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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있는 물 나누고, 새 샘물 파고... 풍요의 땅으로 향해 가는 ‘지식경영’

이승훈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희정(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세가 추종자의 무리를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고 있다. 그런데 가져온 물이 다 떨어져 가고 있다. 모세와 그의 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가 지식경영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퀴즈다. 가나안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공동체에게 생사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막에서 생존의 필수조건인 물이 점점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그림 1)

 

사막은 기업이 당면한,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비즈니스 환경이다. 이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우리 회사(혹은 기관)의 비전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가 가진 자원이 점점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물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함께 모아서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생명과 같은 물을 남들과 나누려 하겠는가. 여기엔 공동체의 목숨을 담보한 끈질긴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에 성공하면 물이 필요한 사람을 확인하고, 물탱크를 장만해 물을 모으고, 물 배급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있는 물이 바닥나기 전에 오아시스를 찾아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 함께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에 가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상기시킴으로써 이 위기를 견딜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 퀴즈는 지식경영을 이해하는 세 가지 인사이트를 준다.

 

1. 있는 물 나누기: 어떻게 지식이 고수에서 하수로 흐르게 할 수 있는가?

 

2. 없는 물 만들기: 어떻게 현재 조직에 없는 지식을 확보할 수 있는가?

 

3. 가나안 가기: 어떻게 1 2를 조직 비전과 전략에 초점을 맞춰 성과와 연계할 수 있는가?

 

지식경영의 범주는 이 세 가지 질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지식경영 활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세 가지 핵심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여러 기업의 사례를 살펴본다.

 

 

 

있는 물 나누기 사례 1: 우미건설의 현장 노하우 공유

 

우미건설은 사무용 빌딩, 아파트, 플랜트 등 다양한 건축, 토목사업에 진출해 있는 중견 건설사다. 1982년 전남 지역에서 주택 분양사업을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급속히 성장해왔다. 본사는 분당이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 Lynn으로 사세를 크게 키웠다. 아파트 부문이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며 시공능력 4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사업이 계속 확장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성장통을 앓았다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2000년에 그룹웨어를, 2004년에 ERP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조직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국 방방곳곳에 건설현장이 늘어나고 신규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기존 기업문화가 오히려 위협받는 상황이 형성됐다. 기존 직원과 신규 인력들 간의 마찰도 생겼다.

 

안수한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기존 직원이 소장을 하는 현장과 경력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소장을 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건설회사의 특성상 군대문화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경력직원들이 기존 현장소장 아래에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반대로 경력직으로 입사한 소장 밑에서는 기존 직원들이 버티질 못했다. 현장소장이 현장을 지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생겼다.” 이러한 문화적 충돌은 수익성으로 이어져 각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관리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미건설이 선택한 방법이 지식경영이다. 이화여대 김효근 교수가 우미건설 경영진에게 지식경영을 통해 조직운영 능력을 강화하고 현장 사업관리 능력을 강화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 시초였다. 우미건설의 이석준 사장(창업자 2)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직원 13명을 뽑아 3개월 동안 이화여대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지식경영 집중 교육 프로그램에 보냈다.

 

이론적 지식은 있으나 실무 지식이 부족한 여성 대학원생들과 이론적 배경이 부족하고 실무에 대한 이해만 있는 우미건설의 남자 직원들은 교육을 함께 받으며 서로에게 자극을 줬다. 13인의 특공대는 사내 지식경영 컨설턴트로 성장했다. 2006년 외부 컨설팅업체인 날리지큐브의 도움을 받아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가 도입됐고 ‘3P 3 실현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어졌다. Process를 개선해서 야근을 없애고, Professionalism으로 무()경쟁인 회사를 만들고, People을 교육시켜 무()결점의 제품을 만들자는 뜻이었다.

 

지식경영으로 이뤄나갈 목표가 세워졌고 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해졌다. CEO는 인사담당 상무를 CKO(chief knowledge officer)로 임명했고 13인의 특공대가 그 아래에서지식농장을 운영하며 각 부서의 지식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수립·수정하도록 했다. 또한 팀장급 인사들을지식마스터로 임명해 지식활동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정리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CKO는 현재까지도 동일 임원이 맡고 있다.

 

우미건설 KMS의 주요 기능은 <사례 1>과 같다

 

 

우미건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매뉴얼화한 부분이다. 표준화된 업무프로세스는 KMS 내 지식보관창고인 지식마당의 분류 체계와 동기화되도록 관리한다. 각 팀과 현장의 단위업무를 정의하고 업무 절차를 시각화해 절차 및 방법을 정리하고 매뉴얼화해 지식마당에 등록, 관리한다. 또 매년 5월에는 이 매뉴얼을 업데이트하도록 한다. 정기적인 감사활동을 통해 매뉴얼대로 업무가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현장 노하우를 축적하고 공유하기 위해 운영하는공종별 착안사항코너도 주목할 만하다. 공사 마감 90% 시점에는 이번 현장을 통해 배운 착안사항을 정리해 지식마당에 등재한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은 신규 현장에서 동일 공사 시에 활용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런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해서 쓰고 있지만 문제점도 있다. 2006년 도입 이후 데이터는 많이 쌓였지만 시스템 자체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2∼3년간 건설업 전반의 불황으로 인해 우미건설의 수익성도 하락하면서 지식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지식경영을 강하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불고 있다.

 

“일단 회사가 먹고살 것을 찾고 난 후에야 지식경영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그 누구도 지식경영만을 고집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지식경영 자체가 미래의 먹거리를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툴이므로 회사가 어려워도 지식경영을 꾸준하게 추진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 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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