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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비스 회사” 제조업체, 생각을 바꾸다

베르너 라인아르츠(Werner Reinartz),볼프강 울라가(Wolfgang Ulaga)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베르너 라인아르츠, 볼프강 울라가
 
많은 제조업체가 제품에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면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거둘 경우 기업은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으며 심지어 제품 판매보다 서비스 제공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고의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 장비, IT, 자동화 기기, 교통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입지를 구축한 한 대형 IT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2003년 이 회사는 50억 유로 규모의 자사 IT 사업부가 설치, 교육 등의 몇 안 되는 제품 관련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순 마진율이 제품 판매 마진율(34% 수준)의 두 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이 회사는 곧 주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 역량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관리자들은 이런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15%의 마진율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5년 이 사업부의 순이익 마진율이 -10%를 넘어선 것. 이 모험으로 그룹 전체적으로는 2005년 한 해에만 약 2억6000만 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회사가 손해를 본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복잡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당초 예상보다 어려웠다. 고객 각각의 요구가 너무 까다로워 충족시키기 쉽지 않았던 것. 또 영업사원들이 새로 수주한 솔루션 계약은 규모가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그 동안 담당하던 기본적인 부수 서비스 계약과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주로 외부에서 얻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들어갔다. 이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 한 이사는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일찍 얻고자 했습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조사했다. 이를 위해 접착제, 자동차 도료 및 유리, 베어링, 케이블 및 케이블 시스템, 에너지 발전 및 공급, 인쇄기, 특수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업계 3위 내 기업 20개를 선정해 심층적인 연구를 실시했다. 인터뷰는 임원과 같이 중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관리자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와 함께 여러 국가의 다양한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들어봤다. 워크숍에 참여해 500명이 넘는 B2B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서비스를 통해 매우 다양한 매출과 수익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몇 기업은 서비스에서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벌어들였고 제품 판매의 8배에 달하는 마진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서비스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실시했음에도 고객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고 매출액도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는 데 그쳤던 것이다. 두 유형의 기업을 비교한 결과,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IT 기업과 마찬가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은 모두 변화를 너무 빨리 서두른 게 화근이었다. 성공한 기업들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기존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하면서 더 복잡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기도록 했다. 또 제조업 부문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도 효율적인 유통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가 복잡해지면서 판매 인력들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끝으로 경영진은 기업 프로세스 및 구조에 주안점을 뒀던 과거 관행에서 탈피, 경영의 초점을 고객 수요의 특징, 고객의 신규 서비스 도입 여력, 신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역량 등에 맞췄다.(‘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참조) 이제 이들 단계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자신을 서비스 회사로 생각하라
제조업체 상당수는 이미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많은 제조업체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책정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당연히 이윤 창출 기회는 사라진다. 서비스 제공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첫 단계는 기업 관리자들과 고객이 모두 기존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를 인지하는 것이다.
 
대형 제약회사 머크를 예로 들어보자. 머크의 프랑스 자회사는 오랫동안 운송비를 제품 가격에 포함해왔다. 특수 화학제품이 가치는 높은 반면 양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운송비와 보험료를 부담했던 것이다. 하지만 선박 운송비를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은 제품을 살 때 머크가 이에 대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에 머크는 몇 년 전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이런 관행을 바꿔보았다. 무작위로 뽑은 100개 고객을 대상으로 운송 조건을 ‘운송비 및 보험료 지불’에서 ‘공장도 가격’으로 변경한 것이다. 대상 고객 가운데 90%는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 변화를 인지한 10% 중에서도 조건을 원래대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 고객은 절반에 불과했다. 결국 머크는 나머지 95% 고객에 대한 비용청구 조건을 변경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큰 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수익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에 비용을 부과할 경우 관리자와 고객들은 자산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의 가스 업체 에어리퀴드 역시 이런 전략을 택했다. 이 회사는 기업 고객들에게 소량의 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파이프 수백만 개를 구매해왔지만, 공급하는 가스에 대한 요금만 받고 파이프는 무료로 제공했다. 이에 고객들은 제공받은 파이프의 개수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고 에어리퀴드는 엄청난 유동재고에 시달리게 됐다. 결국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 달에 파이프 1개당 5
7유로의 대여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연간 수억 유로의 수수료 수입을 얻었을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대여료 부담 때문에 고객들이 재고를 최적화하면서 에어리퀴드는 유동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었고 결국 파이프를 더 필요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기업들은 전체 영업 부문의 비용청구 관행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서비스 가운데 어디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세계 굴지의 케이블 제조업체인 넥산의 경우, 몇몇 국가의 자회사는 케이블 드럼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반면 다른 국가 자회사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넥산은 꽤 많은 규모의 고전압 케이블 재고를 축적하고 있었는데 수수료를 전사적으로 부과해 자본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숨어있는 서비스를 파악하기 위해 고위 임원에게 각 사업 부문의 관행을 검토하는 업무를 맡길 것이다. 그러면 이 담당 임원은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서비스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전략을 구축할 것이다. 이처럼 처음부터 담당자를 지정할 경우 서비스를 통한 이윤 창출 계획은 그저 개별 사업부의 생각에서 나온 일시적인 제안이 아니라 최상의 관행을 마련하고 이를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프랑스의 전기장비 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전략적 배치 및 서비스 사업부(Strategic Deployment & Services Division)’를 설치한 후, 이 회사에서 20년 동안 재직한 이사를 책임자로 임명해 조직 전반의 기존 서비스를 검토하고 신규 서비스 제공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겼다.
 
