 딕시 디아멜리오 역시 틱톡에서 커머스 활동으로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벌어들여 2위를 기록했다. 틱톡에서 커머스는 크리에이터들이 큰 수익을 창출하는 무기가 된다. 이에 국내 MCN들도 틱톡에서 커머스 크리에이터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뷰티 MCN 디밀은 틱톡 전문 MCN ‘디밀엑스’를 설립했는데 설립 단계에서부터 국내 유력 제약사와 화장품 사업 진행 계약을 맺고 틱톡커 및 연예인과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커머스를 준비하고 있다. 틱톡의 국내 공식 파트너사 MCN 중 하나인 윗유(withU)는 피자헛, 챔피온, 널디, 캐치미패치 등 4개 브랜드와 소속 틱톡커 17명이 협업한 ‘홀리몰리 라이브 마켓’을 진행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티몬과 같은 기업들은 쇼츠를 연계한 커머스 전문 MCN에 투자하거나 쇼츠 크리에이터 육성 과정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틱톡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틱톡에서의 라이브 커머스를 추진하고 있다.

쇼츠 MCN들은 Z세대 교육 시장에서도 생각지 못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 ‘메이저스네트워크’는 Z세대에게 친화적인 방식으로 틱톡 전용 교육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는 MCN이다. 정보의 학습 매체가 텍스트에서 10분짜리 영상으로, 10분짜리 영상에서 이제는 15초에서 1분짜리 숏폼 영상으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메이저스는 2021년 초부터 틱톡의 공식 파트너사로 각 분야 전문가 150명을 크리에이터로 육성하며 교육 정보성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메이저스는 틱톡에서 조회 수 2억5000만 회를 기록했다.

3. 버티컬 MCN:
크리에이터-콘텐츠-커머스 밸류체인 구축

탄생 초기 MCN은 몸집을 불려 게임, 키즈, 뷰티, 엔터 등 다양한 버티컬에서 크리에이터들의 IP를 확보하고 외형을 늘리는 종합 MCN이 트렌드였다. 반면 최근에는 버티컬1 MCN의 약진이 돋보인다. 종합 MCN 트레져헌터가 투자한 관계사인 ‘레페리’는 2021년 영업 흑자(매출 167억 원, 흑자 2억 원)를 달성했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기존의 색조화장품 중심의 콘텐츠 마케팅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이룬 실적이다. 다른 뷰티 MCN인 디밀(디퍼런트밀리언즈)은 2021년 매출 173억 원을 달성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202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성장 500대 기업’으로 마켓컬리, 왓챠 등과 함께 선정됐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계열의 자회사 아이스크리에이티브도 2021년 매출 130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종합 MCN 빅 3인 다이아TV와 트레져헌터, 샌드박스는 미래 분야인 메타버스와 NFT 프로젝트 준비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다. 반면 레페리, 디밀, 아이스크리에이티브와 같은 뷰티 버티컬 MCN들은 버티컬에 집중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PB 상품, 크리에이터 IP와 뷰티 전문 커머스 플랫폼과 같은 자체 커머스 벨류체인을 강화했다.

