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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지능형 기계는 적이 아닌 ‘혁신 파트너’

세넨 바로(Senén Barro),토마스 H. 대븐포트(Thomas H. Davenport) | 279호 (2019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기업은 혁신을 위해 지능형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 인간과 기계의 업무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직무와 일자리 재설계하기
2. 사용자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제품, 프로세스, 사업 모델 자동화하기
3. 지능형 기술을 조직에 통합하기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여름 호에 실린 ‘People and Machines: Partners in Innov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지능형 기술(intelligent technologies)을 신중하게 도입하는 것은 많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최신 기술과 자동화 도구를 단순히 채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능형 기술 도입의 성공 여부는 회사가 이 기술을 활용해 운영을 혁신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또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인적 자본을 확보하고 개발할 수 있는지에 좌우된다.

최근 딜로이트(Deloitte)는 기업이 지능형 기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 문제에 해박한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명 중 3명은 인공지능(AI)이 앞으로 3년 안에 조직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답했다.1 물론 이런 변화는 노동자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AI로 인해 향후 10년간 일부 일자리가 사라진다 할지라도(분명 그렇겠지만) 없어진 직무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인간과 기계가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도 열릴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일자리 소멸 2 에 대한 초기의 논쟁은 다소 누그러졌다. 예를 들어, 딜로이트 설문 조사에서도 자동화를 통한 인력 감축은 AI 활용 목적 가운데 가장 후순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7%만이 인력 감축을 최고 우선순위로 선택했다. 많은 전문가는 인간이 기계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관심의 초점을 일자리 감소에서 일자리 변화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모습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각 조직은 어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지 파악해야 한다. 최근 맥킨지는 매출이 1억 달러 이상인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6%는 “자동화/디지털화로 인해 회사 근로자 사이에 생기는 잠재적 기술 격차를 해결하는 게 상위 10가지 우선순위에 든다”고 말했다. 또 미국 응답자의 64%, 유럽 응답자의 70%는 현재 인력의 최소 4분의 1이 인력 재교육이나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눈에 띄는 것은 잠재적 기술 격차를 해결할 준비가 아주 잘돼 있다고 답한 기업 리더들은 전체 응답자의 16%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답한 이들이 정말 경쟁력을 잘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수행된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봐도 기업 임원들이 지능형 기술에 대해 갖는 기대가 그 기술을 조직에 통합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나 경험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필자들은 지금까지 많은 대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AI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협력해 왔다. 그러나 직무 재설계와 재교육, 재훈련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회사는 거의 보지 못했다. 대다수 직원은 자동화 기반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교육 및 훈련조차 제대로 받고 있지 않았다. 5 (‘연구 내용’ 참고.) 스마트한 조직은 지능형 기술을 채택하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직무를 수행할 인력을 고용해 재교육하고, 직무와 일자리를 재설계하고, AI를 제품과 프로세스, 사업 모델 혁신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단계적 준비를 해 나갈 것이다. 필자들은 이 중 마지막 항목을 지능형 자동화 기반의 혁신이라 부른다. 물론 이런 변화는 일자리와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을 조직에 통합하고 인적 자본을 키우는 데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가 중요한 기술 발전이 지체되는 경우를 이미 많이 봐 왔다. 예를 들어, 일상적인 수술을 집도할 때 로봇 기술의 도움을 받는 외과 의사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의사들은 시야를 더 잘 확보하고 더 정확한 절개와 깔끔한 봉합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외과 수련의들이 로봇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교육법을 개발하는 병원이나 의과대학은 거의 없다. 수련의들이 로봇 기술을 활용해볼 수 있는 실습 기회가 없는 것이다. 6