2. 후방 지원업무를 강화하라
제조업체에서 일선 부서가 맞춤형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정적으로, 또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의 일선 부서들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 수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 마진은 크게 추락할 것이다. 우리가 인터뷰한 한 기업 임원은 “서비스 부문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후방 지원 업무를 강화해야 합니다. GE, IBM과 같은 기업들은 프로세스를 변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인쇄장비 제조업체 하이델베르거 드럭마쉬넨(하이델베르크)은 제조업체가 서비스업에 진출할 때 후선 지원업무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회사의 프랑스 고객들은 인쇄장비를 보수할 때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출장 기술자를 부를 때마다 부품비와 인건비를 부담하거나, 풀 서비스 계약을 통해 전화 상담, 원격 모니터, 사전 정비 서비스를 항상 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에 고객의 민원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또 이 고객들은 서비스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인쇄기 부품을 훨씬 자주 교체해주게 됐고 방문 횟수도 늘어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출장 방문 일정을 겹치게 잡거나 필요한 장비를 잊어버리기도 해 또다시 방문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기술자들은 액수가 큰 풀 서비스 요금에 모든 비용이 포함돼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요인이 하이델베르크의 풀 서비스 계약 부문 마진에 타격을 주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제공 비용이 마진을 깎아 먹지 않게 하기 위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우선 하나의 공통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되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연한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성공적인 제조업체들이 표준 제품 플랫폼에 기초해 전혀 다른 제품 모델들을 개발해내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뷰에서 만난 한 기업 임원은 “우리는 각기 다른 여섯 유형의 보수 계약을 제공하고 있는데, 80%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며 “고객들이 여러 옵션 가운데 각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로 성공적인 기업들은 프로세스 비용을 꾸준히 점검해 어디서 이익이 빠져 나가는지를 파악한다. 에어리퀴드의 경우 서비스 표준화 담당 임원을 임명해 영업 부서의 관리자들과 일선 직원들에게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서비스 생산과 제공 프로세스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지도하게 했다. 일례로 에어리퀴드는 정기적으로 고객들에게 가스 소비 보고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표준화 팀의 검토 결과, 일부 고객에게는 이런 정보가 필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회사는 이 서비스를 중단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결국 선별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셋째로 기업들은 프로세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스웨덴의 베어링 제조업체인 SKF는 안전한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고객들이 멀리서도 전자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비의 서비스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진동분석 데이터는 고객들에게 기계 고장 가능성을 미리 경고할 수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 회사는 기술자들을 굳이 현장에 파견하지 않고도 최상급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3.
서비스 전문 영업 인력을 확보하라
기업이 기존 제품에 부가되는 수준의 서비스만 제공하고자 할 경우, 어느 정도의 교육만 실시하면 제품과 서비스 영업이 모두 가능한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제품 관련 서비스에서 한층 복잡한 고객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할 때는 전혀 새로운 영업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서비스의 경우 영업 주기가 길다. 또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전략적인 만큼 고객들이 더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경우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해 문제에 봉착했다. 2000년대 초반 이 회사는 고장 방지를 위해 고객들이 인쇄기를 원격으로 모니터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부가 서비스로 판매했다. 인쇄소에서 기계가 한 시간 작동하지 않을 경우 평균 수백 유로의 손실이 발생한다. 부품을 고객들이 있는 곳으로 전달하는 데 걸리는 리드 타임이 통상 24시간 정도임을 감안하면 기계가 한 번 고장 날 때마다 수천 유로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가 이같은 잠재 피해 금액을 훨씬 밑도는 수준에서 원격 모니터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책정했음에도 고객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문제는 이 회사의 영업 인력과 기술자들에 있었다. 영업 사원들은 표준화한 서비스 계약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원격 모니터링 같은 복잡한 솔루션 판매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영업 사원들은 그 동안 특정 부품 및 서비스당 비용만 중시하는 구매부서 담당자들이나 외부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자신들의 존재 가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내 유지보수 책임자들만 접촉하고 있었다. 하이델베르크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서비스 도입의 효과를 회사 전체의 비용 절감이란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는 생산 관리자들을 설득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영업 인력이었다.
 
