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1998년 베이징에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태평양 연구소는 지난 21년간 음성, 안면 인식을 비롯한 AI 기술의 비약적 성장을 견인해 왔다. 이 연구소가 만든 AI는 최근 바둑보다 어렵다는 중국 게임 ‘마작’ 10단에 오르고, 스탠퍼드대가 개발한 독해 능력 시험에서 평균적인 인간 점수를 가볍게 뛰어넘는 등 뛰어난 지능을 자랑한다. 또 연구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기업들과 협력해 AI 기반의 제품 피드백 순환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혁신의 한가운데 있는 샤오우엔 혼 MS 아시아 R&D그룹 총괄은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 지능의 고(高)층위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창의성이 100이라면 AI의 창의성은 0이다. 인간과 AI의 공진화(coevolution·共進化)를 도모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매섭게 치고 올라오며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실리콘밸리를 바짝 긴장케 하는 첨단 ICT 생태계가 중국에서 꽃피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있지만 민간 연구소들의 역할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태평양 연구소(MSRA, Microsoft Research Asia)도 그중 하나다. 이 연구소는 지난 21년간 AI 기초 및 응용연구의 산실로서 기상천외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한편, 고도로 훈련받은 이공계 STEM 인력들을 배출해 아시아 학계와 산업계 곳곳에 심어 왔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도모하려면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불가능한 꿈에 도전해야 한다고 본 빌 게이츠가 아시아의 우수한 두뇌를 흡수하려 세운 일종의 ‘싱크탱크(think-tank)’였다. 그리고 이곳을 거쳐 간 브레인들은 척박했던 중국 기초연구 토양에 뿌리 내려 현재 안면, 음성 인식 및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고도화하고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AI 관련 프로젝트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해 온 샤오우엔 혼 MS 부사장(아시아 R&D그룹 총괄)은 현재 300명 가까운 과학자로 구성된 아시아 연구소를 이끄는 수장이다. 전 세계 11개 연구소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총 1000여 명인 MS R&D그룹 인력의 약 4분의 1이 이곳 소속이다. AI가 머지않아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사람의 일자리까지 대체해버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한 오늘, DBR이 20년 넘게 현장에서 아시아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를 목격한 혼 부사장을 직접 만나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아울러 AI가 어떻게 각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 그 방향도 물었다.
MS 연구소는 주로 기초연구에 주력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사명은 크게 세 가지고, 그중 첫 번째가 기초연구(fundamental research)다. 약 5∼10년 후에 대한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하는 과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장기 과제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상용화, 수익화를 염두에 둔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이다. 이런 과제들은 MS의 핵심 제품,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기술적 솔루션들을 탐색한다. 세 번째는 인큐베이션(incubation)으로 정말 미래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투자하는 과제들을 뜻한다. 영리 기업이 왜 내부 제품의 경쟁력과 직결되지 않는 연구까지 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각국, 각 기업이 AI 관련해 공동 연구를 많이 한다. 물론 경쟁도 하지만 협업에 상당히 개방돼 있다.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의 강점은. 2000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첨단 과학 분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국가라 생각한다. 특히 중국에는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STEM 인재의 4분의 1이 있다. 두 나라의 인력은 수적으로 우세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미국에서도 STEM 진학 비중은 아시아인이 단연 높지 않나. 한국에서 5G 사용자가 이미 100만 명 넘어섰듯 모바일, 인터넷 기술이 발달한 한국이나 중국이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로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 위챗이나 카카오가 떨치는 위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