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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역할 설정

웹기반 시대의 파이오니어 CIO 지역과 조직에 맞춰 포지셔닝을…

황명호 | 154호 (2014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기업에서 지식과 정보의 흐름을 담당하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크게 변한다. 역할이 애매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CIO의 역할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조직설계의 2X2 매트릭스 방법론을 이용해 우리 조직의 특성에 맞는 CIO의 역할은 무엇인지 확인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현대 기업에서는 ‘C’자가 붙는 이른바 C-suite 경영자들이 새롭게 탄생하곤 한다. CEO, CFO(chief finance officer)에 이어 CMO(chief marketing officer), COO(chief operating officer), CTO(chief technology officer) 등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의 기업 조직에서는 정보가 마치 혈액처럼 조직 내에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정보의 흐름을 총괄하는 CIO 역할의 중요성은 그 어떤 때보다 강조되고 있고, 특히 모바일 오피스의 확산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면서 CIO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CIO의 역할은 기업마다 다르게 정의돼 있고 때에 따라서는 역할이 애매한 부분도 있다.

 

정보기술의 역할이 진화하고 확산하며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조직에 맞는 CIO의 역할은 어떤 형태로 진단하는지 알아보자.

 

시간에 따른 CIO의 역할 변화

기업의 정보의 흐름을 총지휘하는 CIO의 역할은 특히 미국에서 정보기술 조직에 대한 전략적 영향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왔다. 1960년대부터 정보기술은 세 가지 서로 다른 시대를 거쳐 진화했다.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메인프레임 시대, 통합된 네트워크를 특징으로 하는 분산 컴퓨팅 시대, 인터넷과 웹 프로토콜 확산과 함께 다가온 웹기반 시대다. (그림 1) 각각의 시대에서 CIO, 혹은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맡은 리더는 다음과 같은 책임을 갖는다.

 

그림 1 기업이 이용하는 IT의 세대교체

 

1) 메인프레임 시대에서 CIO의 역할은 전문 기능을 책임지고 있는 운영관리자의 역할이다.

 

2) 분산 시대의 CIO는 최고경영층의 일원으로서 조직을 설계하고 기술적인 자문과 구매를 담당하는 전략적 파트너다.

 

3) 웹 기반 시대의 CIO는 인터넷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비즈니스 비전 제시자(business visionary) 역할을 맡는다.

 

지역에 따른 CIO의 역할 변화

CIO의 역할은 시대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크게 명시지와 암묵지, 형식적 제도와 비형식적 제도라는 틀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a. 명시지와 암묵지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 교수는 지식을 명시지(explicit knowledge)와 암묵지(tacit knowledge)로 구분한 바 있다. 이 관점은 CIO가 조직의 지식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명시지란 형식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성문화된 지식을 말한다. 암묵지란 형식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쌓인 지식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업무 매뉴얼을 포함한 모든 성문화된 지식은 명시지에 속하고 성문화하기 어려운 구성원들이 수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들은 암묵지에 속한다.

 

서양의 인식론에서는 암묵지보다 명시지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기술은 동양보다 서양에서 그 역할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CIO의 위상도 서양에서 더 높았다. 서양에서 시작한 다국적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전 세계적으로 분산돼 있는 조직의 지식(명시지)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다. 하지만 암묵지를 중요시하는 동양에서는 명시지 위주의 정보기술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CIO의 역할도 적합하게 재조정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b. 형식적 제도와 비형식적 제도

CIO의 역할을 이해할 때 지식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지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제도를 이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법률, 규제, 규칙 같은 규제적 혹은 강압적 압력을 갖고 있는 제도를 형식적 제도라고 하고 규범, 문화, 윤리와 같은 규범적 압력 혹은 모방적 압력을 갖고 있는 제도를 비형식적 제도라고 한다.

 

한 국가의 형식화 정도가 높을 경우 CIO는 조직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받아들이는 행동 양식에 따라 일을 처리하게 된다. 제도가 상대적으로 발달된 상태에서 법과 규칙이 잘 정리돼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거래비용이 감소해 정보기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반면에 비형식적 제도가 더 중요시되는 문화에선 CIO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가장 기본적인 정보기술 서비스 제공에 머무르게 된다.

 

IBM 2011년에 발표한 Global C-Suite Studies에서 CIO의 역할을 레버리지(leverage), 확장(expand), 변형(transform), 선구자(pioneer)의 네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CIO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71개 국가 18개 산업에 종사하는 3018명의 CIO를 인터뷰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를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림 2>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그림 2 CIO 4가지 유형

 

1) 레버리지형(Leverage)

이런 조직에서는 정보기술을 기본적인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로 생각한다. CIO는 주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의사결정자에게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보기술로 조직활동을 매끄럽게 하고 조직의 효과성을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이른바전환경제에 속해 있는 중국은 형식적 제도가 아직 형성 단계에 있다. 비형식적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대한 암묵적 지식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정보기술의 역할은 기능적 역할에 국한되고 CIO의 역할도 정보기술 관리자로서 정보를 레버리지하는 데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화웨이(Huawei). 이 기업의 정보기술 관리자는 부서장(functional head)으로서의 역할만을 맡고 있다.

