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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사무공간은 기업 혁신의 촉매

DBR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인간의 존재 기반이며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공간(空間)’입니다. 하지만 공기나 물,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효율을 우선시한 많은 기업은 한때 사무 공간을 ‘비용(cost)’ 개념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간은 투자의 대상입니다. 선진 기업들은 공간 혁명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 향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혁신적 아이디어 교류, 조직문화 개선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사무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민·문권모·신성미 기자 dbr@donga.com
 
한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홍영식(가명) 팀장. 매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가 근무하는 116.5㎡(약 35평) 남짓한 공간에 무려 15명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빽빽이 들어찬 책상과 의자, 집기 등은 재래시장 좌판을 연상시킨다. 물론 창문에 접해 전망이 좋은 곳은 임원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일까지 중요한 업무 보고 자료를 마쳐야 하는데 유난히 목소리가 큰 옆 자리 김 과장은 오늘 따라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 도통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집기라도 편하면 좋으련만 큰 체구의 홍 팀장에게 맞지 않은 비좁은 의자는 몸과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홍 팀장의 사례에 공감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한 구직 전문 회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응답자들이 자신의 직장생활을 ‘지옥’, ‘무료함’, ‘스트레스’, ‘전쟁터’ 등의 단어로 표현했다. 한국 직장인들은 집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만큼 열악한 근무 환경은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은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여러 사람을 앉히는 데 주안점을 두던 기존의 사무실 구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 있다. 사무 환경 개선을 기업의 성과 향상을 가져오는 매력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선도 기업들은 개인 공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임원과 직원 간 구분을 없애며 갖가지 튀는 아이디어로 회의실을 꾸미고 웬만한 고급 카페보다 우수한 카페테리아나 식당 등을 설치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다른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런 사무 공간 혁명의 근본 목표이다. SK텔레콤,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인텔, HP 등 사무 공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분석했다.
 
1. 개인 공간은 최대 보장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을 첫 방문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그 안에 몇 명이 근무하는지, 자리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 키만한 파티션으로 구성된 인텔의 독특한 칸막이식 사무공간은 ‘큐비클(cubicle)’로 불린다.
 
큐비클 안에 있으면 거의 완전한 독립성이 보장된다. 그 안에 사람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들어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큐비클은 실리콘밸리의 인텔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의 인텔 지사가 모두 공유하는 문화 코드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야 하는 지식 노동자에게는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고안됐다.
 
눈여겨 볼 점은 인텔코리아 직원 대부분이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내근 비중이 높은 연구개발(R&D)이나 재무 담당 직원이 아니라 외근 비중이 훨씬 높은 직군이지만 이들에게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경희 인텔코리아 차장은 “외근 비중이 높다고는 해도 사무실 안에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는 목적에서 큐비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이 외근 직원들에게 책상을 공유토록 하는 핫 데스킹(hot desking) 시스템을 잠시 도입했다가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휴렛패커드(HP)의 서버 사업 담당 부서는 독특한 오각형 모양의 ‘셀(Cell)’ 구조에서 근무한다. 셀 구조로 책상을 배치하면 일렬로 배치할 때보다 공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서버 관련 장비를 많이 설치해야 하는 업무 특성을 감안한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확실한 자기 공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 이런 구조를 채택했다. 한국 P&G 또한 유사한 오각형 셀 구조를 보유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확실한 자기 공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직원들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사무 공간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점이 개인 공간 확보라고 지적한다. 국내 최대 실내건축 업체인 진디자인의 백남진 대표는 “한국 기업의 경우 1인당 개인 공간이 10㎡(약 3평) 미만으로 아직도 ‘닭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1인당 적어도 15㎡(약 4.5평)는 확보해야 개인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협업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백 대표는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파티션을 낮추는 기업이 있는데 이런 회사에서는 오히려 상사의 감시만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며 “소통을 하려면 소통을 위한 공간을 따로 확보해야지, 개인 공간을 허물어 소통을 늘리려는 시도는 이치에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2. 회의실은 혁신 대상 1순위
딱딱하고 획일적인 공간의 대명사이던 회의실은 사무 공간 중 가장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되 조직원 간 공식적·비공식적 만남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 집단 창의성과 협업 능력을 높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신사옥에는 한 층에 무조건 적어도 6개의 회의실이 존재한다. 이 회사는 심지어 한 쪽 벽면의 남는 공간도 간이 회의실로 꾸몄다. 2005년 분당 사옥으로 이전한 NHN은 9층 전체를 8개의 회의실과 건강관리실·카페테리아 등 직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배치했다. 한국HP 역시 여의도 사옥 22층 전체를 총 9개 회의실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
 
