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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방법론

소통, 공룡을 표범처럼 날렵하게 만든다

채홍미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구성원들과 소통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원안보다 더 좋은 성과물이 나온다. 또 공동의 작업으로 정해진 아이디어는 실행력이 뛰어나다. 함께 결정한 사안이라서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공동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면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역량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은 소통의 역량을 강화시킨다. GE CEO를 지낸 잭 웰치는 직원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은 자리를 비우고 사라진 뒤 직원들이 최종안을 만들 때 즈음 되돌아와서 최종 결정만 내렸다. 그 결과 몸집이 큰 GE의 조직문화가 민첩하게 바뀔 수 있었다. 영국의 생태마을 핀드혼에서는 포컬라이저, 슈퍼바이저 등 다양한 종류의 퍼실리테이터가 활동한다. 이들은 다양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생태마을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원고는 필자의 저서 <퍼실리테이터: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를 참고했습니다.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

스마트폰은 누구나 정보를 쉽게 만들고 빠르게 전달하도록 했다. 소통의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이 가져온 소통의 혁신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한 과일 노점상의 죽음으로 자스민혁명이 시작됐다. 수십 년 동안 철권 통치가 지속됐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에서 스마트폰은 민주주의 혁명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이런 소통의 혁신이 오프라인의 영역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에서 직장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소통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이끌어야 할 리더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회의에서는 한없이 수동적인 사람들을 어떻게 즐겁게 소통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해답은 리더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원활하게 소통시킬 수 있는 세련된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과거 리더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것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구성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소통의 마법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일을 쉽게 하다’ ‘촉진시키다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집단에서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활동이다. 사람들이 회의, 포럼, 콘퍼런스, 워크숍, 강의 등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해답을 찾거나 계획을 세울 때 그 과정을 돕는 사람이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과거 리더십 강의와 전문 워크숍 프로그램에 주로 활용되던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의 참여 욕구가 늘어나면서 가족회의부터 대규모 콘퍼런스까지 매우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 공통의 주제를 논의하고 참석자 모두가 참여해서 동의하는 결과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왜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중요할까?

 

첫째, 서로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혼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여러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해서 집단지성으로 끌어낼 수 있다. 간혹, 혼자서도 잘할 수 있으며 여럿이 모이면 오히려 시간만 낭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어려움에 봉착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최소한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성과가 기록된 책이라도 읽게 된다. 집단지성의 효과를 경험해 봤다면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높은 실행력을 얻을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주도적으로 일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성과급만으로는 임직원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업무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집단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해서 업무당사자들을 회의석상으로 끌어들이고 스스로 안건을 내고, 대책을 세우며,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기가 맡은 업무를 시작부터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의 경우,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기에도 용이하다. 모든 사람이 함께 공감하는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내서 매우 안정적인 업무의 실행력을 도출할 수 있다.

 

셋째, 구성원들이 집단 의사결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된다.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해법을 찾다 보면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직원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생명체로 활동하고 조직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런 과정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면 구성원들이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된다. 대의를 염두에 두고 의견을 모으고 서로를 자극하면서 성과를 촉진시키게 된다.

 

 

 

소통의 마법 4 Step

일반적으로 회의와 워크숍 등에서 소통은 4가지 단계를 거쳐서 진행된다. 퍼실리테이션의 프로세스는 오프닝, 아이디어 발산, 아이디어 수렴, 클로징으로 구성된다.

 