DBR mini box: 연구내용

필자들은 지난 4년 동안 AI 관련 활동을 전개하는 50여 개 기업에서 연구와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두 필자 모두 AI 관련 스타트업에서 공동 설립자나 고문으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또 토마스 대븐포트는 딜로이트가 수행한 ‘기업 내 AI 활용 실태(State of AI in the Enterprise’ 설문조사 i :;C:: J. Loucks, D. Schatsky, and T. Davenport, “State of AI in the Enterprise, 2nd Edition: Early Adopters Combine Bullish Enthusiasm With Strategic Investments,” Deloitte Insights, Oct. 22, 2018, www2.deloitte.com. ::/C::를 공동 기획했고, 서비스나우(ServiceNow)가 전 세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자동화 관련 문제들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도 참여했다. ii 본 글은 그런 자료들에서 도출한 데이터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이 어떻게 하면 AI 기술 측면의 혁신과 직무 재설계 및 직원 역량 개발 측면의 혁신을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AI 기반 혁신의 잠재력은 사실상 비즈니스와 사회 모든 영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잠재력을 실현하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례로 내부 감사 조직들을 연구한 결과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조직에 통합할지 로드맵을 가진 감사팀은 전체의 3분의 1이 채 안 됐다. 7 많은 기술개발 업체가 자율주행자동차나 트럭부터 자율실행기업(self-driving enterprise)까지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생산해내고 있지만 8 정작 이런 혁신 솔루션을 채택할 기업들 가운데 AI가 회사의 직무를 어떻게 바꿀지, 근로자들이 어떤 신기술을 연마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새로운 AI 기술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고 그런 기술들이 머지않아 우리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조직은 이런 변화에 대비하고 기술 혁신에 걸맞은 일자리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능형 자동화의 스펙트럼

근로자 개개인이 직무를 더 잘,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지능형 기술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논하는 대상은 자동화가 아니라 ‘도구’로서의 기술이다. GPS라는 도구를 이용해 주행 경로를 찾는 택시 운전사가 좋은 예다. 그러나 자동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자동화 솔루션은 어떤 임무나 프로세스가 인간의 도움이나 개입 없이도 수행될 수 있도록 한다. 상황에 따라 인간은 그 일을 감독하거나, 아니면 그 일과 인접한 업무나 보조업무를 수행할 뿐이다. 지능형 진단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시스템 자체적으로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한다. 다만 영상 촬영 방법을 정하고, 영상 결과를 다른 의료 기록과 연관해서 해석하고, 그 결과를 환자와 상의하고, 그 밖의 활동들을 수행하는 데는 여전히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관여한다. 9


아주 초기의 자동화 솔루션들은 수동 조작과 체계적인(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인지 작업들을 동반했다. 그러나 이제는 창의력과 직무 다양성을 수반하는 비체계적인 인지 작업들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자동화가 어렵다고 인식됐던 작업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표 1)



실제로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세심하게 짜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동화된 금융 거래를 생각해 보자. 이런 시스템은 전적으로 알고리즘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인간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빨리 거래를 마칠 수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로봇이 인간의 개입 없이 일부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 창잉정밀기술(Changying Precision Technology)은 2015년 한 공장의 근로자 90%를 로봇으로 전격 교체했다. 회사는 이런 변화로 인해 생산성이 2배 증가하고 불량률이 80%나 줄었다고 말했다. 10 그러나 사실 AI와 로봇이 이처럼 인간 일자리를 없애는 경우보다는 변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예컨대, 아마존은 2018년 창고용 로봇을 제조하는 키바시스템스(Kiva Systems)를 인수한 이후 직원을 30만 명 이상 더 고용했다. 아마존의 한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적재할 상자가 끊기지 않도록 관리하며 로봇의 ‘베이비시터(babysitter)’ 역할을 하는 직원은 자신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제겐 여기서 하는 일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반복적이지 않거든요.” 11

아직까지는 AI 시스템 대부분이 기존 근로자들의 생산성만 높이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머지않아 복잡한 시스템이 비구조화되고 역동적인 환경에서도 스스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요컨대 2∼3년만 지나면 제한된 공간이나 특수한 환경에서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것이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이런 차를 레벨4로 분류한다. 많은 이는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레벨5의 자율주행차 역시 2030년 이전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12


게다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가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좀 무섭지만 그만큼 가까워진 존재가 바로 자율 무기다. 이런 지능형 무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향해 자신의 파괴적인 능력을 사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응용 솔루션은 마치 하이드(Mr. Hyde)처럼 완전한 자율형 시스템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더 개선해줄, 마치 지킬 박사 같은 자율형 시스템도 기대할 수 있다.


