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풀죽은 인재에게 CEO가 믿음을 줘라

에드워드 E. 로울러 3세(Edward E. Lawler Ⅲ) | 11호 (2008년 6월 Issue 2)
HBR Case Study는 가상으로 작성됐으며 전문가들이 현존하는 경영상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샘비언 파트너스의 메리 도닐로 인사부장은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톰 포르시테 상업용 건물 설계 부팀장에게 편한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늦은 목요일 오후 시카고의 하늘은 어두컴컴했고, 때문에 사무실 형광등은 평소보다 밝게 빛났다. 도닐로 부장은 한층 따뜻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를 건넨 후 말했다.
 
회사를 떠나신다고 들었는데 매우 아쉽군요. 모두 말리려고 했지만 결심을 굳히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도닐로 부장은 말을 멈추고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사로서는 상당한 타격입니다만,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포르시테 부팀장은 경직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하나로 묶은 머리가 몇 가닥 빠져 나와 한 쪽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눈 밑의 처진 살은 형광등 불빛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새로 태어난 아기 때문에 잠을 설쳤을 것이라고 도닐로 부장은 생각했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입을 열었다. “제가 먼저 나선 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쪽 헤드헌터가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습니까? J&N의 파트너 자리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도닐로 부장은 J&N이라는 말에 얼음처럼 굳었다. J&N이 어떤 회사인가. 샘비언의 경쟁사 아닌가. 지난해부터 J&N은 샘비언의 인재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상당수 유능한 직원들을 빼앗아갔다. 샘비언의 헬렌 개스배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인재들이 “악한 편”으로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도닐로 부장은 말했다. “어쨌든 잘됐습니다. 물론 다른 회사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포르시테 부팀장도 답했다. “압니다.”
 
도닐로 부장은 포르시테 부팀장의 얼굴을 잠시 살피면서 어떻게 하면 그를 설득할지를 고심했다. 예기치 못한 인력 유출은 언제나 달갑지 않지만, 이번 건은 특히 회사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35세로 샘비언에 8년 가까이 몸담아온 포르시테 부팀장은 담당 분야에서 업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샘비언은 그에게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수차례 디자인상을 수상했으며 CEO가 능력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인재 가운데 하나였다. 파트너 자리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임은 도닐로 부장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포르시테 부팀장은 샘비언에서도 J&N에서만큼의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택하고 우선순위도 정할 수 있다. 새 회사에서 그 정도의 자율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모르는 것일까?
 
도닐로 부장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승진 대상이라는 걸 알고 계시죠?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쯤에는 승진하실 겁니다. 연봉 인상폭이 더 컸더라면 생각이 바뀌셨을까요? 지금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 말씀은 얼마든지 재고해보실 수 있다는 거죠. 샘비언에서 부팀장님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포르시테 부팀장은 자신의 손만 물끄러미 쳐다봤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어쨌든 떠날 때가 온 것 같군요.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자극을 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닐로 부장은 그 동안 불만이 있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대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부팀장님은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이 변화를 시도하셨습니다. 최근 프로젝트들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나요?”
 
포르시테 부팀장은 마치 도닐로 부장의 생각을 읽는듯 그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샘비언에서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동료, 상사, 부하 직원 모두 훌륭했습니다. 무엇인가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때 좋은 기회가 생겼을 뿐입니다.”
 
도닐로 부장은 뻔한 질문을 하면서 계속 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는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면담이 끝나고 그를 문까지 배웅한 도닐로 부장은 허탈감을 느꼈다.
 
한편 포르시테 부팀장은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비상구로 나간 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앨리슨? 나요. 당신 말이 맞았어.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이 회사는 아주 제대로 망할 거야. 난 이제 상관없다고.”
   
 
줄줄이 떠나는 인재들
다음날 일찍 도닐로 부장은 개스배리언 CEO의 사무실로 직행했다. 개스배리언 CEO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J&N에 인재를 빼앗기는 것은 개스배리언 CEO가 가장 싫어하는 일로, 그 불쾌한 감정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도닐로 부장이 물었다. “사내 공지를 쓰고 계셨습니까?”개스배리언 CEO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군요. 지금 내용을 막 당신에게 보내려던 참이에요. 검토해보시라고. 어제 면담은 어땠나요?”
 
