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애머빌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인터뷰

“직원이 일하는 방법을 스스로 정하게”
업무 환경만 바꿔도 창의성이 폭발

268호 (2019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회사가 업무 환경만 바꿔도 조직원들이 잠재된 역량을 끌어올려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조직 혁신의 대가인 테레사 애머빌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회사가 조직원들과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조직원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방법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유와 권한을 줘야 한다.
2. 조직원들이 만들어 낸 작은 개선과 성공도 성과다. 이들이 팀 내에서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어떤 과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이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3. 팀원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유, 개인이 아닌 팀의 미래와 성장을 최우선시하는 팀 리더(중간관리자)가 필요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정우(고려대 경영학과 3한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조직 혁신 전문가인 테레사 애머빌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회사가 조직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까다로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말 잘 듣고 똑똑한 모범생 인재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창의적이면서 진취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애머빌 교수는 조직의 업무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기존 구성원을 얼마든지 창의적인 인재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재적 동기 부여’다. 이들이 잠재된 역량과 열정을 끌어내 스스로 발전하고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사나 경영진의 감시와 압박이 없어도 열심히 일하고, 궁극적으로 회사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재적 동기부여’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많은 경영진이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조직 내에서 이를 실천하려고 할 때에는 답답함과 막막함을 느낀다. 애머빌 교수는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e메일로 전송한 생생한 일기를 심층 분석해 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중요한지, 어떻게 업무 환경을 변화시켜야 조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1 DBR은 그와 인터뷰를 갖고 조직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물었다.



자신의 일에서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이다. 실제로 조사해 보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나 몰입도가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상황이 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의욕 없이 일하게 되면 업무 생산성이 낮아진다. 이런 직원들이 하나둘 쌓이면 기업의 성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시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가 간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직원들이 일을 ‘재미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답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일을 통해서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도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성과를 내는 곳이다. 일이 재미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이 생각부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들은 머리 좋고 일 잘하는 인재를 채용해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회사는 최고 인재를 뽑아 적절한 급여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많은 기업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해놓고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해 고민한다. 잘나가던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분명 같은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던 똑같은 회사인데도 말이다. 회사는 소수의 천재가 이끄는 것이 아니다. 회사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고, 이것이 축적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기업의 조직문화가 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직원들을 압박해야 성과가 잘 나온다고 생각하는 기업도 많다.
경영학자뿐만 아니라 많은 심리학자, 철학자들이 이러한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불만족, 불편함, 불안이 성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도 ‘압박이 없으면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No Pressure, No Diamond)’라고 하지 않았나. GE의 잭 웰치도 ‘냉혹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정책을 표방함으로써 사람들을 모질게 대하고 타인의 감정을 무시할 수 있는 면죄부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 스티븐 크레이머와 내가 조사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경영진이나 상사의 간섭이나 압력을 많이 받는 직원들은 결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나 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컸고, 결국은 일에 대한 흥미도 잃게 됐다.

한 직원의 예를 들어보자. 이 직원은 신사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임원진은 이 직원에게 빨리 프로젝트를 마칠 것을 종용했다. 압박감을 느낀 팀원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보다 그저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결국 스스로도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출하고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러한 상황은 그와 그의 팀원들 일기장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회성 프로젝트나 단기적인 업무에서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장기전이다. 직원들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수행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항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압박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직원들이 어떠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잘하고 싶다거나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내재적 동기’라고 한다. 직원들이 내재적 동기가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 때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가 내재적 동기의 효과를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중 창작 활동을 주로 하는 작가 72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하겠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눈(雪)’을 주제로 하는 짧은 시를 쓰게 했다. 이후 72명을 세 팀으로 나눈 후 각 팀에게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A팀의 설문 조사에는 ‘성공한 소설가나 시인이 누리는 금전적인 혜택’과 유사한 선택지를 가득 채웠다. B팀 설문 조사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과 비슷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C팀은 글을 쓰는 것과 상관없는 내용의 설문지를 줬다. 선택지를 통해 B그룹에만 내재적 동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설문 조사가 끝난 이후 작가들에게 ‘웃음’으로 짧은 시를 짓게 하고, 이전 글과 비교해 창의성을 측정했다. 이전에는 작가들 사이에 창의성의 정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설문 조사 이후에는 A팀보다 B팀의 창의성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C팀은 별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는 동기부여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

