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통상적으로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열망은 같이 증가한다고 여겼다. 또 만족도와 열망이 클수록 일의 성과가 더 좋다고 가정해왔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이러한 가정이 사실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제까지 이뤄온 일들(completed actions)에 집중한다면 현재 단계에 더욱 만족하게 되고, 반대로 아직 하지 못한 남은 일들(remaining actions)에 집중하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진다. 그런데 현재 단계에서의 만족도와 더 높은 단계로의 열망은 하나가 늘어나면 하나가 줄어드는 상충관계(Trade-off)에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행복이 중요할 때도 있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차이는 여기서 오는 것이다.
워즈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지나친 야망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 주었다. 워즈가 잡스와 다른 길을 걸어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둘이 만난 지 40년이 흐른 2010년, 워즈는 애플 제품의 어느 출시 이벤트에 참석해 자신과 잡스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아버지는 늘 제게 중용의 도를 지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스티브와 달리 상류사회로 치고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없었습니다. 제 꿈은 그저 아버지처럼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브처럼 기업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Biography’ 중에서
워즈(본명 Steve Wozniak, 애칭 Woz)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지금의 애플사를 설립한 공동 창업자이다. 워즈는 잡스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엔지니어였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지만 열망하는 목표가 잡스와는 분명히 달랐다. 스티브 잡스는 계속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한 반면 워즈는 엔지니어의 자리에 만족했다. 스티브 잡스와 워즈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성공한 삶을 살았는가? 또한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하고 만족된 삶을 살았을까? 당신은 잡스처럼 살고 싶은가, 아니면 워즈처럼 살고 싶은가?
우리의 삶은 다양한 ‘목표의 사다리(goal ladder)’로 구성돼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대리, 과장 등 더 높은 직급으로의 승진을 꿈꾼다. 자기 발전을 위해 새벽마다 영어학원에 다니는 많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기초반부터 시작해 중급, 상급, 고급 레벨 반으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심지어는 게임이나 요가와 같은 개인 취미생활을 할 때에도 다양한 단계로 이뤄진 사다리가 있다.
다양한 우리의 ‘목표 사다리’에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즉, 워즈처럼 현재의 단계에 만족하고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잡스처럼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단계를 향해 올라갈 것인가. 열망과 만족이라는 같이 잡을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가 있을 때 우리는 어떤 때 야망의 토끼를 잡고, 어떤 때 만족의 토끼를 쫓게 되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사람들의 현재 목표에 대한 과정을 보는 두 개의 다른 시각(focus)에서 찾으려고 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이뤄온 일들(completed actions)에 집중한다면 현재 단계에 더욱 만족하게 되고 반대로 아직 하지 못한 남은 일들(remaining actions)에 집중하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진다.
사람들이 목표를 추구하는 근본적인 두 가지 이유(Two types of incentives for goal pursuit)
사람들이 목표를 추구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목표를 추구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를 향해 성과를 내고 그것을 달성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맛보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공부를 할 때는 정말 그 과목이 재미있고 배우는 자체가 즐거워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공부를 함으로써 오는 결과, 예를 들어 좋은 성적, 취업, 혹은 무엇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요리사가 요리를 할 때에도 그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느낄 수 있고, 아니면 과정보다는 요리를 완성해 손님에게 접대하는 데에 가치를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목표의 두 가지 다른 인센티브는 심리학에서 과정으로부터의 동기(Process-derived motivation)와 결과로부터의 동기(Outcome-derived motivation)로 구분하고 있다 (Harackiewicz & Sansone, 1991; Sansone & Harackiewicz, 1996).
보통 동기레벨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이 두 가지의 인센티브 모두가 강할 가능성이 크다. 열정적인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현재 목표에 대한 만족도도 높을 것이고 또한 앞으로 꿈꾸는 목표도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동기 레벨 안에서 비교한다면 현재 목표에 대한 만족도와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열망에는 분명히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 즉, 현재의 목표에 만족하는 직원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열망이 낮고, 또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현재의 목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이다. 이는 정말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게 되는데 현재 상황에 대한 만족과 성공에 대한 열망은 같이 잡기엔 힘든 두 마리의 토끼인 것이다.
실제로 야망과 만족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하는지를 알기 위해 미국 시카고대 학생 8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대학이라는 곳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커리어를 위한 목표의 사다리의 한 단계를 의미한다. 즉, 대학생들은 대학교육을 그들의 커리어를 위한 준비 단계의 도구로서 가치를 인식할 수도 있고(Outcome-derived), 아니면 그 교육내용과 경험 자체를 가지는 데서 가치를 느낄 수도 있다(Process-derived). 이 설문에서는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1)현재 대학생활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하는가. 2) 얼마나 빨리 졸업하고 다음 단계의 커리어로 이동하고 싶은가. 예상대로 결과는 만족도와 다음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열망 사이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negative correlation; r= -.26, p < .05). 즉, 만족도가 높은 학생은 빨리 졸업하기를 싫어하고 빨리 다음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학생은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재에 대한 만족과 미래에 대한 야망은 하나가 늘어나면 다른 하나가 줄어드는 마치 시소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현재의 못다한 일에 대한 생각이 꿈꾸는 목표를 상승시킨다(Remaining actions increase level of aspiration)
스티브 잡스와 워즈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성향의 차이 외에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부모님의 교육 방식을 지적한다. 사람의 동기(motivation)는 어떠한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는가, 특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어떠한 피드백(feedback)을 받는가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에 대해서 어떠한 피드백이 주어질 때 우리는 현재의 목표에 대해 더 만족하고 높은 야망을 갖지 않게 될 것이며, 반대로 어떠한 피드백이 우리의 야망을 증가시킬까?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과업이나 일에 대한 동일한 성과에 대해 부여할 수 있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의 피드백을 생각할 수 있다(Koo & Fishbach, 2008). 즉,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이제까지 이뤄온 일들(completed actions)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하지 못한 남은 일들(remaining actions)을 강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 감량을 목표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한 사람이 현재까지 10㎏을 감량했다고 하자. 그 프로그램이 목표에 대한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10㎏을 감량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앞으로 10㎏을 더 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도 있다. 기억할 것은 이 두 가지 피드백에서 전달하는 정보 자체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성취에 집중하느냐, 아니면 남은 행동에 집중하게 하는가의 시각을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두 가지의 다른 시각은 목표의 사다리에서 현재의 단계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더 높은 단계를 꿈꿀 것인지 하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성취해 온 일에 집중하면 우리는 이 일이 자신에게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며 현재의 일을 더 즐기고 몰입하게 된다(e.g., Atkinson, 1957; Bandura, 1991; Bem, 1972). 일을 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더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아직 하지 못한 남은 일에 집중하면 우리는 목표를 향한 진행 상황에 집중하게 되고 빨리 목표를 도달하기까지 남은 거리를 좁히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한다(Carver & Scheier, 1990). 더 높은 단계로 이뤄진 목표의 사다리에서 이러한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동기는 현재 단계를 빨리 마치고 싶은 마음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더 높은 다음 단계로 나가고자 하는 열망을 증가시킨다. 즉, 후자의 경우, 현재의 일에 대한 과정보다는 결과에 더 가치를 느끼기 때문에 현재 목표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다음 목표에 대한 열망이 크다.