도닐로 부장은 포르시테 부팀장에게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포르시테 부팀장은 그쪽이 좋은 점이 무엇인지,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부분이 불만이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개스배리언 CEO의 선친 피터 개스배리언 창업주는 샘비언을 J&N 같은 거대 기업과는 전혀 다른 회사로 키울 생각이었다. 젊은 인재들이 수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하면서 파트너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해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류 건축 및 엔지니어링 기업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무남독녀인 헬렌이 건축학과에 진학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마침내 이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1997년 창업주가 사망하자 헬렌은 자연스럽게 샘비언의 CEO로 취임했다. 수상 경력이 있는 유능한 건축가인 헬렌은 회사의 뛰어난 디자이너, 엔지니어, 고객 관리 담당자들과의 협력을 강화, 큰 혁신을 이끌어냈다. 특히 샘비언은 ‘친환경 건물’ 운동의 선두에 서 있었다. 다른 대형 업체들이 친환경 운동에 막 뛰어들었을 때 샘비언은 이미 수십 채의 친환경 인증 건물을 설계했을 정도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샘비언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에도 사무소를 개설했다.
 
개스배리언 CEO는 도닐로 부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회사를 떠난 것은 CEO인 자신 때문이라고, 아니면 누구든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도닐로 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이 회사를 설립한 후 우리는 좋은 직장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어요. 또 나름대로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CEO의 목소리에서 당혹감을 느낀 도닐로 부장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원인을 명백히 규명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추세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우연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온갖 이유로 회사를 떠나지 않습니까?”
 
개스배리언 CEO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 말도 일리는 있군요. 팻 도허티는 ‘가족 일’로 아일랜드로 떠났고, 아직도 이해가 안 되지만 이레나 밀코빅은 프리랜서로 나섰죠. 그리고 이번에는 포르시테 부팀장이 대형 회사의 파트너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녀는 곧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인력 유출이 추세이긴 하잖아요! 이러다가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잃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유능한 인재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거죠?”
 
도닐로 부장은 가급적 차분하게 말했다. “몇 가지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긴 합니다만, 우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서 새로운 자료를 뽑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개스배리언 CEO는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좋아요. 설문 조사를 합시다. 가급적 빨리 시작하세요.”
 
떠도는 소문
CEO 사무실에서 두 층 아래 위치한 휴게실에서는 디자이너 할 포프와 엔지니어 사바나 도시가 점심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포르시테 부팀장의 사직 소식을 알리는 사내 공지를 본 뒤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사바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포르시테 부팀장, 마르코 입찰을 따지 못한 다음부터 마음을 굳혔다나 봐. 그 설계로 건물을 세우고 싶어했잖아. 조명이나 외관 모두 정말 멋졌어. 게다가 누가 봐도 적절한 가격이었고.”
 
할이 목소리를 약간 낮추면서 말했다. “설계야 흠 잡을 데 없었지. 폴 보니가 바로 그 부분을 짚어줬어야 했어.” 폴 보니는 영업 담당 부장이었다. 사바나도 맞장구 쳤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일이 어쩜 그리 형편없는지.”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이들의 대화를 엿들은 엔지니어링 부서의 애드리언 펄도 한마디 거들었다. “정말 형편없지. 문제는 그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지. 설계를 아무리 훌륭하게 해놓으면 뭐해. 지원 부서가 제대로 받쳐주질 않는데. 영업부 사람들은 전부 계약을 따는 데만 급급해. 포르시테 부팀장이 왜 회사를 나갔는지 궁금해? 그가 아무리 뛰어난 건축가라고 해도,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가 제 기능을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나도 이 문제를 윗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 소용없었어.”
 
할이 고개를 저었다. “난 잘 모르겠어. 포르시테 부팀장은 그 동안 많은 계약을 따냈잖아.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일이었어. 내 생각엔 그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고 느낀 것 같아. 우리 조직에는 임원이 너무 많은데, 그중 은퇴할 사람은 거의 없잖아. 그가 이제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애드리언은 동의하듯 냉소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파트너가 됐으니, 연봉이 얼마나 올랐겠어? 바로 그거야. 자식이 둘이잖아. 이제 대학 등록금 걱정도 해야지.”
사바나가 끼어들며 말했다. “맞아. 또 삶의 질도 생각해야지. 분명히 앨리슨이 복직하지 않기로 했을 거야.”
   
 
현실로 다가온 인력 유출
한 달 후 개스배리언 CEO가 직원 현황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밥 워트햄이었다. “밥, 안녕하세요. 잘 지내십니까?”
수화기 건너편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가 생겼어요. 애드리언이 회사를 나갈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소문만 돌고 있는데, 제가 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애드리언이요? 그래요. 직원을 또 하나 잃을 순 없죠. 지금 제 방으로 올라오시겠어요?”
 
