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위드 코로나 시대, 트래블 테크의 진화

AI로 항공료 등 예측하고 랜선 출장
기술보다 ‘여행의 본질’ 우선해야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여행 상품 탐색 및 예약 부문에 집중됐던 여행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랜선 여행, 인공지능을 활용한 항공/호텔 가격 예측과 맞춤 여행 설계, 비대면/비접촉 서비스 강화 등 트래블 테크는 이제 여행 산업 전반의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의 본질’이 첨단 기술보다 우선하는 가치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고객의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호퍼(Hopper), 고객이 직접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원격 출장 서비스 포트(Port), 구글 트래블보다 더 나은 개별화된 맞춤 여행을 설계해주는 스토리시티 등은 ‘좋은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게 편리함과 효용을 제공한다’는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한 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앞당겼다.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여행 산업 역시 산업 전반에서 격변을 겪으며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맞이하는 중이다.

여행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4대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를 접목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여행 상품 탐색 및 예약’ 부문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기술 기반 디지털 비즈니스로 탈바꿈했다. 과거 이 부문을 주도했던 오프라인 여행사의 역할은 대폭 축소됐고 온라인 플랫폼이 관련 시장 전반을 점유했다.

코로나19는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기반 여행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AI와 핀테크,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꾸준하게 개발해온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오랜 기간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글로벌 플랫폼들의 위상이 흔들거리는 조짐도 엿보인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여행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비대면’과 ‘거리 두기’다. VR/AR 기술로 가상과 현실을 조합해 실감 나는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방문지의 대기 인원 정보를 알려주는 등 트래블 테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원격으로 해외의 전문가에게 무언가를 배우거나 심지어 출장을 대신 가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글로벌 여행 산업 전반에 나타난 팬데믹 이후의 트래블 테크 동향을 짚어보고 ‘위드 코로나’ 시대, 국내 여행 산업은 트래블 테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1. 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새로운 질서
호퍼, “고객 이익이 최우선”

코로나19로 전 세계 여행자 이동량(트래픽)은 30년 전인 1990년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0년 한 해 국제 관광객 수가 10억 명 이상 줄었고, 이로 인해 여행 산업이 입은 피해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피해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 팬데믹으로 글로벌 이동이 제한되면서 특히 관광 목적의 트래픽은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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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히려 팬데믹 기간, 사용자가 대폭 증가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여행 강자를 위협하는 여행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의 항공 호텔 예약 플랫폼 호퍼(hopper)다. 익스피디아 부사장을 지낸 프레드릭 랄론데가 창업한 호퍼는 2020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1위에 올랐다.2 2위는 익스피디아와 함께 글로벌 여행 온라인 플랫폼(OTA, Online Travel Agency)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해온 부킹닷컴이다.

호퍼는 어떻게 부킹닷컴을 제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여행 환경, 즉 글로벌 이동량의 축소와 로컬 이동의 증가에 있다. 호퍼는 AI 알고리즘으로 항공과 호텔 요금이 앞으로 저렴해질지, 아니면 비싸질지 가격을 예측해준다. 특히 2019년 말 ‘프라이스 프리징(Price Freezing, 가격 동결)’이라는 독점 기능을 출시했는데 팬데믹 이후 국내선 항공 가격의 변동이 매우 잦아진 탓에 이 서비스는 미국인들로부터 매우 큰 호응을 얻었다. 프라이스 프리징은 고객이 검색해 찾아낸 항공과 호텔의 최적 가격을 지금 당장 결제하지 않더라도 며칠간 고정해 둘 수 있는 기능이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실제 결제 시점에서 가격이 인상됐을 경우 그 차액을 호퍼가 지불한다.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면 고객은 낮아진 가격대로 결제하면 된다. 즉, 고객은 구매를 염두에 둔 항공과 호텔 가격이 급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호퍼는 프라이스 프리징을 고객의 효율적 결제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핀테크 기술이라고 말한다. 또 수백만 건의 항공편 가격 변동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함으로써 소비자가 항공권 구매에 지불하는 비용을 최대 40% 절약해주고 있다고도 한다. 호퍼 사용자는 이러한 기술 덕분에 ‘지금 이 항공편을 예약할까, 아니면 좀 더 기다릴까’ 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글로벌 여행 플랫폼이 오로지 ‘최저가 정렬’ 검색 결과에만 몰두한 것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호퍼 역시 코로나19 발생 직후 경영상 큰 타격을 입고 직원의 40%를 해고했다. 이후 재빨리 사업 대상을 B2B로 확장해 위기를 타개했다. 지금까지 개발해온 AI 기술을 솔루션으로 만들어 여행업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호퍼 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항공사, 온라인 여행사, 메타 검색 서비스, 기업 여행 회사 등이 호퍼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프라이스 프라이징을 비롯한 호퍼의 핵심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다. 호퍼에 따르면 호퍼 클라우드를 사용할 경우 매출은 350%, 활성 고객은 23%, 재구매율은 79% 증가한다고 한다.

