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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카트 손잡이 바꿨을 뿐인데 매출이 쑥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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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Getting a Handle on Sales: Shopping Carts Affect Purchasing by Activating Arm Muscles” (2021) by Estes, Zachary and Mathias C Streicher, Journal of Marketing, in 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구매 결정의 76%는 매장 안에서 일어난다. 충동구매라는 단어가 있는 것처럼 매장 안에서의 구매 결정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구매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판매자의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소매점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는데 팝업 매장, 할인 행사 등의 프로모션, 매장과 진열대의 배치 변경, 인테리어 공사 등을 통한 분위기 쇄신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지금까지 쇼핑 카트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카트 제작사는 소비자가 사용에 불편을 겪지 않는지, 적절한 미적 외관을 갖췄는지 정도만 고려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카트 디자인은 거의 동일해졌다.

영국 런던시티대 연구팀은 쇼핑 카트의 디자인이 바뀌면 매출이 오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선행 연구를 통해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지면 소비자들의 태도, 동기 부여, 주목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파악했다. 가설 검증을 위해 기존의 일반적인 쇼핑 카트(가로형 손잡이)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쇼핑 카트(평행형 손잡이)를 제작해 실험에 투입했다(사진 참고). 표준형 카트는 보통 가로(horizontal) 형태의 손잡이를 통해 이동하는데 이때 팔의 펴짐근(extentor muscle)을 활성화한다. 반면 새로운 카트는 90도로 구부러진 두 개의 평행한(parallel) 손잡이를 잡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때는 팔의 굴근(flexor muscle)을 주로 이용한다. 쉽게 말하자면 펴짐근은 삼두박근, 굴근은 이두박근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굴근은 몸으로 무언가를 당길 때 주로 사용되며 펴짐근은 무언가를 버리거나 멀리할 때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굴근은 욕구 자극 및 긍정적 평가와 연관되며 펴짐근은 회피 자극 및 부정적 평가와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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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실제 소매점에서 이뤄졌다. 각각 194명의 소비자가 표준형 카트와 새로운 카트를 이용해 쇼핑을 진행했다. 구매가 완료되면 영수증을 통해 전체 구매 수량, 구매 제품 가짓수, 구매액 등을 파악했다. 새로운 카트는 구매량, 가짓수, 구매액 모두에서 우월했다. 또 연구자들은 칼로리가 높은 스낵, 달콤한 초콜릿, 술 등을 악한(vice) 제품으로, 유기농 식품, 치약과 같은 위생용품, 청소용품 등은 선한(virtue) 제품으로 각각 분류하고 카트 이용자 간 구매액 차이가 있는지를 보았는데 두 제품군 모두 새로운 카트 사용자들의 구매액이 높았다. 한편 밀가루나 쌀, 통조림, 휴지 등 필수품도 분석의 범주에 포함했는데 이 항목에서는 두 카트 이용자 간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평행형 카트에서 구매액이 높은 것이 어쩌면 새로운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혹은 쇼핑 시의 기분 탓일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러나 디자인의 매력도, 인체공학적 설계가 주는 편안함, 쇼핑 시의 기분 등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도리어 표준형 카트 이용자들이 쇼핑 시 기분이 더 좋았고, 가로형 손잡이에 인간공학적 편안함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오로지 카트 디자인의 변화로 인해 이두박근이 자극돼 구매액이 증가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은 실제로 표준형 카트와 평행형 카트가 서로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지 근전도 검사(EMG) 기법을 이용해 검증한 것이었다. 가로형 카트 이외에 세로형(vertical) 손잡이를 가진 카트를 실험에 투입해 총 3종류의 카트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가로 형태는 물론 세로 형태의 손잡이는 모두 팔 윗부분(upper arm)의 펴짐근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행한 형태의 손잡이만이 굴근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진의 가설이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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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실험 결과는 카트 제작사는 물론 실험 장소를 제공한 소매점 본사에도 큰 놀라움을 줬다. 손잡이 디자인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매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앞으로 쇼핑 카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카트가 아닌 장바구니를 갖고 쇼핑을 하는 고객들의 경우 무게와 부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비를 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매점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구매를 위해 가급적 카트, 그중에서도 평행형 손잡이를 가진 새로운 카트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고객이 전화 통화를 하며 쇼핑을 할 경우 이두박근이 자극되고 쇼핑 집중력은 흐려지는데 이것이 구매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소매점이 이를 고려한 프로모션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연구의 결과가 놀랍기는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새로운 카트가 이두박근을 자극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인체공학적 편안함은 기존 카트에 비해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미는 힘 또한 기존에 비해 10% 낮아졌기 때문에 힘을 더 써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쇼핑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쇼핑 카트의 손잡이가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무적으로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이두박근의 자극이 보다 많은 구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세일즈 마케팅 영역에서 생리학과 인체공학을 접목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환 가천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verhoyansky@gachon.ac.kr
필자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영업과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영업사원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세일즈 혁신과 스타트업 스케일업을 연구 중이다. 현재는 가천대 경영대학원에서 영업 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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