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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보이스 기반 SNS의 심리학적 효용

얼굴 안 보고 오디오로만 회의해볼까?
정서적 안정 높이고 집중도-효율성 높아져

이항심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보이스 기반 서비스들의 인기에는 진정한 소통으로 심리적 연결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보이스 기반 서비스는 시각적으로 상대방의 얼굴 및 나이, 인종, 지위 등과 관계된 시각 정보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보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음성 기반 서비스는 최근 팬데믹으로 급격히 증가한 화상회의와 미팅으로 인한 인지적 피로도를 낮춰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보이스 기반 서비스들의 특징을 기업의 업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시각적 피로도를 줄이는 음성 기반 회의 2) 소리를 활용한 긍정 정서의 활성화 3) 유연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열린 교육의 장’으로의 활용 등이 그것이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과 넷플릭스 등 OTT의 인기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오디오 기반 서비스들이 최근 화려한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기반 서비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필자도 2월 초, 지인의 초대로 클럽하우스 1 에 입문한 이후 개인적 호기심에 연구자 마인드를 더해 열심히 사용해봤다. 평소 SNS를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는 보이스 기반의 SNS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일단 목소리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새로웠다. 또한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보이스 기반 SNS에는 기존 SNS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몰입을 유도하는 주요 요인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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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기반 SNS의 심리학적 효용

1. 목소리 기반으로 정서 및 진정성을 전달

목소리는 문자에 비해 사람의 감정이 잘 전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각적으로 상대방의 표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상대방의 목소리와 그 안에 담긴 정서나 말투 등에 집중하게 된다. 즉, 목소리는 현재 상대방이 따뜻한지, 혹은 차가운지,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등 다양한 언어의 온도가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소리가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것은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에서도 검증됐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 등 유기체의 심리를 진화생물학적, 그리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은 인류가 생존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온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과거부터 소리는 특히 인류에게 위험을 빠르게 알아차리게 하는 수단이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경험한 청각과 관련된 유전적 기억들은 인간의 DNA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아기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아기의 감정을 빠르게 인지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더 쉬울 수 있다.2 또한 스웨덴 룬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6개 이상의 인간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례로, 빠른 패턴의 음악이나 갑작스러운 큰소리는 긴장감과 경계를 불러일으키는 등 정서 상태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소리는 인간의 정서 및 심리 상태와 강한 유대 관계를 내포한다.

또한 다양한 시각적 매체나 문자 기반의 매체에 비해 보이스 기반의 소통은 소리를 매개로 화자의 발언과 청자의 듣기 행위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현존감을 상대적으로 잘 느낄 수 있다. 3 특히 이 공통의 경험은 실시간으로 일어날 때 더 파급력이 크다.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소리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과 정서의 공유, 현존성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늘 있어 왔지만, 특히 최근 보이스 기반의 SNS나 서비스가 더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로 1여 년 넘게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한 것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본능인 사회적 욕구가 목소리를 통한 소통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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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면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공간

오디오 SNS는 다른 SNS들과 달리 나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클럽하우스 내 사례를 예로 들자면, ‘N잡러의 방’이나 ‘성대모사’ 방에서는 직장에서 발산하지 못했던 내 안의 흥과 끼가 마음껏 발산된다. 이 유저들의 프로필, 즉 ‘본캐’를 보면 기업 대표, 글로벌 IT 회사 직원, 연구원, 의사, 미국 서부의 병원 레지던트 등등 각계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많다. 이 유저들이 본캐로 활동하는 직장에서는 저런 끼와 흥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 텐데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현상은 보이스 기반의 매체는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만 나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 편견이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다움’을 표현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다른 정보 없이 목소리만으로 소통할 때 나이, 학벌, 배경, 장애, 인종 등 편견이 최대한 배제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클럽하우스에 국한된 사례이기는 하지만 오디오 SNS에는 다른 SNS들과 달리 인권이나 다양성과 관련된 이슈가 자주 언급된다. 이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흔히 보이는 멋지고 잘나가는 나의 모습이나 이미지와는 다르다. 클럽하우스는 그보다는 나의 불안함, 취약성, 불완전함, 고민들이 많이 공유되고 참여자들끼리 공감하고 위로한다. 이렇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이해하며 공감하는 가운데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3. 인지적 피로도를 최소화

보이스 기반 SNS의 인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화상회의가 급증하면서 화상회의가 없는 날을 지정하는 회사가 생길 정도로 줌 피로도(Zoom Fatigue), 혹은 화상회의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베일린슨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비언어적 과부하; 줌 피로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 논거』4 에서도 줌 피로의 원인이 기분 탓이 아닌 실제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함을 밝히고 있다.

주된 인지적 피로의 요인으로는 과도한 ‘눈 맞춤’이 꼽힌다. 즉 대면 회의에서보다 동시에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눈 맞춤을 해야 하기에 처리해야 할 시각적 정보가 많아진다.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화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계속 보는 것도 뇌를 피로하게 한다. 또한 여러 명의 사람이 작은 화면 안에서 표현하는 비언어적인 표정이나 몸짓 등을 해석하는 것은 대면에서보다 더 큰 인지적 주의 집중을 요한다. 또한 사람들은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수록 인지적으로 더 활성화되는데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면 안 되는 화상회의에서는 움직임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처럼 보이스 기반의 서비스들은 시각적으로 피로도를 낮추고 신체 움직임에 있어서는 자유도를 높여준다는 것이 다른 시각 기반의 매체와 차별화된 장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성 기반 SNS가 일터에 주는 메시지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디지털 시대에 보이스 기반의 서비스가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된 시대, 리더들이 일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살펴보자.