호퍼의 이러한 ‘기술 지향’ 전략은 호퍼를 수많은 여행 플랫폼 중 하나에서 대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됐다. 올 8월 기준 호퍼의 임직원은 10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 이전 362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호퍼는 올 3월 700만 달러에 이어 4월에는 1억7000만 달러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했다. 이로써 누적 투자금은 4억20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돌파했다. 이제 언론은 호퍼를 익스피디아와 부킹닷컴, 심지어 구글 트래블과도 당당하게 경쟁하는 여행 플랫폼으로 묘사한다.

그간 주류 여행 플랫폼은 검색 기술 고도화에만 몰두해왔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입점 파트너에게 광고비를 받아 검색 결과 상단에 올려주는 수익 모델을 소비자 친화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전 세계 최대 숙박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에어비앤비가 공급자 검색 광고 정책을 배재하는 것도 이것이 소비자에겐 불편함과 혼동을, 공급자에겐 광고비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플랫폼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한다는 것을 호퍼 사례가 다시 한번 일깨운다.

에어비앤비 누른 여기어때, 야놀자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도 여행 플랫폼 시장의 점유 구도가 크게 달라졌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이동량의 축소와 로컬 이동의 증가는 글로벌 플랫폼의 급격한 사용 감소를 가져왔고, 따라서 지난 10여 년간 국내에서 승승장구해왔던 부킹닷컴, 아고다 등 해외여행 플랫폼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 로컬 OTA로 분류되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이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와이즈앱이 발표한 여행 숙박 앱 동향에서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에어비앤비와 아고다는 3, 4위로 그 뒤를 이었다.3

발 빠른 변화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는 마이리얼트립을 주목할 만하다. 해외여행 투어와 액티비티를 주로 판매하던 이 회사는 2020년 3월부터 국내 여행으로 빠르게 타깃을 전환해 2000개 이상 국내 여행 상품을 입점시켰다. 마이리얼트립은 올 7월 4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장기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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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여기어때, 마이리얼트립처럼 100% 온라인 기반으로 여행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플랫폼은 축적되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높은 여행지나 상품에 집중하는 등 판매 전략을 발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반면 온라인으로 사업을 완전히 전환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B2B 판매를 이어온 기존의 대형 여행사들은 팬데믹 이후 여행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최근 나타난 새로운 경향이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연합 전선 형성이다. 하나투어는 야놀자에 자사의 해외여행 상품을 단독 공급하는 제휴를 체결했다. 여기어때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항공권 발권 기준 국내 5위 실적을 가진 온라인투어를 인수했다. 이 두 사례는 국내 여행 업계가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여행업은 고객 데이터 분석과 모바일 기반의 편리한 검색 및 결제 기술 없이는 대응하기 힘든 시장이 됐다. 자체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어렵다면 디지털에 능한 온라인 플랫폼과 손잡아야 한다.

