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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단기성과•투자인색•부실연습장.. ‘승부사’도 못 막은 독수리의 추락

이현우 | 167호 (201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

 

한화 이글스의 3년 연속 성적 부진 이유

1) 단기성과 중심주의

2) 인색한 신인 투자

3) 부실한 2군 연습장

4) 폐쇄적인 구단 운영

5) 수비 시스템 부재

 

‘우승 청부사김응룡 감독도 한화 이글스의 추락은 막지 못했다. 한화는 2014 시즌에도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2시즌부터 3년 연속 최하위다. 6위를 기록한 2011시즌을 제외하면 2009시즌부터 6시즌 동안 5시즌에서 꼴찌를 기록한 셈이다. 한화의 올 시즌 성적은 49277,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50승을 채우지 못했다. 물론, 지난 시즌 42승보다는 많았지만 한화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첫 9위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데 이어 올해 시즌도 9위에 머물러야 했다. 내년 시즌에는 KT위즈가 1군 리그에 진입, 프로야구구단은 10개 팀이 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9위도 한화의 몫이다. 지난해 성적은 변명의 여지가 있었다. 특급 에이스 류현진( LA다저스)과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떠났고, 또 다른 선발투수 양훈도 경찰청에 입대하는 등 주력 투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한화는 올해 초 내부 자유계약선수(FA)를 모두 잡고 2루수 정근우와 4년 동안 70억 원, 중견수 이용규와 4년 동안 67억 원에 계약하며 절실했던 테이블세터(1, 2번 타자) 구축을 완료했다. 군 복무를 마친 윤규진과 안영명도 복귀했다. 여기에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 경험을 가진 앤드루 앨버스와 제구력이 뛰어난 젊은 투수 케일럽 클레이,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의 펠릭스 피에까지 더하면서 2014시즌에는 4강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팬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마운드 붕괴는 한화의 최대 약점이었다. 팀의 평균 자책점(투수가 책임을 져야 할 실점)은 무려 6.35나 됐다. 프로야구 원년 최하위 팀 삼미슈퍼스타즈(6.23)보다도 많다. 한화의 최다승 투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태양과 윤규진, 안영명 등 3명으로 각각 7승에 불과했다. 선발 투수는 물론 구원 투수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화의 마운드는 약한모래성과 같았다. 용병 투수의 부진은 한화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앨버스는 613패에 평균 자책점 5.89, 클레이는 34패에 평균 자책점 8.33, 라이언 타투스코는 26패에 평균 자책점 7.07, 모두 합치면 1120패에 평균 자책점 6.55나 된다.

 

팀의 득점도 저조했다. 한화의 득점은 619득점으로 9위에 불과했다.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알려진 대전구장과 청주구장을 쓰는 구단을 감안할 때 투수력만큼이나 공격력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다. 김태균과 피에, 송광민, 김경연이 그나마 3할대 타율로 제 몫을 해줬지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없었다. 한화의 방망이는 과거다이너마이트 타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화는 8 4위 팀과 5경기까지 격차를 줄이며 선전했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5연패에 빠졌고 결국 꼴찌로 떨어졌다. 한화가 항상 약팀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화는 1999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준우승도 5번이나 기록한 강팀이었다. 그렇다면 한화 이글스는 왜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는 팀이 됐을까?

 

 

1. 단기 성과 중심주의

8888577, 6668587667, 5886899. 비밀번호처럼 보이는 이 숫자들은 각각 연속 꼴찌기록을 세우던 암흑기의 롯데자이언츠와 최장기간 암흑기를 거쳤던 LG트윈스, 2008년부터 시작된 한화 이글스의 암흑기 시절 팀 순위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각 구단이 거의 비슷하게 연간 운영비를 지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하위권에 빠진 구단은 계속해서 나락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암흑기가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 재건(Rebuilding)을 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모기업에서 재정적으로 독립되지 않았다. 모회사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자회사(子會社)에 가까운 개념이다. 관중 수입과 TV 중계권 계약 등의 수입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 넥센히어로즈를 제외한 8개 구단은 모기업에서 홍보비 명목으로 최소 수십억 원의 지원비를 받아 구단을 운영한다.

 

모기업은 프로야구단의 성적을 기업의 위신과 동일하게 여긴다. 따라서 구단 경영진은 매해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구단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만든다. 구단은 체계적인 유망주 육성, 훈련시설 확충, 재활시설 구축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투자보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한 스타 선수 영입 등 보이는 부분에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 성과중심주의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신인 계약금이다. 신인 계약금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진다는 증거 중 하나다. 각 구단이 선수에게 주는 연봉이나 계약금을 비용과 투자 중 어느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운영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비용으로 보면 계약금은 아껴야 할 돈이지만, 투자로 보면 이득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좋은 신인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인 선수의 계약금이 줄어든 반면 외부 FA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는돈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인 계약금과는 달리 FA 선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적정가격 이상으로 몸값이 오른 경우가 많고 투자 대비 효율성은 떨어진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만 신인 선수 계약금에 쓴다면 더 효율적인 투자가 될 수도 있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투자에 집중한 구단이 바로 삼성라이온즈다. 유망주를 발굴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해 삼성은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다.

 

반면 단기적인 성과중심주의에 함몰돼보이지 않는 곳에 가장 투자를 소홀히 한 구단이 바로 한화다. 국내 구단들은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선전한 것을 기점으로 프로야구의 인기가 부활하면서부터 서서히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반면 한화는 2005∼2007 3년 연속 4강에 진출하는 등 단기적인 성과가 이어지자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소홀했다. 결국 암흑기를 맞이하고 나서 한참 후에야 다른 구단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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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우

    - 야구 칼럼니스트
    - 메이저리그 전문 커뮤니티 MLBNATION 운영
    - 네이버 라디오 MLB 관련 프로그램 패널, 방송 편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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