기계와 협력하는 자세

반도체는 연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이런 연산 능력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했다. 이는 오늘날 과학과 군사 분야를 비롯해 거의 모든 업종과 사회적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AI 기반 혁신도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개선하고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가능성의 문을 열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자리도 전례 없이 커다란 영향력을 받을 것이다.

체스 경기에서 맞붙은 인간과 기계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지능형 기계를 대하는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6년과 1997년에 IBM의 딥블루(Deep Blue)는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와 여섯 번의 대국을 벌인 끝에 세계 체스챔피언을 이긴 최초의 컴퓨터가 됐다. 딥블루도 다른 체스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함께 인간 전문가가 제공한 체스 관련 전략적 지식까지 탑재했다. 인간이 그런 슈퍼컴퓨터와 대항해 경기를 하고 기계의 움직임을 연구해서 자신의 기술을 더 연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새롭게 배울 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체스 대가가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체스 프로그램을 이용할 정도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높아졌다. 2017년 말에는 알파벳의 딥마인드(DeepMind, 알파고를 개발한 알파벳의 자회사)가 개발한 알파제로(AlphaZero) 소프트웨어가 체스 규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경기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AI 체스 프로그램의 역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획을 그었다. 13 알파제로는 자기 자신과 체스 경기를 한 지 하루도 안 돼서 그전까지 최고의 체스 프로그램으로 군림하던 스톡피시(Stockfish)를 박살낼 만큼 충분한 지식을 습득했다. 14 알파제로가 체스 전문가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인간이 구사하는 체스 방식을 뛰어넘는 전략을 학습한다는 점이었다. 딥블루에게 체스 두는 방법을 가르친 건 인간이었지만 알파제로는 인간이 배울 만한 접근법을 스스로 개발해 냈다.

인간과 기계 간의 이런 관계 변화는 AI가 점점 지능화되면서 직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변화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지능형 기술의 설계자와 사용자, 그리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그 혁신이 실현되도록 인적 자원을 배치할 권한을 가진 기업이 주도할 것이다. 그러나 직무 및 기술과 관련된 주요 변화는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지 않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한다 해도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단 기업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한 후 그 변화를 이행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기업들이 기술의 채택과 인적 자본 개발 모두를 혁신의 중심에 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과 인적 자본을 배치한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의 경쟁력과 생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들은 그동안 협력했던 조직들을 통해 기업이 이와 관련해 4가지 기본 시나리오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 자동화 기술과 사람에 최소한으로 투자하기. 일부 기업은 비용, 혹은 비전과 지식 부족(특히 임원들의)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미래의 AI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결정들과 투자를 미룬다. 이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변화에 필요한 기술 및 인적 자본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 변화를 주저하는 태도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지속가능한 사업도 영위하지 못한다. 이런 회사들은 경쟁사들보다 높은 인건비를 쓰게 되고 지능형 제품과 서비스의 수도 적어진다. 고객 서비스 수준이 점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 중 아직까지도 지능형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 컴퓨터가 일정한 알고리즘을 통해 주식/펀드를 관리해 주는 것)를 활용하지 않는 곳들은 이미 뱅가드(Vanguard)나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 등 이런 서비스를 저가나 무료로 제공하는 경쟁사에 사업을 뺏기고 있다.