2. 비대면 여행
호텔엔 로봇, 디즈니월드엔 ‘가상 줄서기’

비대면 시대, 여행 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항공 및 호텔 업계의 자동화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비접촉 서비스의 증가다. 2020년 9월 에어아시아가 발표한 ‘시작부터 끝까지 안전한 비접촉식 여행’의 여행 순서도를 보면 향후 2∼3년간 항공 여행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유추해볼 수 있다.4 여행 준비 단계에 해당 국가 입국에 요구되는 각종 문서와 승인을 확보한 후 항공사 웹사이트에서 항공권 예약 및 체크인까지 미리 마친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무인 키오스크에서 탑승권과 수화물 태그를 인쇄하고, 필요한 경우 역시 키오스크에서 추가 결제한다. 탑승 게이트에서도 기기를 통해 셀프로 체온을 측정한 뒤 항공기에 오른다. 항공 여행을 위한 거의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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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업계도 호텔 서비스의 전통이라 할 프런트 데스크에서의 대면 체크인을 지양하고 체크인 전용 기기를 통한 비대면 체크인을 늘려가고 있다. 2019년 필자는 서울 인사동의 나인트리 프리미어호텔에서 ‘체크인 키오스크’를 처음 접했다. 당시만 해도 매우 생소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상당히 보편화됐다. 롯데호텔의 L7호텔이 무인 단말기를 도입했고, 메리어트 계열의 목시호텔 인사동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키 리스(Keyless) 시스템을 들였다. 이들 호텔에선 객실 키 없이 스마트폰으로 입실할 수 있다. 로비 프런트에서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는, 일명 ‘로봇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일본의 헨나호텔도 서울 명동에 진출하면서 KT의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도입했다. 투숙객은 각 객실에 설치된 기가지니 단말기를 통해 어매니티 물품과 컨시어지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이 호텔은 2대의 프런트 로봇 외에도 배달 로봇 1대를 둬 각 객실로 고객이 요청한 것을 나르도록 하고 있다.

대기 인원 파악 및 알림 서비스는 거리 두기에 도움을 주는, 비대면에 최적화된 트래블 테크다. 올 8월 디즈니는 미 플로리다의 월트디즈니월드와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에 ‘디즈니 지니(Disney Genie, 이하 지니)’라는 개인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엄청나게 긴 어트랙션 탑승 대기 문제를 해결해주는, 실시간 대기 순서 업데이트 및 예약 서비스다. 기존 디즈니 테마파크 앱 5 내에서 지니 플러스 요금제에 가입하면 매일 아침 7시부터 각 어트랙션 탑승을 예약할 수 있다. 자신의 예약 시간에 해당 어트랙션을 찾아가면 돼 긴 줄을 서는 시간 낭비에서 해방될 수 있다. 지니 전용 출입구도 마련돼 있어 일반 방문객과 동선을 분리할 수도 있다. 한편 지니는 대기 시간이 짧은 주변 어트랙션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지니 플러스의 하루 요금은 월트디즈니월드 15달러, 디즈니랜드 20달러다.

또한 디즈니는 가상 세계에 익숙한 고객들을 위해 현실 속에서도 가상의 재미를 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월트디즈니월드에 새로 마련된 스타워즈 어트랙션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스타워즈: 데이터패드’ 게임을 할 수 있다. 또 디즈니는 올 5월 스냅챗과의 협업으로 미키•미니마우스 AR 포토 필터를 출시했다. 디즈니에 가지 않아도 디즈니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3. 맞춤형 여행의 진화
여행의 본질에 충실한 차별화 전략 필요