제품 영업직원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에어리퀴드가 처음 서비스를 제공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당시 고위 영업 임원들은 기존 제품의 마진이 상당히 높다며 기존 제품 판매를 통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비스는 노동집약적이고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는데다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제품 판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제조업체들은 영업 인력을 재훈련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영업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직원들에게 서비스 판촉 시 원가에다 적정 마진을 붙여서 가격을 결정하지 말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얼마인지에 기초해 가격을 정하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영업 인력들에게 고객사의 관리자들이 어떻게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리는지를 교육함으로써 이들이 거래처 관리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게 했다. 하지만 이처럼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제대로 된 영업 인력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 대상 기업 몇 곳은 기존 영업인력 가운데 80%를 교체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특화된 전문 인력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에어리퀴드의 경우 유럽 시장 내 식품 가공 서비스 판매에 대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몇 명의 외부 엔지니어를 고용했다. 프랑스의 지게차 제조업체 펜윅은 본사와 각 지역 영업소에서 특정 서비스 판촉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모집했다. 한편 서비스 영업과 관련, 내부 우수인력은 특히 서비스 지원 부서에 많았다.
 
연구에서 살펴본 성공적인 기업은 대부분 제품과 서비스 영업 인력을 어떤 식으로든 뚜렷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GE 메디컬 서비스에서는 제품 영업 인력을 ‘사냥꾼’으로, 서비스 영업 인력을 ‘농부’로 지칭한다. 전자가 직접 밖으로 나가 신규 장비 수주를 따오는 반면, 후자는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쌓아가면서 서비스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영업 인력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항상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제록스의 솔루션 사업부는 사무기기 제공보다는 고객들의 서류 관리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인쇄기와 복사기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때 제품 영업과 서비스 영업 인력을 분리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두 그룹이 고객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상호 협력이 기업 전체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데도, 먼저 주도권을 잡는 사업부가 다른 사업부의 관여를 원치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영업 인력들이 서비스 판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을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서비스 매출보다 많을 경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에어리퀴드가 개인 고객들에게 50만 유로의 가스를 공급한다고 가정할 때 관련 서비스 가격은 수천 유로에 불과할 것이다. 또 서비스와 제품 영업부서가 목표를 적절히 조율하지 못하면 영업 인력들이 서로 경쟁하게 될 수도 있다. 에어리퀴드가 고객들의 가스 파이프 재고 최적화를 위한 재고관리 서비스를 판촉하기 시작했을 때 이 회사의 제품 영업 인력들은 기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경영진은 신규 서비스로 당장은 고객들의 재고가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유지와 점유율 확대라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을 설득해야 했다. 또 두 영업 인력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이중 보상 제도를 도입, 하나의 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제품 및 서비스 영업 인력에게 같은 수수료를 지급했다.

끝으로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를 통해 고객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는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같은 도구는 고객 사례 연구, 백서에서 정교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베어링 제조업체인 SKF가 지난 15년 동안 개발한 ‘다큐멘티드 솔루션스’가 좋은 예다. 이 시스템은 SKF의 미국 자회사가 고안한 것으로 전 세계 SKF 영업 인력들이 고객들에게 자사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비용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계산해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세계 SKF 고객들이 경험한 최고의 사례들을 비교해놓은 데이터베이스와 연결, 고객들이 투자대비수익(ROE)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 고객 프로세스에 집중하라
제조업체들이 효율적인 서비스 판매 및 제공 방법을 구축하고 나면 이제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초점을 자사의 프로세스, 인센티브, 구조에서 고객들의 프로세스, 인센티브, 구조로 옮겨야 한다.
 
