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최근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메타버스와 기업 HRD와의 연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단순히 들어서 배우는 방식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체험을 통해 직접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HRD에 접목할 때 그 시작은 학습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새로움과 낯섦에 압도돼 무조건적으로 접목해보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탑승구를 향한 채 모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눈은 일제히 스마트폰에 꽂혀 있다. 지하철에 올라타고 자리를 찾는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좀 전의 모습대로 스마트폰만을 바라본다. 어떤 이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온라인 공개 수업)를 통해 유럽 대학교수로부터 수업을 듣고 있고, 어떤 이는 롤플레잉게임에 접속해서 호주에 있는 이들과 전쟁을 치르고, 어떤 이는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이들과 삶의 기록을 공유하고, 어떤 이는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방탈출 게임에 빠져 있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면 PC방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지하철은 어쩌면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스마트폰방’이다. 지하철을 타면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메타버스(metaverse)
1
에 도착하고, 지하철에서 내리면 새로운 물리적 공간에 도착한다.
이코노미석, 비즈니스석, 그다음은?국내에 최초로 인터넷이 들어온 시기는 1980년대 초반이지만 인터넷 보급이 가속화된 시점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인터넷이 교육에 미친 영향을 딱 잘라서 한 가지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이러닝(e-learning)’으로 요약하고 싶다.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교육과 기업 교육 측면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게 바로 이러닝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스마트폰이 더해지면서 우리 삶은 급속도로 편리해졌다. 요즘 아이들은 MP3, 전자계산기, 만보기 등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그저 스마트폰 자체였다. 교육 측면에서 보면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도 공간의 제약 없이 교육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교육 참가자 간 상호작용과 소셜러닝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점을 높게 평가한다.
필자는 이렇듯 교육 인프라, 방법을 큰 틀로 바꿔놓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비행기의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에 각각 비유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제인 메타버스는 무엇에 비유할까? 퍼스트클래스를 떠올렸을 수 있으나 필자는 메타버스가 우리의 교육 경험을 비행기에 그저 몸을 싣는 탑승객이 아닌 슈트만 입으면 직접 날 수 있는 아이언맨으로 바꿔 주리라 기대한다.
우리는 어느새 메타버스에서 살고 있다메타버스란 단어는 이제 아주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메타버스는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등장하는 개념이다(Stephenson, 1992).
2
지금으로 보면 가상현실 고글 같은 것을 끼고 접속하는 가상 세계를 소설에서 메타버스라고 지칭했다. 가상현실 고글을 통해 가상 세계에 접속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2011년 발표된 소설을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18년에 발표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더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 시작은 『스노우 크래쉬』였다.
『스노우 크래쉬』는 말 그대로 소설이기에 메타버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를 논하지는 않았다. 메타버스에 관한 국내외 글을 보면, 간혹 ‘메타버스는 그런 게 아니다’ ‘그게 메타버스가 맞냐?’는 식의 댓글이 붙는 경우가 있다. 스티븐슨이 그 단어를 세상에 내놓았지만 그 단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가 학술적, 산업적으로 깊게 논의되고 합의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것,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회원이 되고 활동하는 것,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 이 모든 게 다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세계, 라이프로깅(lifelogging)
3
세계, 거울(mirror) 세계, 가상(virtual) 세계의 네 가지로 분류했다(Lopez, 2008).
4
필자의 견해로 현재까지는 ASF의 분류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스마트폰 앱으로 포켓몬을 잡아 보거나 자동차 앞 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가 나타나는 HUD(Head Up Display)를 사용해봤다면, 또는 스마트폰 앱으로 책에 있는 마커를 찍었더니 책 위에 움직이는 동물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면, 이미 증강현실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오늘 먹었던 음식 사진을 올리거나 페이스북에 최근에 읽었던 멋진 책의 커버를 찍어서 올렸다면, 또는 공부하는 모습이나 일하는 모습을 브이로그에 올렸다면, 라이프로깅 세계를 즐긴 것이다. 아이돌 팬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하거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써서 원격수업이나 원격회의를 했다면, 또는 배달의민족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다면, 거울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해봤다면, 그게 바로 가상 세계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낯설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에서 살고 있다. 다만 앞으로 다양한 메타버스가 우리 삶 곳곳에 더 깊게 들어오면서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