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높이는 리모델링

최적의 공간, 최고의 창의성

14호 (2008년 8월 Issue 1)

이정호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사무실’ 하면 어떤 풍경이 먼저 떠오르는가? ‘창조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딱딱한 사무실이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 예로 국내 한 카드회사는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배려해 개당 100만 원이 넘는 의자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처럼 사무실 개념이 단지 일하는 곳에서 놀이·휴식·재미 등이 어우러지는 창조적 업무 설계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창조적인 사무 공간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선진 기업들의 트렌드를 알아보자.
 
Hot-Desking
첫 번째 트렌드는 모바일 사무실을 위한 ‘핫데스킹’(Hot-desking)이다. 핫데스킹은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사무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핫데스킹 시스템을 도입한 대표적인 기업은 시스코이다.
 
시스코가 자체 분석한 결과 회의실 예약은 언제나 넘쳐 나는 반면에 직원들이 개인 공간을 비우는 시간 비율은 하루 일과 중 35%가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최근에 개인 책상을 놓은 공간을 터서 여러 용도로 변형 가능한 사무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개인 사무 공간이 회의실로 순식간에 탈바꿈한 것이다.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노트북을 내려놓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굴러다니는 책상을 중앙에 배치하고,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는 소형 방음 회의실도 주변에 배치했다. 또한 사무실 어느 전화에서도 자기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는 IP전화 시스템을 채용함으로써 ‘모바일’ 사무실을 구현했다.
 
2006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경영자들의 85%가 “앞으로 5년 안에 움직이며 일하는 노마드(nomad)형 직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핫데스킹은 이동이 잦은 세일즈맨이나 마케터 등을 위한 최적의 공간 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성 그리고 폐쇄성
두 번째 트렌드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직원을 위한 ‘개방성과 폐쇄성을 겸비한 사무 공간’이다. 애널리스트·프로그래머 등과 같이 개인 업무 비중이 높으면서도 동시에 창의성이 중요한 직종에서 고려할 만한 공간 배치다. 프라이버시는 일정 부분 보장하면서도 ‘공식적·비공식적 만남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 신선한 두뇌 자극을 활성화하는 것이 이 공간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플렉스’를 들 수 있다. 구글플렉스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개인 업무 지역을 관통하는 ‘메인 스트리트’다. 특히 모든 개인 룸에서 100피트 반경 안에 스낵바와 미니주방을 비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메인 스트리트는 직원들이 개인 공간에서 나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 공간과 협동 공간의 거리를 알맞게 조절해서 사람들이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메인 스트리트에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적을 수 있도록 캔버스인 ‘아이디어 보드’가 붙어 있다. 아무리 넓은 화이트보드라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낙서로 가득 찬 벽화가 된다. 또 건물 중앙에는 사적 대화를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중앙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이 계단 곳곳에도 전력선을 설치해 자유롭게 걸터앉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플렉스는 대학원 연구실처럼 45명이 팀으로 연구할 수 있는 그룹 워크스테이션, 사무실 곳곳에 흩어진 미팅룸 등 직원들을 위한 다양하고도 아기자기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수영장, 마사지실, PC 수리 센터, 어린이방 등을 구비해 마치 ‘작은 도시’를 방불케 한다.
 

경영 환경 변하면 사무실도 변한다
사무실 변화의 마지막 트렌드는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춘 사무실 최적화다. 큰 맘 먹고 인테리어를 근사하게 바꿔 놓았는데 어느새 조직이나 인원이 변해 사무 공간이 ‘몸에 안 맞는 옷’처럼 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디자인 전략기업 그래버티 탱크(Gravity Tank)의 사무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준다.
 
업무 특성상 팀 단위 프로젝트가 유난히 많은 이 회사는 팀별 구성, 목적에 따라 손쉽게 해체·재조립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을 마련했다. 각 프로젝트 룸은 천장에 매달린 카드보드 칸막이로 구별돼 조립 및 이동이 간편하다. 또 넓은 회의탁자에 비해 개인용 책상은 아주 협소하게, 그것도 2개만 비치해 개인플레이를 최소화한다. 디자인 비용도 2만 달러 정도로 알뜰하게 사무실을 꾸밀 수 있어 벤처나 소규모 서비스 기업에 적합하다.
 
미국 코넬대 프랭클린 베커 교수는 “사무실 디자인은 그 조직이 진짜 중시하는 가치를 내보인다”고 말했다. 아직도 사무실 인테리어라고 하면 대외 과시용 또는 임직원 후생복지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고급스러운가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사무실 디자인도 투자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업무 특성에 최적화한 공간구성을 통해 조직의 창의력과 팀워크를 살리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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