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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리더십 팀이 필요한 이유와 운영 방법

김기령 | 10호 (2008년 6월 Issue 1)
150여 개국에 진출해있는 글로벌기업 M사는 매출 대부분을 북미와 유럽에서 올린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매년 3%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M사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연이은 실적 부진에 실망해 지분을 팔아버렸다.
 
M사의 CEO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많은 전략적 해결책이 도출됐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해결책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을 높이고, 구미에 있는 일부 기업 역량을 신흥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 임원들 사이에 갈등이 높아졌다. 특히 유럽 지역의 임원들은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자는 이슈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공장 이전이 유럽 임직원은 물론 해당 국가의 극단적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생산 효율성을 높여 현 시설을 계속 유지하거나 이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례는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니어 리더십 팀이란 무엇인가
구미 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이르러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신흥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M사의 구미 담당 임원들은 노사문제와 정부와의 관계를 내세우며 공장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반발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권한 축소나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 외에도 기업 고위 인사들의 이기심이 밖으로 나타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많은 임원이 경영회의에서 자신의 부서와 관련이 없는 사항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과 연관돼 있고, 특히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이 논의되면 눈에 불을 켜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영회의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모여 가장 전략적이면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이기적인 집단을 모아놓은 자리로 변질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문제는 CEO가 강력한 권한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한 공장 이전을 비롯한 문제 해결이 계속 탁상공론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경쟁력은 계속 밑바닥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됐다. 이런 배경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시니어 리더십 팀(Senior Leadership Team)’이다. 시니어 리더십 팀은 CEO가 단독으로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주요한 보직을 맡고 있는 임원들로 구성된 팀이 집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경영체제를 의미한다.
 
즉 시니어 리더십 팀에서는 CEO와 주요 사업본부장, 지역본부장, CFO 등으로 구성된 팀이 함께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실행 책임도 함께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임원 팀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이러한 성과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평가도 같이 받게 된다. 그러기에 회사 전체 실적이 개인의 실적에 선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니어 리더십 팀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와 팀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지고, 글로벌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시니어 리더십 팀에 대한 최근의 대표적 저작인 ‘Senior Leadership Team’의 저자들은 “한 사람의 탁월한 영웅적 리더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제 잭 웰치, 아이오코카, 루 거스너 등 CEO의 이름만으로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리더십 팀이 필요한 이유
실제로 아무리 탁월한 개인이라도 최근 CEO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격을 모두 갖출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1999년 이후 최고경영자의 이직이 5배나 늘었다. 최고경영자 해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략을 제대로 결정 및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복잡한 환경 변화에 CEO 개인이 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CEO와 시니어 리더십 팀이 함께 조직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나눠 지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IBM, 세인즈베리(Sainsbury), 셸(Shell), 멕시코 항공, 피플 익스프레스 항공, 시그네틱스(Signetics)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니어 리더십 팀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유사시에 기업의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N사는 L사장의 지도력으로 2년 연속 20%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L사장은 과거 몇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전력도 있어 구원투수형 CEO로도 평판이 높다. 하지만 L사장의 임기가 1년 남은 현재 N사는 고민에 빠져있다. L사장 본인이 임기가 끝난 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그가 부임하면서 CEO 물망에 올랐던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N사와 같이 특별한 대안 없이 한 사람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해 운영되는 회사는 언제나 리더십 공백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이럴 때 제대로 된 시니어 리더십 팀이 있다면 경영권 공백에 한결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시니어 리더십 팀은 최고경영자 승계 풀의 관리와 공정하고 현명한 검증에도 도움을 준다.
 
또 시니어 리더십 팀은 회사가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모든 팀원의 다양한 지식, 인력, 경험, 창의성 등을 총 동원해 현명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거에는 최고경영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만 자문을 구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분적 해답만을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특정 업무의 적임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시니어 팀 모두가 합의하면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다양한 자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
 
리더십 팀 만든다고 문제 해결 안돼
이제부터는 리더십 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국내 한 중견 기업의 창업자인 A회장은 팔순에 접어들면서 경영권을 큰아들에게 넘겨줬다. 경험이 적은 아들을 위해 시니어 리더십 팀도 만들었다. 대외적으로 아들이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얘기하지만 그는 내심 불안한 마음에 매주 열리는 시니어 리더십 팀 회의에 간간이 참석한다.
 
