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

‘일=삶의 의미’ 소명의식 심어주고 혼자 빨리, 함께 멀리 뛸 수 있게 하라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국 사회에서 인사혁신을 이루기 위한 6계명

1) 원칙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인사철학과 핵심가치에 부합하도록 제도와 관행을 조정하라.

2) 일의 의미를 찾고 스토리를 만들어라

일을 돈벌이가 아닌 소명(calling)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라.

3) 균형을 유지하자

단기 실적과 장기 투자와의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4) 끊임 없이 학습하고 개발하라

학습능력은 집합교육(On-Site Training)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5) 혼자 빨리도 가고, 함께 멀리도 가라

독단적 결정을 피하기 위해 집단 경영 체제에 주목하라.

 

물질세계는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의 정신세계는 과거로 퇴보하는 듯하다. 최소한 국내에서는 이러한 퇴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전통사회가 근대사회로 전환되면서 우리가 겪었던 아노미(Anomie) 현상보다 더 큰 혼동 상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모든 물질적 변화는 광속의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의식과 가치관은 이런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질서도, 준법도, 공익도, 자율도, 책임도, 신용도, 신뢰도, 존중도, 이해도 모두 다 뒷전이고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탐욕만이 앞서는 세상이다. 교통법규에 맞춰 순서를 지키는 사람은 바보가 됐고 빨리 가겠다고 새치기하는 이만 영리한 사람이 됐다. 정부 설명에 따라 어린이집에 중복 신청을 하지 않고 한 곳만 지원한 사람은 보기 좋게 떨어져바보가 됐고 여러 곳에 지원해 확률을 높인 사람은 당당히 합격해 원칙을 조롱했다. 층간 소음이 크다고 이웃사촌을 살해하고,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훈계하면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보복하겠다’고 대드는 부모가 활개를 치는 사회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지 않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삭막한 사회가 된 것이다. 급기야 나 하나만 잘한다고 사회가 바뀔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를 선조들이 살았던 전통사회에 비해 정신적인 면에서 더 발전됐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조차도 의문이다.

 

원칙이 무너진 사회이다 보니땅콩회항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로서 주인의식은 사라졌다. 오너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세상이다. 회항이라는 결정 자체도 애사심에서 기인했다기보다 직장에서 밀려나면 호구지책이 없으니 눈치를 보다 보니 발생한 결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의식이 깨어났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신고리 원전 질식사고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으니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떠돌기까지 했다. 더불어 기업 역시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에 고객은 물론 직원의 안녕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드라마로 방영됐던미생이 인기몰이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현 직장인의 초라한 자화상이 등장인물 속 상황들과 잘 부합됐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본 대기업 부장마저도 미생 속 계약직 사원인 장그래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직업관을 가진미생직장인이 오너에게 바른 충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국민과 기업 간의 신뢰가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회복은 과연 실현 가능한 꿈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수준의 시민의식으로 선진국이라 자처할 수 있을까. 노비 계약을 벗어나전문적 근로계약으로 오너와 직원 간의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내 인사 부문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해본다.

 

 

 

우리 기업의 현 주소 및 문제점

회사별로 인사철학 및 제도가 상이하고 실제 운영되는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그러기에 우리 기업이 어디에 위치한다고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현 위치를 모른다면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어렵다. 현 위치를 찾는 방법 중 한 가지는 글로벌 맥락에서 우리 기업의 현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타워스왓슨의 직원가치제안 및 총보상지수(Employee value proposition and Total reward Index)를 활용했다. 타워스왓슨은 지난해 세계 31개국 1637개 기업에 대한 설문을 통해 이 지수를 조사했다. 국내에서도 32개 기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 지수를 근거로 삼으면 기업의 인사 수준을 <그림 1>과 같이 4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그룹1 수준이었다. 인사 부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일부 기업만이 그룹 2수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1수준의 기업은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제도 및 직원가치제안을 수립한 것이 아니라 인사기능별로 설계해 일관성이 떨어진다. 평가, 보상, 채용, 인력운영, 교육 등 각각의 제도가 수립돼 있긴 하지만 이런 제도를 전체 방향과 원칙에 맞게 설계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룹2 수준은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의 직원가치제안과 총보상 전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임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실제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단계다. 예를 들어, 인사전략을 수립한 뒤 이를 근거로 인사제도와 기능을 이 전략에 맞추는 작업까진 진행했지만 이런 것들이 사내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거나 부적절하게 전달돼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기업조차도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룹3 수준은 이러한 전략이 조직 내에 잘 전달돼 실제로 실행되고 있지만 산업적 특성, 인력별 특성까지 고려하는 차별적인 제안을 개발하지는 못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영업인력의 인사관리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인사관리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 결과, 최고 수준인 그룹4에 속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소수에 불과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은 그룹3에 속했다.

