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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설계의 단계별 접근법

효율성? 효과성? 사상누각 원치 않으면, 목표부터 차근차근

김태경 | 154호 (2014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기업조직은 크게 네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 효과성을 추구하는 조직, 둘 다 추구하지 않는 조직, 둘 다 추구하는 조직이다. 나의 조직이 효율성과 효과성 중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라. 그리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다음의 요소들이 조직의 목표에 적합한지 확인하라.

1) 전략과 산업 환경

2) 조직 구조의 구조와 복잡성, 분산 구조

3) 프로세스와 사람

4) 조정 및 통제 시스템

5) 인센티브 시스템

수시로 조직목표와 조직구조가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기업만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경영자라면 누구라도 강력한 조직을 거느리고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沙上樓閣(사상누각)이란 말처럼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성과를 올리고 있더라도 탁월한 조직이라 말할 수 없다. 목표 시장에서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자를 제치며 장기간 기업을 이끌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 바다를 항해하고자 하는 선장이라면 응당 튼튼한 배를 필요로 하고 큰 집을 짓고자 하는 목수라면 단단한 기초가 필요하다. 훌륭한 조직체는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조직 구조가 있어야 한다. 경영자가 원하는 바를 시기에 맞게 처리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끊임 없이 발굴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취약한 조직을 바탕으로 사업을 꾸려간다. 취약한 조직은 환경이 급변하면 곧장 최악의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많은 문제점들이 어떤 사건을 도화선 삼아 조직 전체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기도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닥치면 조직의 생존을 위해 버릴 것과 지킬 것, 바꿀 것과 향상시킬 것을 선택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놓인다.

 

문제는 이와 같은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경영자가 조직을 지속시키려 한다면 조직을 지탱하는 구조를 진단하고 위기 상황에 맞게 재정립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듀크대 리처드 버튼(Richard Burton) 교수는 조직설계의 단계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조직설계에 대한 전문적, 학문적 지식이 없는 실무 경영자라도 쉽게 적용해 우리 조직을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요소들과 바꿔야 하는 요소들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분석 단위와 목표 결정

어느 겨울, 추운 골목길에 탁탁 소리를 내며 불타고 있는 장작불 옆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들은 언 몸을 녹여보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졌다. 장갑을 벗고 손바닥을 불을 향해 내미는 자들의 목적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다만 적절한 곳에 자리를 잡아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따뜻하게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단적으로 말해 목적이 없는 조직은 조직이 아니다. 조직은 목적으로 산다. 장작불을 둘러싸고 몸을 녹이는 사람들처럼 기업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지내는 이유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적 때문이다.

 

물론 목적은 단 하나가 아니며 여러 목적들이 조직 내에 있다. 어떤 목적을 어떻게 추구하고 있는가?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은 각양각색으로 달라진다. 너무 많은 목적 때문에 혼란을 겪을지언정 목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조직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직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바로 목적을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목적은 시간과 장소와 같은 맥락, 이를 수행하는 주체와 목적 수행에 소요되는 자원과 같은 요인들에 따라 달리 정의될 수 있다. 또한 어떤 목적은 다른 목적의 수단이 되기도 하며 큰 목적 아래에 하위 목적들이 배치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특정한 목적에 관심을 두고분석 단위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분석 단위는 전체 조직이 될 수도 있지만 다섯 명 정도로 구성된 작은 팀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것이든 분석 단위를 결정하면 그것의 목적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작업을 바탕으로 조직설계의 전체 그림을 그릴 것이기 때문이다. 분석 단위의 결정과 목적 파악은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다지고 주춧돌을 놓는 중요한 일이다.

 

영리 조직의 목적은효과성효율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단순하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효과성은 산출물이나 상품 혹은 서비스에 관련되고 효율성은 입력물, 자원의 사용, 비용 절감과 관련된다. 효과성을 높이려는 조직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큼 매력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할 것이다.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직은 물건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고쳐 더 빨리, 더 값싸게 전달되도록 할 것이다. 이 두 방향 모두 조직의 가치를 높인다. 가치 있는 활동을 더욱더 잘하려는 마음이란 측면에서 보면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조직도 그 목적은 효과성을 높이거나 효율성을 높이려는 활동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이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뤄야 할 조직의 분석 단위를 결정하고 그 분석 단위의 목적이 효율성 추구와 효과성 추구 중 어느 쪽에 집중하는지를 확인하자. 경우에 따라 어떤 단위는 그 두 목적 모두, 혹은 그중 어떠한 목적도 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직의 목표를 결정하고 분석 단위를 정하는 일은 조직설계 프로세스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조직의 전략은 어떤 목표와 어떤 분석 단위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구조화된다. 이와 같은 토대에서 조직설계 프로세스에 필요한 각종 요소들 간의 적합(fit)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림 1 조직설계 프로세스

 

 

전략과 환경

 

1) 전략

1962, 경영학자 알프레드 챈들러(Alred D. Chandler)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략은 목적을 구체적으로 다룬 개념이고 조직의 구조는 이와 같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구조가 전략을 따른다는 말은 전략이 정해지면 이것에 맞게 조직의 구조가 설계돼야 함을 뜻한다. 조직의 목적을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분석하면 조직의 전략이 이를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송 비용을 절감하려는 물류회사를 생각해보자. 이 조직의 목적은 효율성 추구다. 이를 위해 물류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고효율의 운송 수단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또 고객의 집으로 물건을 직접 배송하지 않고 고객 스스로가 각 지역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상품을 찾아가도록 할 수도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이 물건을 배송하지 않고 무인 항공기인 드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분석 단위에 맞는 적절한 전략이 선택되면 그 다음엔 이에 따른 조직 구조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물류센터를 새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웃 소싱을 할 것인가? 또 어떠한 리더십 스타일로 경영을 해야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택된 전략을 진정한 성공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전략에는 전략적 탐색과 전략적 활용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전략적 탐색은 변화와 위험을 수반하며 혁신적 활동을 의미한다.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역량에 변화를 가하는 것이다. 반면 전략적 활용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활동이나 더 나은 실천 대안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외부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전략적 탐색이라면 내부적인 역량 향상과 혁신에 집중하려는 것이 전략적 활용이다. 전략적 탐색과 전략적 활용의 정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네 가지 다른 조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 2) 이들을 반응자, 방어자, 모색자, 분석가로 지칭해보자.