 

2) 확장형(Expand)

확장형 역할을 위임받은 CIO는 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내적인 협력을 통해 더욱 긴밀한 통합을 이룬다. 디지털 인프라뿐만 아니라 운영 프로세스도 혁신해 최적의 효율성을 통해 높은 경쟁우위를 형성하고자 한다.

 

일본은 19세기부터 현대화 과정을 거쳐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형식적 제도가 많이 발달됐다. 그러나 형식적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묵지에 대한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제프리 라이커는 2004년 저서 <도요타방식(The Toyota Way)> 중 저자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도요타를 탁월하게 만드는 도요타 방식의 핵심은 어떤 개별 요소도 아니다. … 주요한 것은 모든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꺼번에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관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개선을 이뤄내는 데 정보기술이 기여한다. , 도요타와 같은 일본 기업의 CIO는 확장형 역할이라 할 수 있다.

 

3) 트랜스폼형(Transform)

트랜스폼형 CIO는 한 기업의 경계를 넘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가치사슬 전반에 거쳐 실시간으로 혁신을 이뤄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업은 정보기술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산업 전반에 거친 솔루션을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트랜스폼 역할을 위임받은 CIO 3분의 1 이상의 시간과 예산을 이런 초기업적 역할을 감당하는 데 사용한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더 개방돼 있고 세계화와 정보화에 가장 빨리 대응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자신을 변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한 정보기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와 작은 시장 규모로 인해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삼성만은 예외다. 삼성은 1990년 초에신경영을 도입하고 실천하면서 일본식 업무관리를 통한 효율성 증대와 선택과 전략 위주의 미국식 경영을 적절하게 결합해 경쟁력을 키웠다. 가치사슬 전반에서 정보기술 산업 전반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 결과 일본 기업도 이뤄내지 못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환에 성공했다. 삼성의 정보기술 책임자는 트랜스폼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4) 선구자형(Pioneer)

선구자형 CIO들은 기업가정신을 통해 제품과 시장,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현신적으로 재설계한다. 이들은 자기 시간의 4분의 1 이하를 기본적인 정보기술 서비스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사용한다. 나머지 시간과 자원은 정보기술이 변화의 촉매제로서 새로운 제품, 새로운 수익창출, 새로운 시장 개척,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도록 돕는데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제품, 시장 및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혁신하는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개방적이고 연결된 세상을 만들겠다는 미션을 갖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책만 팔던 기업에서 이제는 태블릿PC뿐 아니라 콘텐츠의 연결을 통한 진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형식적 제도가 발달된 미국에서 CIO의 책임과 역할은 선구자다.

 

조직에 맞는 CIO 역할 설정하기

지금까지 시공간 속에 분포돼 있는 한미중일 4개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CIO의 역할을 살펴봤다. 이런 역할 설정은 개별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조직 내의 형식화 수준이 낮고 암묵지가 더 중요할 경우 최고경영자는 CIO에게 레버리지 역할을 위임하는 것이 적합하다. 경영자들이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이런 조직의 CIO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반면 권한이 제한적이고 최고경영팀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어 정보기술의 전략적 활용은 제한적이다.

 

조직이 갖고 있는 지식의 형식화 정도는 높지만 암묵지가 우세를 차지한다면 CIO에게 정보기술의 전략적 활용보다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확장형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 프로세스를 혁신해 높은 경쟁우위를 형성하는 것이 CIO의 주 역할이 된다.

 

형식화 정도는 낮지만 명시지가 더 중요한 조직에서는 정보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향상되고 CIO의 역할도 더 중요해 진다. 이 경우 단순히 효율성을 증대하는 역할이 아니라 기업의 경계를 넘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가치사슬 전반에 거쳐 실시간으로 혁신을 이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경우 CIO에게 트랜스폼 역할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형식화 정도는 높고 명시지가 더 중요한 조직에서는 CIO에게 더 이상 정보기술 서비스나, 운영 효율성 증대나, 가치사슬 전반에 거친 혁신할 것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은 이미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제품, 시장 및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창조적으로 개발해 시장에서 트렌드세터 혹은 선구자 역할을 하는 데 책임을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

 

참고문헌

문정훈, 강형구, 김태경 역, 2012, 『조직설계:단계별 접근법』, Burton, R.M.,Obel, B. andDeSanctis, G. 2011, Organization Design: A Step-By-Step Approach, 한경사

 

이강락 역, 2008. 2 X 2 매트릭스』, Lowy, A. and Hood, P. 2004, 2 X 2 Matrix, 지식노마드

 

이병기 역, 1996. 『제도, 제도변화, 경제적 성과』, Douglas C. North.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 자유기업원

 

Berger, P. L., and Luckmann, T. 1966. The Social Construction ofReality: A Treatise in the Sociology of Knowledge, AnchorBooks, New York.

 

IBM, 2011.The Essential CIO: Insights from the Global Chief Information Officer Study, IBM C-Suites Studies

 

황명호 경희대 국제학부 조교수 mhuang@khu.ac.kr

황명호 교수는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국제무역학과를 거쳐 현재 경희대 국제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제도적 혁신, 제도적 기업가정신 및 문화 간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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