 

이 조사가 시사하는 점은 우리 기업은 인사제도 및 정책을 일관된 통합형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제도 차원, 또는 기능별 담당자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에서 향후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통합적 전략과의 연계성 차원에서 모든 제도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수립된 전략과 제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약속된 바를 실행하는 노력도 역부족이다. ‘아무리 훌륭한 보석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하나 독립된 제도 또는 실행되지 않는 선언 수준에 머무른 철학은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부분의 국내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인사 분야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직장인, 아니 개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점검하고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만 변한다고, 개인만 바뀐다고 지금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줄탁동시(啄同時)라는 사자성어와 같이 회사와 개인이 함께 노력하면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 조직의 인사 혁신을 이끌기 위해 회사뿐 아니라 개인이 해야 할 일을 아울러 짚었다.

 

1) 원칙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아무리 훌륭한 인사철학과 핵심가치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러한 것이 조직 차원에서 실행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러기에 인사철학과 핵심가치는 만들고 전달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해야만 생명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이러한 철학과 가치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직원들은 이런 원칙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또 그런 결정이 실제 성공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원칙에 확신을 갖게 된다. 성공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러한 철학과 가치는 조직문화의 심층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 일단 이 경지에 이르면 앞으론 바꾸려고 해도 쉽게 바꿔지지 않는 문화가 된다.

 

우리 조직은 어떠한가? 훌륭한 철학과 가치를 만들어 놓고 이를 교육하는 정도에서 끝내다 보니 가치가 내면화되지 않고 또 하나의 선언문만 추가하는 데 그치게 된다. 더불어 인사철학과 핵심가치에 잘 부합하도록 제도와 관행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러한 조정작업을 실제 수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혁신을 중요한 가치로 내걸었다면 혁신 작업에 대한 성과를 인정해주고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나 관행이 필요하다. 그러한 것이 없다면 혁신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활동이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와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성과에 선행하지는 않지만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국내 C기업은 하이테크 부문에서 견실한 성장을 하다가 사업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성장이 멈췄다. 최고경영자는 이러한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서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라고 주장하며2의 창업을 선언했다. 모든 임직원들도 최고경영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공감하며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이후 아무런 가시적 변화와 실적을 경험하지 못했고 경영진 역시 몹시 당황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위기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았다. 모든 직원들은 혁신이 꼭 필요하고 회사가 변하지 않으면 쪼그라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큰 문제는혁신의 구호를 입으로 외치고 서로 독려를 하긴 했지만 조직 문화로 뿌리 내리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C기업이 유지했던 관행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새로운 것을 제안하다 성공하지 못한 조직원은 인사고과뿐 아니라 승진, 보상에서도 피해를 봤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혁신을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인가? C기업에서 이러한 복지부동을 탈피하고 혁신의 물꼬를 트기 위해 도입한 방법은 바로실패 보너스였다. 제안한 아이디어가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아이디어가 충분히 가치가 있고 실패를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었으면 그에 대한 보상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직원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았던실패하는 것보단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이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단 실패를 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로 바꾸려는 의도에서 실시한 전략이다. 물론 이러한 보너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과평가, 회의문화, 제안 시스템, 직속상사의 독려,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인정,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한 처리 등 다양한 부분이 함께 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도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칙이 상위 법(上位 ) 역할을 하면서 다른 철학과 가치에 앞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사안에 따라 효율성, 품질, 혁신, 브랜드 등 우선순위를 다르게 둔다면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중시하는 원칙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까?

 

 

 

광복 이후 빠르게 세를 키워온 국내 기업의 최고 자산은 사람이었다. 자원도, 돈도 없던 국가에서 믿을 수 있는 자산은 사람밖에 없었기에 인재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할 수 있었다. 각 회사는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인사에 대한 명확한 관점에 따라 운영됐다. 직장인들은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자랑스러웠고 밤 늦게 퇴근하며 고생하더라도 회사가 안락한 노후를 보장해줬기에 열심히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고도 성장기에 회사를 다녔던 사람 치고 밤새도록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분위기는 외환경제 위기 이후 급속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더 이상 직원을 보호해 주지 못했고 일부 기업은 직원들을 정리 해고했다. 선배 세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본 후배들은 더 이상 회사만 믿고 있다간 똑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회사보단 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제 과거와 같은평생 직장은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또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애사심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위기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제는 직원이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닌 기계의 부속처럼 다뤄지는 상황이 됐다. 만약 지금의 경제상황이 과거 철학과 맞지 않다면 과감히 개편해 원칙 있는 경영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월요일 아침에 심장마비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을 싫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무 여건은 열악하고,

직원들은 귀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고,

동료들은 경쟁을 통해 서로를

위협적 존재로 인식한다.