 

그림 2 전략에 따른 조직 분류

 

 

‘반응자’는 전략적 활용도, 전략적 탐색도 해당 사항이 없다. 둘 다 아니다. 이 조직은 오히려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식의 해결책을 택한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해서 잘되더라는 소식이 들리면 그에 맞춰 조직 구조를 움직인다. 이와 같은 조직을 실제 현실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응자는 불행히도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조직에서 종종 관찰된다. 물론 어떤 조직도우리는 전략적 탐색도 전략적 활동도 취하지 않습니다라는 고백을 하지 않지만 모호하고 실현이 불투명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 조직은 남의 성공을 따라 하려는 태도를 취하기 쉽다. 만약 경영자가 남들이 하는 식을 지나치게 신봉한다면 조직의 미래는 얼마 남지 않았다.

 

‘방어자’는 전략적 탐색보다 전략적 활용을 우선시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과 방법을 최선으로 활용해 경쟁 우위를 창출한다. 원가를 절감하고 현재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 신규 진입자의 위협을 차단하고자 한다. 만약 고객의 요구가 단순하고 혁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그렇게 높지 않다면 방어자의 전략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방어자 전략의 사례다.

 

아동용 플라스틱 블록을 만드는 레고(LEGO)사의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수십 년간 장난감 블록에 집중했고 2000년까지 좋은 수익을 거뒀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한편 특허, 저작권, 상표권 보호에 힘쓰고 또 생산을 최대한 자동화해 수익을 높였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레고는 방어자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으며 혁신적인 전략을 수행하려 하다가 처절하게 실패했다. 전략적 혼란 속에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입었다. 2004년 새 CEO가 부임해 레고의 핵심 상품에 새로운 각도로 초점을 맞춘 방어자 전략으로 돌아가기로 한 다음에서야 다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다.

 

‘모색자’의 경우, 방어자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변화의 창조자이며 고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벤처 정신을 보여준다. 전략적 탐색을 전략적 활용보다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혁신적 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고객을 설득해 기존의 경쟁자들이 누려왔던 경쟁우위를 가치 없는 것으로 탈바꿈시킨다. 성공적인 모색자는 산업을 창조하고 새로운 경쟁 규칙을 도입해 시장을 뒤흔든다. 많은 IT, 바이오 벤처기업이 여기 속하며 3M과 구글 역시 모색자 모델을 갖춘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분석가의 경우 성격에 따라 혁신적 분석가와 비혁신적 분석가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전략적 탐색과 전략적 활용을 모두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비혁신적 분석가가 전략적 활용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반면 혁신적 분석가는 전략적 탐색에 더 치중한다. 비혁신적 분석가의 예는 패션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중적 패션 브랜드들은 파리나 밀라노의 패션쇼에서 올해의 유행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오트쿠튀르(비기성복)의 모방제품을 신속하게 대중 시장에 내놓는다. 혁신적 분석가의 예로는 IBM이 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졌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자사의 신제품과 시스템에 사용하고 컨설팅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했다. 어느 정도는 시장 동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따른 결정이지만 동시에 기업에 혁신을 가져오는 공격적인 시도이기도 했다.

 

현실에서 완벽한 의미의 분석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최악의 전략인 반응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어떠한 기업도 제한된 자원과 미래에 대한 불완전한 예측력 때문에 전략적 탐색과 전략적 활용을 모두 다 높은 수준으로 추구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 이 둘 가운데 어떠한 부분에 치중하는가를 현명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조직의 전략을 분석하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전략적 탐색과 전략적 활용 모두를 생각하다 보면 전략의 혼란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현실성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탐색이나 전략적 활용을 바탕으로 한 전략은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 기술적 대안들에 대한 파악 능력, 경쟁자와 협력자들을 다룰 수 있는 조직의 자원과 역량에 대한 충분한 판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깨어 있는 현실 감각이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전략을 다룬다. 당신 조직이 분석가를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면 뒤집어 생각해보라. 혹시 현실에서는 남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반응자가 아닌지?

 

2) 환경

조직은 환경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생명체들이 지구환경에서 에너지를 얻고 살아가듯이 기업조직도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얻는다. 일단 구체적인 전략이 갖춰졌다면 전략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여건들을 점검해 봐야 할 때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곧 조직의 전략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의 힘을 말한다. 경제적 상황이나 정치적 조건들이 환경의 일부가 된다. 조직이 속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법적·도덕적 기준 등도 중요하다. 조직의 리더는 항상 외부환경적 요소와 조직이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환경의 복잡성과 예측 불확실성을 각각 따져봐야 한다. 몇 가지 힘이 우리의 조직에 영향을 주는가? 각각의 힘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가? 복잡성이 높으면 조직에 영향을 미칠 외부 요인의 수가 많고, 예측 불확실성이 높으면 외부 요인이 조직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복잡성과 예측 불확실성을 평가해 현재 조직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차원을 교차시켜 (그림 3)과 같은 네 가지 환경으로 나눠볼 수 있다. 평온한 환경, 변동적 환경, 국지적 폭풍이 닥친 환경, 격동의 환경에 대해 각각 살펴보자.

 

그림 3 기업 환경의 네 가지 분류

 

 

평온한 환경은 복잡성도 낮고 예측 불확실성도 낮다. 다뤄야 할 외부의 힘의 수가 적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잘 안다. 조직은 어떠한 경우에도 최소의 노력으로 환경에 대처할 수 있어 주력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 치우는 일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문제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부상할 때 생긴다. 이때 조직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외부의 힘이 예측이 어려운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정보 보안은 해커의 치밀한 공격에 무너질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파급 효과는 조직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복잡성이 높지만 예측 불확실성이 낮은 경우 조직은 변동적 환경에 있다. 다루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많거나 다양할 경우, 혹은 조직 외부의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 사업 운영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복잡성의 수준이 상승한다. 한편 합리적 예측 기법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예측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예측 불확실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변동적 환경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날 때 위기를 경험한다. 특히 예측 가능성이 언제 낮아질지 알기 어렵다면 변동적 환경이 더욱더 다루기 까다로운 격동의 환경으로 쉽게 탈바꿈한다. 변동적 환경의 조직은 여러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며 덩치를 키워갈 수 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 태도를 보인다면 일시에 조직 붕괴를 경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앞서 말한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는 2000년까지 변동적 환경에 있었다. 여러 나라에 걸쳐 많은 수의 서로 다른 상품을 다뤘고 많은 법적·재무적·물류적 문제들을 고려해야 했다. 계절적 주기에 따라 수요가 변했지만 이는 상당히 예측 가능했다.