NHN과 한국HP의 경우 층마다 별도의 회의 공간이 있지만 이와 별도로 한 층 전체를 회의실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다가 모든 회의실에는 저마다 특성이 있다. 영상 회의실이나 대규모 회의를 할 수 있는 대형 회의실도 있지만 내용에 따라 집기를 바꾸고 분위기를 달리할 수 있는 소회의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부서든 직종을 불문하고 하루에 23건의 회의가 있습니다. 외부 미팅이나 본사와의 조율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납니다. 개인 업무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회의인 만큼 이 공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회의실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한 한국HP 이승연 매니저의 대답이다.
 
이들 기업은 특히 회의실 안에는 무조건 책상과 의자가 있어야 하고 이 안에서는 회의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사무실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주어진 공간의 특성을 결정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NHN의 경우 8개 회의실 중 직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 바로 ‘좌식 회의실’이다. 고급 일식집에서 볼 수 있는 바닥이 파인 좌석에다 편안한 쿠션을 마련한 이 회의실은 사내 최고 인기 공간이기도 하다. 노수진 NHN 과장은 “한국 기업의 경우 한 번 시작하면 회의를 장시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좌식 회의실을 사용하면 마치 집안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며 “좌식 회의실을 이용하면 아이디어가 훨씬 잘 나온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역시 좌식 회의실을 도입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는 다양한 음료로 가득한 미니바를 모든 회의실에 설치해 놓았다. 격식을 파괴한 회의 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상사가 주재하는 회의 도중에도 부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가지러 가는 문화가 일상화됐다. 위계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런 회의 문화를 만들었다.
 
네이밍(naming·이름짓기) 효과’를 통해 회의가 주는 답답한 분위기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도 한창이다. SK텔레콤 사옥 25층에는 발리, 세부, 푸껫, 몰디브, 피지, 하와이라는 이름의 회의실이 일렬로 배치돼있다. 이름뿐 아니라 휴게실 명패, 집기, 유리창 타일지까지 모두 열대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꾸며놓았다. 이 층에서 근무하는 홍보팀 김혜진 차장은 “처음에 너무 애들 장난 같은 느낌이 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독특한 이름이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회의실에서 만나자는 얘기를 전달할 때 ‘푸껫에서 3 만나요’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지루한 회의의 압박이 덜해진다”라고 만족을 표시했다.

한국HP도 마찬가지다. HP 사무실의 모든 층 좌우 양쪽 끝에는 안드로메다, 오리온, 페가수스, 카시오페이아라는 이름의 회의실이 있다. 글로벌 기업을 넘어 더 큰 비전을 가진 업체가 되자는 뜻을 담아 별자리 이름을 붙인 것. 한 층 전체에 총 9개의 회의실이 자리한 22층 회의실의 명칭 역시 보석 종류를 사용해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토파즈, 펄, 크리스털 등으로 붙였다.
 
2년 전 서대문 사옥으로 이전한 SK커뮤니케이션즈는 회의실 이름을 과일 성향으로 정했다. 석류방, 망고방, 멜론방, 블루베리방 등 과일 이름이 붙은 회의실은 벽지·집기·인테리어소품, 심지어 방향제까지도 모두 각각의 과일 색상을 반영한 빨강·노랑·초록·보라색으로 꾸몄다.
 