 

2) 일의 의미를 찾고 스토리를 만들어라

우리는 현재 직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지못해 보내는 시간이 아닌 삶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월요일 아침에 심장마비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을 싫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무 여건은 열악하고, 직원들은 귀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고, 동료들은 경쟁을 통해 서로를 위협적 존재로 인식한다. 이러한 환경이니 금요일이 가장 행복해 ‘TGIF(Thank God, It’s Friday)’를 외치게 된 것이 아닐까. 많은 직장인은 주말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근무시간은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취감, 자아실현, 몰입과 같은 이야기는 어불성설일 것이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그곳에서 우리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조직이 2020년까지 매출 XXX, 이익 ○○○원을 달성해 세계1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아래, 나는 개인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러한 비전이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가? 사실 목적이라는 것은 보편적 진리에 가까울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구글의 설립 목적은 세상의 정보를 체계화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하는 것이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하늘을 민주화하는 것, 즉 보통 사람들이 비행기를 쉽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우스웨스트는 운항을 시작한 후 꾸준히 높은 수익을 달성하며 고객에게 멋진 경험을 제공했다. 주식시장에서 종목명을 ‘LOVE’와 발음이 유사한 ‘LUV’라고 표기하기까지 하며 재미와 사랑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됐다. 홀푸드마켓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삶의 질을 향상하며,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돕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 디즈니는 상상력을 발휘해 많은 이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존슨앤존슨은 고통과 괴로움을 완화한다. BMW는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러한 높은 차원의 목적은 임직원에게 좋은 지침서로 쓰인다. 나는 그곳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수익을 주된 목적으로 삼은 것은 진정한 정체성을 잃게 하고, 사회 전체 이익과 어긋나게 한다.

 

일은 호구지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이다. 일은 의미에 따라 생업(Job), 경력(Career), 소명(Calling)으로 나눌 수 있다. 생업은 특정 수준의 금전적 보상을 받는 대신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는 것이다. 생업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거래의 적정성이지, 정서적 의미는 부여하지 않는다. 즉 이 정도 일을 하면서 이 정도 보상을 받으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고생한 대가를 받고 일이 끝난 저녁과 주말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된다. 생업보다 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경력이다. 경력이란 일을 하게 됨으로써 높은 지위와 더 큰 보상을 받게 된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경력을 개발할 것인지, 그로 인한 더 큰 보상과 지위를 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종종 지나치게 야망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기적 행동으로 조직과 동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 또한 정서적 몰입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소명으로서의 일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일은 돈 이상의 가치와 만족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열정을 쏟는 것, 세상에 꼭 필요한 것과 관련된다. 만약 회사가 직원들에게 이러한 의미가 있는 일을 추구하도록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소명을 느끼고, 자기가 하는 일을 열정을 갖고, 몰입하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ing Value)이 중요한 것이다. 회사가 이윤을 추구한다면 직원도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회사가 직원을 단순 계약관계로 생각한다면 직원도 일만 끝내고 더 즐거운 시간을 찾기 위해 관심을 외부로 둘 것이다.

 

오늘날 일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개인적·정서적 몰입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몰입도는 과거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목적의 부재는 일을 의미 없게 만들고 직원들이 지닌 무한한 능력 개발을 가로 막는다. 직원들은 단절감을 느끼고 자신의 일에 무관심해진다. 직원 개인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의 차이는 일에 대한 의미와 높은 연관성이 있다. 직원을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는 기제는 외적 동기보다는 내적 동기가 훨씬 중요하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Daniel Pink)가 주장하듯 동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전 보상이 아닌 목적(Purpose), 자율성(Autonomy), 성장감(Mastery)이다. 일에서 의미 또는 목적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만약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자신이 하는 일이 합치된다면 첫 발자국을 올바르게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남들과 다른 출발을 할 수 있다. 또 직원들에게 일을 할당하기보다는 일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더욱 열심히 일에 몰입할 수 있다.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앞으로 상황이 어렵거나 게으름을 피고 싶더라도 꼭 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일종의내적 동기(Intrinsic reinforcement)’로 작용한다.