MCN이 등장한 초기에는 게임, 키즈, 뷰티, 푸드, 의학 등 핵심 버티컬들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크리에이터를 집중 영입해 IP를 확보한 후 브랜드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실행했다. 이제는 특정 버티컬 내 IP 장악력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네트워크와 노하우,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MZ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개성 있는 PB 상품을 출시하는 자체 커머스 사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인플루언서 팬덤과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한 사람의 구독자를 위한 상품을 만들고 소통한다는 비전으로 기성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디밀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으로 ‘밀리언즈’라는 자체 뷰티 전문 커머스 플랫폼을 론칭했다. 이전까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크리에이터들이 대규모 구독자와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어도 고객 데이터를 쌓고 추천 상품을 큐레이션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 없어 단순한 굿즈 외 전문적인 버티컬 커머스가 불가능했다. 디밀은 밀리언즈앱에서 피부 타입별로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천 상품을 큐레이션하고 전속 크리에이터들이 이 상품들 중 직접 자신의 구독자들을 위한 상품을 선택해 판매하는 마켓인 ‘뷰티 엑스퍼트 셀렉트샵’을 론칭하고 현재까지 37회 오픈한 결과, 모든 상품이 완판되는 성과를 거뒀다. 눈 화장 전문 브랜드 ‘노베브(nobev)’와 향수 브랜드 ‘아월즈앤무드(Hours&mood)’, 캔버스백 브랜드 ‘포마이시스’ 등은 2, 3차까지 품절, 완판된 사례가 나왔다. 디밀은 ‘바디버든프로젝트’ ‘엠피파마’ 등 브랜드를 인수한 후 PB 브랜드로 확보해 자체 커머스 플랫폼에서의 사업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현대홈쇼핑과 같은 투자사와 라이브 방송 협업, PB 상품 공동 개발 및 판매로 커머스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레페리는 인플루언서와의 컬래버레이션 레이블 브랜드인 ‘슈레피(Surepi)’를 론칭해 크리에이터들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반영한 다양한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음반 레이블 시리즈처럼 각 크리에이터가 영감을 담아 기획한 화장품들을 슈레피 브랜드 내에 론칭하고 크리에이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콘텐츠로 소개해 팬들과 소통한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소셜 커머스뿐 아니라 롯데 온앤더뷰티, 세포라 등 오프라인 스토어에 PB 상품을 론칭하면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상품을 경험하고 판매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하킷(hakit)’은 크리에이터들의 애착템을 소개하는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브랜드이다. 하킷 브랜드 내에서 틴트, 팔래트 등 PB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셀렉한 추천 상품을 재미있는 메시지를 담은 굿즈와 함께 동봉한 ‘커밋 박스’를 ‘민카롱박스’ ‘된다박스’와 같은 크리에이터 네이밍 박스로 기획, 판매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레페리의 슈레피(Surepi)와 하킷(hakit)은 MCN 기업이 자체 브랜드 플랫폼에서 PB 상품 혹은 크리에이터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기획, 론칭, 마케팅하는 일련의 밸류체인을 확보해 보다 많은 커머스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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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콘텐츠의 부상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틱톡 계정에 접속하는 Z세대 사용자는 3730만 명으로 인스타그램의 Z세대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인 33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마케터는 스냅챗이 4200만 명의 Z세대 사용자를 가지고 있어 여전히 1위지만 틱톡은 빠른 속도로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틱톡의 최대 약점은 유튜브처럼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 수익을 직접 배분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틱톡은 최근 ‘틱톡펄스’라는 새로운 광고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약점도 극복할 예정이다. 틱톡펄스는 10만 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수익의 50%를 배분하는 프로그램이다.

틱톡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의 49%는 “재미있으면 광고여도 콘텐츠 시청에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이 제작한 해시태그 챌린지도 재미있으면 거부감 없이 Z세대가 동참하는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당근마켓에서 제작한 ‘#당근이세요’ 챌린지는 당근마켓 사용자들이 거래자와 만나기 전 ‘혹시 당근이세요?’라는 말을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 재미와 공감을 더해 캠페인 6일간 6000개의 챌린지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2억6000만 명의 이용자 수를 자랑하며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꼽히는 유튜브에서도 쇼츠는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는 2021년 초부터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쇼츠를 론칭했는데 현재는 하루에 150억 회 이상의 조회 수가 나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는 쇼츠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과 올해 각각 1억 달러의 펀드를 배정했다. 유튜브 쇼츠는 엔터테이너 크리에이터들이 팬들과 재미있고 즉각적인 소통을 하는 데 활용된다. 크리에이터들은 편집 기술 없이도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어 아예 쇼츠 전용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도 한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1위를 차지했던 젊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은 유튜브에 쇼츠만 올려서 근황도 전하고 리허설과 트레일러도 공개하는데 채널 개설 3주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넘겨 실버 버튼을 받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1분 내외 짧은 동영상을 촬영, 편집,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릴스를 지난해 론칭했다. 인스타그램은 아예 동영상 게시물과 릴스로 구분했던 기존 동영상 서비스를 릴스로 일원화하며 시청자 편의성을 높이고 쇼츠 위주의 운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크리에이터들은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기존 사용자들이 많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리고, 틱톡에도 업로드해 쇼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탈MCN: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의 공습