개스배리언 CEO는 전화를 끊고 비서인 제시를 불렀다. “도닐로 부장에게 바쁘지 않으면 좀 올라오라고 해주겠어?” 개스배리언 CEO는 창가로 다가가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댔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광장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늦은 점심을 즐기며 노점상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눈을 감았다.
 
워트햄 부사장 담당 직원 하나가 또 나가는군. 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개스배리언 CEO는 곧 머리를 흔들고는 그러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워트햄 부사장은 개스배리언 CEO의 사무실 앞 복도에서 도닐로 부장과 마주쳤다.
 
애드리언까지 나간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할 거요. 애드리언은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고객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소.”
 
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개스배리언 CEO는 말문을 열었다. “자, 밥. 루머에 대해 정확히 얘기해보세요.” 워트햄 부사장은 문을 닫으며 말했다. “몇몇 사람들이 애드리언이 톰을 따라 J&N으로 갈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톰이 자리를 옮기면서 애드리언을 데려 가고 싶어할 만도 합니다.”
 
개스배리언 CEO는 도닐로 부장을 보며 물었다. “혹시 근로계약서에 비경쟁 조항 같은 건 없나요?” 포르시테 부팀장의 근로 계약서에는 부하 직원이나 고객을 경쟁사로 데려 가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있긴 한데, 적용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봐야죠.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를 힘들게 할 순 있죠.”
개스배리언 CEO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워트햄 부사장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럴만하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겁니까?” 이번에는 화살이 도닐로 부장에게 날아갔다. “설문 조사가 끝난 다음에나 조치를 취할 셈이십니까?”
 
도닐로 부장이 변명하려 하자 개스배리언 CEO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막았다. “됐어요. 내가 직접 애드리언과 얘기해보죠. 방법이 있나 찾아보겠어요.” 그녀는 사무실을 나가며 비서에게 말했다. “제시, 애드리언 펄에게 전화해서 나 좀 보자고 해요. 가급적 빨리 오라고 하세요.”
 
회유
10분 뒤 애드리언이 개스배리언 CEO의 방문을 두드렸다. 커다란 작업용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태도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CEO의 사무실로 불려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잠시 인사를 나눈 후 개스배리언 CEO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애드리언. 최근 당신이 이직을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사실이 아니길 바라요.”
 
애드리언은 탁자를 내려다본 후 비밀 누설자를 찾는듯 방 안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입을 뗐다. “소문이 빨리도 도는군요.”
 
개스배리언 CEO는 간청하듯 말했다. “사실대로 말해줘요. 비밀은 보장하죠. 불이익도 없을 거고요.” 그리고는 잠시 후 말을 이었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연락을 해왔나요?”
 
애드리언은 약간 놀라면서 급하게 대답했다. “톰은 이 일과는 상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톰과 연락을 한 건 사실입니다. 우리는 5년 전부터 쭉 알고 지냈고, 톰은 저에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톰이 퇴사한 후 상실감을 느낍니다.”
 
개스배리언 CEO가 말을 받았다. “직원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죠. 우리 회사는 애드리언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만족감을 느끼기를 원해요.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데 밥이 그처럼 스승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애드리언은 난감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 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다지, 저….”
 
애드리언이 불편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도록 개스배리언 CEO가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애드리언이 떠나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것은 아닌 듯하지만 얼마나 더 머물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실제로 포르시테 부팀장이 스카우트 제안을 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워트햄 부사장의 다급한 전화 목소리를 떠올리며 개스배리언 CEO는 결단을 내렸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겠네요. 승진시켜 줄게요.”
   
 
인력 유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애드리언은 고작 6급 직원이에요.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개스배리언 CEO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도닐로 부장이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결국 이 문제는 이사회까지 갔다.
 
개스배리언 CEO는 자신의 결정을 변호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이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도닐로 부장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루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다급한 상황에 몰려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겁니다. 더구나 이는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그 자리를 원하는 다른 지원자들도 많을 텐데, 이들이 회사에 충실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개스배리언 CEO도 맞받아쳤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죠. 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유능한 인재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인사관리 체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긍정적인 메시지죠. 애드리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평판도 좋고 노력하는 직원입니다.”
 
