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피터스 박사 기조강연 및 토론

진짜로 혁신할 용기가 있는가? 임원진 구성부터 확 바꿔라

216호 (2017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람들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최첨단 기술’과 ‘복잡한 전략’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톰 피터스는 놀라운 혁신은 때때로 너무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성공적인 전략은 가장 단순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최고의 화장실’을 만든 미국의 한 마트, ‘강아지 비스킷’을 제공한 은행은 ‘첨단 기술’ 없이 아이디어와 ‘연결’만으로 혁신에 성공했다. 이렇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CEO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즐기며 직원들의 시도와 실패를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임원진 구성이다. 괴짜, 30세 이하의 젊은이들, 여성, 데이터와 IT 전문가, 디자인 구루로 이사회를 채우고 전통적인 MBA 출신 분석가의 수는 3명으로 줄여라.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 엉뚱한 생각들을 서로 연결시켜라. 파괴 시대의 혁신과 생존은 그래야만 가능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민혁(연세대 사회복지학과/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조직 내 다양성 확보, 특히 임원진의 다양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괴짜, 예술가, 여성 등을 무조건 이사회에 앉혀야 합니다. 그래야 ‘파괴의 시대에 유연하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경력과 비슷한 경영학 전공자들이 모여 앉은 이사회는 재앙입니다. 지금 당장 이사회 구성부터 바꾸십시오.”

‘파괴시대의 창조적 혁신’을 주제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6’ 첫날, 기조강연자로 나선 경영구루 톰 피터스 박사(톰피터스컴퍼니 대표)의 말이다. 2016년 12월7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청중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국내 유수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에게 강렬한 고민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는 피터스 박사의 일갈은 강연 내내 계속됐다.

이날 1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피터스 박사의 강의와 이후 1시간 넘게 진행된 조동성 인천대 총장, 김동재 연세대 교수와의 토론 중 핵심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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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피터스 박사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서적으로 꼽히는 <초우량기업의 조건>의 공동 저자다. 코넬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스탠퍼드대에서 MBA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맥킨지에서 일하다 톰피터스컴퍼니를 세워 자신의 혁명적이고 열정적인 경영 이념을 전파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16권에 달하는 저서를 집필했고 현재까지도 ‘경영계 최고의 구루’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요 저서로 <초우량기업의 조건> <해방경영> <혁신경영>
<와우프로젝트> <리틀빅씽> 등이 있다.


기조강연

2011년 8월10일은 애플의 시가총액이 에너지 회사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날이다. 그 이전의 시대와 완전히 다른 시대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날이다. ‘디자인’과 ‘혁신’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게 선언된 날이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은 인간 창조물의 근본적인 영혼을 나타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강연에서 애플, 구글, GE 등 우리 모두가 아는 그 큰 기업들에 대해서 분석하고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 오신 분들의 기대와는 달리 여러분이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작은 기업들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가 애플과 구글, GE와 같은 대기업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지만 <포천> 500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6%에 불과하다. 나머지 94%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있다는 독일을 생각해보자. 헤르만 지몬의 유명한 책 <히든 챔피언>에 나오는 바로 그 기업들은 거대한 기업들의 다리 사이로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승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중소기업의 유연함과 속도, 혁신과 창의성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1000개의 미국 기업을 40년간 추적 조사해보면 40년간 계속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은 거의 없었다. 기업은 커지고 안정화되고 관료화하면 혁신동력을 잃는다. 변화에 적응을 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혁신기업으로 칭송받는 구글이 50년 뒤에도 계속 혁신적이고 위대한 기업으로 남아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소기업 사례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1) 사례소개: 혁신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먼저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정글짐인터내셔널마켓이라는 유통업체 사례부터 소개하겠다. 이들은 스스로 ‘쇼퍼테인먼트’ 사업을 한다고 말한다. 쇼핑하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종의 ‘고객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글처럼 꾸며져 있는 매우 흥미로운 매장이다. 쇼핑을 가면 눈과 귀가 즐겁다. 다채로운 이벤트가 있다. 그러나 이 마켓이 가장 유명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미국 최고의 화장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실제로 수상도 했다. 고객들이 ‘화장실을 구경하기 위해서’ 이 마켓을 찾는다. 모두가 ‘혁신’이라고 하면 엄청난 첨단 기술을 떠올리고 무엇인가 새롭고 대단한 것을 꼭 시도해야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진짜 혁신이란 바로 이런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거다. 화장실 경험을 하고 싶어서 가는 마트라는 개념 자체가 혁신적이지 않은가.