1. 테크 기업이 이끄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붐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이 MCN이라는 매니지먼트 기업을 거치지 않고도 크리에이터들을 육성, 발굴하고 수익화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붐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외 VC(벤처캐피털)의 투자도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젤리스맥(Jellysmack)’은 2021년 5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세계 최대 기술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2’로부터 7억5000만 달러(약 9130억 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젤리스맥은 국내 유튜브 크리에이터 ‘수빙수tv’ ‘디바제시카’ ‘야미보이’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체 보유한 동영상 최적화 프로그램으로 크리에이터 채널의 빠른 성장을 돕는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이다. 젤리스맥은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맞게 최적화해 영상을 배포하고 확산해주며 채널 관리를 지원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젤리스맥은 MCN이 지원하던 크리에이터 콘텐츠 유통과 채널 성장 업무를 테크 솔루션을 통해 내재화했다. MCN의 경우 담당자의 역량과 숙련도에 따라 매니지먼트의 질이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젤리스맥 같은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은 기술을 통해 매니지먼트를 시스템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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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택(substack)은 크리에이터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유료 구독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해 크리에이터들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도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D2C(Direct to Consumer)의 크리에이터 모델을 보여줬다. 크리에이터들이 서브스택에서 뉴스레터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조금도 지원하면서 뉴욕타임스의 유명 기자들까지도 서브스택에서 크리에이터 작가로 적극 영입했다. 서브스택이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패트리온(Patreon), 카메오(Cameo) 등 동영상 D2C 서비스들도 크라우드펀딩과 구독형 멤버십을 결합한 기업들이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역시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구독형 멤버십 뉴스레터 서비스를 내놓아 D2C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굿즈숍인 마플샵은 누구나 캐릭터나 로고와 같은 디자인만 있으면 나만의 굿즈를 제작, 판매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D2C 커머스 서비스다. 크리에이터들은 POD(주문자 제작 인쇄) 방식의 상품 제작과 배송, CS 등의 풀필먼트를 모두 마플샵에 대행해 커머스를 진행할 수 있다. 마플샵은 상품의 품질 관리나 배송 등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한 커머스에 크리에이터 접근성을 대폭 증가시켰으며 콘텐츠로 확보한 크리에이터들의 고유 브랜드를 굿즈로 확장해 팬들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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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로드(Gumroad)는 ‘무엇이든 판매하세요(sell anything)’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쿠팡이다. 크리에이터들은 검로드에서 강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공예품, 책, 영화, 음악, 상품 등 유무형의 저작물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검로드에서는 어떤 재능을 가졌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을 판매할 수 있다. 검로드는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만든 상품을 게시하고 소비자에게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의 상품이 제3의 미디어에서 노출, 홍보될 수 있도록 한다. ‘검로드 어필리에이트(Gumroad Affiliate)’는 크리에이터들의 상품을 블로그에 노출시켜주는 또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수료를 배분해주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라이브 클래스가 ‘강의 커머스’를 돕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라이브 클래스는 크리에이터들의 교육용 강의를 개인 판매자로 홍보하고 세일즈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다. 기존의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일타 강사를 위한 매스 미디어 방식의 교육 사이트라면 라이브 클래스는 평범한 강사들도 라이브 강의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시청자들과 1대1로 소통하는 경험을 강조하는 크리에이터 미디어 방식의 서비스이다. 라이브 클래스는 크리에이터들이 라이브 스트리밍 강의나 VOD 강의, 전자책, 코칭과 컨설팅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개인 판매 홈페이지, 학습 관리 시스템(LMS), 결제를 지원한다. 마플샵, 검로드와 라이브 클래스는 크리에이터들의 커머스 시장을 D2C 방식이 될 수 있도록 배송, 마케팅, 운영 등에 있어서 체계적인 인프라를 제공한다.