2016년 구글이 내놓은 여행 애플리케이션 ‘트립스(Trips)’는 자동화된 맞춤 여행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트립스는 구글 지메일에 도착한 항공 및 호텔 예약 내용을 자동으로 가져와 분석한다. 몇 월 며칠에 어느 도시로 가는지, 어떤 호텔에 머무는지를 자동으로 파악한 뒤 해당 도시에서 꼭 가봐야 할 곳, 꼭 먹어봐야 할 것 등을 추천해준다. 또 구글맵에 축적된 방대한 사용자 리뷰 데이터를 활용해 여행지에서 ‘확률적으로’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무서울 정도로 ‘나’라는 개인에게 맞춘 서비스의 위력을 보여준 트립스는 2019년 지도와 여행 예약 기능을 통합해 새로 오픈한 ‘구글 트래블’로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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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트래블은 트립스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트립스처럼 별도 앱을 깔지 않고도 구글맵에서 항공 및 호텔 예약 내역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어 매치(Your match)’란 기능을 사용하면 이전 식습관을 기반으로 내가 좋아할 레스토랑을 예측해준다. 구글맵에서 바로 레스토랑 예약도 할 수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구글맵의 AI 기반 서비스는 여행 업계에 큰 위협이다. 전 세계 검색 엔진의 92%를 점유한 구글의 막강한 개인 데이터는 점차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등 여행 전문 플랫폼을 거칠 필요가 없는 전자상거래 환경을 구축하며 여행 업계를 위협한다. 독점 기업으로 인한 폐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여행 업계가 구글의 압도적인 데이터 기반 여행 서비스에 맞서려면 여행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여행 스타트업 스토리시티는 이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토리시티가 운영하는 맞춤 여행 서비스 ‘여다’는 사용자가 동행 정보, 여행 스타일, 관심사, 숙소 취향 등 8개 항목을 입력하면 3분 내로 고객 맞춤형 여행 일정을 전송해준다. 여다는 약 40만 건의 고유 여행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여행지를 골라주고 동선을 최적화해주는 AI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올 3월 서비스 정식 출시 이후 1만 건 넘는 여행 일정을 짜줬고, 여름철 성수기인 올 7월 일평균 주문 건수가 6월 대비 2배 증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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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다는 구글과 달리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여행과 취향을 스스로 입력하게 한다. 이는 맞춤 여행 추천의 정확성을 높이는 좋은 설계다. 왜냐면 사용자가 지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구글 트래블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또 구글 트래블이 제공하는 자동화 여행 정보에는 아직 한계가 있고, 특히 여행지의 볼 것과 할 것 부문에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직접 취향을 밝히지 않는다면 제공되는 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다는 고객 스스로 정보를 입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존 가이드북이나 웹진,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맛집은 물론 여러 여행 플랫폼의 상품과 숙박 시설을 데이터화해 고객의 맞춤 일정을 짜주는 데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 맞춤형으로 여행 상품을 추천하고 동선을 짜주는 것은 현재 구글 트래블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또 여다는 구글처럼 메일과 지도 등에서 수집된 개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유용한 맞춤 여행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기에 기술 기반 맞춤 여행 서비스의 우수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4. 랜선 여행의 현재와 미래
고객사 대신 박람회 참석하고 거래처 발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실시간으로 여행지와 연결되는 경험, 즉 랜선 여행이 출현했다. 에어비앤비는 체험(experience) 카테고리에 ‘온라인 체험’을 신설했다. 이 온라인 체험에서 2020년 매출 1위를 기록한 포르투갈 ‘드래그퀸 쇼’ 체험의 경우 작년 한 해 5억 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익스플로러(Explorer)’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랜선 여행에 뛰어들었는데 아마존답게 랜선 여행에 쇼핑을 결합했다. 집으로 해당 여행지의 문화가 담긴 키트를 배송해주는 상품, 현지에서 퍼스널 쇼퍼가 대리 쇼핑을 해주는 상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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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이브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랜선 여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여행사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 가이드의 입지가 좁은 점에 주목해 스타성 있는 가이드를 발굴해 가이드를 중심으로 한 단품 투어를 개발하고 있다. 필자는 마이리얼트립과 가이드라이브가 함께 진행한 홍콩 및 스페인 바르셀로나 랜선투어를 직접 체험해 본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랜선 여행의 경쟁력은 소통이다. 랜선투어의 실시간 댓글을 살펴보면 이 또한 하나의 커뮤니티가 돼 실시간 댓글에서 소속감과 위안을 느끼는 참여자가 많이 보였다. 함께 랜선투어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을수록 내 댓글에 대한 리액션이 활발하기 때문에 인원이 많을수록 참여도가 높아진다. 혼자서 자유여행을 하는 것과 비록 가상이더라도 1500명이 함께 여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진짜 여행이 다시 왕성해지는 가까운 미래에도 랜선 여행이 독립적 비즈니스로 발전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론칭된 다수의 랜선 여행은 이미 정해진 동선이 있는 투어다. 해외 유명 관광지에 대한 설명 위주의 랜선투어는 자칫 유튜브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기술상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시간이다 보니 이동 시간으로 인해 투어의 러닝타임이 길어지기도 한다. 시청자는 댓글을 쓰며 지루함을 달랜다. 가이드는 설명 중에도 댓글을 읽어야 하고 ‘끊긴다, 잘 안 들린다’는 시청자가 제기한 기술적 에러에도 대응해야 한다. 가이드들은 대면 소통 없는 강의 같은 랜선투어를 장기간 반복하는 것에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다시 국경이 개방된다면 랜선 여행을 할 동기 또한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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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팬데믹 이후 랜선 여행 비즈니스는 관광보다는 출장 분야에서 각광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네덜란드 출신 팰립 맨이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포트(Port)는 오직 랜선 여행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여행 플랫폼이다. 포트는 ‘너의 방식대로 대신 여행해줄게’라는 자세로 랜선 여행에 접근한다. 진짜 여행을 하더라도 현지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트의 호스트는 고객 대신 동네를 다니며 많은 지역민과 대화를 나누고, 고객이 요구하거나 물어보는 것에 즉각 대응해준다. 이 같은 대리 여행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포트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특정 지역을 가야 하지만 시간상, 비용상 여건이 안 돼 직접 가기 곤란한 출장 수요를 발견한 것이다. 예를 들면 박람회에 참석해 사업 조사를 한다거나 기업이 궁금해하는 특정 장소 한두 곳을 대신 방문해주는 것이다.