영국의 작은 은행인 메트로뱅크 사례 역시 정글짐인터내셔널마켓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 은행은 일단 근무시간을 조금 변경하는 것에서 혁신을 시작했다. 아침 7시30분부터 문을 연다. 금요일은 밤 12시까지 운영한다. 근무시간의 변화가 이 은행 성공의 본질이 아니다. 전혀 엉뚱한 사고의 연결 속에서 혁신이 탄생했다. 바로 ‘개 비스킷’이다. 강아지한테 주는 간식 말이다. 아침 7시30분, 출근 전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은 은행 업무도 보고 개한테 비스킷도 먹일 겸 이 은행에 들른다. ‘개 친화적 은행’이라고 불리는 이 은행은 지금까지 200만 개의 비스킷을 강아지들에게 제공했다. ‘개를 데리고 아침에 산책에 나서는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짚었고, 결국 상장까지 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강아지 비스킷과 금융업의 연결고리를 말이다. 이런 게 진짜 혁신적인 사고방식이고 창조적인 파괴다. 모바일 기기의 활성화, ATM의 보급으로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자체를 사람들이 점점 찾지 않아 오직 ‘새로운 기술’에만 집중할 때 오프라인 지점의 부활을 통해 ‘집객’을 하고 이 집객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은 셈이다.

혁신이 사소한 것에서 이뤄진다면 성공하는 전략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뉴질랜드에 있는 한 ‘시앵커’ 회사 얘기를 해보자. 시앵커(Sea Anchor)란 오일탱커 등 큰 배가 항해 중 고장이 나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던지는 거대한 장비(닻)로 누군가 고치러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다. 미 해군에서도 코팽이라는 뉴질랜드 회사 제품을 쓴다. 이 회사는 이 분야에서 최고다. 그게 전략의 전부다. 최고가 되면 그 시장은 붐비지 않는다. 나 홀로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된다. 모두가 혁신을 어렵게 얘기하고 전략을 복잡하게 말하고 있지만 진정한 파괴와 창조는 이처럼 사소한 것과 단순한 것을 통해 나온다.

유명한 컨설턴트이자 경영전략가 마이클 레이너가 얘기한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자. 성공적인 혁신과 경영에 필요한 것은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첫째, ‘싼 것’보다 ‘좋은 것’이 먼저다. 둘째, 비용보다 수익을 우선적으로 사고하라. 셋째, 다른 법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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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혁신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세상이 완전히 변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놀라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 스스로 ‘전문가’라고 해서 ‘내 일자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엔지니어, 자동차 공장에서 시작해 모든 직업이 자동화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 미국에서 현재 발생하는 경제 문제를 ‘중국의 싼 노동력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틀린 얘기다. 중국에서도 3000만 명 이상이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파괴적 시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무서울 정도로 예전의 질서와 법칙이 파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기업들에게 있어 혁신이 ‘성공하면 좋은 것’ 정도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요소가 된 셈이다. 예전의 잘나가던 기업들도 모두 현 상황에 맞춰 조직을 변화시키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이제 ‘제조’를 통해 돈을 벌지 않는다. 고객의 전반적인 관리전략, 엔진관리 서비스, 즉 구독형 서비스로 돈을 번다. UPS 같은 운송회사는 더 이상 운송회사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통합 문제 해결사’라고 스스로 규정한다. 과거에는 트럭을 갖고 있고 컴퓨터를 통해 이를 운영하던 기업이었다면 지금은 컴퓨터가 메인에 있고 추가적으로 트럭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사소한 혁신도 이야기했고 전통 있는 대기업들의 변신 노력도 설명했다. 이러한 혁신과 변화에서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이 있다.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다. 이 반복 속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스타벅스에서는 ‘매출의 1%는 갖고 놀아라. 시도하라’고 한다.