 

전략적 탐색과 전략적 활용 모두를 생각하다 보면 전략의 혼란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현실성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변동적 환경과는 정반대인 경우를 국지적 폭풍이 닥친 환경이라 부른다. 복잡성의 수준은 낮지만 예측 불확실성은 높다. 용어가 암시하는 바처럼 평온한 환경에 예상치 못한 돌풍이 몰아친 경우다. 지금까지 따져볼 것이 적었지만 각각 외부 영향력의 방향을 알기가 어렵다. 이때 위험 요인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정보 수집과 처리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외부 영향력을 관리해야 할 인력과 조직도 필요하다. 만약 미처 준비되지 않은 곳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성장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예측 실패가 더 많은 외부적 압력을 불러와 복잡성의 수준이 동반 상승할 때다. 마치 도미노처럼 한 가지 실수가 연쇄 효과를 일으켜 조직은 격동의 환경으로 빠져든다.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혼란을 겪은 레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지적 폭풍이 닥친 환경에 잘 대처하는 조직은 높은 수준의 정보 처리 역량을 갖추고 예측 가능성에 대한 맹목적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 공급자와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격동의 환경에 대한 잠재적 대비 태세도 갖춘다. 국지적 폭풍 환경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감시해야 할 요인들의 수가 적고 그들 간의 상호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정 작업은 각각 요인별로 진행될 수 있다. , 복잡성 없이 예측불확실성만 큰 상황이라면 전사적 차원의 조정 없이 지역적으로 혹은 사업부별로 문제를 다룰 수 있다. 많은 독립된 상품군을 다루는 GE 같은 회사가 여기 속한다.

 

마지막으로 복잡성과 예측 불확실성 수준이 모두 높다면 조직은 격동의 환경에 처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격동의 환경을 경험한다. 기술의 진보가 빠르고 고객의 요구 수준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예측하지 못한 법적 분쟁이나 국가 간의 정치적 마찰도 조직 경영에 어려움을 준다. 다뤄야 할 외부적 힘의 성격이 급변함에 따라 실제로 대처해야 할 경우의 수는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난다. 또한 조직의 제한된 역량으로는 이와 같은 외부 영향 요인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

 

오늘날 세계적 항공사들이 처한 상황이 이렇다. 이전에는 각 국가별 규제와 영업권의 보호 아래 상대적으로 평온한 환경에서 지내왔지만 이제 항공산업은 전 세계적 경쟁환경에 놓여 있다. 또 저가항공의 등장, 항공 연료 가격의 폭등, 테러로 인한 보안 강화, 가격비교 서비스의 활성화, 화상회의와 같이 아예 비즈니스 여행을 필요 없게 만드는 대안의 등장 등 예전에 없던 불확실성 요소들이 등장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서로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화상회의가 잦아지는 이유는 항공편 가격이 올라가고 보안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테러와 같은 국제적 보안 문제는 연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많은 상호 의존적 요인들을 파악하고 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변동적 환경이나 국지적 폭풍이 닥친 환경은 수시로 격동의 환경으로 전환된다. 이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은 물론 더 빠르고 적응력이 강한 조직을 갖추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미리 다루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의 확인과 분석, 대안수립과 선택을 비롯한 실행에 이르기까지 속전속결로 대처할 수 있는 강한 조직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 태세는 필요 불가결하지만 조직의 긴장 상태가 항상 높아 구성원들의 사기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 또한 통제력이 과도하게 행사될 때 조직 내부의 경직성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혁신적 기회의 탐색과 함께 위험을 회피하려는 사상이 갈등을 빚으며 마치 두 마리의 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마차를 이끄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조직구조

 

1) 구성

지금까지 설명한 조직설계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일은 결국 항상 깨어 있는 조직을 갖추라는 말과 연결된다. 현재 조직이 처한 환경에서 전략 수행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조직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동시에 다른 환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환경의 변화는 조직설계의 다른 요소들과의 상호 관련성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에 맞춰 전략을 세웠다고 해도 환경적 제약으로 실천 불가능할 때도 있다. 결국 목적과 전략, 그리고 환경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이에 따른 조직설계의 다른 요소들도 전체적인 적합성을 갖춰야 한다. 사랑하는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시켜놓고 중간에 떡볶이를 등장시킬 수 없는 것처럼 조직의 설계는 하나의 축, 일관된 선상에 정렬될 필요가 있다.

 

조직은 일을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말도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복잡하다. 조직은 제한된 시간 안에,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효율성이나 효과성을 추구하는 일, 즉 조직 목표를 이루려면 더 세부적이고 많은 과업을 처리해야 한다. 또한 어떤 과업은 다른 과업과 동시에 추진돼 상위 과업 달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각자 맡은 과업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의 일상은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다루는 세부 과업들로 그려진다.

 

조직 구성은 이러한 세부 과업들을 다루는 방식을 말한다. 세부 과업을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눠보자. 첫 번째 기준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위주로 과업이 나눠진 정도고, 두 번째 기준은 기능을 중심으로 세분화가 이뤄진 정도다. 전자를 상품/서비스/고객지향의 정도라 하고 후자를 기능적 전문화의 정도라고 부르자. 이 두 기준의 상대적인 높고 낮음에 따라 간소형, 기능형, 사업부형, 매트릭스형으로 조직 구성을 나눠 볼 수 있다.

 

간소형 조직 구성은 상품/서비스/고객지향 정도와 기능적 전문화의 정도가 모두 낮다. 형편에 따라 그때그때 과업이 나눠진다. 사원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맡겨진 어떤 상품/서비스 관련 업무나 어떤 전문적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소위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한 조직이다. 새로 만들어진 조직에서 사장이 일일이 사원들에게 일을 나눠주고 있다면 간소형 조직 구성일 가능성이 높다.