3. 고객·하청업체까지 배려
사무 공간을 고객에게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수단으로 보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객, 종업원, 주주, 납품업체, 정부 등 기업 활동과 관련돼 있는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야 이익을 창출하는 수 있다는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 개념을 사무 공간에 적용하겠다는 의도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로비는 공공에 개방된 공익성 높은 공간으로 유명하다. ‘로비의 갤러리화’를 추구하는 이곳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또 금난새의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수많은 음악인의 연주회 및 각종 문화예술 이벤트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 기업의 업무 공간이 공공 미술관과 전시관이라는 공적 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의 제주 미디어연구소 로비에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한 미디어 홀이 존재한다.
 
어떤 기업은 아예 사업 파트너를 위한 회의실까지 별도로 마련했다. SK텔레콤 사옥에는 사업 파트너들이 신규 콘텐츠 제안, 기술 컨설팅, 구매 계약, 과금 정산 등의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고 무선 인터넷 시장동향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도 제공받을 수 있는 네이트 비즈니스 센터가 있다. 3층에는 이 사업 파트너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회의실도 마련했다. 직원 회의실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어 사업 파트너들이 애용하는 장소로 변모했다.
 
4. 임직원 구분도 없애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더 넓고 전망 좋은 방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특권마저 용납하지 않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같은 사무실을 이용하거나 회사 내 가장 좋은 공간을 직원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우선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인텔코리아는 아무도 개인 방을 갖고 있지 않다.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같은 형태의 큐비클을 사용한다. 인텔의 전설적인 경영자 앤디 그로브 역시 직원들과 똑같은 큐비클에서 근무했다. 그의 큐비클은 직원의 큐비클보다 면적만 조금 넓었을 뿐이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원탁테이블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의 임원 사무실 크기는 26㎡(약 8평)로 모두 같다. 이사가 상무로 승진해도 짐을 싸서 방만 옮기면 끝이다. 예전에는 방 크기와 디자인을 바꾸느라 돈이 많이 들었다. 최근 한 정부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사무실 층을 바꾸면서 무려 6억 원이 넘는 돈을 쓴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카드 임원 사무실은 각 층 구석에 있고 전망 좋은 자리는 직원용 휴게실이나 회의실용으로 쓰인다. 각 층에 하나씩 있는 직원 휴게실은 국회 정원 잔디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경영진이 직원을 떠받들어야 한다는 창업자의 철학에 따라 사장실과 임원실은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가장 낮은 층인 2층에 자리잡고 있다. 한 외국 제약회사의 사무실 역시 전망이 좋은 유리창 측면 공간은 모두 직원들이 차지하고 사장과 임원을 위한 공간은 사무실 중앙에 배치하는 구조다.
 
서울역 연세빌딩에 위치한 베링거 잉겔하임의 사무실은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곳에 직원들을 위한 커피 라운지를 마련했다. 이들 회사의 카페테리아가 웬만한 고급 카페 뺨치는 수준으로 꾸며진 것은 물론이다.
 
5. 사무 공간은 투자 대상
선도적인 사무 공간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은 직원을 위해 재정 부담을 아끼지 않고 때로는 공간 효율성도 과감하게 포기한다. 투자 금액보다 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NHN은 2005년 분당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전 직원에게 개당 100만원이 넘는 허먼 밀러사의 에어론 의자를 제공했다. 외국 출장 중 에어론 의자를 사용하던 최휘영 NHN 사장은 이 의자의 착용감과 인간공학적 디자인에 반해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 모두에게 이 의자를 보급키로 했다. 노수진 NHN 홍보팀 과장은 “요즘처럼 덥고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오랜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일해도 전혀 땀이 차지 않고 허리도 아프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서대문 사옥으로 이전할 때 사무기기 전문업체 코아스가 디자인한 개당 50만원이 넘는 특수 의자를 보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이런 고가 집기 구매에 대해 돈 많은 회사의 ‘낭비적 행태’라는 비난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사무실 투자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백남진 진디자인 대표는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사무실 리노베이션 작업을 해보면 특히 차이나는 부분이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경우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도 좋으니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로비나 라운지를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주문한다는 것. 반면 국내 기업은 주어진 환경 하에서 최대한의 효율 추구만을 강조한다.
 
