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용품 전문 온라인 리테일러 츄이가 거인 아마존을 견제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고객중심주의’를 뼛속 깊이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츄이는 연중무휴 24시간 전화 상담과 손편지, 깜짝 선물 등으로 고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끈끈한 관계를 쌓았다. 또한 원격 헬스케어 서비스와 온라인 펫 약국 사업에 빠르게 뛰어들어 팬데믹 시대에 반려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니즈에도 적극 부응했다. 제품과 서비스에 앞서 고객 경험에 올인하는, ‘얼굴을 가진’ 이커머스 츄이가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를 가장 잘 이해한 기업이라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1년 플로리다주 데이니아비치. 마이애미에서 북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이 도시에서 대학을 중퇴한 스물다섯 살 청년 라이언 코헨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자바(Java) 관련 온라인 채팅방에서 만난 마이클 데이 또한 조지아대를 그만두고 코헨과 의기투합한 상태였다. 사업 아이템은 주얼리였지만 두 청년 모두 이 아이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주얼리 박람회에 갔다 본인들에겐 귀금속에 대한 지식도, 알고자 하는 열정도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말았다.
그즈음 코헨은 반려견 타이리의 사료를 사러 동네 애완동물가게에 들렀다. 가게 점원에게 건강에 좋은 사료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도, 대형 애완동물용품점도 전문적이지 않아. 고객서비스도 엉망이고. 나 같은 사람만 해도 어떤 제품이 반려견 건강에 더 좋을지 엄청 궁금한데 말이야. 반려동물 제품에 대해 수준 높은 지식을 자랑하면서도 동네가게처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머리에 담고 사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얼리 쇼핑몰 오픈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두 청년은 과감하게 핸들을 틀었다. 사료 등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미 사들인 쥬얼리는 저렴하게 처분했다. 열정을 가진 아이템을 찾은 덕에 사업 준비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단 3개월 만에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판매할 제품을 갖추고, 물류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그해 6월 츄이(chewy.com)를 론칭했다.
‘팬데믹이 배출한 승자.’ 곧 창업 10주년을 맞는 츄이를 일컫는 수식어다. 2020년 초 미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츄이에 전례 없는 호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 및 반려동물 개체 수가 크게 늘었고, 일상적인 외출이 어려워지자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사료며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2020년 미국 가정이 새로 입양한 반려동물은 수백만 마리, 온라인 펫 용품 시장은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츄이는 지난해 71억5000만 달러(약 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림 1) 전년 대비 47% 성장한 수치다. 2020년 한 해 동안 57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총고객 수는 1920만 명이 됐다. 주가 역시 크게 올랐다. 팬데믹 이전 30달러를 밑돌던 츄이의 주가는 12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80달러대에 안착한 상태다. 3년 전 회사를 떠난 코헨의 뒤를 이어 2018년 3월부터 츄이를 이끌고 있는 수밋 싱 CEO는 DBR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고 관련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며 “츄이는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DBR mini boxI ‘“댕댕이 덕분에 고립 견뎠어요”코로나 팬데믹으로 성장률 3배 뛴 美 반려동물 시장’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