도닐로 부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평판이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애드리언은 역량이 부족해요.”
 
개스배리언 CEO가 말을 막았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애드리언이 우리 직원이 아닌 상태에서 이력서를 보내왔다면 애드리언이 적격자라고 판단했을 것 같은데요.”
 
직원들의 목소리
몇 주가 지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예전처럼 좋아졌다. 어느 날 도닐로 부장은 개스배리언 CEO의 방을 찾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도닐로 부장은 개스배리언 CEO에게 차트가 빼곡히 담긴 보고서를 건넸다. “우선 큰 그림을 정리하자면, 샘비언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회사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눈여겨볼 만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익명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 조사에서 몇몇 직원들은 프로젝트 관리자급 가운데 필요 없는 인력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직원은 업무보다 대회 수상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는 ‘특정 직원들’을 비난했다.
 
지원 부서 직원들은 대체로 중립적이었다. 일부는 “늑장을 부리는 윗사람들 때문에” 저녁과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젊은 직원들이 임직원 특전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도닐로 부장은 보고를 끝낸 후 의자에 편히 앉으며 말했다. “이런 저런 불만들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사람들과 일대 일 면담을 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지를 배울 수는 있을 듯합니다.”
개스배리언 CEO는 답했다. “그거면 충분할 거예요. 직원들이 솔직하게 답변해주었다면 말이죠.”
   
 
HBR 사례에 대한 전문가 조언
샘비언이 인력 유출의 원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네 명의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들어본다.
 
인사 담당자는 사내 인재 관리자라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간과했다
안나 프링글(anna. pringle@microsoft.com)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해외 인재 및 조직 역량 담당 팀장으로 현재 더블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재들이 떠나지 않게 하려면 헬렌 개스배리언 CEO는 조직과 직원들을 장악해야 한다. 메리 도닐로 부장이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실제로 내가 개스배리언 CEO라면 도닐로 부장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해볼 것이다.
 
포르시테 부팀장과의 면담에서 도닐로 부장은 형편없는 질문에 뻔한 대답을 했으며 너무 쉽게 포기했다. 사내 인재들의 관리자로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포르시테 부팀장의 마음이 떠났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차렸어야 한다. 이런 낌새를 미리 감지했더라면 포르시테 부팀장은 회사를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사 그의 퇴사를 막지 못했더라도 애드리언 펄과 같이 그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는 파악했어야 한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회사를 떠났을 때 애드리언은 철저하게 붙잡아두어야 했다는 얘기다.
 
최소한 개스배리언 CEO가 도닐로 부장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샘비언의 인재들이 나가지 않게 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내놓으라고 지시했어야 한다. 개스배리언 CEO는 또 직원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창의성, 혁신, 지적 재산이 경쟁력인 샘비언과 같은 조직에서 가장 효과적인 리더는 시간의 40% 이상을 인재 관리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서의 리더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조언을 하고 최고의 인재들이 조직에서 나가지 않게 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스배리언 CEO와 도닐로 부장은 ‘직원들의 목소리 듣기 프로그램(Listening Tours)’을 고려해볼 만하다. 전 부서를 돌면서 관리자와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조직의 상황을 진단해보는 것이다. 개스배리언 CEO가 핵심 인재들과 오찬이나 티타임을 가지면서 자유롭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좋다. 또 이런 자리는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은 만들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인사담당 부사장의 주간 블로그가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효과적인 창구다. 인사담당 부사장은 블로그에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게시하고 익명으로 이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최근 블로그에는 해외 근무를 원하지만 기회가 많지 않다는 불만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이에 회사에서는 현재 지원이 가능한 해외 근무 기회 내역을 공지했다.
 
샘비언은 정책적으로 직원들이 직속 상사보다 높은 임원들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안심하고 불만을 표출하고 이들의 의견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강력하고 분명한 인사관리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개스배리언 CEO는 직원들이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샘비언이 잘 파악하고 있으며 경쟁사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직원 개개인의 수요에 맞는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르시테 부팀장처럼 자녀가 있는 직원과 젊은 미혼 직원들은 원하는 것이 다르다. 자녀가 있는 직원이라면 헬스클럽보다는 유연한 근무시간을 더 선호할 것이다. 샘비언은 또 직원들의 지적, 감정적, 신체적 상황까지 감안해 이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샘비언은 리더들이 핵심 인재 영입 및 관리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최고 경영진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스배리언 CEO는 자신과 최고 경영진이 이를 엄격하게 지킬 것이며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성과관리 시스템을 정비, 관리자들의 사업 실적뿐 아니라 인사관리 목표 달성 여부도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면 샘비언은 인재 유출을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단서를 찾는 것만으로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F. 리 브랜햄(LB@ keepingthepeople.com)은 캔자스 소재 인사 컨설팅 회사인 ‘키핑 더 피플(Keeping the People)’의 최고경영자(CEO)다. 저서로는 <당신이 모르는 7가지 이유: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고 늦기 전에 행동하라>가 있다.
 