첫 단계인 오프닝에서는 먼저 회의, 워크숍의 목표와 세부 안건, 진행 순서를 공유한다. 이후 참석자를 소개하고 아이스브레이킹을 통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또 오프닝에서는 참석자들이 회의에서 기대하는 사항을 듣고 어젠다를 공유하며 회의에서 기본 규칙을 설정한다. 주제와 거리가 먼 안건은 사전에 따로 분류한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 발산 단계다. 참가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려면 의견을 최대한 자유롭게 펼치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친다. 좀 더 깊은 생각과 토론이 필요하다면 ORID(Objective, Reflective, Interpretive, Decisional level) 집중대화법을 적용한다. , 모든 참석자들이 각자 경험과 정보를 공유한 뒤(Objective Level) 내적 반응을 확인하고(Reflective Level), 핵심 의미를 파악한다(Interpretive Level). 이후 최종 의사결정을 도출하는(Decisional Level) 4단계의 토론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는 다양한 단어를 담은랜덤워드 박스에서 단어를 하나씩 자유롭게 선택하고 해당 단어에서 연상되는 의미와 주제를 강제로 연계시켜서 아이디어를 찾는 랜덤워드 브레인스토밍(Random Word Brainstorming)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단계다. 참석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집착하거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창의적 사고 기법 분야의 대가인 에드워 드 보노(Edward de Bono) ‘6 Thinking Hat’을 이용하면 참가자들을 모자의 색깔에 따라 6개 색깔로 나누고 각 모자에 역할과 규칙을 부여해서 그 제한된 폭 안에서 말하도록 할 수 있다. 예들 들어 노란색 모자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의견을 말해야 하며 검정색 모자는 비판적 사고만을 말하는 방식이다. 초록색 모자는 창의적 사고만 대답해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아이디어가 모이면 장점을 먼저 찾고 보완해야 할 약점을 논의한 뒤 강점을 강조하거나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다. 이런 방법을 참가자들이 함께 찾으면누가 낸 아이디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투표(Voting)를 활용한다. 구성원의 이해 관계가 첨예한 사안일 때는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추진한다. 구성원의 의견을 표시하는 방법은 엄지손가락을 위로 들거나(찬성) 아래로 내리고(반대) 주먹(결론을 따르겠다)을 쥐는 수신호로 가능하다. 또 신호등의 색깔을 활용해서 빨강색카드(반대), 노란색카드(결론을 따르겠다), 녹색카드(찬성) 등으로 참가자들의 의사를 표시하는 신호등 카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때는 제3의 대안을 제시해서 모두 수긍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클로징이다. 클로징에서는 회의나 워크숍 시간을 더 연장할 필요가 있는지를 참석자들과 검토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세션에서 다뤘던 내용을 되새기고 함께 공유한다. 또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하고 세션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한다. 이런 과정이 클로징에서 이뤄진다.

 

퍼실리테이션 디자인의 5P

회의나 워크숍 등의 퍼실리테이션을 디자인할 때 적용할 수 있는 5대 원리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있다.

 

 

1. Purpose

퍼실리테이션의 목적을 명확하게 확인하라. ‘사업부의 30% 초과 달성을 위한 모멘텀 형성등이 해당된다.

 

 

2. Products

퍼실리테이션에서 도출해야 할 산출물(Output)을 확인하라. 간혹 퍼실리테이션의 목적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명확한 산출물을 이미지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3. Participants

참석자를 선정하고 그들의 관점을 확인하라. 이 단계는 퍼실리테이션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목표한 산출물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참석자들을 선정하고 인원과 참석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어떤 정보와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직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참석자들에게 잠재된 갈등 요소를 확인하는 일은 영화를 만드는 일에 비유한다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파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4. Process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를 설계하라. 목표한 산출물을 도출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큰 틀을 구성하고 주어진 시간과 인원 규모, 예상 안건 등을 고려해 상세한 진행 기법과 시나리오를 짠다. 퍼실리테이터가 가진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단계다.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췄는가에 따라서, 때로는 퍼실리테이터의 철학과 스타일에 따라서 다른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다.

 

 

5. Probable Issue

돌발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라. 어떤 퍼실리테이션도 퍼실리테이터가 세운 정교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참석자들이 어떤 안건을 낼지 대략 로직트리(Logic tree)로 그려보지만 늘 예상치 못했던 안건과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모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퍼실리테이터는 굵직굵직한만약에라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플랜B까지 고려해 상세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 모든 준비 작업을 하는 동안 퍼실리테이터는 장소가 세션의 성격에 맞는 곳인지 점검하는 것부터 사소한 준비물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면서 머릿속에 그날의 이벤트를 좀 더 선명하게 그려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간단한 1시간짜리 회의이고 참석자들이 늘 만나는 익숙한 팀원들이라면 퍼실리테이션 디자인은 3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의 비전을 짜거나 내년도의 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1 2일 워크숍일 경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자료를 검토하고 디자인하기 위해서 다른 워크숍의 3∼5배 정도의 시간을 더 할애해야만 워크숍에 모인 참석자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소통하는 퍼실리테이션 케이스

 

1. 공룡을 표범처럼 민첩하게 만들다

- GE의 워크아웃 타운미팅 프로그램

 

거대한 공룡이 표범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워크아웃(Work out) 타운미팅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GE를 표범처럼 민첩한 조직문화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GE는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한 글로벌기업으로 13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회사다. 시장경쟁력을 기준으로 사업을 정리한 잭 웰치 회장은 소통단절이 불필요한 업무를 양산하면서 조직문화를 경직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잭 웰치 회장은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통해 몸의 군살을 빼고 활력을 되찾는다.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조직의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훈련(Exercise) 프로그램이다. 워크아웃은 특정 과제와 관련해서 실무진이 함께 숙박하고 워크숍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는 프로그램이다. 워크아웃을 실행할 때는 대체로 다음의 조건을 따른다.