2. MCN 밖에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테크 기업

최근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들은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장르와 상품에 따라 특화된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동영상 외에 뉴스레터, 교육, 자기 계발, 디자인, 커머스 등 거의 모든 재능 영역에서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인프라 내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재능을 비즈니스로 바꿀 수 있도록 육성하는 효과를 낳았다. 크리에이터들은 점차적으로 광고 사업을 넘어 자신의 재능을 콘텐츠나 비콘텐츠 어떤 형태로든 판매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들은 크리에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MCN 사업 모델을 혁신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터가 광고가 아닌 자체적인 비즈니스와 개인 브랜드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젤리스맥, 서브스택, 마플샵, 검로드와 같은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은 크리에이터들의 성장과 수익화를 위한 인프라를 크리에이터 친화적인 기술로 제공한다. 여기서 탈MCN의 트렌드가 나타난다.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한 더 안정적이고 생산성 높은 기반이 MCN 기업의 밖으로 마련되고, 이는 MCN 기업의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경제의 대규모 확장을 촉진하는 중이다. 크리에이터 커머스 분야만 해도 MCN 기업이 상품 기획, 큐레이션, 디지털 마케팅을 직접 매니지먼트하는 방식이 있지만 이제는 크리에이터 전용의 아마존과 쿠팡과 같은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MCN 밖에서 상품의 제작, 배송, 개인 쇼핑몰 페이지 운영, 결제, 정산, 디지털 마케팅의 인프라를 모두 지원받아 커머스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들의 등장으로 세분화된 비즈니스 영역을 지원해 작가, 디자이너, 교육 강사, 운동선수 등 더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크리에이터 경제의 외연이 크게 증가하게 됐다.

이제 MCN의 경쟁 대상이 비단 다른 MCN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확장시키는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으로까지 그 상대가 크게 확대된다. 다른 MCN보다 더 많은 버티컬 영역의 더 많은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과거의 외형 확장 방식으로는 젤리스맥과 같은 글로벌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을 이길 수 없다.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들은 크리에이터들이 광고가 아닌 자체적인 커머스, 구독, 후원 등의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데 세분화된 테크 솔루션을 제공해 그 전문성과 효율성이 무시할 수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MCN 기업에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확대가 오히려 위기가 되는 이유이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MCN 회사들에는 위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MCN의 기능을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이 모두 대체할 수는 없으며 버티컬 내 크리에이터들 간 시너지를 모아 소비자 취향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MCN 기업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일이다. MCN 기업들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에 자신만의 뾰족한 칼을 갈아 살아남아야 한다.

웹3.0 시대의 MCN

앞으로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경험하고 즐기는 방식은 플랫폼, 크리에이터 테크, 웹3.0, 메타버스의 흐름과 함께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디지털에서 구축한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 속에서 재능을 수익화하는 방법 역시 진화할 것이다. MCN 또한 앞으로 10년간 새로운 크리에이터 육성 요구에 부응하며 미래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여기서 변하지 않는 본질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와 상품을 더 친밀한 방식으로 즐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뉴플랫폼, MCN 밖의 테크 MCN의 흐름 속에서 시청자들이 크리에이터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비즈니스가 생겨났고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났다. 또한 그로 인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크리에이터 경제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