나는 WTTMTAMTMMTFW라고 이걸 정리했다. ‘Whoever Tries the Most Things and Makes the Most Mistakes the Fastest Wins (누구든 가장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가장 많은 실수를 가장 빠르게 해본 자가 승리한다)’라는 뜻이다. 성공의 공식이다. 공식은 단순하다. 많이 시도해보고 빨리 실수하고 실패한 뒤에 수정하는 것이다. 실패를 사랑하고 수용하고 보상을 하라. 이건 결국 조직문화의 문제다. 즉 빨리 시도해보고 실패해보는 걸 장려하는 문화가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거다. 일본의 유명 기업 혼다는 이런 문화를 가진 대표적인 기업이다. 혼다 CEO는 항상 “우리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는다”라고 말한다. 혼다는 뭔가 독특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뽑고 여러 가지 엉뚱한 시도를 장려한다. 그게 혼다가 살아남은 비결이었다. 이런 조직 문화를 가지려면 CEO가 바뀌어야 한다. 나는 존 영이라는 옛 HP CEO가 말한 MBWA가 혁신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Managing by Wandering Around라는 뜻으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파악하고 얘기를 듣는 경영이다.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는 게 아니라 현장을 돌아다니는 거다. 그런데 이걸 어떤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조직이 긴장한다. 그냥 그걸 즐기고 재밌어서 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웃으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소한 생각 하나가 놀라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런 조직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3) 혁신할 수 있는 조직 만들기


혁신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다양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여전히 너무도 부족한 ‘여성 임원’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모든 것을 구매하는 존재’다. 미국만 봐도 구매의 90% 이상을 여성이 결정한다. 전 세계 여성이 구성하는 소비시장이 중국과 인도의 시장을 합한 것에 2를 곱한 것보다 크다. 문제는 이 여성들은 유통, 마케팅, 디자인 전반에 대해서 남성과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이미 주류시장, 다수 시장인데 15명의 이사회 중에 여성 1명만 꽂아 놓고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바보 같은 짓이다. 여성을 디자인 부서에 몇 명 채용한다고 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여러 부서, 여러 직급과 직책에 많이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 말하는 이사회 구성 원칙은 강연이나 컨설팅과정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일찍이 세계적 경영구루 중 한 명인 게리 하멜 박사는 “모든 병목 현상은 병의 꼭대기에서 나타난다”고 멋지게 비유한 바 있다. 결국 혁신하는 조직, 다양성을 확보해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임원진’ 혹은 ‘이사회’를 싹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10여 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30세 이하의 젊은이가 두 명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빅데이터와 IT에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과 지식을 가진 사람도 한두 명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미친 사람처럼 살아온 배경’을 가진 괴짜 한두 사람도 필요하다. 그리고 진짜 디자인 구루 한 명이 있어야 한다. 한두 명은 벤처투자자와 기업가 출신으로 채워야 한다. 60세 이상이 두 명 넘게 있으면 절대 안 되고, MBA 출신을 세 명 이상 넣어도 안 된다. 그리고 이 중 여성의 비율 또한 당연히 한두 명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서너 명 이상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서너 명은 정말 최소한이다. (표 1)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고위급에 많을수록 기업의 수익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56% 이상 높은 수익을 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과 많은 여성으로 채워진 이사회가 만들어낼 혁신적 아이디어와 전략은 정말 놀라울 것이다.



이렇게 구성해 놓은 이사회 혹은 임원진과 함께 현장을 다니면서 일하고 많은 것을 시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게 CEO의 역할이다. 임원진 개발에 투자하는 매출 40%를 줄여 현장의 관리자들, 일선관리자 교육에 투자하라. 전투에서 위관장교를 잃는 것보다 부사관을 잃는 게 훨씬 손해라는 말이 있다. 현장의 리더가 사라지면 전투 자체를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요즘 CEO들은 생각보다 공부를 별로 안 하고 있다. 스스로 잘 듣고 많은 얘기를 수용하며 많은 자료와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혁신은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의외로 답은 사소한 것에 있다. 힐튼호텔의 최고 경쟁력은 고객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샤워커튼을 항상 욕조 안쪽에 넣어두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패널 토론 및 청중 질의 응답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하 조) 좋은 강연 잘 들었다. ‘병목 현상은 병의 가장 꼭대기에서 일어난다’는 게리 하멜의 말을 인용하신 게 많이 와 닿았다. 리더십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많은 CEO들이 자신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조직 내에서 모든 것을 두루두루 잘 보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가장 가까운 경영진과 컨설턴트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은 보이지가 않는다. 고객, 말단 직원, 경영진 모두와 동등한 거리를 두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CEO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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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인천대 총장(왼쪽부터), 톰 피터슨 박사, 김동재 연세대 교수