A회장은 회의석상에서 대부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잠자코 듣기만 한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무언가 이상한 기류가 느껴진다. 자세히 살펴보면 발표자가 아직도 A회장에게 눈을 맞추는 경우가 많고, 큰아들도 결정을 하면서 아버지의 재가를 은근히 구하는 눈치다. A회장이 여러 번 이를 지적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A회장이 아직도 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 아들을 위해서다. 그는 아들이 중요한 안건을 잘못 결정하거나, 회사 ‘창업공신’들이 아들의 말을 잘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회사의 오너가 단순히 자리를 양보하고, 리더십 팀을 구성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보여준다. 엄밀히 말해 A회장은 큰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 그가 비록 공식적으로는 ‘관찰자’이지만 지속적으로 주요 결정사항에 참석하는 이상 리더십 팀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시니어 리더십 팀 운영의 다섯 가지 요건
이런 경우처럼 시니어 리더십 팀이 이름만 있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시니어 리더십 팀을 제대로 구성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섯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시니어 리더십 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경영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임원들에게 명확하고 집단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최고경영자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흔히 임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이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원들이 리더십 팀 안에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면 기업의 최우선 과제에 전사적인 역량이 모이지 않으며,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리더십 팀에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확연한 성과의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결과에서 이미 증명됐다.
 
둘째, 효율적인 리더십 팀은 적절한 크기와 구조를 갖춰야 한다. 팀의 크기가 너무 크면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진다. 최고경영자는 흔히 자신에게 보고하는 모든 임원을 리더십 팀의 일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구성원이 예상보다 많아져 각 구성원이 말 한마디 꺼내는 데에도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리더십 팀의 크기는 팀의 성격과 역할에 따라 결정되므로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대략 10명 이하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적절하고 올바른 사람을 팀원으로 선발해야 하며, 팀을 구성할 때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자신의 업무를 탁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팀의 구성원으로서도 많은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이든 팀을 구성할 때는 업무처리 능력보다 남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회사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리더십 팀의 구성에서 필수적이다. 만약 리더십 팀 안에 자기 의견만 고수하는 빅마우스(big mouth)가 섞여있거나, 모든 팀원이 비슷한 배경이나 생각을 가져 집단사고(group think)가 횡행한다면 건설적인 대안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넷째, 시니어 리더십 팀을 위한 지원체제가 필요하다. 지원체제란 모임을 위한 자료 및 정보 등을 적시에 지원하는 것을 포함하지만, 각 팀원을 위한 교육 및 개발, 목표 달성 시 보상도 포함된다. 특히 보상은 팀 전체의 목표달성에 대한 것을 개인적 목표달성에 대한 보상보다 크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팀원들이 이기주의를 버리고 전체의 목표를 위해 일하게 된다.
 
다섯째, 팀과 팀원 개인에 대한 코칭과 개발이 필요하다. 팀 활동과 미팅에 대한 코칭뿐 아니라 임원 개개인에 대한 코칭을 통해 이들이 계속 발전된 모습으로 진화하게 해야 회사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단기성과 집착하는 CEO 견제도 가능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버드비즈니스프레스가 출간한 ‘Senior Leadership Team’이란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Leading Team’의 속편으로 전편에 이어 IBM, 셸(Shell), 유니레버(Unilever) 등이 운영하는 120개 시니어 리더십 팀의 사례와 연구를 추가했다.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CEO에게 요구되는 모든 역량을 한 사람이 충족시키는 것은 더 더욱 불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지극히 평범한 진리인 ‘하나보다 둘이 낫다’를 명심해 성공적인 집단경영체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니어 리더십 팀은 단기성과에만 목을 매는 경영자를 견제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근시안을 가진 CEO는 결국에는 기업이 성장의 동력을 잃고 몰락하게 만든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시니어 리더십 팀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지속가능경영의 교두보로 삼기를 바란다.
  • 김기령 김기령 | - (현)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
    - 헤이그룹 한국사무소 대표 역임
    - 머서코리아 대표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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