 

첫째 조건은 ‘Out Of Office’. 워크아웃은 사외에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업무를 보는 곳과 같은 공간에서 워크숍이나 강의가 진행되면 구성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크고 작은 업무에 불려 다니느라 전체 세션의 흐름이 깨지기 쉽다. 또한 일상을 떠난 별도의 장소가 주는 색다른 분위기는 사안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또 함께 모인 워크아웃 팀원들과도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둘째 조건은 중립적인 퍼실리테이터(Neutral Facilitator). 워크아웃은 해당 사안에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숙련된 퍼실리테이터가 기획하고 진행한다. 보통의 워크숍은 해당 사안의 책임자나 관리자가 방안을 발표하고 진행하면서 다른 참석자들과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기 쉽다. 참석자들의 입장에서는저렇게 다 결론을 내렸으면서 왜 바쁜 나를 불렀나하는 허탈감에 빠지거나 서로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지루한 공방만 하다가 결론 없이 워크숍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워크아웃에서 과제 리더는 참석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토론에 참여해서 참석자로 활동하도록 하며 퍼실리테이터는 진행자로서 전체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와 합의를 형성하는 것에 주력한다.

 

사람들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통해 몸의 군살을 빼고 활력을 되찾는다.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조직의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훈련(Exercise) 프로그램이다.

 

셋째 조건은 타운미팅(Town Meeting)이다. 타운미팅은 인디언이나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서 유래했다. 타운미팅은 워크아웃을 가장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요소다. 이 워크아웃 미팅에서 최종 의사결정자는 스폰서로 불리며 워크아웃에서 명확한 목표를 전달한 다음 워크아웃 회의장을 떠난다. 그리고 워크아웃이 끝나기 2∼3시간 전에 시작되는 타운미팅에 다시 참석해서 최종발표를 듣는다. 12일 동안 참석자들이 논의를 거듭한 끝에 최종 정리된 실행제안서에는 제안배경 및 개선 실행안, 실행에 필요한 비용 및 자원, 실행에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응 방안,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90일 이내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겨 있다. 타운미팅에서 스폰서는 실무진의 발표를 듣고 즉석에서 채택 혹은 기각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안된 내용은 질의응답 과정을 거치지만 결국 의사결정은 스폰서 단독으로 내린다.이 과정에서 제안이 채택되기도 하고 기각되기도 한다. 이는 실행에 필요한 자원을 스폰서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타운미팅에서는 스폰서가 반드시 즉석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본 규칙이다. 이렇게 신속하게 내려진 의사결정은 바로 이어서 30일 이후 착수점검, 60일 이후 중간점검, 90일 이후 완료점검을 하면서 철저하게 실행단계에 들어간다. 이것이 전부다. 실무진이 모여서 직접 제안을 만들고 이것을 리더가 승인하면 제안을 했던 실무진이 100% 실행한다. 이렇게 단순한 워크아웃을 활용해서 GE의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데 잭 웰치 회장은 6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회고했다.

 

 

 

2. 생태마을에서 배우는 의사결정 문화

 