톰 피터스(이하 피터스)
CEO가 고객부터 말단직원, 경영진까지 동등한 거리에서 균형감 있게 바라보고 소통해야 한다는 부분에 크게 동의한다. ‘부드러운 것이 사실 단단한 것이고, 단단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부드러운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경영과정에서 제시되는 수치들은 매우 단단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사실 계획상의 수치만큼이나 연성인 것도 없다. 오히려 매우 연성인 것처럼 여겨지는 ‘조직 내에서의 관계’가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강성’적인 것이다. 결국 CEO가 조직 구성원과 어떻게 관계 맺느냐, 이 부분을 풀어내야 이 파괴의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재 연세대 교수(이하 김) 앞서 피터스 박사께서 ‘CEO들이 너무 적게 읽고 있다’, 즉 공부를 별로 안 하고, 얘기를 잘 듣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리더’는 어떻게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피터스 좋은 지적이다.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높이 올라갈수록 그렇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리더들은 ‘너무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아침에 오트밀을 먹다가 옷에 좀 흘려서 더러워졌더라도 관저에서 집무실까지 걸어가는 동안 만나는 20명 중 다수는 ‘멋있다’고 말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 하나를 보자. 어떤 보스가 회의를 하는 상황을 관찰한 연구가 있다. 이 직장 상사는 CEO급도 아니었다. 회의를 끝내고 그 리더에게 연구자가 ‘자신이 말하는 동안 몇 번이나 다른 사람이 개입했나? 그리고 당신은 몇 번이나 다른 이들의 의견 개진 과정에 개입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리더는 ‘6∼7회 정도 부하 직원에 의해 개입당했고, 나는 2회 정도 개입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그 리더가 부하직원의 말을 끊고 개입한 건 20회였다.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보스의 머릿속에서 ‘개입’이란 아주 강하게 말을 끊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었다. 기준이 달랐던 거다. 결국 끝없이 주변에서 ‘배우라’는 얘기를 해주고 스스로 배우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지금의 경영학 교육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좀 있는 듯하다. 너무도 빠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피터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문은 인문학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MBA 졸업자들은 인문학 졸업자들보다 나중에 반드시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실 직장에서 5년 이상 지내고 나면 남는 것은 사람에 관한 것밖에 없다. 커리큘럼 전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인문학이 앞서가고 회계 등 기술적인 게 따라오도록 하는 게 맞다. 급변하는 시대와 관련해서는 아까 강연에서 얘기했던 이사회 구성원칙이 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정말 변화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지난 50번의 식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어떤가. 나도 마찬가지지만 다소 부끄러운 점이 있을 것이다. 분명 훌륭한 사람들과 식사를 했겠지만 아마도 꽤 많은 식사를 비슷한 부류 혹은 같은 사람들과 했을지 모른다. 그러면 안 된다. 최근에 스타트업을 만든 젊은 사업가,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젊은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그들의 생각을 듣고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그게 아마도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같은 사람들도 계속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대기업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하면 크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사이즈가 아니다. 분권화가 핵심이다. 다만 거대한 기업들은 관료주의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분권화와 유연화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게 문제다. 그래서 내가 대기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청중질문 1 ‘CEO가 충분히 읽고 공부하고 있지 않다’라는 지적을 하셨다. 이 시대 CEO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피터스 먼저 앞서 강연에서 말한 MBWA, 즉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하는 경영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임원급이 되면 굉장히 많은 보고서가 책상에 쌓일 것이다. 그거 훑어보다가 보면 뭔가 새로운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경청할 시간이 사라진다. 나는 리더는 일정의 50%는 그냥 비워놔야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게 현장을 돌고, 비워둔 시간에 공부도 하면서 유연하게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사실 놀라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성공해온 이유는 바로 ‘완전한 계획’을 짜지 않고 일단 부딪혀보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의외로 이것이 효과를 가져왔다.

 

청중질문 2 회사에서 혁신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내 상사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 오늘 이런 좋은 강의를 듣고 가서 실행해보려고 해도 윗사람들이 이해를 못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너무 많다. 조언을 부탁드린다.

피터스 어딘가 조직 내에 반드시 혁신가는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조직을 먼저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숨어 있는 혁신가들을 찾아라. 혁신가들을 찾아서 그들에게 권한을 줘라.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말해줘야 한다. 만약 고객과 너무나 잘 소통하고 SNS를 활용하고 있는 뛰어난 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을 공개하고 영웅화시켜라. 그리고 그런 ‘혁신가’들이 좀 더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사고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라. 그러면 조직이 변할 것이다.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 톰피터스 박사, 김동재 연세대 교수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