최근 포트는 기존의 랜선 여행보다 원격 출장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화면에 원격 조종 기능을 탑재해 고객이 원격으로 화면을 조종해 전시장 내부의 여러 곳을 직접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또 고객은 현장에 나가 있는 호스트에게 전시장의 어느 부스로 가야 하는지를 직접 요청할 수 있다. 부스에서 명함을 받으면 호스트는 그 자리에서 명함을 바로 촬영해 고객에게 전송해준다.

포트는 최근 대형 마이스(MICE) 행사 중 하나인 ‘나노코리아2021’에서 활동했다. 올 7월 경기 일산에서 열린 이 행사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됐는데 한국을 직접 방문하지 못한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해외 총 27개 기업이 포트의 원격 출장 서비스를 이용했다. 포트 홈페이지에는 영국의 한 바이어가 포트의 원격 출장 서비스를 통해 서울의 한 AI 전시회에 참석해 2시간 동안 무려 80개 부스의 한국 AI 기업들을 둘러봤다는 사례가 소개돼 있다. 이 바이어는 12개 업체와는 직접 대화를 나눴고 3개 기업과 미팅 약속을 잡았다. 현재 포트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자사 고객사로는 신세계푸드, 코트라, 한국관광공사, HIS(일본 최대 여행사) 등이 있다.

포트의 목표는 원격 출장을 통해 직접 가는 출장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기존 여행의 대체재로서 랜선 여행을 포지셔닝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나간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서비스다.