 

상품/서비스/고객지향 정도는 낮지만 기능적 전문화의 정도는 높다면 기능형 조직 구성에 해당한다. 규모가 큰 기계가 작동되듯 연결된 과업들이 서로 긴밀한 상호 관련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하던 일들을 계속 숙달하게 되기 때문에 전문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효율도 좋아진다. 레고는 장난감 블록이라는 하나의 상품군을 만들기 위해 다섯 개의 기능부서를 가지고 있다. 마켓 및 상품부서, 공동체, 교육 및 판촉광고부서, 기업센터, 글로벌 공급사슬부서, 재무부서가 그것이다.

 

거꾸로 기능적 전문화의 정도는 낮지만 상품/서비스/고객지향 정도는 높다면? 이는 사업부형 조직 구성이다. 대외 활동의 성격에 따라 과업들이 나눠진다. 예를 들어 특정 화장품 브랜드, 특정 기저귀 브랜드, 혹은 특정 치약 브랜드를 다루는 조직들을 두고 각 조직이 각각의 브랜드의 판매와 사후 처리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면 사업부형 조직 구성에 가깝다. 경우에 따라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이 사후 처리나 마케팅 활동, 심지어 회계 업무까지 볼 수 있겠지만 이 직원이 속한 조직 단위는 총력을 기울여 해당 브랜드를 책임질 것이다.

 

그림 4 조직 구성에 따른 분류

 

그림 5 복잡성에 따른 조직 분류

 

 

상품/서비스/고객지향 정도도 높고 기능적 전문화의 정도도 높다면 매트릭스 조직 구조다.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하위 조직이 있고 이들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책임진다. 과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로 정의되지만 동시에 세부적으로 연결된 기능들로도 정의된다. 마치 좌표계에 횡축과 종축이 있어 특정한 위치를 지정하는 것처럼 조직의 세부 과업은 사업부형 성격과 기능형 성격의 결합으로 표현된다. 다시 말해 각각의 상품 그룹에 대해 생산, 마케팅, 회계, 인적자원관리 등 각각 기능 부문이 존재하며 이들 기능 부문은 기능 부문들끼리 또 상호적으로 연동돼 조직적으로 일한다. 어떤 다국적 기업들은 기능, 상품, 지역 차원의 3차원으로 이뤄진 매트릭스 조직을 갖고 있다. 심지어 P&G는 여기에 고객이라는 차원까지 더해 4차원 매트릭스의 형태마저 띠고 있다.

 

그림 6 지역 분포에 따른 조직 분류

 

2) 복잡성

지금까지는 조직이 구성된 모습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해봤다. 그런데 세부 과업을 다루는 방식뿐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따라서도 조직을 분석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같은 모양의 조직 구성이라도 세부 과업은 적거나 많을 수 있다. 과업의 전문성에 따라 수평적 차별화가 일어나고, 명령이 전달되고, 피드백이 통과되는 위계의 깊이에 따른 수직적 차별화가 생겨난다. 얼마나 전문적이어야 하고, 얼마나 소통이 필요한가에 따라 하나의 조직 구성은 방울형, 수직형, 수평형, 대칭형의 성격으로 달라진다.

 

방울형은 세부 과업의 차별화가 힘든 경우다. 전체적으로 다 얽혀 있어 마치 큰 방울과 같다. 경영자의 지시에 따라 사원들이 일일이 움직인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도 나눠져 있지 않아 팔방미인식 인재가 필요하다. 경영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직형은 수평적 차별화의 정도는 낮지만 수직적 차별화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조직은 일종의 행동 대원들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위에서 결정된 지령이 아래로 나눠져 전달되고 임무를 맡은 각 대원이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면 그것을 위로 빠르고 정확히 피드백한다. 자동차공장에서 최고경영자가 자동차 100대를 만들라고 지시하면 이 명령은 공장의 하위부서로 전달되고 각각의 하위부서가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협조하도록 더 작은 실행계획들로 나눠질 것이다.

 

수직형과 정반대의 경우를 수평형이라고 한다. 전문적으로 수행돼야 할 일들이 더 전문성이 강한 사람들이 담당하도록 나눠져 있다.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에서 잘 관찰되는 유형이다. 각 세부 과제를 담당하는 부서들은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이들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지만 각자의 전문적 과업을 처리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둔다.

 

수평적 차별화와 수직적 차별화의 정도가 모두 높다면 대칭형이다. 전문적으로 처리해야 할 과업의 수도 많고 위에서 아래로 연결된 세부 과업의 개수도 많다. 경영자의 명령에도 충실하고 전문성도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좋아 보이지만 그만큼 다루기 어렵다.

 

세부 과업들로 정의된 조직 구성 방식은 조직의 전략 실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략과 조직 구성이 서로 어긋나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또한 조직원들의 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효율성을 추구할 때 요구되는 조직 구성이나 효과성을 추구할 때 필요한 조직 구성은 각각 다르다. 주어진 환경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조직 구성의 방식도 달라진다. 거꾸로 말해, 조직 구성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 세부 과업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지며 이는 조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나 업무 성과, 자기계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3) 분산구조

한국 기업들은 여러 나라에서 자원을 얻어 상품을 생산한다. 또 우리가 만든 상품을 여러 나라에 판매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인재를 영입하거나 다른 나라의 조직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한다. 글로벌 경영시대다. 조직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해 조직설계를 하려면 두 가지 차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최적 자원 수급이다. 조직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활동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필요한 자원이나 역량을 공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 다음은 지역 반응성이다. 조직의 본부를 한 곳에 두고 중앙집권적 통제를 하거나 해당 지역의 사정에 맞는 독립적인 지역 본부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차원은 서로 다른 네 가지 설계 방식을 낳는다. 범세계적 분산 조직, 국제적 분산 조직, 다지역적 분산 조직, 초국적 분산 조직이 그것이다.

