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과 조직
Article at a Glance - HR
퍼실리테이션 중심의 수평 문화 정착을 위한 방법
① 조직 위계의 축소 ② 특수목적 조직 운영 ③ 직접 소통 강화 ④ 퍼실리테이터형 인재 육성 ⑤ 공통의 경험 축적 ⑥ 소통 친화적 공간 조성 |
정부, 기관, 기업 등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 목표를 위해 일하는 모든 단위를 ‘조직’이라고 한다. 원래 이 말은 생물학 용어에서 왔다. ‘조직’은 영어로 ‘organization’인데 이는 ‘organ’에서 파생됐다. ‘Organ’은 세포들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화된 형태를 의미한다. 의미의 원천을 생각해 보면 ‘조직’ 역시 유기체적인 성질을 가져야 한다. 유기체는 뛰어난 내부 조율(coordination) 능력에 기반해서 환경에 대응하고 생명을 유지한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유기체처럼 존속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간 활발한 교류(exchange)가 이뤄져야 한다. 신체의 대사작용과 같이 조직에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통해 생각과 아이디어가 흘러야 한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일반적 통념은 이와 다르다. ‘조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직장인들이 연상하는 어휘는 ‘명령’ ‘통제’ ‘경쟁’ ‘목표’ 등의 단어들이다. 소통은 멀게 느껴진다. 막혀 있다는 느낌을 주는 조직이 많다. 이런 막힌 것을 뚫어주는 것이 바로 퍼실리테이션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외래어다. 마땅한 한국어 번역이 없지만1 그 자체로 직장인의 일상에서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어원은 불어의 ‘faciliter’로 ‘쉽게 만들다(to render easy)’라는 의미다. 즉,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퍼실리테이션의 형식과 방식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회의라는 형태로 이뤄지지 않는 것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BM은 이미 2003년 Value Jam을 통해 새로운 핵심가치에 대해 전 세계 임직원들이 참여, 소통하는 이벤트를 경험한 바 있다. 선(Sun)에서 1999년 처음으로 시도돼 IT 분야에 널리 파급된 해카톤(Hackathon)은 실제로 제품, 기술, 전략 등 구체적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퍼실리테이션이다.
조직에서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상황은 다양하다. 조직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거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울 때 필요하다. 조직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부서의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때도 활용된다. 신제품 개발이나 솔루션을 찾을 때도 필요하다. 이를 종합하면 조직이 일하는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은 필수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협력을 위한 도구, 퍼실리테이션
대등한 조직의 관계에는 3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째, 상호고립(isolation)이다.사람들은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든 별다른 관심이 없다.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협력해도 특별한 이익이 없으니 해야 할 일을 내부적으로 처리한다는 마인드가 지배적이다. 또 자신의 영역은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매우 적대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지역 단위로 영업을 하는 기업에서 부산지역 담당 조직과 서울지역 담당 조직은 교류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고립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그나마 서로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이 없는 조직의 상호고립은 커다란 문제는 아니다. 업무상 자주 부딪히는 조직에서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심각한 문제다. 전화로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 처리되지 않거나 한없이 지연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부서의 협조를 얻어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보는 내부에서만 소통되고 친하지 않은 부서 직원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드물다.
둘째, 경쟁(competition)이다.다른 부서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상대를 꺾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런 관계는 같은 임원 아래에서 기능적으로 유사한 성격을 갖는 하위조직에서 형성되기 쉽다. 최종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쟁이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일을 만들고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며, 직원들을 탈진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은 상호고립의 사례와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부서와 부서장은 예산, 고과, 승진 등에서 혜택을 얻지만 패배한 조직은 열패감에 빠지게 된다.
셋째, 협력(collaboration)이다.협력은 긍정적인 관계의 유형이지만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라는 책을 저술한 조직이론 분야의 대가인 체스터 버나드(Chester Barnard)는 조직 내 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 공동의 목표(common purpose), 돕겠다는 의지(willingness to contribute),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1>은 조직 내 협력 관련 분야의 전문가인 미 버클리대 모튼 한센(Morton Hansen) 교수가이라는 책에서 정리한 협업의 4가지 장벽을 요약했다.
표 1 협업을 가로막는 4가지 장벽
실행력 있는 의사결정
GE는 잭 웰치 회장의 지시로 1989년 ‘워크아웃(Work-Out)’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 자체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나 실제 업무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여부는 웰치 회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이후 웰치 회장은 전문가들에게 GE만의 변화관리 모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CAP(Change Acceleration Process)다. 잭 웰치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전문가 팀은 수백 개의 변화 프로젝트를 검토했다. 이후 가장 중요한 원리를 공식 하나로 정리했는데2 이것이 바로 E = Q x A이다. 여기에서 ‘E’는 변화실행의 효과성(Effectiveness), ‘Q’는 솔루션의 적절성(Quality), ‘A’는 솔루션에 대한 수용도(Acceptance)를 의미한다. 특히 이 공식에서 중요한 것은 ‘x’(곱셈기호)다. 수용도가 0이라면 아무리 좋은 솔루션도 효과성이 0이 된다.
수용도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사람은 자기가 참여하지 않은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은 주로 경영진에게 집중돼 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구성원의 수용도 및 실행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진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관련 내용을 직원들이 토의하도록 할 수 있다. 또 여러 부서의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팀으로 참여해서 솔루션을 제시하고 이를 경영진이 승인할 수 있다. 이런 참여 방식은 직원의 직무 및 조직 만족도를 높이고, 노사관계를 개선하며, 업무 성과를 높인다. 하지만 문제는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컨센서스의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효과적인 퍼실리테이션 방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팀 단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점과 의사결정 컨센서스를 도출하기 위한 퍼실리테이션 유의점은 <표 3>을 참조하면 된다.
표 2 팀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운영
표 3 수렴·발산의 대표적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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