개스배리언 CEO가 인재 유출에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이 문제다. 핵심 인재가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 CEO들은 충동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애드리언 건에서 개스배리언 CEO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섣불리 결정부터 내렸다.
 
도닐로 부장이 냉철한 관점으로 애드리언의 승진에 제동을 건 것은 잘한 일이다. 개스배리언 CEO는 침착하게 한 발짝 물러서 사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내에서 실시한 피상적인 자체 설문 조사에서 단서를 찾는 데 그치지 말고 인력 유출의 원인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실리콘 밸리의 인재관리 회사인 사라토가가 직원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분석한 결과, 어떤 기업이나 산업에서든 직원이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할 때는 ‘계기가 되는 사건(triggering events)’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입사 직후 실제 업무나 직장이 당초 기대와 다르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그 예다.
 
상사가 충분한 지도나 조언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나, 급여 등의 측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일 때문에 개인적인 일이 방해를 받거나 직장 상사에게 실망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을 관리자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직원은 많지 않다.
 
샘비언의 경우 할 포프, 애드리언, 사바나 도시의 대화에서 겉으로 감지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쉽게 파트너 자리에 흔들린 것은 폴 보니 영업 부장 때문에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는 좌절감 때문이다.
 
할은 디자이너들과 영업부서 직원들의 갈등에 불만을 표출했다. 독창적인 설계를 중시하면서도 계약을 따는 데만 급급한 회사의 모순적 태도에 포르시테와 같이 유능한 전문가들은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샘비언이 상황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불만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가령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같이 직원들이 소그룹 별로 의견을 나눈 후 그룹 대표자들이 이를 취합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을 도입할 수도 있다.
 
예전에 함께 일한 한 디자인 회사도 샘비언과 비슷한 인력 유출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러한 그룹 회의 방식을 택했다. 특히 CEO는 내성적인 성격에도 직접 무대로 나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임금을 시장 수준으로 인상하고 성과가 좋지 않은 영업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회의에서 나온 의견에 입각해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그는 직원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으며 5개월 후에는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물론 더 이상의 인력 유출도 없었다.
 
개스배리언 CEO는 도닐로 부장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설문 조사와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 면담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부 인사 담당자보다 믿을 수 있는 외부 인사에게 불만이나 의견을 털어놓는 것이 직원에게는 더 편하고 안심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포르시테 부팀장의 경우가 좋은 예다. 직원들이 편하게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샘비언과 같이 한때 선망의 대상이던 기업이라도 극심한 인력 유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CEO
는 최고의 인재들에게 그들의 우려와 바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짐 코넬리우스(ceo@bms.com)는 제약회사 브리스톨 마이어 스큅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개스배리언 CEO는 아버지로부터 회사와 건축가의 자질을 물려받았지만 관리자로서의 능력은 물려 받지 못한 듯하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 즉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관리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2006년 브리스톨 마이어 스큅은 특허 분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CEO 등 임원들을 해고했다. 이사회는 당시 사외이사로 재직중이던 나에게 CEO직을 임시로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가이던트, 일라이 릴리 등 기타 제약업체에서 풍부한 업계 경험을 쌓은 나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동요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임원들이 해고된 후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으며 주가는 급락하고 피인수 소문까지나 돌았다. 이처럼 조직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을 틈타 경쟁사들은 우리 직원들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인력 유출이 나타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인지도가 약했던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해야 했다. 개스배리언 CEO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조직을 신속하게 안정시키는 일이 급선무였다.
 
