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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채용’이 중요하다

휙휙 바뀌는 게임의 룰, 역량 총동원해 인재부터 ‘확보’하라

김광현 | 221호 (2017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보통 ‘위기상황일수록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에 투자하라’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극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경영환경에서는 오히려 ‘인재선발’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여유자원도 많고, 협업역량도 큰 경우에는 내부의 별도 조직을 활용하거나, 외부와 적극 협업하거나, 인재영입을 목적으로 한 인수(Acquihire)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만약 여유자원은 많으나 협업역량이 낮을 경우에는 M&A 후 독립경영, 즉 Acquihire 이후 decoupling을 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된다. 여유자원 자체가 부족할 경우에는 리얼옵션적 접근 방법을 쓸 수 있는데 이 경우 협업역량이 높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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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다는 사실 빼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의 경영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구다. 실제 PEST(Political, Economic, Social and Technological )분석에 기초해 거시환경을 살펴보더라도 기업들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고 대응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장기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부진한 세계 경제에 더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 동아시아에서의 긴장 고조 등의 정치 불확실성도 당혹스러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세대 간 격차 등에서 비롯되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갈등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진보와 융복합화는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림 1),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속하고 불확실한 변화는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생존과 성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이다. 늘어만 가는 여러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 기술의 급속한 발전, 산업 간 경계 붕괴 등의 결합이야말로 VUCA(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라고 표현되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처한 극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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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의 인적자본 수준은 조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1 따라서 극한 환경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나 신사업 창출을 통해 기업이 처한 여러 위기들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게 바로 인적자본이다. 특히나 기술인재(Technological Talent)가 핵심인 첨단 산업뿐아니라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우수 인재의 확보, 육성 측면에서 전통적 산업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유연한 방식의 접근을 요구한다.2 예를 들어, 전통 제조업으로 여겨졌던 완성 차 업체는 전기 차나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자동차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핵심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을 해야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내부 육성에 주로 의존하던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술과 역량을 지닌 핵심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시급성과 중요도는 첨단 전자, 소재 등의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업의 본질의 변화에 따라 게임의 룰이 달라지고 사업 모델이 재정의되고 있는 다른 여러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극한 환경’에서의 인사에 관해 여러 영역에서의 접근이 있을 수 있지만3 이글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인재 확보와 육성 부분에 맞춰 집중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채용 vs. 교육

‘인재 확보’와 교육을 통한 ‘내부 인재 육성’ 중 어느 것이 더 성과에 도움이 되는가는 오래된 논쟁 중 하나다.4 양질의 인적자본 확보에 대한 노력과 교육/훈련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직원들의 기술과 능력을 향상시켜 생산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환경에 따라 채용과 교육의 상대적 중요성과 초점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경기침체기에는 채용에 상대적으로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경기호황기에는 교육에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경기침체기에는 노동시장에서 고용조정이 많아져 유능한 인력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기업들도 내부 자원에 여유가 많지 않기에 채용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호황기에는 우수 인력을 노동시장에서 유인하는 데 경쟁이 심해져 쉽지 않은 여건이 되며 기업 내부에도 인력 육성에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경기 변동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른 기업의 인적자본 관리에 대한 논의로서 현 상황에 비춰본다면 교육보다는 채용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채용이 교육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업은 채용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치, 직무, 리더십 교육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지식과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이 지닌 성격과 태도는 쉽게 변화되기 어렵거나5 개발되기 힘든 역량도 존재하기에 아무리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육성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해도 원석이 좋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텔업종이 좋은 사례 중 하나다. 고객을 최접점에서 응대하는 호텔리어의 경우 외향성(extraversion)이나 친화성(agreeableness) 등의 성격,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태도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잘 구조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도 일정 정도의 대고객 서비스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또한 본인들도 감정노동에서 비롯되는 여러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바꾸기 힘든 특정 자질과 역량이 중요한 직무에서는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호텔 회장이 “제대로 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교육보다 앞서며 중요하다”6 라고 강조한 것처럼 적합한 인재를 엄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산업과 직무와 상관없이 개인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적능력(general mental ability)과 성실성7 은 갈수록 새로운 직무와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조직환경에서 빠르게 배우고 발전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러한 개인적 특성을 지닌 인재 채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는 개인적 특성 중 하나는 ‘그릿(Grit)’8 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더크워스 교수가 연구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낸 것으로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개인적 특성은 뛰어난 재능이나 기량이 아니라 열정과 끈기를 나타내는 그릿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릿은 성장기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아니면 개인의 행동에 강한 영향를 미칠 수 있는 상황(예를 들어, 군대)에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학습되거나 개발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려진 것도 적고 기업현장에서 이를 교육하고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 같은 현실화하기는 어렵지만 성공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전적인 사업에 몰두하게 하거나 문제해결에 치열함을 요구하는 직무 등에서는 도전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끈기, 열정(그릿)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바꾸기 쉽지 않거나 기업교육을 통해 개발하기 어려운 개인적 특성을 잘 갖춘 인재의 채용은 사업의 판도가 극적으로 바뀌는 극한 환경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굳이 IT 같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일상화된 산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러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과 커머스, 교외 아웃렛 등의 다양한 유통채널에 뺏긴 고객들을 어떻게 다시 백화점으로 유인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생존과 성장의 문제였던 현대백화점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는 하드웨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경험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판교점을 체험공간으로 탄생시켰다.9 업의 본질을 재정의함으로써 기존의 단순한 쇼핑공간에서 벗어나 즐겁게 놀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며 기존 외식업이나 놀이동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들과의 전선을 구축하며 사업의 중흥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사업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고, 이러한 열정과 끈기는 기업에서 가르치고 배우기보다는 역량을 가진 인재가 깨우치고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기에 채용의 중요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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