2. 자동화 기술에는 기꺼이 투자하면서 인적 자본에는 투자 꺼리기. 필자들이 함께 일한 기업 중에는 자동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기꺼이 단행하면서 직무 설계와 교육에는 점진적인 변화만 꾀하는 곳들이 있었다. 이런 회사들은 기술만 있으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돼 조직 변화도 대부분 따라올 것으로 여긴다.

많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고객서비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챗봇(chatbot)을 생각해 보자. 일례로 스타벅스는 주문받은 메뉴가 준비되면 챗봇으로 고객에게 알람을 보낸다. 마스터카드 고객들은 챗봇 덕분에 카드 거래 내역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더 복잡한 문제는 인간이 넘겨받아 처리하지만 말이다. 이런 회사들처럼 직무나 프로세스를 재구성하고 직원들이 지능형 기술과 협업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챗봇이 시너지를 발휘하거나 적어도 임무를 더 잘 분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자동화가 늘 그런 식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2017년 제조 관련 로봇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인간 노동자를 위한 기술 훈련에는 별로 돈을 쓰지 않았다. 이후 로봇들이 모델3(Model 3) 자동차에 대한 공격적인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생각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테슬라 경영진은 로봇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그 대신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인력들을 고용하고 훈련했다. 15 그러던 테슬라는 차량 최종 조립 단계에 이르러서야 좀 더 세심하고 통합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인간에게는 좀 더 복잡한 임무를 맡기고 로봇에게는 공장 주변에서 물건을 옮기거나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올리고 좌석을 테스트하는 등 정해진 작업만 맡긴 것이다. 이런 작업 환경을 목격한 한 사람은 그 결과를 두고 “인간 노동자와 로봇이 생산 라인에서 추는 정교한 춤”이라고 표현했다. 16

3. 지능형 기술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으면서 일자리와 기술의 점진적 변화 모색하기. 6시그마나 린(Lean)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서 점진적 프로세스 개선을 우선시하는 많은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 일단 이런 방법론들 자체가 기술의 역할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게다가 AI 등 지능형 기술이 특정 일자리에만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자리와 기술 측면에서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변화를 동시에 채택하기가 힘들 수 있다.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재교육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런 접근법만으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는 AI 기술에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하지 않으면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양질의 지식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능력도 궁극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들이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다른 직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사람 중심의 전략을 더 강조해야 할 곳이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가령, 고급 레스토랑은 패스트푸드점에 비해 자동화에 덜 의지한다. 패션이나 다른 명품 사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분야에서도 공급망 관리와 고객 지원 등 후방 지원 업무와 프로세스 측면에선 자동화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4. 지능형 기술과 인적 자본 혁신에 크게 투자하기. 여러 포트폴리오에 걸쳐 폭넓은 투자를 하는 조직은 AI 솔루션과 인적 자본의 혁신을 모두 추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자동화를 단순히 비용 절감의 방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지능형 기술을 이용하고, 직무를 재설계하고, 신규 직원 고용과 기존 직원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획득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 및 사업 모델을 혁신한다. 이런 접근법은 거대 글로벌 공룡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 특히 중요하다.

가령, GE는 GE파워(GE Power)와 보험 자회사인 젠워스파이낸셜(Genworth Financial)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혁신을 위해 AI 솔루션과 인적 자본 모두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GE는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직원들을 기술 사용자로서 여러 유형 혹은 페르소나로 나눈 뒤 그들의 니즈를 연구하고, 이를 충족하려면 어떤 기술적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페르소나는 보통 마케팅과 상품개발 분야에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할 때 많이 쓰는 접근법으로 내부 시스템 개발에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고, AI 시스템 개발에는 더욱 잘 활용되지 않는다.