이러한 내 경험에 입각해 개스배리언 CEO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우선 경영구조를 간소화해 조직 내 각 부문의 과제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샘비언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모든 직원이 이를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직원들이 정확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
 
CEO가 핵심 인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브리스톨 마이어의 경우 기업의 미래가 연구개발(R&D) 인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예전 직장에서 R&D 인력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기에 관련 지식을 갖고 있다. 이는 브리스톨 마이어 CEO로 취임한 직후 R&D 인력들과 기술적인 문제들을 논의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나는 지금도 최고 과학책임자(CSO)와 함께 R&D 회의에 참여하고 R&D 부서가 회사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또한 이사회의 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R&D 인력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샘비언의 경우 CEO가 건축 관련 지식을 기반으로 핵심 인재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우려나 바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CEO와 최고경영진은 모든 지역 및 부서 관리자들과 가능한 한 직접 만나 자주 회의를 가져야 한다. 전화, 이메일, 화상회의로는 충분치 않다. 직접 만나 관리자들의 몸짓과 표정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회의를 통해 최고경영진은 샘비언의 목표와 달성 방법을 규정해야 한다.
 
끝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직원들이 이메일을 통해 익명으로 아이디어나 의견, 불만을 보내도록 한다. 나 역시 이를 실천하고 있는데 실제로 수백 건의 메일을 받는다. 이는 분명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신호다. 나는 메일을 모두 읽고 최대한 성실히 답변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지 15개월 만에 브리스톨 마이어는 이직률을 평균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었고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도 영입했다. 샘비언의 CEO가 이 조치들을 취한다면 상황은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샘비언은 유능한 인재들이 조직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했다
진 마틴(martinj@ executiveboard.com)은 워싱턴 DC 소재 ‘코퍼레이트 이그제큐티브 보드(Corporate Executive Board)’의 세계 인사담당책임자 그룹인 ‘코퍼레이트 리더십 카운슬(Corporate Leadership Council)’의 집행이사다.
 
주변에서 샘비언과 비슷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조직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경영진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급여를 인상하고, 승진을 확대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관리자를 교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인력 유출을 늦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개스배리언 CEO는 사람들이 직속 상사뿐 아니라 조직 자체를 떠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샘비언은 직원들의 불만을 초래한 조직의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 ‘코퍼레이트 리더십 카운슬(CLC)’이 4년 동안 세계 근로자 10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성적 유인(많은 급여, 복리후생, 승진 기회)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이직을 생각하지 않고 그 조직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정서적인 동기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조직에 정서적인 애착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잇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포르시테 부팀장이 회사를 떠난 것은 샘비언이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을 때 그는 기업의 방향이 자신의 목표와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낙담했을 것이다.
 
그의 상사는 두 가지 이유에서 포르시테 부팀장의 불만을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포르시테 부팀장이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CLC 데이터에 따르면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불만을 표출하는 직원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관리자들에게 상황을 말할 때쯤이면 이미 마음을 굳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포르시테 팀장의 성과가 워낙 훌륭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CLC 조사 결과, 핵심 인재 가운데 3분의 1은 자신과 직장이 원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서적 단절의 신호를 한층 효과적으로 감지하기 위해 샘비언은 우선 조직의 목표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직원 개개인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CEO 역시 기업의 목표를 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창의적’, ‘환경 친화적’이라는 단어는 유능한 인재들에게 더 이상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마음이 떠난 직원들을 잡기 위해 CEO는 매월 직원들이 주도하는 ‘목표 점검 회의’를 개최, 직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자신의 업무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최고의 인재들조차도 목표 의식과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특히 젊은 직원들은 기업의 문화와 가치를 즐길 수 있을 때 조직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도닐로 부장은 업무 환경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을 점검하는 ‘기업 문화 감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는 “우리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직원들이 당신과 조직의 성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등 직원들이 조직에 문화적으로 얼마나 괴리를 느끼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질문들을 통해 진행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직원들의 연령대별로 정리하면 추세가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재직 기간이 5년 이상인 직원들은 기업 문화와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관리자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이직률을 최대 87%까지 낮출 수 있다.
결국 직원들이 의욕을 가질 만한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 문화를 조성한다면 샘비언과 그곳의 인재들이 모두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홍정민 drew97@naver.com
 
에드워드 로울러(elawler@marshall. usc.edu)는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마셜비즈니스스쿨의 교수로 이 대학의 ‘효과적 조직 센터(Center for Effective Organizations)’를 설립했다. 저서로는 <인재: 사람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만들려면>이 있다.
  • 에드워드 E. 로울러 3세(Edward E. Lawler Ⅲ) 에드워드 E. 로울러 3세(Edward E. Lawler Ⅲ) | - LA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석좌교수
    - 효과적 조직센터(Center for Effective Organizations) 센터장
    smrfeedback@mit.edu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