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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티핑포인트’를 입히다
전통을 혁신하라, 혁신이 전통이 된다

박영은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변하고 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하지만 이미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고전의 역습은 시작됐다. 고전미를 잃지 않되 에지 있게 변화하면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엔터테인먼트 작품 세계에서도 쉽게 발견되며 전통적인 경영학 이론이 현대적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과정, 특히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도 나타난다. 이제 고전은 고전 그 자체로 남아 있지 않다. 고전에 티핑포인트를 입혀 전통의 혁신 혹은 혁신의 전통을 보여줄 때 새로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변화들을 열린 자세로 마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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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영원할까? 에지 있게 변화할까?

명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손꼽히는 에르메스의 시작은 무려 1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백으로 유명한 ‘켈리 백(Kelly Bag)’과 ‘버킨 백(Birkin Bag)’. 이렇게 장인의 손과 브랜드의 정신을 가문 대대로 이어온 명품백들은 단지 돈만 있다고 쉽게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퍼가 달린 볼리드 백처럼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방도, 1950년대 그레이스 켈리와 1980년대 제인 버킨으로 인해 탄생한 몇십 년 전 가방들도 고유의 멋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이것이 에르메스의 인기가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유다. 물론 패션의 고전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고전미를 자신의 디자인 세계에 맞게 풀어내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하지만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는 옷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패션의 정석은 ‘클래식함’에서 비롯된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재즈, 힙합을 비롯한 수많은 현대적인 음악이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의 귀를 휘어잡고 있다. 또 클래식함과 트렌디함 사이에서 수많은 음악적 변형이 일어나고 있지만 클래식을 빼놓고 음악의 기본 정신과 철학을 논할 수는 없다. 미술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고전이라 불리던 회화와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공존하고는 있지만 고대미술부터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즐비했던 중세미술,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가 찬란했던 근대미술 및 19∼20세기 미술에 이르는 작품 세계를 배우지 않고는 미술의 근본을 익힐 수 없다. 오리지널리티에 조금씩 변형을 가하면서 도려내 보기도, 덧입히기도 하지만 고전은 고전이다. 즉 클래식은 영원하다. 이렇듯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클래식의 고전미와 그 감성은 여전히 중요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들여다보면 고전이라 여겼던 작품들이 신선한 반전을 선보이며 ‘에지(edgy)’ 있게 변화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살짝 변형을 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분명 고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연관만 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하고 있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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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루엘라’는 2021년 5월 말에 개봉된 이후 한참 동안 국내외 극장가와 온라인 사이트를 들썩이며 화제를 모았다. 도디 스미스(Dodie Smith) 극작가의 ‘101마리 개들의 대행진’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는 1961년 월트디즈니에 의해 처음 개봉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재개봉(1969, 1979, 1985, 1991)된 흥행작이다. 그러나 이를 실사판으로 옮긴 영화 ‘크루엘라’는 주된 아이템만 원작에서 가져왔을 뿐 스토리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원작에서는 퐁고와 퍼디 외 99마리의 달마시안, 주인 음악가 로저와 그의 아내인 아니타, 이 집의 유모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달마시안 강아지의 모피를 원하는 악녀 크루엘라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야기의 발단을 제공하긴 하지만 원작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더구나 그의 삶 자체는 더더욱 관심 밖이었다.

이에 반해 영화 ‘크루엘라’에서는 원작에선 주인공인 아니었던 크루엘라가 메인 캐릭터가 돼 작품을 이끌고 나간다. 여기에 그녀의 속사정까지 공개되면서 크루엘라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곧이어 펼쳐지는 서사는 그가 어떤 행동을 왜 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크루엘라는 물론이고 그녀와 함께하는 재스퍼와 호레이스, 아니타, 강아지 등 조력자들 모두 원작에서 나오는 인물이긴 하지만 본래의 캐릭터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새롭게 그려졌다.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의 총집합체이고 이런 자극이 스토리와 결합하면 더 두드러지게 각인된다. 이에 따라 현대적인 감각과 화려한 영상미를 즐기다 보면 영상 속에 담겨 있는 고전적인 스토리는 기억도 잘 나지 않게 된다. 이런 복합적인 변화들은 크루엘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관심받을 수 있게 된 계기, 이후 설명하게 될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작용했다.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이 단지 아이들을 위한 작품에 그쳤다면 실사 영화는 아이들과 어른까지 모두 포함시켜 두꺼운 관객층을 끌어들임으로써 더 수월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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