 

먼저 범세계적 분산 조직의 경우, 최적 자원 수급 지역에서 떨어져 있고 중앙집권적 통제 체계를 고수해 지역 반응성이 낮다.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급한다. 어느 정도의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표준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이러한 과정을 중앙, 즉 모국에 있는 본사에서 관리 감독한다.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위치한 곳에서 과업이 수행되도록 하되 여전히 한 지역에 본부를 두고 중앙 통제를 강화한다면 국제적 분산 조직을 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재료를 싸고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지역에 공장을 짓되 생산된 제품을 중앙 통제하에 여러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조직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다면 필요한 세부 과업을 수행하게 하고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적절한 가공 과정을 거쳐 세계 여러 나라의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굳이 본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일이 가장 잘되는 곳,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은 곳에서 생산활동을 벌이는 조직이다. 세계 곳곳에서 채굴 프로젝트를 벌이는 석유 사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풍부한 인도에 개발과 콜센터 시설을 두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과업 수행에 필요한 최적 자원 수급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지역에 거점을 두고 그 나라의 사정을 소상히 파악하고자 노력한다면 다지역 분산 조직을 운용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사실은 지역에 사업 조직을 설치하는 일이 아니다. 해당 지역의 시장과 사회, 문화, 정치를 배우고 그곳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하려는 노력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그 나라의 필요와 사정에 맞춰 진행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회사로는 3M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지역 반응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직원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도 미주, 서유럽, 동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각 지역의 기능에 맡긴다.

 

최적 자원 수급과 지역 반응성의 수준을 모두 높인 경우를 초국적 분산 조직이라 부른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해당 지역의 독특함에 기반해 제공하고, 또한 그 지역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과업들을 수행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유니레버, P&G 같은 글로벌 소비재 대기업들을 들 수 있다. 변동적 성격의 환경에서 초국적 분산 조직은 조직의 생존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들은 각 지역에 분산된 조직들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관리해 긍정적 시너지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수준의 정보 처리를 수반하는 활동이기에 조직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림 7 과업 설계 분류

 

 

프로세스와 사람

 

1) 과업

지금까지 여러 조직설계 요소들을 살펴봤다. 조직의 목표에서 시작해서 분산된 조직 구조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전체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두루 점검했다. 이제는 실제 조직을 움직이기 위한 동력을 알아볼 때다. 과업을 어떻게 수행하게 할 것인가?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하위 업무 간의 조율이 어떻게 이뤄지도록 할 것인가?

 

일을 배치하는 방식을 고려하자. 또한 협업이 일어나는 방식도 생각하자. 기업의 역사를 보면 이 두 가지 선택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볼 수 있다. 분업과 전문화는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업무가 점차 복잡해지고 조정할 사항이 늘어남에 따라 관료제 조직이 기업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이후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관료제 조직이 점차 간소화되는 현상도 경험했다.

 

일을 배치하고 일을 수행하는 주체들 간의 협업은 과업 설계의 가장 중요한 차원이라 말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조금 더 과학적인 방식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과업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수행되는지를 측정해서 반복성의 수준을 정하자. 또한 과업을 종료시키기 위해 얼마나 다른 과업에 의존하는지를 확인하자. 전자를 반복성, 후자를 분리성이라 말한다. 반복성과 분리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의 과업 설계 방식이 도출된다.

 

반복성과 분리성이 모두 높다면 질서정연한 과업 설계에 해당한다. 과업 수행은 설계도에 따라 블록을 조립하듯 세부 항목에 집중해 일이 수행되고 하나의 일이 달성되기 위해 다른 일이 완성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적다. 완벽하게 분리된 형태의 과업 수행은 불가능하더라도 최대한 분리성을 높여 과업 간의 조율이나 조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 정해진 방식에 따라 표준화된 과업 수행이 일어나기 때문에 세부 과업의 효율성을 높이기에 적절하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단순한 하도급 품삯 일이 이러한 특징을 가진다. 또 로펌의 일 또한 이렇게 조직될 수 있다. 고객이 로펌을 방문하면 그 사건을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변호사를 배정받는다. 사건이 종결되면 변호사는 또 다른 사건을 배정받는다. 다른 조직원과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조직의 조정 및 통제 시스템, 정보 시스템 등의 인프라가 잘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과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도록 구성원을 독려한다.

 

반복성이 높지만 분리성이 낮다면 복잡한 과업 설계에 속한다. 자동차의 조립 라인을 생각해보자. 엔진룸을 완성하려면 실린더 블록과 크랭크 어셈블리 등이 이미 조립돼 있어야 한다. 각각의 하위 부품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반복적으로 조립된다. 상위의 작업 프로세스는 하위 작업에 많이 의존해야 하지만 각각의 작업은 상당히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이때 공정 간의 조정은 시간이나 활동 순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모델에서는 최적화된 관리 방법을 찾아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줄이고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통제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경영 기법 등을 활용해 복잡한 과업 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한편 반복성은 낮지만 분리성이 높은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세분화된 과업 설계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여러 라이브러리를 먼저 개발하고 필요에 따라 이들을 조합해 상품으로 묶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가 세분화된 과업 설계와 관련된다. 라이브러리는 개별적으로 필요에 따라 만들지만 하나의 라이브러리를 완성하기 위해 다른 라이브러리나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별로 없다.

 

물론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더 세분화된 과업 단위에서는 반복성이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비슷한 모듈을 반복적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상위 단계의 과업 설계 방식이 하위 단계의 과업 설계를 결정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세분화된 과업 설계나 앞서 언급된 복잡한 과업 설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반복성도 분리성도 낮은 경우를 난해한 과업 설계라고 부른다. 고객의 특이한 요구에 대응하거나 전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일 때 종종 조직은 난해한 과업 설계에 대한 필요를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접히는 스마트폰을 시판하려면 기판이나 디스플레이, 심지어 배터리까지 자유롭게 접을 수 있는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이와 같은 기술 개발은 또 다른 기술적 난제를 낳을 수도 있다. 세부 과업들은 과업의 수행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파생된 세부 과업은 다른 세부 과업 해결의 선결 조건이 되며 비반복적인 성격을 보인다.

 

과업 설계 역시 다른 조직설계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직이 많은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과업 설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 과업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의 능률을 높이려면 과업이 수행되는 전체 과정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를 처리할 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은 과거 도요타가 하던 방식같이 간단한 규칙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전자칩과 컴퓨터에 의한 현대적 통제 방법같이 더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정보 처리 수준을 높이고 이를 과업 설계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일은 조직의 활력에 큰 영향을 주며 기업의 생존에 직결된다. 마치 우리의 몸의 감각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못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기업이 정보 흐름을 놓치면 조직의 하위 단위들이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일에 큰 지장이 온다.