앞서 사례로 나온 프랑스의 지게차 제조업체 펜윅이 좋은 사례다. 펜윅은 지게차에 데이터 감지 센서와 무선 주파수 신원확인 장치를 설치해 고객들의 사용 패턴에 대한 정보를 축적했다.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접근 제한 및 원격 감시, 자산 관리, 고객별 인트라넷(펜윅 온라인), 지게차 운전자 학교까지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매출액 5억 유로 가운데 50%가 지난 15년 동안 발굴한 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품 관련 부수 서비스만 제공하던 제조업체가 복잡한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할 때는 가격 설정 기준과 성과 측정 방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제품 중심 기업들은 통상 장비 사용 시간, 판매 단위 개수 등 투입 관련 지표를 중시한다. 서비스가 마치 일반 공산품처럼 독립적으로 판매되고 품질 면에서도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다면 이런 접근법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후방 지원 부서나 일선 부서 모두 서비스를 제품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투입비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복잡하다면 기업들은 고객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떤 기업이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훨씬 커진다. 또 이 경우 가격 책정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프랑스의 제트 엔진 유지보수 업체 스넥마 서비시즈는 항공사들과의 서비스 계약을 통해 유지보수에 얼마가 걸리든 자사의 엔진으로 특정 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리히텐슈타인에 본사를 둔 힐티는 건설업체들에게 전기 장비를 리스해주면서 과감한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했다. 즉 고객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항상 건설현장에 배치하되 이들이 장비를 굳이 구입하지 않고 ‘쓴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고객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가치를 재정립한 후에는 관련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도료 전문 업체인 PPG는 피아트 토리노 자동차 공장 내 페인트 부문을 인수한 후 피아트로부터 페인트의 양이 아니라 흠 없이 도장된 자동차의 수에 따라 공급 대금을 받기로 했다. 이에 PPG는 페인팅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페인팅 로봇의 기능을 철저히 파악해야 했다. SKF가 핵심 제품인 베어링 관련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을 때 이 회사는 고객 장비 속 베어링이 어떻게 고장 나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하우를 터득했다. 지난 10년 동안 내부 개발과 연구에 매진한 결과, SKF는 현재 용접, 급유 시스템, 진동분석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서비스는 고객들이 거래회사를 바꿀 때 드는 전환 비용을 높임으로써 고객 이탈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에어리퀴드의 한 임원은 “고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들은 우리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서비스는 새로운 사업 발굴의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펜윅 임원들은 “제품을 통해 직접 고객을 확보할 수 없을 때마다 경쟁사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귀띔했다. 결국 제조업체들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단계를 차근차근 따른다면 그 기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DBR TIP] 왜 서비스인가?
 
제품 중심 기업들이 서비스 전략을 구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B2B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세 가지 추세다.
 
아웃소싱 트렌드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기업 고객들 사이에서는 자산 최적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왔다. 자본이익률(ROA)이 향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생산 단위가 더욱 유연해지고 기술이 꾸준히 진보하면서 고객들 사이에는 핵심 사업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비전략적인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 사업 기반 포화 장비 제조업체들은 기존 사업 기반에서 성장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05년 오티스는 약 10만 대의 신규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를 판매했고 전세계 150만 대 이상의 기존 제품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티스와 같은 기업들이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를 단행하거나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공산품의 범용상품화(commoditization) 많은 공산품들이 점차 범용 상품으로 변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이머징 마켓 제조업체들조차 매우 쉽게 제품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번역 홍정민 drew97@naver.com
 
베르너 라인아르츠(werner.reinartz@uni-koeln.de)는 독일 쾰른 대학의 마케팅 교수이자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부교수다. 볼프강 울라가(ulaga@hec.fr)는 HEC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 베르너 라인아르츠(Werner Reinartz) 베르너 라인아르츠(Werner Reinartz) | - 독일 쾰른 대학 마케팅 교수
    -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
    werner.reinartz@uni-koel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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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laga@hec.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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