뉴포맷과 탈MCN 외에 앞으로 주목해야 할 크리에이터 육성 트렌드의 변화는 ‘웹3.0’이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은 내부 생태계 내의 정책과 룰, 알고리즘을 중앙에서 통제하고 있다. 반면 크리에이터는 보다 자유롭게 디지털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자신의 룰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콘텐츠와 상품을 판매하고 싶어 한다. 웹3.0 시대가 되면 콘텐츠 창작과 배포, 가격 정책, 커뮤니티 운영 정책 등 크리에이터 비지니스의 모든 주도권을 크리에이터가 가지고 팬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운영해갈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과 팬들이 콘텐츠와 관련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와 같은 경험적 혜택을 NFT로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창작자들의 NFT 발행과 2차 거래가 활발해지면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콘텐츠 IP와 커뮤니티 경험, 팬덤의 가치는 다시 한번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15세 중학생이 모니터 모양의 얼굴을 한 캐릭터인 ‘모니터 헤드’ 등 그림을 그려 NFT로 발행한 후 1200만 원을 벌기도 했으며, 디지털 아트 작품과 음악을 NFT로 민팅해 돈을 버는 Z세대 작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아예 플랫폼과 연계한 NFT 마켓플레이스인 ‘AFT마켓(AFreecaToken)’을 출시해 인기 BJ의 3D 캐릭터 아바타나 생방송 다시 보기 VoD를 NFT 경매 방식으로 구매, 재판매하며 투자할 수 있게 했다. BJ 철구의 NFT 아바타는 137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MCN은 NFT를 통한 신규 사업과 크리에이터 육성 준비를 시작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자체 NFT 프로젝트인 ‘메타 토이 드래곤즈’를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에서 발행했다. 샌드박스는 이를 기반으로 P2E(Play to Earn, 수익 창출형 게임) 게임을 출시하고, 게임 토큰을 발행하며,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및 크리에이터와 협업 콘텐츠를 NFT로 거래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줬다. 샌드박스가 보유한 크리에이터 IP와 오리지널 IP의 유통 시장을 게임과 NFT로 확장할 수 있다면 크리에이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메타버스와 NFT 시장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MCN은 웹3.0 시대에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첫째, MCN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기존 크리에이터들의 메타버스 진출을 도와서 메타버스 내 광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커머스와 같은 핵심 비지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들의 희소성 있는 콘텐츠와 온•오프라인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NFT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 셋째, 메타버스에서 모델, 공연 활동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버츄얼 인플루언서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아직 실험 중인 웹3.0의 메타버스와 NFT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웹2.0 플랫폼 시대의 성공 방법과 같지 않다. MCN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성공 방법을 찾아내고 차별화된 크리에이터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단,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MCN의 NFT 사업과 NFT 크리에이터 육성이 팬들과 크리에이터가 돈을 벌기 위한 단기 거래에 집중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NFT가 돈을 버는 투자의 수단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급작스런 NFT 거래 침체와 가격 불안정, 투자자의 자금을 가지고 도주하는 러그풀(rug pull)2 사태를 보이며 NFT 커뮤니티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 IP가 NFT로 더 많이 거래되고 있었는데, 크리에이터들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까지 함께 손상될 뻔했다.

NFT와 P2E 게임 사업이 자칫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오로지 돈을 벌게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콘텐츠와 팬들의 경험이라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본질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NFT의 기반인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권한이 분산돼 플랫폼과 같이 리스크와 문제점을 통제적인 방식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MCN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웹 3.0에 걸맞은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NFT 창작자 교육, 팬 커뮤니티 문화 조성에 함께 힘써야 한다. 창작자 교육과 커뮤니티 문화 조성은 단순히 도덕적인 강조가 아니라 NFT와 메타버스 사업이 시험을 거쳐 안착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웹3.0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자율성이 더 올라가는 만큼 사회적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사회적 부담감에 대한 인식은 더 중요하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는 웹2.0이나 웹3.0이나 모두 팬덤과 커뮤니티 기반 위에서 이뤄지며 웹3.0에서는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뿐이다. MCN의 마케팅 타깃인 Z세대는 사회적 책임감과 커뮤니티 이슈에 더욱 민감하다. 따라서 제대로 된 크리에이터 교육과 관리가 향후 MCN이 미래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 박인영 | 사이버한국외대 마케팅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연세대에서 심리학, 경영학 학사와 동 대학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글로벌 마케팅 담당으로 근무했다. 저서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발간 예정)가 있다. 주요관심분야는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사용자 경험이다.

    inyoung.park@c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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