일반적으로 생태마을은 자연친화적인 장소에 거주지를 조성해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다. 세계 생태마을네트워크(GEN·Global Eco-village Network)는 생태마을을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인간의 건강한 발전을 추구하며 막연한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는 인간다운 규모의 마을로 정의한다. 생태마을은 옛날부터 존재해온 곳도 있고 소수의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보통생태마을은 계획공동체(Intentional Community·IC)라고 불리는데 새로 만들어진 마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마을에서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구성하다 보니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유명해진 생태마을들은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 마을의 경우 주민 몇 명이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을 쌓고 마을의 다양한 논의와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GEN 소속의 몇몇 마을에서는 전 세계에 있는 생태마을주민 또는 관계자들을 위해 퍼실리테이션 교육과정을 열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의 생태마을 핀드혼(Findhorn)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마을은 1962년부터 몇 사람이 사막과 같은 불모지에 불과한 땅을 비옥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삶터로 탈바꿈시키면서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으로 환산하면 몇 개의 리 단위를 합해 놓은 정도의 크기로 성장한 곳이다. 이 마을은 폐자재를 재활용한 집부터 마을 내 생태적인 물의 순환 등 물리적인 조건도 탁월하지만 더욱 눈여겨볼 만한 것은 마을의 의사결정 문화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거의 완벽하게 존중하는 기풍이 마을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어떠한 의견이든 편안하게 말할 수 있고 모두가 귀 기울여 들어주는 태도가 각자의 몸에 배어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은 불순한 의도 없이 진지하게 말하고, 듣는 사람도 오해 없이 순수하게 들으며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모두가 원하는 더 좋은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핀드혼에서 발견한 의사결정 체계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의사결정 방법이다. 주민들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소한 사안은다수결로 처리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합의방식을 취한다. 둘째는 마을에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 마을에서는 사안에 따라서 다양한 유형의 퍼실리테이터들이 역할을 분담해 활동한다. 포컬라이저(Foculizer)라는 퍼실리테이터는 주로 단순한 소규모 토론에서 사회자와 같은 역할을 하며 논의가 초점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조금 더 복잡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더 숙련된 퍼실리테이터들이 투입된다. 만약 퍼실리테이터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할 경우 최상위의 퍼실리테이터인 슈퍼바이저(Supervisor)가 나선다. 이들은 마을의 공간에 변화를 주거나 행사기획과 준비, 마을운영 원칙에 관한 논의 등 다양한 공동체의 안건에 대해 논의할 때 참여한다.

 

소통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

 

1. 잠재력을 이끌어내라

사람들의 잠재력을 믿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더해 구성원들이 내놓은 답을 정답으로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이 내놓은 답이 그들에게는정답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컨설턴트는 문제를 진단한 후 솔루션을 제시하는 주체가 된다. 하지만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문제해결의 주체는 구성원이다. 예를 들면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에서 지역 주민들과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주민들이 알고 있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조별로 브레인스토밍을 한 뒤 모든 참여자들과 공유한다. 이후 공유한 방안을 단기, 중기, 장기 추진계획으로 세분화하고 자금조달 및 수행인력 등에 대해 조별로 토의한다. 여기까지가 퍼실리테이션의 역할이다. 이후 컨설턴트는 이와 다른 경로의 지역조사 결과를 반영해서 지역발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기획, 보고서로 제출한다. 하지만 결과보고서는 잘 활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척척 추진하고 있는 일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애정을 갖고 그것을 실현한다.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50점짜리 아이디어일지라도 그것을 실행하게 되면 최소한 50점은 된다. 그러나 전문가가 100점짜리 답을 제시해 줘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0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단순하고 명확한 진리를 많은 리더들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제대로 된 솔루션인가는 보고서 기준이 아니라 실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누구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본성을 믿어야 한다. 그들에게 해답을 주려고 하기보다 그들 스스로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제공하라.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일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구성원들은 다음에는 반드시 성장한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발성의 힘이 작동하는 원리다.

 

사람들의 잠재력을 믿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더해 구성원들이 내놓은 답을 정답으로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이 내놓은 답이 그들에게는정답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2. 프로세스를 관리하라

필자는 가끔퍼실리테이션의 역할을 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주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퍼실리테이터는 기획 단계부터 주제와 관련된 배경과 주요 사안을 이해해야 하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퍼실리테이터는 프로세스를 관리하면 된다. 전문가가 퍼실리테이션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서에서 경험과 지식이 가장 많은 팀장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오히려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발상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팀장인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을 것이고, 또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니 말하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다. 퍼실리테이터 역할은 구성원들이 효과적인 절차에 따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을 기획하고 통제할 뿐 논의 주제에 대한 의견은 내놓지 않아도 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놓게 된다. 다만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프로세스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세심하고 철저한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채홍미 인피플컨설팅 대표 chaehongmi@inpeople.co.kr

필자는 한양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 첫 국제 공인 퍼실리테이터로 삼성GE의료기기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타운미팅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했다. 네모파트너즈 수석 컨설턴트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 퍼실리테이션 전문 컨설팅회사인 인피플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퍼실리테이터: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 등이 있다.

  • 채홍미 | -퍼실리테이션 전문 컨설팅회사 인피플컨설팅 운영
    -전 삼성 GE의료기기 타운미팅 퍼실리테이터
    -국내 첫 공인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터 :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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