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적폐 ‘사일로’를 청산하라

228호 (2017년 7월 Issue 1)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이란 ‘부서 이기주의 현상’이라고 의역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만연하면 부서와 조직끼리 서로 벽을 쌓고,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되고, 결국 소통과 통합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조직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한다. 사일로는 곡식 저장을 위한 구조물을 뜻한다. 미국처럼 밀을 대량으로 수확하는 곳에서는 수확된 밀을 대형 원통형의 구조물 속에 일정 기간 보관하는데 이 구조물을 사일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일로 현상’이라는 개념이 일본에 전해졌을 때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본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본에는 대규모 곡식저장 시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문헌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코추보(takotsubo·蛸壺)’라는 말로 의역을 해서 쓰고 있다. ‘다코추보’는 어부들이 문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문어단지’를 말하는데 문어가 출몰하는 곳에 단지를 갖다 놓으면 문어는 그 단지 속에 들어가 한동안 쾌적함을 즐긴다. 나중에 어부가 그 단지를 들어 올려 문어를 잡으려고 하면 문어는 단지를 탈출해 도주하려 하지만 들어가는 입구에 비해서 나가는 출구는 매우 좁기 때문에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어부에게 잡힌다. 따라서 사일로 현상을 일본식으로 설명하면, 자신이 속한 부서와 팀에서 자족하면서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살기에 조직 전체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일로 현상의 최대 단점은 ‘연결의 끊어짐 현상(disconnected)’이다. 다른 부서, 다른 조직과 연결돼 있지 않거나 연결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부서 간 데이터가 호환성이 떨어지거나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속출한다. 사일로 현상의 원인은 대부분 부서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부서장들이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통제하고 구성원들을 단속하는 데서 기인한다.

부서장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실적을 챙기고 부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면 조직의 소통을 방해하는 적폐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 최고경영자가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의 인적, 물적 흐름에 왜곡이 생기는 것을 파악하면서 부서 간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의 공동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부서장들을 설득해 부서 이기주의를 억제해야 한다.

2005년 여름, 일본 도쿄의 소니 본사 직원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곤 넋이 나갔다. 소니의 새로운 CEO로 영국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임명한다고 회사 측이 공식 발표한 것이다. 그는 소니의 북미지역 영업을 담당하던 현지 임원이었다. 그가 소니 본사에 취임해 업무 파악을 마치자마자 일갈한 말은 “소니에는 사일로가 너무나 많다!”였다. 소니의 성과 부진 원인이 회사 내 도처에 ‘문어단지(octopus pot)’가 많아 부서 간 소통과 업무연결이 잘되지 않는 데 기인한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조직 혁신을 통해 문어단지들을 제거하고 조각난 업무와 파편화된 부서들을 퍼즐을 맞추듯이 연결하고 소통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그의 노력으로 소니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몇몇 분야에서 옛날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초연결’이다. 생산자-유통사-소비자가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같은 첨단기술로 하나로 연결돼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 업무환경을 완비한 회사들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는 사일로가 얼마나 존재할까. 조직 내 사일로 제거가 리더의 최우선 임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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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필자는 서울대 인문대와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인사관리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한국인사조직학회 및 대한리더십학회장을 지냈다. 여러 학술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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