에어비앤비, 클룩 이기는 국내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

위드 코로나 시대를 목전에 두고 강력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요구받는 국내 여행 산업은 트래블 테크를 어떤 방향으로 접목해나가야 할까.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첫째, 여행 업계만이 줄 수 있는 현실 경험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술은 이러한 차별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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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구입하고 오큘러스 VR 헤드기어 등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새로 마련했다. 미디어 콘텐츠도 그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더 저렴해지고,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이들 첨단 기기와 다양한 콘텐츠는 여행업의 경쟁자다. 따라서 트래블 테크는 진짜 현실에서 즐기는 경험의 재미와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활용돼야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은 기술이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사례다. 1980년대 아케이드 게임 돌풍을 일으킨 미국의 비디오게임 회사 아타리(Atari)는 내년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을 열 예정이다. 아타리가 호텔 비즈니스에 진출한 이유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투숙객은 아타리호텔에서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고, 게임 테마의 객실에서 머물게 된다. 게임 회사조차도 경험의 몰입도를 높이려면 가상 경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가상 세계 열풍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 기업뿐만 아니라 관공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서비스를 알리거나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상 이들의 메타버스에 들어가보면 로딩시간이 길거나, 실행이 잘되지 않거나 콘텐츠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가상 세계에서의 사용자 간 소통을 배제한 채 자체 플랫폼 만드는 데만 급급한 분위기가 읽힌다. 메타버스를 효과적 마케팅 도구로 삼으려면 우선 메타버스 사용자 행태를 깊게 이해하고 자신과 잘 맞는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한 기술 기반 여행 플랫폼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트래블 테크 기업이 나올 수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 널리 통용되는 투어&액티비티 여행 플랫폼으로는 홍콩의 클룩(Klook)이 첫손에 꼽힌다. 올해 팬데믹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22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클룩은 전 세계 여행자에게 10만여 개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출은 2018년에 이미 1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글로벌 투어&액티비티 플랫폼을 표방하는 와그(Waug)가 선전해왔지만 전성기라 할 2019년 매출이 150억 원으로 클룩의 6분의 1에 그친다. 입점 상품 수도 2만여 개에 불과하다.

제페토 같은 글로벌 서비스를 탄생시킨 한국에서 왜 에어비앤비나 클룩 같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은 나오지 않을까? 필자는 관광 분야 창업 지원 정책의 방향이 인바운드 활성화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의 여행 상품을 외국인에게 팔거나(인바운드) 내국인의 국내 관광 증진(인트라바운드)이 정책의 궁극적 목표다. 그런데 해외여행이 재개돼 세계인이 한국 여행을 고려할 때 한국 여행 상품만 모아놓은 플랫폼을 찾을까? 그보다는 에어비앤비나 부킹닷컴, 클룩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살펴보며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고를 것이다. 여행 산업을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로 구분하는 이분법식 접근은 글로벌 플랫폼 경제하에서 더는 무의미하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트래블 테크 기업이 늘어난다면 여행 산업의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트래블테크의 본질은 첨단 기술이 아냐

전 산업 분야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인간의 노동시간은 필연적으로 줄어들고 여가 활동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여가 활동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여행 산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본격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간 아날로그 환경에서 성장해온 여행업의 환경 및 수익 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트래블 테크의 도입은 필수불가결하며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여행 업계가 트래블 테크를 기술적 차원으로만 이해하고 있어 염려된다. 많은 여행 산업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첨단 기술을 내세운 스마트 관광 인프라나 메타버스 구축 등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첨단 기술 종합세트가 아니다. 소비자는 알찬 콘텐츠를 갖추고, 직접적인 효용성을 주는 서비스를 선호한다. 최근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내외 트래블 테크 기업들이 ‘좋은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게 편리함과 효용을 제공한다’는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공통점을 자랑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김다영 히치하이커 대표 nonie1@naver.com
필자는 여행 트렌드 전문가이며 『여행의 미래』와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등 세 권의 책을 썼다. 일반 기업에서 임직원 대상 여행 교육 강사로, 여행 업계에서 소비자 트렌드 분석을 통해 업계 종사자와 스타트업 대상 교육과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팟캐스트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