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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직원 40만 명 넘어도 비전 공유할 수 있다

정동일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두 번의 칼럼(DBR 112호와 114)을 통해 리더에게 꿈과 비전, 그리고 목적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전과 목적의식은 조직에 혼을 부여하고 구성원들에게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위대한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부하들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가 지금까지 만난 많은 리더들이 멋있고 감동적인 비전을 만드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듯했다. 비전과 가치야 말로 나와 나의 조직을 명품으로, 혹은 격이 느껴지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사실을 기억하자.

여기서 독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리더로서 비전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이를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소통을 통해 부하들과 공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리더로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전 그 자체가 아니라비전의 공유(shared vision)’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왜냐하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비전이 현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공유된 비전이야 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애플의 홈페이지에 비전과 핵심가치가 없는 이유는?

필자가 경험한 다수의 기업들을 보면 리더의 비전은 있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하는공유된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CEO가 신년사나 연설할 때만 외치는 개인적인 비전, 강당의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액자 속에만 존재하는죽은 비전은 기업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스티브 잡스 같은 리더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비전이나 조직의 핵심가치 따위를 올려 놓는 행위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전과 핵심가치는 실천의 대상이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조직 문화이자 DNA가 돼야지 홈페이지에 올리는 선전 문구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며 비전과 핵심가치를 홍보와 선전 문구로 이용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지금도 애플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CEO나 조직의 비전, 그리고 애플의 핵심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전과 목적의식에 대한 칼럼을 마친 후에 필자도 이를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차에 독자 한 분이 비전 공유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관해 질문을 주셔서 이번 호 칼럼은 비전 공유를 위한 제안을 몇 가지 드리려고 한다. 비전 공유라는 것이 오로지 CEO의 책임만은 아니므로 부서나 팀을 이끌고 있는 독자들도 참조해 보시기 바란다.

 

 

비전과 핵심가치-어떻게 공유해야 하나?

1.비전과 가치 정립 시 조직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비전이 공유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비전 수립 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고 경영층이 일방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사항은 역설적으로 비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생각과 열망을 담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짐 호던(Jim Haudan) <몰입과 소통의 경영(The art of engagement)>이라는 책에서내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잊어버릴 겁니다. 나에게 그걸 보여주면 기억은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참여하고 관여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이해하고 몰입하게 될 겁니다(Tell me, and I will forget. Show me, and I may remember. Involve me, and I will understand)”라고 이야기하며 비전을 공유하고 조직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했다.

비전과 가치를 수립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대표적 사례가 IBM밸류잼(Value Jam)’이다. 당시 IBM CEO였던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는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조직의 핵심가치는 CEO 혼자만 외치는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2003 723일 회사 내부의 웹캐스트를 통해 IBM의 핵심가치 정립에 있어 직원들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며 조직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729일부터 81일까지 72시간 동안 새로운 IBM의 핵심가치가 무엇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Value Jam을 실시했다. 당시 32만 명의 전 세계 임직원 중 무려 70%가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1만 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채택돼 IBM의 새로운 핵심가치를 수립하는 데 사용됐다.1

2003년에 진행됐던 Value Jam은 한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별도의 기관(Jam Program Office, 2001년 설립)이 주체가 돼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그들의 의사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려는 IBM의 문화이자 아름다운 전통으로 자리잡게 됐다. 예를 들면 IBM 2006년에 실시한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 104개 국에 있는 67개 기업의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IBM 사상 최대 규모의 브레인스토밍 회의로 기록됐다. 그리고 그 결과로 IBM 10개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총 투자 규모가 1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회사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투자가 됐다고 한다.2 이렇게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일이든, 혁신을 위한 미래의 사업구상이든 IBM은 적극적인 임직원의 참여를 중요시했다. 이 때문에 구성원들은 이 모든 것을그들의 일이 아닌우리들의 일로 받아들였고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고용인’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주인으로서 참여했다.

<포춘(Fortune)>지 선정리더를 잘 육성하는 인재사관학교랭킹 1,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 <배론(Barron)>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위라는 결과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나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닌 IBM의 조직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최고경영진의 태도와 문화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런 직원에 대한 경청과 배려가 IBM을 명품조직으로 만든다. IBM3 은 미국에만 10만 명이 넘는 종업원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43만 명의 종업원이 있으며 종업원 수만 보면 미국에서 2번째로 큰 기업인데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종업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너무 커서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CEO들이 있다면 IBM을 예로 들어그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2.CEO가 앞장서 반복해서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라:비전과 관련해 많은 리더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신년사에서 비전에 대해 한두 번 이야기하면 직원들이 이를 소중히 가슴에 담고 일할 것 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비전과 핵심가치는 직원들이 매일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 리더가 이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는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공유하고 실천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이자 리더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던 콜린 파월(Collin Powell)의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직원들에게 온갖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보내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감동을 주는 연설을 할지라도 조직 구성원들에게 당신 스스로 매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도 결코 최선을 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You can issue all the memo and give all the motivational speeches you want, but if the rest of the people in your organization don’t see you putting forth your very best effort every single day, they won’t either)”

비전과 가치의 공유에 있어서 리더의 솔선수범이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은 비전과 가치가 이상적인 것들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전은 조직의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희생, 그리고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일상적인 업무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의 꿈의 실현하기 위해 변화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부하들은 리더의 행동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때 리더가 솔선수범해 비전 달성에 필요한 것들을 실천하고 이를 위한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하들은 비로소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되고 이를 실천하려는 리더의 진정성을 신뢰하게 된다.

비전의 공유뿐만 아니라 리더십에 있어서 리더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조사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여론조사기관 중 하나인 Opinion Research Corporation(1938년에 Claude Robinson George Gallup에 의해 설립됐고 공동창업자인 Gallup이 다음 해인 1939년에 독립해 갤럽이란 회사를 창업한다4 )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리더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5

설문 결과 부하들이 선택한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솔선수범을 꼽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리더로서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높은 윤리적 기준도, 업무에 대한 지식과 지적 능력, 심지어 공정성보다도솔선수범하는 리더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렇게 중요한 솔선수범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때가 바로 조직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리더가 적어도 1000번쯤은 이에 대해 외치고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잭 웰치의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비전에 대해 무관심하고 이를 달성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내 스스로 비전과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는가 반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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