그는 전기설비·냉난방·환기 시설에 대한 태도에도 많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전기설비나 환기 시설은 돈은 많이 드는 반면에 인테리어처럼 한눈에 효과가 드러나지 않아 한국 기업들이 개선을 꺼리는 대표적인 항목”이라고 지적했다. ‘DBR-인크루트 설문 조사’에서도 탁한 사무실 공기는 휴식 공간 부족에 이어 한국 직장인이 사무 공간에 불만을 가지도록 만드는 항목 2위로 꼽혔다.
 
사무 공간은 그 기업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선도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은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직접 사무실 위치를 고르며 인테리어까지도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 인재를 모으고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최고 사무실을 꾸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사무 환경은 기업 문화를 반영하는 표상인 동시에 기업의 문화적 특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무 공간을 통해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회사가 직원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효율성보다 창의성의 가치가 떠오르고 있는 시대에 있어서 사무 공간의 변화는 혁신 활동에서의 중요한 촉매제다.

[DBR TIP] 업무공간 소음, 효율·건강에 악영향
 
업무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미국 코넬대 게리 에번스 교수(환경심리학)의 2000년 연구. 에번스 교수는 보통의 개방형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작은 소음이 근로자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심장병의 위험을 높이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시험으로 알아냈다.
 
그는 무작위로 40명의 사무직 근로자를 골라 약간의 소음(사람의 말소리가 들릴 정도)이 있는 사무실과 매우 조용한 사무실에 각각 배치해 3시간 동안 비교했다. 시험 결과 정도가 심하지 않은 소음에 노출된 근로자도 강한 소음에 노출된 것과 비슷한 정도의 강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번스 교수는 “약한 소음도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의 분비를 촉진해 심장병을 일으키거나 근골격계 이상을 초래하는 등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울산대 의과대학 산업환경의학교실이 금속 제품 제조업체의 근로자들을 9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장시간 소음에 노출되면 고혈압 발생이 높아진다는 것이 2001년 밝혀졌다.
 
에번스 교수는 소음이 들리는 사무실에 있던 근로자들은 조용한 사무실의 근로자들에 비해 판단력과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소음이 있는 사무실의 근로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조용한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보다 40%나 적게 했다. 에번스 교수는 “소음과 같은 방해 요소는 사람들이 업무 그 자체에만 더 집착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의사 결정의 대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에서 생기는 소음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프린터나 팩시밀리처럼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는 기계에 방음막을 씌우거나 업무 공간 근처에서 치우는 게 좋다고 말한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줄이는 것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다.
 
한편 집중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방음이 잘 되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DBR TIP] IT 사무기기와 집중력 저하
 
심리학자들은 보통 인간이 업무 집중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20분이라고 말한다. 이 셈법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 두 잔을 마시고 화장실에 세 번만 다녀와도 100분이 낭비되는 셈이다. 여기에 전화 벨, 통화하는 소리, 동료들의 시끄러운 대화, 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 TV 음향, 수시로 내려오는 상사의 지시 등 집중을 흩뜨리는 소음도 많다.
 
게다가 이제는 PC와 휴대전화 같은 IT 기기까지 업무 집중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뉴욕의 리서치회사 바섹스(Basex)는 미국 직장인들이 e메일 체크와 전화 받기, 온라인메신저로 대화 나누기 등을 위해 3분에 한 번 다른 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이로 인해 흘려보내는 시간은 하루 근무시간의 28%에 이르며, 이처럼 불필요한 일 때문에 집중력에 방해를 받아 생기는 손실은 미국에서만 연간 6500억 달러에 이른다.
 
컴퓨터 이용 습관 연구 회사인 레스큐타임(Rescuetime)에 따르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IT 업계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40개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50번 이상 e메일을 체크하며, 77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인텔 직원들이 이메일을 처리하는 데 하루 평균 3시간을 쓰며, 이 가운데 30%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오전에 인터넷 사용이나 불필요한 회의, 전화 통화 등을 자제하자며 ‘집중근무시간제’를 도입하는 것은 집중력을 확보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의미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심리학) 교수는 개인 차원의 집중력 확보 방안에 대해 “여러 업무 가운데 가장 흥미 있는 일이나 단기적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처리하라”며 “거기에서 느끼는 성취감을 바탕으로 다음 업무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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