1) 음성 기반의 회의 활성화

먼저 화상회의를 대체하는 음성 기반 회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의 시 시각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알맹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이 잘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시각적인 자료를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한다는 이유로 PPT를 지양하고 핵심만 간단한 페이퍼 형태로 전달하게 하는 현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 화상회의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자료들5 을 살펴보면 일정 시간마다 회의 방식을 오디오 전용으로 바꿔서 인지적 피로를 낮춰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카메라를 끈 채 진행하는 보이스 기반의 회의 방식은 직원들이 이동 중이거나 몸을 움직이면서도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 인지능력을 활성화시킨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관련 발표 자료를 편히 찾아보고 참고하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 업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실제 많은 회사나 조직에서 회의를 한다고 하면 당연하게 화상회의를 떠올려서 줌 링크 (Zoom link)를 주고받곤 한다. 하지만 꼭 얼굴을 보면서 진행해야 하는 회의가 아니라면 오디오 기반의 회의를 제안해보거나 실제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음성 기반은 팀별 회의를 할 때 조금 더 빠르고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회의가 주로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화상회의에서 오는 지루함과 피곤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 회의를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

2) 소리를 통한 긍정 정서의 활성화

소리와 인간의 정서와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해보면 직원들이 느끼는 정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사람들이 함께 연결돼 있는 느낌, 안전감, 만족감 등의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는 것은 인지능력 및 창의력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실제 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밝혀져 왔다. 한 예로, 긍정정서확장 수립 이론 6 이 정서와 인지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긍정적인 정서는 기계적으로 하던 생각과 행동을 좀 더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확장시킬 수 있다.

또한 필자의 연구 결과, 긍정 정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효능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직업 만족도 및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 이를 고려해볼 때 청각적인 소리를 잘 활용해서 사람들의 긍정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하게 하는 것은 일터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거나 심리적 고립감, 불안함,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다양한 청각적인 자극과 소리를 사용해서 심신의 안정을 주고, 이 시기에 잘 적응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터에서 소리를 통해 긍정 정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먼저 음성 언어 측면에서는 직원들끼리 목소리로 소통할 때 서로 ‘톤앤드매너(Tone & Manner)’를 주의할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목소리 톤만으로도 사람들의 감정, 정서 상태를 직감적으로 공유하고 영향을 받는다. 내가 상대에게 이야기할 때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하는지, 그 마음과 감정이 목소리에는 다른 어떤 매개체보다 더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언어적 수단이 의사소통의 또 다른 축이 되는 대면 미팅이 아닌 온라인 화상 또는 음성 소통 시에는 더욱더 이 톤앤드매너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사내 교육 등을 통해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음성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터에서 음악이나 ASMR 등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를 활용해 긍정 정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법도 있다. 사무실 또는 휴게 공간에 새소리나 물소리 등 심신의 안정을 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를 틀어 놓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최근 일터의 미래를 다루는 키워드 가운데 ‘자연친화적(biophilic) 사무실 설계’가 포함되는데 인테리어 요소뿐 아니라 소리에까지 같은 효과를 적용하는 전략이라 볼 수 있다.

3) 유연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열린 교육’의 장

일터에서 직원들의 학습 성장과 업무 능력을 높이는데도 음성을 활용할 수 있다. 기업에서 이뤄지는 교육들은 팬데믹 이후 대면 교육에서 온라인 화상 교육으로 대거 전환됐다. 하루에 5∼6시간 이상씩 화상으로 교육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화상 매체의 과도한 시각적 자극은 극심한 인지적 피로를 야기한다. 이런 피로도를 낮추고 교육 매체를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화상 기반의 교육과 보이스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해보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 내에도 다양한 정보 및 지식 공유의 클럽들이 있는데 일례로, 클럽하우스에는 ‘클하 대학교’라는 클럽이 두 달 넘게 운영되고 있다. 이 클럽은 SK홀딩스의 이동훈 부사장을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경제/금융 관련 주제나 인생의 지혜를 넓힐 수 있는 자기 관리, 커리어 개발 등의 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디오 기반이라 배움과 지식의 나눔이 제한적이지 않을까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결코 화상 교육과 비교해 그 깊이가 낮지 않고 강의마다 평균 300∼400여 명 넘는 청취자들이 참여해 공부한다. 이와 같은 음성 기반 교육은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짧은 보이스 클립 유형으로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라디오처럼 들을 수 있는 보이스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들이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이스 기반의 매체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구성원들의 선호나 의견을 들을 때도 활용도가 높다. 화상보다 개인이 덜 노출되기에 심리적 부담감이 낮아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경험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할 때 설문지나 대면 인터뷰보다 목소리로만으로 쌍방향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더 솔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소리를 넘어, 연결과 연대의 힘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진정한 소통에 목말라 한다. 또한 본능적으로 이런 위기가 혼자가 아닌 인류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임을 느끼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있음을 지각하고 현재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연대 의식을 가져야 한다.

소리라는 특성에 부합해 사람들의 마음속 ‘진정성’을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매체인 오디오는 그래서 시대정신과 잘 맞는 면이 분명히 있다. 진정한 소통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인류 공통의 문제를 논의해야 할 지금, 사람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적/정서적 연결감, 존중감, 연대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오디오 기반 서비스들이 수행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이들 서비스는 더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항심 건국대 상담학과 교수 hangshim@konkuk.ac.kr
필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건국대 상담심리학 전공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과 일에서의 만족도를 높이는 사회인지적, 환경문화적 요인들에 대한 연구로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 논문상을 수상했고, 2019년 국제긍정심리학회(IPPA)가 수여하는 긍정 조직 개입 챌린지(POIC, Positive Organization Intervention Challenges) 파이널 리스트를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그니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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