일각에선 소수의 머리 좋은 사람만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 모두에게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역시도 잘못된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환경이나 요인이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 천재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은 수학과 과학을 정말 좋아해 어릴 적부터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그의 수학과 과학 성적은 엉망진창이었다. 주입식 교육을 하는 선생님을 만난 이후 두 과목을 싫어하기 시작하면서 책을 손에서 놨기 때문이다. 천재든, 천재가 아니든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개인이 의욕 있게 일에 임할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재적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기업의 업무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자율적인 업무 환경에서 시작한다. 일을 할 때 직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어떻게 자신의 결과물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롯트 베일린(Lotte Bailyn) MIT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자율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으로 일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주로 팀 리더나 경영진에게 필요하다. 두 번째는 운영적 자율성(operational autonomy)으로 직원들이 일을 하는 방식을 결정할 자유를 말한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택한 업무 방식은 자율적으로 정한 조직의 목표와 잘 부합해야 한다. 그래서 팀 리더나 경영진과 실제 일을 진행하는 숙련된 직원들이 함께 논의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앞서 설명했듯 ‘자율성’은 직원들이 업무를 할 때 어떻게 의사결정 권한을 배분하고, 누가 주체가 돼서 일하는 방식을 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데 일각에선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의 의미를 직원들이 일을 덜 하거나 업무 부담을 덜 갖는 것으로 오해한다. 더 심각한 것은 자율성을 일에 대한 책임이 줄어들거나 일에 대한 자유도만 증가하면 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근무 시간을 제한하거나,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제도나 시스템을 우선 바꾸고 보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직원들이 일을 할 때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근무 제도는 자율성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자율성이 실제 직원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미국의 가정용품 제조기업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이 회사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을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지 잘 보여준다. 2 이 회사는 각종 혁신적인 가정용품을 개발해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 회사는 스스로 성공 비결을 자율적인 근무환경이라고 꼽았다. 실제로 각 신제품개발팀이 하나의 작은 기업처럼 움직였다. 제품 기획, 개발, 사업성 평가 등이 모두 팀 내에서 이뤄졌다. 경영진은 팀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재정을 지원해 개발팀을 도왔다. 그만큼 각 팀은 명확한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CEO가 바뀌면서 이 선순환 정책이 모두 망가졌다.

이 회사의 한 팀은 수개월이 걸려 바닥이 잘 닦이는 대걸레를 개발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팀 내에서 제품 컨셉과 디자인을 정했다. 문제는 경영진이 참여하는 제품 리뷰회의에서 터졌다. 새로 온 CEO가 개발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재무, 인사, 연구개발팀의 의견을 들은 후 신제품 컨셉을 전면 수정했다.

이때 이 제품개발팀에서 재무를 분석했던 팀원의 일기를 한번 살펴보자. 그는 일기에 경영진이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목표를 바꾼 것에 대해 몹시 짜증이 난다고 적었다. 그리고 팀의 방향을 설정할 자유를 빼앗고 경영진이 명령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을 다른 팀도 유사하게 겪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점점 우왕좌왕하게 됐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고, 일을 잘해야겠다는 의욕도 사라졌다. 이 회사는 결국 4년 만에 파산했다. 물론 이 회사가 실패한 데는 경영진의 전략 실패, 시장 상황 악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오랫동안 시장에서 잘나갔던 회사였고 유능한 직원도 많았다. 그럼에도 단기간에 회사의 상황이 역전됐다. 여기에는 분명히 조직의 내부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자율성만 확보하면 개인이 성과를 내고 더 나아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
명확한 목표 설정, 의사결정 권한 위임 등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조직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직원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업무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기를 가지며 동료를 우호적으로 인식하는 상황, 즉 ‘직장생활의 내면 상태(inner work life)’를 만족스럽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많은 사람이 인간은 이성만 있으면 최상의 선택을 내리고,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감정이 없이는 어떠한 선택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다. 뇌 중 감정 영역이 손상되고 인지능력 영역이 정상인 환자들에게 택시를 탈지, 버스를 탈지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정상적이라면 자신의 금전적인 상황, 거리, 자신의 상태 등을 고려해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환자들은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가 없었다. 감정이 배제된 상태에서는 결정 장애가 발생한다. 그만큼 감정은 인간을 지배하는 요소다. 감정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결정하고, 그 가치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에 대입해보면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이 자발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개인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과를 재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일을 잘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고, 이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성과를 직원들이 내는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디어가 결국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신제품이나 서비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올까? 꾸준히 업무를 완수하고, 자신의 업무의 높은 완성도를 유지(생산성)해야 한다. 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헌신하고, 팀원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유대감(팀워크)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모두 직원의 성과인 셈이다. 영업실적, 시장점유율 등과 같이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만이 직원의 성과가 아니다.