 

2) 사람

조직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다. 사람은 조직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조직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조직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준다. 사람은 조직에 기술과 자원을 제공하는 주요 통로다. 창조와 혁신은 사람의 전유물이다. 고객이나 공급자와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조직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 이들을 이해하는 철학과 이론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흔히인사가 만사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사람을 다루는 일이 조직에서 중요하며, 이는 조직을 설계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보 처리 관점의 단계별 접근법에서는 사람을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직의 과업 수행에 필요한가, 또한 과업 수행에 요구되는 개인의 전문화 수준이 높고 낮은가를 따진다. 필요한 사람의 수가 많으면 복잡하거나 난해한 과업 수행이 수반되기 쉽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질서정연하거나 세분화된 과업 수행이 뒤따른다. 개인의 전문화 수준이 높을 경우, 지식 교환의 범위가 조직의 외부로 쉽게 확장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외부 콘퍼런스에 참여해 지식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적은 사람에 낮은 전문화로 충분한 상점형, 사람은 적지만 높은 전문화가 필요한 연구실형, 많은 사람과 낮은 전문화 수준을 유지하는 공장형, 전문화 수준도 높고 사람도 많은 사무실형과 같은 설계 대안이 존재한다. 사람에 관한 조직설계의 목표는 어떤 조직이 상점형이나 연구실형에 해당한다는 식의 피상적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진단 결과가 다른 조직설계 요소들과 적합(fit)한지 판단할 목적으로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이 평온한 환경에서 상점형을 유지하고 있다가 격동의 환경을 경험하게 되면 더 이상 상점형은 최적 설계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때는 새로운 기회와 위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화의 수준을 높이고 인력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그 결과 사무실형에 가까운 설계 대안으로 옮겨간다. 다시 말해 조직설계의 요소로서의사람이 다른 설계 요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림 8 리더십 유형

 

 

당연한 얘기지만 조직설계와 리더십 스타일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더십의 성격에 따라 조직설계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며, 반대로 어떤 조직설계의 결과로 합당한 리더십 스타일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리더의 태도와 자신의 임무를 다른 하급 관리자나 실무자에게 위임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우리는 조직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리더십 스타일을 판단해 볼 수 있다. 어떤 리더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더 큰 이익을 바라보며 조직을 운영하지만, 또 다른 리더는 위험을 가능한 피하거나 보수적인 결정을 선호하기도 한다. 과업의 진행을 일일이 직접 챙기는 리더가 있는 반면 많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본인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에 집중하려는 리더도 있다.

 

마에스트로형 리더는 불확실성 회피 정도가 낮고 위임 선호도 역시 낮다. 일의 진행을 직접 챙기며 모든 것을 자신의 감독하에서 처리하기를 바란다. 그 결과 마에스트로형 리더는 과도한 업무량에 신음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같은 유형은 소규모 창업단계에 적합하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조직 내 변화를 만드는 것, 특히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만드는 일이 어렵다.

 

불확실성은 가능한 회피하려고 하지만 위임선호의 정도가 낮다면 매니저형 리더에 해당한다. 이미 확립된 방법으로 예측 가능한 결과를 우선시하는 매니저형 리더는 조직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발생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일의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고 신속하게 획득하기를 원한다. 즉 매니저형 리더의 최우선 관심은 효율성이다.

 

본인을 따르는 다른 사람들 역시 훌륭한 리더라고 믿고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하는 한편 더 큰 목표를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면 이는 지도자형 리더라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비전을 제시해 자신을 따르는 다른 리더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위임된 권한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급 리더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한편 지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급 리더들이 적극 지원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만약 하급자가 지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매니저형 리더처럼 불확실성을 가능한 줄이고자 노력하고, 지도자형 리더처럼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선호하는 리더는 프로듀서 유형에 해당한다. 프로듀서형 리더는 계획된 결과를 얻도록 예측을 통해 위험을 적극적으로 통제한다. 또한 효율적으로 과업이 수행되도록 하급 경영자들이 자율적인 결정을 하도록 유도한다. 잘 운영된다면 프로듀서형 리더는 효율성과 효과성 모두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통제 요인이 늘어나고 하급 경영자들을 조화롭게 감독하지 못하면 난해한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진다.

 

4) 조직 풍토

리더는 조직 풍토를 좌우하기도 한다. 리더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결정을 선호하는가에 따라 조직의 업무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조직 구성원이 느끼는 조직의 감정적 상태를 조직 풍토라고 한다. 마치 식물에 온도와 날씨가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 풍토는 조직 구성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와 군대 조직의 조직 풍토는 같지 않다. 교육기관의 종사자가 느끼는 조직 풍토와 공무원이 느끼는 조직 풍토는 다르다. 조직설계와 관련해 우리는 두 가지 차원들에 주목해 조직 풍토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긴장이다. 이는 조직원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나 조직이 긴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구석에 몰렸다는 불안감의 정도를 의미한다. 둘째, 변화 준비성이다. 새롭고 예측하지 못한 변화가 닥쳤을 때 업무 습관을 바꾸거나 지시를 변경하려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존의 것을 뒤엎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뜻한다.

 

긴장이 높을 때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는 낮아진다. 또한 충돌이 잦아지고, 업무 의욕은 떨어지며, 보상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변화에 대한 준비성이 낮을 경우 조직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높은 변화 준비성은 업무의 연속성을 낮추고 구성원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문제점을 일으킨다. 이들의 조합에 따라 조직의 풍토는 그룹형, 내부공정형, 발전형, 합리적 목표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금까지 다룬 조직에서의 리더십과 조직풍토는 특히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다. 다른 요소들과는 달리 조직과 개인의 특수성에 따라 어떤 유형을 선택해야 할지, 혹은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가 결정되며 경우에 따라 이 과정이 그다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조직이 선택한 목표, 전략 혹은 조직 구성이 바뀌어도 경영자의 리더십은 쉽사리 바꿀 수 없다면 과연 조직설계에 리더십이 컨트롤 가능한 설계 요소로 고려할 수 있을까? 리더십과 마찬가지로 조직 풍토 역시 짧은 기간 내에 계획된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운 요소다.