 

 

 

3) 균형을 유지하자

단기 실적 추구 경향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실적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지만 기업이 너무 단기 실적에 치중하다 보면 미래 성장동력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거나 현재의 경쟁우위 요인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기에 단기 실적과 장기 투자와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기업에서 단기 실적을 강조하다 보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부분은 성과에 대한 평가다. 성과에 따라 재계약이 결정되는 임원에게는 이러한 단기 실적이 바로생존을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임원이 담당하는 산하조직 또한 단기 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조직의 목표는 임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기에 저절로 조직 전체가 단기 실적에 집중한다.

 

모 재벌기업의 회장을 독대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그 회장에게그룹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가 꼽은 가장 어려운 점은기다림이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그는 각 계열사 사장을 선임한 뒤 일정 기간까지는 성과를 내도록 기다려준다고 했다. “너무 빨리 간섭하면 그 다음부터는 내 눈치를 보게 돼 소신껏 경영을 할 수 없게 되고, 너무 늦게 간섭하면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시점에 관여를 해야 하고, 어느 기간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도 결국 단기와 장기 성과 추구 간균형 유지와 관련이 있다.

 

4)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발하라

이제는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적자 생존의 시대다.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환경이 변하고 있는데 과거에 안주하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이렇게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에서 갖춰야 할 역량은 학습능력과 조직개발 및 변화(ODC·Organization Development & Change) 역량이다. 학습능력은 과거와 같이 집합교육(On-Site Training)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돼 일하면서 학습하는 것이다. 조직개발 및 변화도 과거처럼 조직개발팀이 전담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부 또는 팀 자체 각 조직을 통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사람이 없으면 실행할 수가 없다. 결국 이러한 모든 역량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의 역량개발도 필요하다. 역량개발은 단순하게 집합교육을 많이 시키라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직장인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교육을 통한 것이 아닌 일을 통한 학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운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된 인력운영은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 차원에서 운영돼야 하는데 원칙 없이 직무순환을 고집하거나 반대로 한 부서에 고착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원칙 없는 직무순환이라는 것은 금융권과 공직사회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10여 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도 특정한 전문영역을 확보하기 어렵다. 직원에 대한 개발이 아닌 비리 예방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직무순환은 조직과 개인에게 결국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반대로 성과가 높은 직원을 한 부서에 묶어 놓고 그 개인에 대한 발전보단 부서 성과만을 추구하는 인력 운영 또한 문제점이 적지 않다.

 

개인에게도 학습과 개발, 변화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처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평생 먹고 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며칠만 지나도 죽은 지식이 되고,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나는 시대다. 자신의 주 전공과 관련해서도 평생학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문성이 반감된다.

 

5) 혼자 빨리도 가고, 함께 멀리도 가라

‘이제 더 이상 한 명의 영웅이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

서로 모순된 메시지를 담은 말이 요즘에 동시에 회자되고 있다. 왜일까.

 

과거와 같이 모든 분야에서 다 뛰어난 영웅적 리더는 더 이상 출현하기 어려운 시대다. 직무는 더욱 세분화됐고, 조직은 세계화로 인해 복잡성이 높아졌다. 고객과 상품 역시 세분화됐다. 이런 구조 아래, 모든 부분을 다 이해하면서 조직을 리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집단경영체제가 강화될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리더십 팀(Senior Leadership Team)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회사와 개인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는 영웅의 출현을 기대할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한 사람의 영웅이 이끄는 식이 아닌 직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회사의 전략 방향을 공유하게 하는 소통형 리더가 출현할 것이다. 그러나 이 리더가 과거와 같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끄는 카리스마적 성향이 아니다.

 

‘리더십 팀또는임원 팀이라는 개념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에 생소하다. 아마도 운영위원회, 임원회의, 사업본부장회의, 최고경영진 회의 등과 같은 형태가 더 익숙할 것이다. (Team)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이를 이뤄가는 집단을 의미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사례가 많다. 사업본부장에 대한 평가는 회사 전체 실적보다는 사업본부에 대한 실적이 더 중시된다. 지역본부장의 성과도 동일하게 담당하는 지역의 실적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회의 시간에 본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발표를 하는 경우에는 집중하기보단 다른 일을 하거나 듣더라도 정보 수집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도에 그친다. 진정한 팀(Real Team)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팀 멤버가 동일한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대부분 선진기업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팀으로서의 목표, 각 개인의 목표를 조절하며 운영하고 있다.

 

직원의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자신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나에게 부족한 점과 강점을 잘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고, 내 자신을 동기화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더불어 남을 이해하는 능력과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현 상황에 맞추면혼자도 빨리 가고, 함께 멀리도 가라로 바꿀 수 있다.

 

김기령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 charlie.kim@towerswatson.com

필자는 뉴욕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씨엘오그룹 대표이사를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인사관리, 인재개발, 리더십과 조직개발 영역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조직과 인사 전문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