성과에 대한 정의가 바뀌면 직원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도 달라진다. 개인의 작은 변화나 조직의 기여에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다. 이를 나는 전진의 법칙(The Progress Principle)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주 작은 개선 사항(small wins)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복잡한 코드를 만든 후 테스트를 수행하는데 여기서 오류를 발견했다고 하자. 이 또한 전진에 포함된다. 오류를 제거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를 구하거나, 세상에 없는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괜찮다. 전진은 신제품 개발,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과 같이 거창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한 일이 팀에, 조직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를 잘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규모 멀티플레이어온라인게임(MMOG)에 많은 젊은이가 시간과 돈을 바친다. 이들은 왜 게임에 이렇게 열광할까. 자신의 경험치를 보여주는 진도표와 자신이 달성한 업적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진도표를 보면 자신이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특정 과제를 달성한 후 받은 ‘아이템’은 자신의 성과를 칭찬하는 일종의 트로피인 셈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단계씩 전진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전진의 법칙은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의 내면 상태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회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분명히 중간에 어려움이나 난관을 만날 수도 있고, 팀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충돌할 수도 있다. 이 걸림돌들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했더라도 잘 해결해나갈 수 있는 팀 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들어가는 예산을 적시에 제공받지 못할 경우 팀 분위기가 크게 역전될 수 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나 생각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회사(경영진)가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에 관대해져야 한다. 누구든 실패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실패한 결과물을 두고 담당자를 질책하거나 즉각적으로 안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되면 직원들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실제로 한 직원은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회사에서 무능력한 직원으로 찍히는 게 두렵다’고 고백하며 괴로워했다. 결국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고, 질책이 두려워 변명을 수도 없이 늘어놨다. 반면 다른 회사의 직원은 실패한 결과물에 대해 직속 상사가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공유하면 된다’는 말에 안도하고 평정심을 찾았다. 물론 계속해서 노력해 좋은 결과물도 냈다.

투명한 의사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숙지하고 있으며, 서로 도와야만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팀원들이 서로 감정적으로 지원하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
한 호텔 계열사의 데이터 관리 부서에서 일하는 헬렌을 예로 들어보자. 헬렌은 다니던 회사가 다른 회사로 인수·합병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이 이전에 받았던 복지 혜택이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녔던 회사의 이름이 없어진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했다. 더 큰 충격은 회사가 최근 직원 30명을 사전 통보도 없이 해고한 것이다. 헬렌은 회사에 크게 배신감을 느꼈고 열심히 일할 의욕도 느끼지 못했다.

사건은 그가 휴가를 떠났을 때 벌어졌다. 회사가 법정 소송에 휘말려 급히 소송을 대비하기 위한 자료 수집을 요청한 것이다. 헬렌은 휴가 도중 회사로 복귀해야만 했다. 물론 당연히 화가 난 상태였다. 나는 헬렌이 과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첫날 일과를 마친 후 우리에게 전송한 일기에 회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보다 ‘회사와 팀에 도움이 돼서 기분이 좋았다’고 썼다. 헬렌을 포함한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가지 이어졌다. 9명의 팀원들 모두 국경일인 메모리얼데이 휴가도 반납하고 일했다. 5일 동안 무려 70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누구도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하루하루 목표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첫째,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 팀이 절실히 필요한 그 이유를 자세하고 간곡하게 설명했다. 회사가 1450만 달러짜리 소송에 휘말렸는데 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선 호텔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고 명확히 밝혔다. 헬렌을 포함한 팀원들은 자신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이해했다. 둘째, 경영진은 이 팀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줬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다른 업무에서 배제했다. 셋째, 아낌없는 응원 덕분이다. 사실 데이터 관리부서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부터 임원들이 음료수와 피자 등 간식을 손수 구입해 방문하는 등 정성을 보였다. 프로젝트 진척 상황을 물어보거나 감시하는 대신 필요한 지원이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해주는 쪽을 택했다. 헬렌과 팀원들은 이런 임원들의 노력에 감동했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고 생각했다. 실제로 헬렌의 팀 동료인 테레사는 구조 조정 당시 자신을 ‘학대당하는 아내’에 비유했었다. 그런데 이 당시에는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일했다. 회사가 그를 인정하고 지지해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팀원들 간 신뢰와 존중이 밑바탕이 됐다. 5명의 팀원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서로의 버팀목이 돼줬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했다. 일손이 달리면 재빠르게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 도왔다. 모두가 피곤한 상황이었지만 팀원들의 건강과 상황을 체크하며 함께 나아가는 상황을 만들었다. 완벽한 팀이 된 이들은 기한 내에 모든 일을 완수했고 능력 있는 팀이자 직원이라는 사실도 증명해냈다.