GE의 페르소나 중 하나는 사업용 원자재를 구입하고 소싱하는 직원들로 구성된다. 이런 직원들이 담당하는 핵심 업무는 생산라인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들이 납기 일정을 관리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의존했던 방법은 자기 자신의 직감이었다. 그러나 머신러닝 모델은 과거의 납품 이력을 학습한 뒤 최적의 납기 일정을 도출해낼 수 있다. 사용자는 이런 모델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오늘날 이 머신러닝 모델은 원자재 주문 날짜를 최종 결정하는 책임자인 소싱 매니저에게 도출한 정보를 제공한다. GE는 AI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최적의 납기 일정과 재공품 재고량(in-process inventory) 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간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에 따라 프로세스를 조금씩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17

AI와 다른 신기술이 가진 이런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이런 혁신 기술들이 가까운 미래에 조직의 관리자들과 전문가들을 대체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MIT 디지털경제연구소(MIT Initiative on the Digital Economy)의 공동 소장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이나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등 많은 전문가는 인력 변화가 그보다 더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그들은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18 따라서 향후 기업들이 넘어야 할 과제는 지능형 기술을 조직에 융통성 있게 통합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지적인 인간들이 가진 장점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자동화는 실행 이전에 생각부터

자동화로 어떻게 성공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처방전은 없다. 지능형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들은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지식과 기술 이전에 대해 연구하고, 여러 조직에서 AI 채택 관련 자문 활동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련의 가이드라인을 정리할 수 있었다.

경영진 교육부터 시작하라. 최선의 출발점은 지능형 기술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임원들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임원들의 무지는 상반된 두 가지의 부정적 상황을 야기한다. 먼저 리더들이 이런 기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면 회사가 좋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리더들이 지능형 기술을 너무 과대평가하면 지나치게 야심 차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자칫 프로젝트가 타당한 경우에도 조직원들의 편견을 낳을 수 있다. 일례로 업계를 선도하는 한 손해보험 회사는 최고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전일제 워크숍을 열어 AI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AI를 잘 관리할 수 있으며, 직원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엔섬보험(Anthem Insurance Companies)과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도 회사 리더와 이사회 일원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과 사람이 관여할 향후 계획들이 포함된 로드맵을 개발하라. 다른 여느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지능형 자동화를 이행하는 데도 목표, 필요한 자원, 실행 일정을 보여줄 로드맵이 필요하다. 좋은 로드맵은 조직이 얻게 될 명백한 이점뿐만 아니라 모든 잠재적 혜택까지 조직원들이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로드맵 안에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지능형 자동화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커뮤니케이션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일례로 스페인 스타트업이자 이 글의 필자 중 한 명인 세넨 바로가 창업한 시튬테크놀로지스(Situm Technologies)는 병원이나 공항, 공장 같은 건물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사람과 자산의 위치를 정확히 추적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래 시튬의 기술은 경비원들의 경로를 추적하려던 한 건물 보안회사를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용도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건물 안에서 시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로드맵을 개발했다. 가령, 화재나 테러 같은 비상 상황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도 쓰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 회사는 이 로드맵 덕분에 인적 자원 최적화와 안전이라는 이점을 모두 살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즉각적으로 가치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지나치게 의욕적인 계획은 삼가라. AI 관련 경험이 부족한 기업들은 경험을 쌓겠다는 자세로 처음에는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단순한 계획부터 수행해야 한다. 암 치료,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세부적인 투자 자문, 자율주행차 개발처럼 너무 의욕적인 계획은 전부 실패로 끝나거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아마존 같은 회사도 아마존고(Amazon Go) 매장을 만들 때 험난한 과정을 겪었고, 드론 배송 프로젝트의 결실을 맺기까지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또 한 가지 사업 분야에서 통제 가능한 작은 프로젝트 여럿을 합치는 게 대형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은 머신러닝에 투자할 때 주로 조직의 핵심 사업을 조용히, 그러나 의미 있게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19 가령, 회사의 전략적 초점이 AI를 통해 고객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면 그 프로젝트 안에는 24시간/7일 이내 고객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응대하는 챗봇, 지능형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 사용자 대신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역주), 콜센터에서 수집된 고객의 음성을 포착하는 머신러닝 모델, 관심을 보일 고객들 대상으로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추천 엔진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런 점진적인 접근법을 활용하면 직무를 재설계하고 근로자들을 재교육할 시간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AI가 지원하는 임무마다 완만한 변화만 이끌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설령 이전까지 인간이 수행했던 임무를 자동화하는 게 목적이더라도 핵심이 되는 작업 흐름은 인간과 스마트 기계 간의 노동 분담에 초점을 맞춰 기획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즉 비용 절감이 아닌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직무 설계를 전체 프로젝트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투자하라. 어떤 직원이 AI 솔루션을 사용할지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활용법을 교육하라. 이상적인 경우라면 나중에 AI 시스템을 개발할 때 프로세스나 주제별 전문가로 참여할 사람들도 그 교육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AI 시스템의 초기 버전을 경험한 이들 사용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나머지 직원들을 이끌고, 어떤 솔루션이 효과적이거나 혹은 효과적이지 않은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인사나 교육 담당 부서들은 이런 초기 사용자들과 협력해 AI 시스템의 영향을 받게 될 다른 직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다.