 

조정 및 통제 시스템

조직 활동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면 적절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정보 시스템이 기업에 도입돼 활용되기 이전에는 주로 사람의 힘으로 조정과 통제가 이뤄졌다. 오늘날에는 더 잘 설계된 정보 시스템 인프라를 활용해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조직설계 요소의 하나로서 조정 및 통제 시스템과 정보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조정 및 통제 시스템이란 조직 구조의 상이한 요소들을 서로 연결하고 직무 요구의 변화나 조직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성을 이끌어내는 방법들이다. , 다양한 하위 조직들을 통합하거나 묶는 시스템을 말한다. 정보 시스템은 의사결정권자에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주로 컴퓨터 등 IT 도구를 활용하지만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보급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면 종이 메모나 비공식적 회의 등도 정보 시스템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핵심은 정보를 처리하는 수단이 아니라 처리 방법과 절차다.

 

연관된 업무를 처리하는 하위 부서들 간에는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 서로 간에 연락을 취하고,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공유하며, 성과를 인지하는 활동은 과업 수행의 비효율과 낭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업무 성과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재고 관리, 인사 관리, 혹은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기업 조직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들 조정 및 통제 시스템은 어떠한 형식과 절차를 따라 필요한 교류 활동을 수행할 것인가와 얼마나 중앙 집권적인 통제에 따를 것인가에 따라 유형을 판단해 볼 수 있다. 형식화는 일이 시작돼 끝날 때까지 따라야 하는 규범이다. 형식화가 강하면 절차의 적법성을 따져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반대의 경우라면 유연한 자세로 합의에 따라 조정 및 통제가 수행된다. 어떤 영향력 있는 핵심 인물이나 조직 본부와 같은 중앙 조직이 조정 및 통제를 수행하면 집권화가 강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하위 조직들의 내부 위계에 따라 조정과 통제가 자율적으로 일어나면 집권화가 약하다, 혹은 분권화가 강하다고 말한다. (그림 9)

 

형식화와 분권화가 낮은 경우 문서화된 규칙이나 절차는 거의 없고 상명하달식의 통제를 주로 활용한다. 마치 족장이 무리를 이끌 듯 즉흥적이고 유연한 방법으로 조직이 제어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필요하면 서로 돕고 위로부터의 명령에 충성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문서화된 규범을 충실히 따르지는 않는다. 이러한 유형을 가족형이라 부른다. 디즈니의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는 초기 조직을월트 디즈니 족장의 가족 기반 조직으로 꾸렸던 것으로 유명하다. 피고용자들은 필요하면 서로 돕고, 위로부터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며, 조직 설립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가족 구성원처럼 행동해야 했다.

 

정해진 규범과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중앙에서 조정과 통제 권한을 쥐고 있다면 기계형에 해당한다. 어떻게 일을 시작해서 완료하고, 잘못된 사항을 지적하며, 바로잡는 것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조정 사항들을 사전에 준비된 바에 따라 충실하게 수행된다. 이와 같은 사항은 중앙에서 관리되고 하위 조직들이나 피고용자들은 중앙의 지령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진다. 기계형은 관료제 형태로 이행되기 쉽지만 똑똑한 기계처럼 작동될 때는 부정적 효과를 상회하는 긍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JIT(Just-in-time) 재고관리나 식스시그마 품질 통제 시스템이 이런 시스템의 예다. 가용 자원이 제한돼 있거나 목표 수행에 필요한 시간적 제약이 높을 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요한 조직은 기계형을 고려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형 병원에서, 또 월마트와 같은 대형 물류기업에서 조정 및 통제 시스템을 설계할 때 기계형 모델을 채택한다.

 

그림 9 조정 및 통제에 따른 분류

 

 

3) 리더십과 조직풍토

 

조직 구성원들이 활발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하위 조직에서 이를 수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절차를 세워 조정 및 통제에 임한다면 시장형을 선택한 셈이다. 주어진 문제 상황이 기존의 절차나 규범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성격일 때 바람직한 해결책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찾을 수 있다. 해결책을 탐구하고 과거의 수행 경험을 토대로 얻은 지식들을 돌이켜보는 가운데 가능한 선택 대안들이 도출된다. 또한 중앙 본부가 하위 조직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보다 적응적인 태도를 취한다. 경우에 따라서 중앙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하위 조직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를 제제하기보다는 조화롭게 조직을 이끄는 방법을 선호한다. 그러나 시장형은 자율성을 보장받는 하위 조직들이 바람직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전제, 최적의 대안을 현장에서 발견하고 이를 신속히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형식화와 분권화 정도가 모두 높을 때는 일족형과 모자이크형의 두 가지 방식의 접근법이 있다. 일족형은 형식화와 집권화의 정도가 모자이크형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일족형이 성공하려면 강한 규범과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구성원들이 갇혀 있거나 지배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규범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과 충성이 전제돼야 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CEO 허브 켈러허(Herb Kellerher)의 지휘에 따라 조정 및 통제에 있어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은 일족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직원을 뽑을 때 행복하고 즐거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높은 수준의 효율성과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고품질의 서비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항공사는 기강이 잘 잡혔지만 관료적이지는 않다. 사람들은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강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모자이크형은 일족형에 비해 형식화와 집권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비록 규범에 따른 통제가 있지만 예외적인 상황에서 더 유연한 태도를 취한다. 표준화된 시스템을 따르되 높은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러한 경우 전체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서로 다른 시스템이 상호 호완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 부분적인 개성은 유지하되 전체 그림은 하나의 주제를 가진 모자이크처럼 만들어져야 한다. 유니레버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나라와 지역에 걸쳐, 상품 라인에 걸쳐 다양성을 조장하는 모자이크 접근법을 취하면서도 각각의 시스템이 강한 상호의존성을 가지는 경영 인프라에 통합되도록 한다.

 

인센티브

자동차 엔진은 극한의 환경에서 작동한다. 많은 부품들이 서로 협력하며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디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전기 불꽃을 튀길 때마다 피스톤은 폭발력을 견디며 힘을 크랭크에 전달하고, 크랭크는 이를 기어에 전달해 자동차를 움직인다.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품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윤활유다. 윤활유가 없다면, 혹은 적절하지 못하게 주입돼 있다면 엔진의 각종 부품들이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엔진이 더 빨리 망가진다. 결국 자동차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길 가운데 주저앉을 것이다.