신뢰와 존중은 좋은 말이긴 하지만 다소 추상적이다.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라는 것은 결코 개인이 혼자 일하도록 하거나 개인의 업무를 방관하라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서로를 계속해서 도와주고 지원해야 한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함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팀워크도 장려해야 한다. 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팀 리더, 즉 중간관리자들이다.

중간관리자들은 메신저다. 이들은 팀원들에게 경영진이 제시한 명확한 목표를 이해시킨 후 함께 의논해 회사의 목표에 잘 부합하는 팀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또한 팀 내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팀원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파악해 이들이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배분하는 것도 팀 리더의 몫이다. 연차나 경력에 상관없이 팀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업무를 배분하고 잘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팀 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이 분위기가 직원들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연구로도 증명됐다.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사건들이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이렇게 팀 내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사건 중 28%가 그날의 업무 환경을 크게 좌우했다. 부정적인 사건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은 긍정적인 사건보다 훨씬 막강했다. 부정적인 사건의 파급력은 긍정적인 사건의 3∼4배에 달했다. 팀 리더들이 팀 상황을 잘 관찰하고 긍정적인 요소들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잘 살펴야 한다.

자율성이 강화된 팀을 만들기 위해서 팀 리더(중간관리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능력 있는 중간관리자가 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잘 갖춰야 한다. 첫째, 팀원들이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때론 맞서 싸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하는 프로젝트 개발에 확신이 있다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팀원들은 팀 리더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 팀원들은 팀 리더에게 실망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의욕도 잃게 된다.

두 번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팀 리더는 팀원들에게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이나 상황을 잘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제거하고 서로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중간관리자급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사내 고급 정보를 공유해 향후 대책을 함께 모색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팀 리더는 상당히 드물다. 오히려 자신이 정보를 차단하고 그 정보를 가지고 팀원들을 조정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씩 각 팀원들에게 불균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견제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 경우 팀 리더와 팀원과의 간극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팀원들 간에도 신뢰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어렵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 팀원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언제나 공개해 구성원이 모두 한 팀이며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좋은 팀 리더를 확보하기 위해서 회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앞서 언급했던 헬렌 팀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야 할 거 같다. 이 팀은 후에 어떻게 됐을까. 아쉽게도 이 팀은 곧 해체됐다. 팀원들 모두 능력 있는 인재라고 인정도 받았고, 경영진도 이들의 성과에 크게 만족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경영진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이들을 지원하거나 격려하는 작업을 중단했다. 팀이 수행해야 하는 일의 목표가 수없이 바뀌었고, 일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도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팀은 서서히 잊혀 갔다. 결국 팀원들은 1년 뒤 모두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말았다.

팀 리더나 중간관리자가 프로젝트팀에 일시적인 오아시스를 마련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경영진이 모든 책임을 이들에게 떠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은 계속해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적극적으로 돕는 기업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터뷰이 소개 테레사 애머빌(Teresa M. Amabile)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테레사 애머빌(Teresa M. Amabile)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스탠퍼드대, 브랜다이스대, 하버드대 등에서 40년 가까이 사회적 환경이 개인의 창의성 발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조직 혁신 분야의 대가이다. 그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개인의 타고난 역량이 아니라 개인의 잠재성을 끌어낼 수 있는 조직의 업무 환경과 문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전진의 법칙』 『창조의 조건』 등이 있으며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터뷰어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