지능형 자동화를 중심으로 혁신을 이루려면 컨설팅 회사나 협력업체에서 인력을 빌리면 안 되고 회사의 직원이 될 신규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챗봇을 훈련하려면 관련 사업이나 현재 고객 및 고객층 변화에 대한 지식은 물론 내부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깊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경험 많은 내부 직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향후 개선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라. 어떤 기술을 활용하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능형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는 자동화 기반의 혁신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자연어 생성(NLG, natural language generation, 구조화된 데이터를 자연어로 바꾸는 소프트웨어 프로세스-역주) 분야에서의 최신 기술 발전 덕분에 기업들은 일반적인 서술형 보고서를 지능형 솔루션에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의 발달로 비전문가가 전문적인 기술 및 재무 보고서를 이전보다 잘 이해하게 되면 과거 사람이나 AI가 제공하던 고객 서비스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 보험 및 금융 서비스 회사인 USAA 같은 선도 기업들은 고객과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챗봇, 가상 비서(virtual assistant), 내러티브 생성(NG, narrative generation, 자연어 생성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출력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는 소프트웨어 프로세스-역주) 등 다양한 솔루션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기업은 다양한 도구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들은 지능형 기술이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산업과 직종에 침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AI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사업 솔루션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다. 하지만 지능형 기술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은 그 기술이 사업 깊숙한 곳에서까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혁신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기계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 지능형 기술, 그리고 이 기술을 이용하고, 기술과 협력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낼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막대한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세넨 바로(Senén Barro)는 스페인 갈리시아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University of Santiago de Compostela’s)의 부속 기관인 ‘지능형 기술에 대한 특이 연구센터(Singular Research Center on Intelligent Technologies)’의 과학 부문 책임자다. 매사추세츠주 웰즐리(Wellesley)에 있는 뱁슨대(Babson College) 객원 연구원이기도 하다.

토마스 H. 대븐포트(Thomas H. Davenport)는 뱁슨대의 IT와 경영학 담당 교수이자 MIT 디지털경제연구소(MIT Initiative on the Digital Economy)의 선임 연구원이다. 딜로이트의 분석적 & 인지적(Analytics and Cognitive) 실천 활동에 대해 수석 고문 역할도 맡고 있으며 작년에 『The AI Advantage: How to Put the Artificial Intelligence Revolution to Work』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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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넨 바로(Senén Barro)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University of Santiago de Compostela’s)의 부속 기관인 ‘지능형 기술에 대한 특이 연구센터(Singular Research Center on Intelligent Technologies)’의 과학 부문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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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스 H. 대븐포트(Thomas H. Davenport) | 매사추세츠 주 웰슬리에 위치한 밥슨대에서 정보기술(IT) 및 경영을 가르치는 석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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