 

조직설계의 여러 요소들을 잘 활용해 멋진 구조를 갖췄다 해도 윤활유와 같이 이들이 서로 잘 움직이도록 하는 요소를 빼먹으면 부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인센티브는 조직의 조정 및 통제 시스템, 정보 시스템 등의 인프라가 잘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과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도록 구성원을 독려한다. 이는 직원이나 직원이 속한 그룹이 수행하는 활동이나 행동을 격려하려고 마련된 설계 도구다. 인센티브가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설계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센티브가 잘 설계되면 조직은 놀라운 활력을 얻지만 적절하지 못할 경우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상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몰아가는 장면을 구경하게 된다.

 

우리는 평가의 기초와 인센티브의 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네 가지 유형의 인센티브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결과에 근거해서 평가를 할 것인가? 아니면 행동에 근거해서 평가를 할 것인가? 그룹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하나? 아니면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하는가? 실제 인센티브는 이보다 더 복잡한 사항들을 고려해 설계될 수 있지만 평가의 기초와 대상이라는 두 차원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별 급여는 개인을 대상으로 행동을 근거로 한 인센티브 지급법이다. 평소에 일을 올바로 열심히 하면 그에 맞게 보상을 주는 방법이다. 종종 초과 근무를 하면 수당을 지급하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더욱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결과에 근거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보너스 기반 인센티브다. 목표를 초과 달성해 모범적인 성과를 보이면 일종의 포상을 내리는 차원에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결과가 특정 개인에게 명확히 귀속될 경우 더욱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업의 이익이나 주식 가치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급여가 결정되는 것, 혹은 주식 애널리스트들이 받는 인센티브가 여기 해당한다. 보너스는 특히 개인의 이익 추구가 조직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치시키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과와 개인 간의 명확한 인과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악용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룹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역시 행동이나 결과를 근거로 한다. 조직에서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교육을 받는 경우나 추가적인 보상을 주는 경우, 우리는 기술 급여 인센티브라고 부른다. 이 방식의 특징은 보상이 개인과 연관돼 있는 경우에도 연공 서열, 지위 혹은 교육의 결과 획득된 지위에 근간을 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영전문 대학원의 교육을 받은 경우 특별한 결과와 연관되지 않더라도 추가적인 보상을 주기도 한다. 이 교육을 받은 그룹은 조직의 전체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으며 다른 간접적인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기술 급여는 열망 그룹을 정의함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높여준다.

 

마찬가지로 그룹을 인센티브의 대상으로 삼지만 결과에 근거한 평가를 하는 경우 이익 공유 인센티브라고 부른다. 기본 개념은 보너스 인센티브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는 개인에게 주는 특정 보상 이외에 전체 그룹에 추가적인 보상을 주는 방법이다. 실제 평가의 결과를 개인에게 귀속시키기 어렵지만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한다면 이익 공유 인센티브는 효과적이다. 팀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흔히 보는 방식이다. 스포츠팀이 성공하기 위해선 개인의 재능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원들 간의 효과적 협력이 필요하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을 스카우트했다고 해서 약체인 워싱턴위자드(Washington Wizards) 농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국의 대형 식품체인인 홀푸드(Whole Foods Market)는 직원들이 육류, 어류, 유제품 등 제품 라인별로 이익 산출액에 근거한 보상을 받도록 한다.

 

그룹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업무에 상호 의존성이 클수록 이익 공유 인센티브는 정당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무임승차 문제나 상대적 박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낳는다. 따라서 이익 공유 인센티브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조직설계의 여러 구성요소를 살펴봤다. 조직설계 요소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진단 과정을 통해 기업 경영자는 조직 구성 요소들 간의 어울림, 혹은 적합성을 도출할 수 있다. ( 1)에서 보듯 기업 조직은 크게 A, B, C, D의 네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조직설계 시 각각의 요소들이 해당 타입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요소들 간의 부적합이 발생하면 이를 해소해야 한다. 즉 목표 추구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 요소에 변화를 줘야 한다.

 

1 조직설계 공간의 전체 요소

 

 

예를 들어 조직의 목표는 C타입, 즉 효과성을 추구하는데 조직의 전략 유형은 B타입인 방어자에 속한다면 전략을 C타입에 맞는 모색자 형태로 수정해야 한다. 또 조직의 목표가 효용성과 효과성 모두를 추구하는 D타입인데 조직구성이 매트릭스형이 아닌 사업부형에 머물러 있고 리더십은 프로듀서형이 아닌 매니저형에 머물고 있다면 이 역시 변화의 고려 대상이다.

 

물론 필자가 지금까지 소개한 리처드 버튼의 진단 도구는 조직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는 않는다. 두통이 심할 때 엑스레이를 찍거나 더욱더 복잡한 진단 도구를 사용한다 해서 두통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조직설계의 단계별 접근법이 조직의 산재한 문제점들을 한번에 해결하는 마법의 도구는 아니다. 진단을 하는 목적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있다. 암을 조기에 찾아낼수록 기대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과 같이 조직이 조직설계의 진단에 노력을 기울일수록 조직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까지 소개한 조직설계 진단의 핵심은 바로 정보 처리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일이다. 조직을 목표 추구를 위한 주체로 보고, 정보처리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수행함으로써 최소의 노력과 최대의 효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정보 처리에 관한 평가가 정확하고 신속할수록 모든 진단이 신속하게 수행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조직 구성원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조직 외부의 주체들과 상호 교류에 적극 나서야 하며, 정보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정보를 더욱더 쓸모 있는 형태로 가공해야 한다. 정보를 처리해서 얻은 결론에 수긍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솔직한 태도야말로 어제의 조직을 오늘에 살아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한 조직이 잘못된 설계를 바탕으로 구성돼 있다 해서 즉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직에는 장기적인 미래가 없다. 외부의 경쟁자들이 이 조직을 진단함으로써 약점을 찾고 경쟁에서 낙오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막대한 수익을 내고 지금껏 이룬 것이 많다고 해도 조직설계에 게으른 조직은 빙하기를 앞둔 공룡과 같다. 조직설계의 진단 도구들을 수시로 활용해 항상 깨어 있는 조직, 살아 있는 조직, 유연성을 잃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움직임에 주저함이 없는 조직이 더욱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태경 싱가포르국립대 정보시스템학과 펠로 masan.korea@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리서치 펠로로 연구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정보기술 기반 소통 활동의 인과관계다.

  

  • 김태경 | - P&G 프링글스,페브리즈,오랄비,브라운 등의 브랜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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